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왕은 청년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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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10.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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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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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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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전선(2)

DUMMY

26.


벽에 찰싹 달라붙은 앙베와 전사들은 몽장군과 무차별 사격에 정신 못 차리는 중이었다.


‘그나마 실탄 아닌 게 다행이군···’


위험하게 돌아가는 센트리 건이 쏘아댄 건 제압용 고무탄.


교보재로도 쓰이는 진압용 탄이라 살상력은 없지만.

실탄만큼의 운동에너지를 지녔기에, 잘못 맞았다간 뼈가 부러질지도 모르는 위력을 발휘했다.


“남은 인원한테 합류하라 해.”


“말 안 해도 그리했다. 그러니 곧··· 지원이···”


몽장군에 쓰러진 부하는 고무탄에 귀가 뜯겨나갔고 앙베는 그걸 보며 침음했다.

목표를 코앞에 두고 발을 묶이다니.

절로 이가 갈리는 상황인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쿵쿵쿵쿵


비상계단으로 올라온 볼로냐는 이 참상의 범인을 쏘아봤다.


“아무리 고무탄이라지만, 호텔에 센트리 건 설치하는 미친 자식이 어딨어.”


“오우, 칭찬이라고 들을게.”


“목표부터 확보한다. 엄호할 테니 벨 눌러.”


구석에서 노려보는 놈들을 처리하고 싶었으나, 증원이 올지도 모르니 목표부터 확보하려 했으나.


방은 묵묵부답.

베일이 미안하다 중얼거리며 문을 까부쉈고, 인기척 없는 방에 둘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없어?”


“분명 들어가는 걸 봤다며! 이런 상황에도 장난치는 거냐. 베일!”


“흥분 멈춰! 우리 할머니에게 맹세코 봤어! 그렇게 예쁜 사람이 세상에 두 명일 리 없잖아.”


그러나 뒤져봐도 사람 온기는 없었으니.

닭 쫓던 개꼴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철수도 늦었나.”


기껏 로비까지 내려왔더니 입구는 터번 병사들이 무차별적인 총질을 벌이는 상태였고, 베일과 볼로냐는 그리스 신전처럼 생긴 기둥에 의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피슈수우우웅!


귓전을 때리는 피륙음에 베일이 실소를 터뜨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정사진에 포토샵 좀 해둘걸.”


장난칠 기분이 아녔지만, 볼로냐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멋대로 떠들어. 하고 싶었는데 못한 말 있으면 해보고.”


“뭐, 네가 최고의 팀 리더였다는 것 말곤 딱히.”


“실없는 녀석.”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와 입구부터 늘어진 적의 그림자.

더는 도망칠 구석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어디선가 나타난 사막용 허머가, 거칠다 못해 부족해 보이는 드리프트를 펼치며 입구를 밀어버렸다.


그리고 벙찐 두 사람은 ‘베일! 어서 타!’라는 외치는 운전자를 유심히 바라봤다.


예쁘장한 얼굴에 가녀린 손.

흙밭에서 구르고 온 것같은 여자는 다름 아닌 도민희였다.


---


볼로냐는 조수석에서 능숙하게 대응 사격을 펼쳤지만, 이건 용병 생활로 익은 기계적인 몸짓일 뿐.


머릿속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설마, 이거 다 몰래카메라인가?’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 안 되는 일 투성이다.

베일같은 좀생이가 대당 50만 달러짜리 센트리 건을 호텔에 버리고 온 것,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거칠게 군용차모는 미소녀가 어디 말이나 되는가.


그래, 도민수부터 뭔가 이상했다.

모델일 만해도 충분히 먹고살 것 같이 생긴 남매가, 굳이 아프리카에 온 것부터 판타지였지.

둘은 사실 배우 지망생이었는데 생활고를 겪다가, 리얼리티 방송사에 섭외되어 이 몰래카메라에-


“그만! 그것 좀 그만 쏴요! 이상한 사람 다 따돌렸다고요!”


“아. 미안.”


하지만 차 안 가득한 창문 파편과 긁힌 상처를 보니 퍼뜩 정신 들었다.


이건 빌어먹을 현실이라고.


“저 그냥 막 가는 중인데, 어디 갈 데 있어요?”


뒷좌석 베일이 말했다.


“외곽에 제 별장으로 가죠. 거기라면 안전할 겁니다.”


“나 길 모르는데.”


“당연히 바꿔야죠.”


그제야 백미러 너머 도민희의 상태를 살필 수 있었다.

온몸 가득한 모래와 멍을 보니, 몰래카메라 같은 실없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볼로냐가 정중한 어투로 왜 방에 없었냐 묻자.


“바깥에서 총소리 나고 비명 지르는 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소방 계단으로 도망쳤다가, 베일이 쫓아다니던 게 생각나서 돌아왔죠”


베일이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말했다.


“내 얼굴을 알았다고?”


