아케인 펑크의 마나 먹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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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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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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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심부

DUMMY

“뭐라고?”

“1,2,3 분대 모두 연락 두절입니다.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네스가 전해준 비보에 특작대 내부에 술렁임이 일었다.


“자세히 얘기해 봐라. 설마 고블린들한테 전멸당한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닐 겁니다. 통신이 끊기기 전에 용병대가 뭔가를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떠다니는 것 그리고 전에 어디서 본 적이 있다는 얘기도 했었습니다.”

“떠다니는 거? 거기다 용병이 전에도 봤다고? 이네스, 해당 용병 이전에 파견됐던 작전 목록 다 훑어봤어?”

“예. 전부 몬스터 헌팅이었습니다. 그중에 위험한 것도 몇 개 섞여 있었습니다.”


킴벨은 잠시 고민에 잠긴 듯 팔짱을 끼다가 다시 물었다.


“떠다니는 몬스터라고 한다면 뭐가 있지? 그것도 위험할 만한 거라고 한다면.”

“고스트 아닐까요?”

“겨우 고스트 따위에게? 아무리 그래도 위험도에 걸맞게 고용한 용병들이라고. 그런 거 하나는 가볍게 잡아낼 역량이 있을 거야.”

“장비가 부족했다던가요?”

“만약 그렇다고 해도, 고블린 영역에 다른 종족이 끼어 있을 리가 없겠지. 조금 더 상위 개체로 봐야 할 거야. 적어도 그놈들을 찍어 누르고 기생할만한 것들.”


킴벨은 잠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예를 들어, 벤시 같은 놈들이겠지.”


벤시. 이든은 익숙한 이름에 저도 모르게 입을 열 뻔했다.

고스트 타입의 중위 포식자들로 악명을 떨쳤던 유령들. 그 악귀들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면 단순한 용병 분대만으론 상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특작대조차 함부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무거운 침묵이 일행들을 감싸는 가운데 킴벨이 결단을 내렸다.


“이번 임무. 여기서 포기해야 하겠는데.”

“포기하신다구요? 여기까지 들어 왔는데?”

“그럼 어떻게 하나.”


킴벨은 홀로그램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붉은빛이 6번째 지점에서 점멸하고 있었다.


“좀 많이 들어오긴 했지만, 돌아가려고 작정하면 충분히 가능해. 이대로 더 나아갔다간 괜히 용병단이 처리하지 못한 것까지 덤탱이를 쓰게 돼. 힘도 계속 빠져갈 거고.”

“잔여 생존자들은 어떻게 합니까. 저쪽에 신호기가 고장 난 걸 수도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 곧 심부에 도착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기엔..”

“살릴 수 있는 놈들만 살리는 게 맞아. 너희들까지 들어가서 개죽음당하고 싶은 거야? 난 심부에서 너희들 전부를 살려낼 자신은 없어. 거기에 예상했던 놈들이라도 있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킴벨의 말이 정론이긴 했다. 이런 상황에서 괜한 희생을 늘리면서까지 돌입할 이유야 없었다.

어떻게든 인원과 장비를 보충해 다시 돌입하는 것이 최선의 수겠지.

특작대 맴버들 또한 내심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더 이상 말을 꺼내는 이는 없었다.

물론 이든을 제외하고서 말이다.


“그럼, 저 혼자 돌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마법사님?”


이든의 말에 모두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든은 가슴팍에 손을 얹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예. 이 정도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 폭탄만 저한테 건네주십시오.”


조금 빠듯하긴 하겠지만 폭탄을 설치하러 심부까지 들어갈 마나 정도는 어떻게든 남겨 두었다.

심부에 돌입한 뒤엔 거기를 지키고 있는 고블린들을 흡수한다면 적어도 3번 구획까지는 공간 점프를 하는 것이 가능할 터.

이미 뒤쪽에 있었던 녀석들은 대부분 정리해 둔 상황이니 마나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혼자서 굴을 탈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이든은 심장 개선을 위한 소체를 얻으로 이곳까지 온 것이었으니까.

