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스탯 9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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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티아
작품등록일 :
2022.10.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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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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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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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7화

DUMMY

"미안. 내가 괜히 여기 오자고 해서 못 볼 꼴을 봤네."

"괜찮아! 네 잘못은 아니잖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어떻게 알았겠어."


서린이가 말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시큰거린다.


'알고 온 거 맞는데.'


이렇게 난장판이 벌어질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그녀를 데리고 온 것은 맞으니 약간의 미안함이 느껴졌다.


"여기서는 더 못 먹을 거 같은데··· 일단 나갈까?"


가게 안은 그야말로 처참한 상황이었다.

깨진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릇.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의자와 탁자.

그것들에 묻어있는 음식의 잔해들까지.

가급적 가게에 피해를 주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 싸움을 지양한건데, 어째 그 노력이 무의미해진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에서 끝난게 다행인가.'


진짜로 싸우기라도 했다면 더 심각해졌을 테니까.

하지만 직원의 생각은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방금 전에 목숨을 위협을 받은 것이 그리도 충격적이었는지, 훌쩍거리고 있는 직원을 보며 서린이가 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선우야. 잠깐만 도와주고 가는건 어떨까?"


선한 성품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도저히 이 참담한 광경을 두고 그냥 떠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다른 손님들은 뭐 씹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


나도 양심의 가책이 좀 느껴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엄밀히 따지만 내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약간의 책임감이 느껴졌다.

마정석만 먹고 손을 씻기에는 마음이 좀 편치 않을 것 같으니, 그걸 얻게 해준 직원에게 작은 도움 정도는 주기로 했다.


"저기, 괜찮으세요?"


아직까지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아있는 직원에게는 서린이가 다가갔고, 나는 잔해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에서 보니 상태가 더 심각했다.

하필이면 수분이 많은 파스타 소스가 쏟아졌기에 가구의 색깔이 변색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근처에 있던 휴지 몇 장을 뽑은 뒤 의자 다리를 문질러보았다.


'어림도 없네.'


걸레가 필요할 것 같다.

직원을 위로하고 있는 서린이를 힐긋 바라봤다가 몸을 일으켰다.

직원에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찾아볼 생각이었다.


"여깄네."


찾는 것에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주방의 한 구석에 나란히 놓여있었기에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가까이 가서 하나를 잡아보았다.


'축축하네.'


청소를 끝마친지 얼마 지나지 않은걸까?

직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타이밍이 좋았다.

걸레를 사용한지 너무 오래되었다면 물을 적시느라 시간을 할애해야 했을 것이다.

걸레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고.


스윽


하지만 나는 그럴 일 없이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주방에서 나오자, 서린이가 직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휘청거리는 모습이 영 위태로워 보였기만 서린이가 단단하게 그녀를 붙잡아주었다.


"이제 괜찮아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원이 나를 보며 작게 중얼거린다.


"이제부터 제가 할게요."

"아닙니다."


나는 걸레를 잡으려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밀쳐냈다.


'서린이가 없으면 똑바로 걷지도 못 할 거 같은데 뭔.'


후들거리고 있는 직원의 다리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이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대가도 드리지 않고 이럴 수는···."

"정말 괜찮습니다."


직원은 내가 빈말을 하는 줄 알고 미안해하고 있었지만, 나는 정말로 대가를 받았다.

마정석이라는 아주 훌륭한 보상을 말이다.


스윽 스윽


걸레를 문지르면서 운을 띄웠다.


"가게가 망가져서 상심이 크시겠네요."

"어쩔 수 없죠.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에요."

"드문 일이 아니라고요?"

"헌터 분들이 진상을 부리면 일반적인 싸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란이 일어나거든요. 오히려 이 정도면 조용히 끝난 편이에요."


직원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막상 목에 칼이 들어오면 무서워지는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 많이 익숙해보이는 듯한 태도였다.


"이거 수리비는 누가 내는데요?"

"유설 그룹에서 다 고쳐줘요. 잘은 모르지만··· 소란을 일으킨 헌터들에게 돈을 많이 받아내기 때문에 그렇게 손해는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앞뒤 안 가리고 가게 물건을 때려부술 정도로 막장인 헌터들에게서 어떻게 돈을 뜯어낸다는거지?

설유화의 얼굴을 떠올리던 나는 소름을 느끼고 고개를 저었다.

···뭔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서워지는 기분이다.

막 노예로 삼아버리고 그러는건 아니겠지?


"그래도 위험하지 않나요? 잘못했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는건데···."

"어쩔 수 없죠. 요즘 취업하는게 얼마나 힘든데요."


강서린의 걱정을 그렇게 일축한 직원이 몸을 일으켰다.


"도와주시는 분들에게 이런 얘기 하긴 그렇지만··· 계산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할게 뭐가 있어요. 할 일 하시는건데."


나는 설유화가 준 카드를 꺼내서 내밀었다.


"대충 음식이 몇 개 엎어진 걸로 치고, 조금 더 결제하셔도 괜찮아요. 팁이라고 생각하고 가지세요."


한도 무제한의 카드를 본 직원의 눈은 칼날이 목에 들어왔을 때보다도 더 휘둥그레해졌다.



***



"끝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고마웠어 선우야."

"응."

"나도···."


입술을 달싹거리던 강서린은 결국 입을 꾸욱 다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던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카드를 얻게 된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던 거겠지.

