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삼형제, 아카데미를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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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하리
작품등록일 :
2022.10.26 11:15
최근연재일 :
2022.11.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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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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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악수

DUMMY

이른 새벽.

회는 잠의 기운에 취해 비틀거리며 집 밖을 나왔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을 양동이로 퍼서 머리에 끼얹었다.

촤아악-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푸푸-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칼을 대충 넘겨버리고 쌀쌀한 새벽 공기를 뚫고 마을 주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몇번이고 달렸다.


"우에엑."


너무 차올라 가끔은 토하기도 했다.


"허억. 허억."


그렇게 달리고 나서는 목검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탁- 탁- 퍽-

나무를 상대로 검을 쉬지않고 휘둘렀다.

손바닥에는 이미 웬만한 검사 못지 않은 굳은살이 단단히 박혀 있었다.

그의 경험상 노력이 배신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검만 휘두른다고 좋은 수련법은 아니었다.

검이라는 것은 그 이치가 매우 기묘해서, 항상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며 검을 휘둘러야 했다.

그의 스승은 말했었다.

생각을 멈추고 검을 휘두르는 순간, 그 검사의 생명은 다한 거라고.

무엇보다도 마나를 운용하는 연습이 필수였다.


회는 나무를 향해 실컷 검을 휘두른 다음, 가부좌를 틀고 정신을 집중했다.

머리는 차게, 가슴은 뜨겁게.

자신의 몸 안의 마나를 움직였다.

대다수의 검사들은 마나를 움직이는 수련을 소홀히하곤 했다.

아예 모르는 이도 적지 않을 정도였다.

대다수의 검사들은 몸의 바깥만 단련하기 바빴다.

물론, 그 방법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검기가 없는 상대에게만 효과가 있었다.

검에 마나를 싣는 경지에 오른 이를 만난다면, 그저 검째로 베어져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마는 것이다.

회도 마나를 움직이는 수련을 소홀히 했었다.

그러다, 뜻밖에 스승을 만나 뒤늦게 그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다르다.


'바깥도, 안도. 모두 철저하게 단련해 주겠어. 두번 다시 잃지 않을 것이다. 바보같이 지킬 것을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꽉 깨물은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마왕 진영에 공포의 이명을 떨쳤던 검귀는 다시 한번 굳게 다짐했다.


"여- 형제여. 뭐하나."


갑작스레 들려온 소리에 회는 눈을 떴다.

빙이 환의 말투를 흉내내며 휘적휘적 걸어오고 있었다.

회는 입술에 흘러내린 피를 닦아냈다.

빙은 바로 전날, 계획대로 두 중급 정령과 성공적으로 계약을 맺어 꽤나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거기다 한숨 푹 자고 오는 길이라, 발걸음도 가벼웠다.


"오. 마나 운용 연습 중?"


빙이 툭 던진 말에, 회가 살짝 놀랐다.


"뭐? 그걸 어떻게 알았지?"


빙이 하품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뭘 어떻게 알아. 난 이 세계의 일을 너보다 잘 안다니까. 회귀했으면 네 시점에서밖에 못 봤을 것 아냐. 난 다 봤어. 당연히 검사의 마나 운용법도 알고 있지."

"...진짜인가보네."

"내 말을 못 믿었던 거야? 실망이네."


빙은 회의 몸 안에서 마나가 움직인 흔적을 슬쩍 보았다.


"더할나위 없구만. 잘하고 있어."

"...? 그래, 고맙다. 너에겐 마나의 흐름이 보이나?"

"? 넌 안 보이냐?"


회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거 불공평하구만. 누구는 겨우겨우 느낌만 희미하게 나는데, 누구에게는 흐름이 아예 눈에 보이다니."

"재능의 차이지. 어쩌겠나, 형제. 천재를 형제로 두면 다 그런거야. 익숙해져."


뻔뻔스레 말하는 빙에게, 회는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그럼 환은 어떻지? 환은 본인이 환생한 대마법사라고 하던데."


빙이 목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 애늙은이같은 말투를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한데, 마나량이 너무 적어. 게다가 점점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거든."


회가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래? 마법사가 아닌 건가?"

"음... 이상한 마나의 흐름이 보이긴 하지만... 마나가 쌓이질 않으니."

"그것도 그만의 수련법이지 않을까?"


빙이 고개를 저었다.


"아마 아닐걸. 자신의 마나를 없애는 수련법은 들어본 적 없어."

"그런가. 두고 보면 알겠지. 그나저나, 빙.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보이네."


빙이 씨익 웃으며 자랑하듯 말했다.


"하하, 그렇지. 두 중급 정령과 계약을 했거든."


회의 눈이 커졌다.