그 짧은 새 백 팩까지 챙긴 도민희가 [케냐에서 하면 안 되는 일 TOP 30]란 책을 내밀었다.


“여기에 사진이 있었거든요. 절대 어울리면 안 될 사람 페이지를 펴보세요.”


TOP 2위에 ‘호색’, ‘변태’란 단어로 베일이 설명되어있었다.


“Mr. 도 너무한 거 아냐···”


“틀린 말 아니니까 운전 똑바로 해 미트로프. 그럼 Ms. 도는 저희 경호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겠군요.”


도민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경호인진 몰랐고. 근래에 스토커가 붙었었는데, 이젠 베일까지 붙나 보다 싶었죠”


“······”


“오빠 오면 이르려고 가만히 있던 거지. 저 외국인들이 누군지 몰라요.”


“자세한 건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차창 밖 모습이 숲으로 바뀌는 동안, 푸랄 사냥부터 시작된 긴 악연을 설명했고.

목조 주택에 도착했을 땐 도민희도 대강의 상황을 인지했다.


“샤워실은 위에 있습니다. Ms. 도.”


“고마워요, 베일. 오빠 말 만큼 호색한은 아니네요.”


눈앞에서 스트라이크를 꽂았음에도 베일의 태도는 의연했고.

또 경호하는 동안 호들갑 하나 없던 기억이 볼로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Ms. 도 정도면, 네 호들갑을 받을 만한 수준인 거 같은데.”


“응?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맨날 여신 타령하던 놈이. 이번엔 왜 잠잠한지 궁금해서.”


베일은 가벼운 너털웃음을 지으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가족은 함부로 건드는 거 아니야.”


볼로냐는 ‘너한테도 상식이란 게 있었군.’이라 중얼거리며 주택 주변을 살폈고, 반드시 추격이 있을 거라 짐작했다.

워낙 경황 없이 도망친 터라, 흔적을 많이 남겼을 테니까.


“보스에게 폐 끼칠 수 없으니 여기서 응전한다. 도심지를 뒤집은 또라이들이니 분명히 끝을 볼 거야.”


“근데··· 여기엔 무기가 별로 없는데. 괜찮겠어?”


그러면서 가까운 도심이 차로 50분이고 전파 중계기도 안 붙여놨다고 설명했다.


“뭐? 그런 기본적인 시설은 왜?”


“그야··· 놀다가 흥이 깨지면 안 되니까···”


그제야 이 ‘별장’ 용도가 여자 꼬셔서 질펀하게 노는 곳이란 걸 알아차렸다.

불쌍할 만큼 에둘러 말하지만, 볼로냐가 그 속내를 모를 리도 없었고.


“그럼 그렇지··· 잠깐이라도 정상이라 생각한 내가 등신이다.”


---


제 부하들까지 제물로 삼았지만, 슐레인은 멀리 도망가지 못했다.


무른 발자국만 봐도 추적 가능하다는 ‘수색 2팀’의 능력과 생포팀의 총력을 펼친 추격 끝에 수송 트레일러 구석에 덩그러니 놓이게 된 것이다.


‘저런 놈 때문에 하루를 소비하다니.’


도민수는 불길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슐레인과 창밖을 번갈아 봤다.


나이로비 호텔 건은 이미 전달받은 상태.

조급함이 밀려오지만, 아직도 복귀까지 반나절이나 남은 상황.


‘그래도 참아야지.’


에티오피아군 추격을 뿌리치겠다고, 트레일레 기사들도 사력을 다해 운전 중이니 어떻게든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아직도 죽상이네, Mr. 도. 이리 와봐 또 안아줄게.”


“워후~ 부럽다!”


“나도 화끈하게 안아줘~ 밀리앙.”


결정적으로 밀리앙 같은 미녀가 방긋방긋 웃으니, 화가 풀려버렸다.

평정을 되찾고 이후 계획을 생각하다가.

문득, 수색 2 팀원인 에니스와 잭의 굳은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런 사이였나.’


하긴 도민수 자신도 볼로냐들과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데, 혼성팀이면 눈 맞긴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밀리앙이 걸친 팔을 슬쩍 밀어내자.


“이제 와 부끄러운 거야? 샤이 보이.”


“임자 있는 사람이니 예의는 지켜야죠.”


“응?”


넌지시 팀원들이 굳었다고 말하자, 밀리앙이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하는 것도 어리네, 샤이 보이. 쟤들 그런 애들 아냐. 우리 팀은 프리하다고.”


순간 도민수의 뇌리엔 유교 사상으로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장면들이 지나갔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프리한 사이였군요.”


“뭔 생각하는 거야. 저 둘 임자 있으니까 별일 아니라는 건데. 왕성한 사춘기였구나.”


어쩌다 보니 놀림당하는 도민수였다.


국경을 지나자 쉬레스타가 곧장 MVP를 가리자며 종이를 돌렸다.