그녀는 마수를 처치한 공적에 대한 건 아무것도 받지 못했는데, 나는 대단한 보상을 받은 셈이니까.


"잘 가! 내일 보자!"


하지만 그녀는 결국 나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택했다.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인데, 나에게 따지듯이 말할 수도 없는거니까.


"잘 가."


도도도 달려나가는 강서린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돌렸다.

강서린의 상처는 깊다.

내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우선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품에 있는 마정석을 만지작거리며 발걸음을 옮기자, 주변 풍경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식당들이 모여있는 거리에서, 상인들이 호객 행위를 하는 길바닥으로, 그리고 그 길바닥을 지나서 우중충한 골목길로.


'분명히 이 골목이었지.'


골목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 쪽으로 들어갔다.

상당히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었다.

쥐새끼가 돌아다니고, 여기저기는 취객들의 토사물들이 쏟아져있고, 담벼락에서도 썩은 냄새가 났다.


타박타박


그럼에도 나는 확신을 가지고 곧은 발걸음으로 나아갔다.

가장 안까지 들어가자 막다른 길이 나타났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벽에 있는 특이한 색의 벽돌을 꾹꾹 눌렀다.


쿠구구궁


그러자 벽이 움직이면서 숨겨진 통로를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안쪽에서 약초 냄새가 화악 퍼졌다.

얼굴을 살짝 찡그릴 정도로 독한 냄새였다.


달그락 달그락


숨겨진 통로의 안쪽에서 유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약초 냄새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진 이후에야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숨겨진 통로를 지나자 나타나는 것은 작은 비밀 연구실.

연구실의 주인인 작은 소녀가 플라스크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스읍··· 후아아···."


그러다 소녀는 플라스크를 내려놓고 약초를 한 웅큼 쥐어서 냄새를 맡았다.

그런 그녀의 표정이 몽롱해졌다.

마치 마약이라도 흡입하는 것 같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약초가 내뿜는 특유의 쓴 냄새가 무척이나 고약했기 때문이다.


'문에서 나던 냄새의 근원이 저 약초인가?'


나조차도 익숙해지지가 않는 약초의 냄새를 황홀한 표정으로 맡고 있는 이예림을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기."

"···헤헤."


내 말이 전혀 귀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


'감각이 마비되어버린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순간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버리고 말았다.

그만큼 이예림의 모습이 정상으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끔찍한 후각 테러 때문에 청각마저도 맛이 가버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툭툭


가까이 다가가서 어깨를 두드렸다.


"흐헷?!"


그녀가 화들짝 놀라면서 몸을 돌렸다.

그러다가 내 얼굴을 알아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아! 그··· 의뢰자님!"

"백선우야."

"넵! 의뢰자님!"


호칭을 바꿀 생각은 없어보인다.

일단 그건 제쳐두고, 우선은 이예림의 손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보다 그건 대체 뭐야?"

"의뢰자님 덕분에 여윳돈이 생겨서 산 아주아주 귀한 약초에요! 무려 한 뿌리에···."


만져볼 생각도 하지 못 할 정도로 비싼 약초.

그걸 얻게 된 이예림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 방금까지 그녀가 냄새를 맡고 있던 것의 원인이었다.


'아무리 기뻐도 저걸 코에 가까이 가져다대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질린 표정으로 그 풀뿌리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얘도 어딘가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뭔가 내 예상이랑 다르네.'


생각보다 돈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심정은 유약한 편이지만, 쓸 때는 쓰는 타입인건가?


"그런데···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제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셔서 알려드리긴 했는데, 이렇게 금방 찾아오실 줄은 몰랐네요."

"만들어줬으면 하는 물건이 있거든."


빛나는 마정석을 꺼낸 뒤, 그녀의 눈앞에 내밀었다.


"가능할까?"


방금 자신이 만지작거리고 있던 약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마정석을 본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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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12 22.11.22 2,153 79 9쪽
23 23화 +10 22.11.21 2,410 79 12쪽
22 22화 병원 +9 22.11.19 2,629 83 13쪽
21 21화 - 두 번째 실습 (3) +5 22.11.18 2,677 95 12쪽
20 20화 - 두 번째 실습 (3) +6 22.11.17 2,785 94 14쪽
19 19화 - 두 번째 실습 (2) +4 22.11.16 3,003 100 11쪽
18 18화 두 번째 실습 (1) +7 22.11.15 3,305 105 12쪽
17 17화 - 이론수업 +6 22.11.14 3,411 112 11쪽
16 16화 - 게이트 실습 (3) +3 22.11.13 3,453 111 12쪽
15 15화 - 게이트 실습 (2) +3 22.11.12 3,583 106 12쪽
14 14화 - 게이트 실습 (1) +4 22.11.11 3,880 114 13쪽
13 13화 - 히든 업적 +4 22.11.10 3,990 122 13쪽
12 12화 - 입학식 (3) +5 22.11.09 3,947 120 11쪽
11 11화 - 입학식 (2) +4 22.11.08 4,068 115 11쪽
10 10화 - 입학식 (1) +4 22.11.07 4,280 126 9쪽
9 9화 - 실기시험 (2) +3 22.11.06 4,423 117 15쪽
8 8화 - 실기시험 (1) +6 22.11.05 4,690 117 18쪽
7 7화 - 영약 +8 22.11.04 4,826 120 11쪽
6 6화 - 카지노 (2) +4 22.11.03 5,171 114 12쪽
5 5화 - 카지노 (1) +3 22.11.02 5,296 1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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