고블린의 것으로 대체하긴 조금 애매하다 생각이 들었었는데, 오히려 더 좋은 재료를 얻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벤시와 스펙터의 심장. 혹시 모를 일이지만 잡아낼 수 있다면 예상보다 더 좋은 수확을 얻는 것이다.


“혼자 심부에 돌입하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돌아오실 땐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폭탄이야 원격 제어로 처리한다 치더라도 고블린 놈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마나가 떨어지면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지 않으십니까.”


주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점차 커져갔지만 이든은 마음을 정하고 곧장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때 킴벨이 조용히 다가와 물었다.


“벤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놈들이 쫓아오도록 마나를 흘려낼 생각입니다. 혹시 심부가 아닌 다른 구획에 있더라도 절 찾아올 수 있게 말이죠.”

“상대할 자신은 있으십니까? 벤시는 적어도 6계위 이상의 계약자 분들이 상대하는 녀석들입니다. 거기에 외람된 말이지만 놈의 특성 때문에 마법사분들도 상대하기를 꺼려할 정도구요.”


마법사들조차 감당하기 힘들다는 말에 이든이 물었다.


“특성 말입니까? 벤시는 물리직의 천적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그 말씀도 맞긴 합니다만, 놈들의 심장은 마나를 흘려내는 독특한 파장도 가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마법은 녀석들한테 닿기만 해도 사라진다고 하더군요.”

“그건 꽤 유익한 정보네요.”


고블린도 변화하는 세상에 녀석들이라고 정체되어 있을까. 이든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발걸음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전에 없는 독특함이라니, 심장에 섞어 넣었을 때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생각할수록 더 서두를 수밖에 없어졌다.


“진짜 가실 생각이십니까?”


그가 발을 막 내디디려 할 때 뒤에서 킴벨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예.”

“저희가 도와드릴 건 없겠습니까? 이대로 도망치는 것도 꼴사나우니 적어도 생존자들을 수색하러 갈 생각입니다만.”


킴벨이 머리를 긁적이며 다른 입구를 바라보자 뒤에 있던 스쿼드도 동의한다는 듯이 제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와서 맨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들 또한 반길만한 일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생존자를 버리고 그냥 가는 것도 찜찜한 일이었다.


“그럼 하나만 부탁드리도록 하죠.”

“말씀만 하십시오.”

“3번 지점까지는 최대한 고블린 놈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돌아갈 때 좀 불편할 수도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쪽으로 가는 고블린 놈들도 최대한 저희가 저지해 보도록 하죠.”

“몇 마리 정도는 흘리셔도 됩니다.”

“예? 아.. 예. 뭐 그렇게 말씀 하신다면야.”


킴벨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빠르게 멀어져 가는 이든을 보며 말했다.


“그럼 건투를 빌겠습니다.”


*


[사일런스] [인비저블]


스쿼드에서 홀로 떨어져 나온 이든은 두 개의 왜곡 마법으로 기척을 죄다 감췄다.

6번 지역에서 조금 더 들어온 곳은 확실히 옛 던전을 떠올리게 만드는 곳이었다.


환기되지 않는 습하고 불쾌한 공기가 숨구멍을 틀어막는 듯하고 고블린 들의 각종 배설물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거기에 사방으로 총신을 돌려대며 살점을 뜯어대는 녹색 아귀들이 길을 틀어막기까지 했다.


“게겍?”


정교한 진화를 거친 것인지 놈들은 예상보다도 감각이 뛰어났다.

거기에 명령 체계를 학습한 것인지 먼 곳에서 격발음이 들려오는 와중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켜냈다.


‘하이브가 가까워서 그런가. 확실히 지키는 놈들도 멍청하진 않네.’


스쿼드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일부 병력을 빼돌리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이든은 벽에 붙은 상태로 조금씩 발을 끌어 굴 입구를 향해 다가섰다.


“겍?”


그리고 발에 빠르게 마나를 휘감아 눈앞에 보이는 두 마리의 고블린에게 손을 내뻗었다.

끄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결하고 칙칙한 마나가 팔을 타고 들어왔다.

마나와 마기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불순물처럼 남아 있어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었다.