투표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알랭이 호언장담할 정도의 선물이면 돈 몇 푼 같은 가벼운 건 아닐 것이라, 은근한 기대와 이성적인 가늠자가 오간 것.


그리고 투표 내내 쏘아보는 눈초리를 보니, 도민수는 자신이 MVP는 아닐 거라 짐작했다.


‘너무 감정에 휩쓸렸어. 인질부터 풀어줬어야 했는데.’


특공 때 펼친 화려한 전력은.

아마 슐레인이 도망친 이후에 벌인 짓거리들로 다 깎였을 테니.


그때 투표용지를 걷으러 온 잭과 애니스가 넌지시 물었다.


“혹시 쉬레스타랑 움직일 때, 이상한 점 못 느꼈어?”


“가령 포위망이 너무 얇다던가, 아니면 저항이 약하다던가.”


주술만 없었다면 죽었을지도 모르는지라, 전혀 그런 기색은 못 느꼈다고 답하자.


“임무를 복기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슐레인이 너무 느리게 도망쳤어.”


“잡히면 기록적인 종신형을 받을 텐데. 굳이 그랬을까요?”


“이유야 모르지만, 일단 보스한테 따로 보고드리고 더 파볼 생각인데. Mr. 도도 우리랑 같이 움직여 보지 않을래?”


전격적인 팀 이적 제안.

언젠간 A급으로 옮겨야 하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상황이나.


지금은 확답을 줄 수 없었다.


“대답을 미뤄도 될까요. 처리할 일이 남아서.”


---


울분이 생기면 왠지 모르게 몸이 더 가벼워지는 기분.

슐레인 추격할 때는 물론, 과거 작전 중에도 그래 왔다.


약을 맞은 듯한 황홀경까지 느껴지는 이 감각이 주술의 영향일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잠시 스쳐 갔다.


이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일단은 민희 쪽이 먼저니까.


본사 도착하자마자 곧장 정보부에다가, 호텔 습격 사건 정보를 사겠다고 전했다.


“주동자들은 푸랄 잔당인데. 요루바 부하들도 섞인 것 같단 보고가 있더라고.”


“저희 팀은 연락 없었고요?”


“응, 위치 추적도 여의치 않아. 여긴 케냐잖아?”


호텔 사건은 마이디 장관 주도하에 케냐 내부 소임이 됐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회사에 요청한 건 없기에 이도 저도 못 하게 된 것.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어 현장이라도 돌아보려 했는데.


영 보스가 나를 호출했다.


“도움이 필요해요. Mr. 도 ‘민’이 위험해요.”


“위치 파악된 건가요.”


“네, ‘민’이 끌고 간 차. 원래는 프론트의 멘델꺼잖아요. 그게 증여 식으로 판매한 회사 물건이라 추적할 수 있었죠.”


이게··· 이런 식으로 풀리네.


그러더니 알랭에게 혼날 걸 무릅쓰고 케냐 국토부 감시카메라 영상까지 뚫었다고 한다.


이틀 전 팀원과 민희를 태운 차가 나이로비를 빠져나갔고, 아직도 안 돌아온 건 암살자를 매듭지으려는 것 같다 짐작된다고 전했으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몇 시간 전 신원 미상의 인물들이 톨게이트를 공격하며 빠져나갔어요.”


“규모는?”


“일개 소대급으로 확인했는데 문제는 후속 병력이에요.”


가스파르는 손을 떨며, 슬럼가에서 신원 미상의 병력이 뒤따랐다고 덧붙였다.

아마 푸랄 잔당 놈이 무기를 쥐여주며 급조한 세력인 듯 보였다.


“나머진 가면서 설명드릴게요. 한시가 급해요.”


나는 연전을 펼칠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로비에 나왔을 땐 그런 걱정이 싹 가셨다.


가스파르 녀석 내 동생한테 진심인 모양이다.


“꼭, ‘민’을 구해줘요.”


눈에는 눈.

머릿수엔 머릿수.

거기에 영 보스의 금력으로 덧칠한, 사설 용병 부대까지 모은 걸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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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나이로비 침묵의 날(2) 22.11.14 186 2 13쪽
14 나이로비 침묵의 날(1) 22.11.13 209 2 13쪽
13 인질 교환 22.11.12 211 3 11쪽
12 욕은 하지맙시다. 씨발 22.11.11 229 1 12쪽
11 승리기념 축하파티 22.11.10 252 6 13쪽
10 수류탄 각을 참았다 22.11.09 270 6 11쪽
9 진짜가 나타났다 22.11.08 305 6 12쪽
8 전설 속에 사는 남자 +1 22.11.07 351 5 15쪽
7 한국-케냐 합동 보복작전 22.11.06 411 4 14쪽
6 방탄의 저주 +1 22.11.05 420 7 13쪽
5 PMC 회사 이모탈리언 +1 22.11.04 448 8 13쪽
4 총알 농장 경호팀 +1 22.11.03 514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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