마족인 데일의 경우 그것을 깔끔하게 구분할 수 있었기에 문제가 없었으나, 이런 놈들의 것은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었다.


고블린의 마나를 죄다 빨아들인 이든은 비좁은 입구로 다시 진입했다.

짙은 썩은내와 속을 뒤집히게 만들고 머리를 어지럽히는 독성 기체가 사방으로 분산되는 중이었다.

몸에 두르고 있던 나노 입자가 이것에 반응하며 작은 마스크의 형태를 이든의 얼굴에 둘러씌웠다.


‘다 왔군.’


고블린 체형에 맞춘 작은 입구를 통과하자 곧 그의 눈에 거대한 둥지가 들어왔다.

붉은 액체들이 질척이는 볼록 주머니 같은 것이 가득했고 그 안에는 고블린의 영양이 될 반죽 같은 것이 가득 들이차 있었다.

역겨움을 삼키며 이든은 최대한 안쪽으로 들어가 메고 있던 폭탄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지류를 읽어낸 계기판이 네 갈래의 철제 침을 뽑아내더니 바닥에 폭탄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우선 설치는 완료 됐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니 이쪽으로 고블린들이 하나둘씩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놈들은 침입자를 잔뜩 경계하면서도 섣불리 덮쳐오고 있지 않았는데, 이든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기긱.”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나풀나풀 떠오르는 무언가가 보였다.

거기다 그 형체 옆엔 예기를 품은 칼날이 떠 있었는데, 그것들은 반복적으로 형태를 변화하며 조금씩 고블린 행렬을 가로지르며 다가왔다.

이든은 놈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조금씩 몸을 일으켰다.


“역시 따라왔군.”


반투명한 몸체로 허공을 떠다니는 벤시. 녀석은 주위를 뱅뱅 돌며 침입자에 대해 파악하려 들고 있었다. 그리고 곧 이든이 흘려낸 마나 조각을 삼키면서 긱긱 웃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생김새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네.”


옛날과 마찬가지로 미형의 얼굴을 중앙에 띄운 녀석은 칼날을 벽면에 그으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왔다.


“끼이익.”


이든이 조금씩 걸음을 뒤로 물리고 있자니 뒤쪽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칼날이 아닌 창끝을 달고 있는 듯한 모습의 벤시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두 마리였나?’


기척을 감지하고 몰아오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였었던 모양이지.

상황이 좀 불리해진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런 염려는 당장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엄습하는 상념들을 지워내고서 허리춤에 꼽혀있던 권총으로 한 놈에게 격발 격발했다.

마나가 섞이지 않은 납탄은 당연하게도 놈들의 천조각을 그냥 통과해 버렸다.


‘역시, 상대하기 까다롭다니까.’


이번엔 손가락을 치켜들고 마법을 발현했다.

확인 삼아 던져본 마력의 불꽃은 놈들에게 닿지 못한 채 사방으로 분산되어 사라져 버렸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물리적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기에 유령처럼 여겨지던 놈들이 벤시였다.

때문에 마법으로 놈들을 불사지르는 것이 일반적인 타개책이었을 터인데. 이젠 그 제약마저 벗어버렸을 줄이야.


“기기기긱.”


벤시들은 공격을 내뱉은 이든을 향해 하나뿐인 안구를 드러냈다.

마치 비웃음 짓듯이 눈꼬리를 휘던 녀석들은 몸을 한껏 웅크려댔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칼과 창을 펼쳐내더니 빠른 속도로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재밌네.”


이든은 쏟아져 들어오는 칼날을 보며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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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제안 +1 22.11.23 6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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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약진 22.11.21 51 2 11쪽
21 21화. 전진 22.11.19 51 3 12쪽
20 20화. 진화 22.11.18 57 3 11쪽
19 19화. 결전 22.11.17 54 3 12쪽
18 18화. 전초전 22.11.16 58 4 11쪽
» 17화. 심부 +1 22.11.15 59 2 11쪽
16 16화. 소탕 22.11.14 5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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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완료 22.11.08 74 4 11쪽
9 9화. 수행 22.11.07 7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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