"그게 가능한가? 고작 9살의 나이에? 내가 듣기로는 웬만한 정령사도 살아생전에 중급 정령과 계약을 맺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빙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너도 9살 같진 않아. 실리네, 부르니. 잠깐 나와서 제 형제랑 인사 한번 하시죠."


푸르르르.

허공에서 물과 불이 끓어오르더니 각각 매와 도마뱀이 되었다.

둘은 빙의 양쪽 어깨에 각각 자리를 잡았다.


「꼬마 계약자의 형제인가? 반갑군. 물의 중급 정령, 실리네다.」

「오. 검사인가. 검사 좋지.」

「인사나 해라.」

「불의 정령 부르니다.」


부르니는 혀를 낼름거리며 말했다.

회는 입이 떡 벌어졌다.


"제 마력이 줄줄 새는군요. 그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둘은 각각 물과 불로 변해 사라졌다.


"너, 너... 진짜구나. 진짜 빙의한 거였어."


회가 너무 놀라 말까지 더듬으며 말했다.

빙이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아 진짜라고! 도대체 언제 믿는거야? 너 이렇게 하고 또 내일 진짜냐고 물어볼거지."

"아, 아냐. 이번엔 진짜로 믿는다."

"잘됐군. 여튼, 이세계로 날아가는 여타 다른 소설들처럼 여기도 마왕을 물리치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잘해보자고."


회가 진지해진 눈으로 자신의 형제를 쳐다보았다.


"마왕을 쓰러뜨릴 생각인가?"

"물론."

"쉽지 않을텐데."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냐."

"좋다. 어차피 나도 마왕의 목을 베려했으니."


서로를 완전히 믿게된 빙의자와 회귀자는 악수를 나누었다.



* * *



시간은 흐르고, 형제는 열세 살이 되었다.


"하압!"

"큭."


회가 내지른 목검을 간신히 막아낸 것은, 어릴적 환을 괴롭히던 골목대장 기라프였다.


"제법인걸."

"으윽. 오늘은 안 진다!"


회는 기라프와 목검을 맞대고 힘겨루기를 했다.

그러다 검에서 한 손을 뗐다.


"...!"


회는 한 손만으로 기라프의 검을 버텼다.

그리고 다른 한손으로 빠르게 그의 복부에 주먹을 박아넣었다.

퍽!


"커억!"


기라프는 힘이 빠지며 주저앉았고, 회는 손쉽게 그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댔다.


"실력이 늘었군."

"...괴물같은 놈."


기라프는 회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어떻게 그렇게 강한거지?"

"노력의 결실이지. 너네가 환을 괴롭힐 시간에 수련을 했으면 지금보다 강해졌겠지."

"큭. 할말 없군."


기라프 무리는 휴이가 없을 때를 노려 이따금 환을 괴롭혔었고, 그러다 회에게 걸려 강제로 검술의 길로 접어들었다.

회는 매일같이 그들을 두들겨팼고, 기라프와 그의 무리는 그런 회를 한번이라도 이겨보고자 아득바득 이를 갈며 수련을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자, 다음!"

"크란츠, 너야."

"아, 아니거든? 미첼, 너야."

"다음!"

"너라고! 빨리 나가!"

"아니라고! 네 차례라고!"

"5초 안에 안오면 2대1한다. 5, 4, 3-"


크란츠라고 불린 아이가 서둘러 앞으로 나왔다.


"나왔어! 나왔어!"

"2, 1."

"응? 나왔는데..."

"아니. 늦었다."

"아냐. 분명히 3 할 때 나왔어."

"아니."

"그치만..."

"아니."

"..."


크란츠의 표정이 굳었다.


"미첼. 너도 나와."

"어? 나도?"


미첼은 우물쭈물 목검을 질질 끌며 크란츠 옆에 섰다.


"후후후··· 2대1을 신청하다니. 그만큼 자신이 있어서겠지?"


회가 씨익 웃었다.


"무슨 소리야! 네가 멋대로-"

"자, 간다! 죽을 각오로 덤벼라!"

"으아악! 미친놈아!"


그리고 현재는 회의 대련 상대로 열심히 수련에 임하고 있었다.

기라프는 죽지 않을 각오로 필사적으로 회를 상대하고 있는 크란츠와 미첼을 지켜보았다.

인정하긴 싫지만, 회와의 수련은 그들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었다.

기라프를 비롯하여 크란츠와 미첼도 처음에는 회가 검을 휘두르는 족족 맞기 바빴지만.

지금은 회의 검을 막고, 회피하며 반격을 노릴 정도로 성장했다.


"미첼! 포지션 2 간다!"

"라져 댓!"

"오호! 와라!"


회는 기뻐 죽겠다는 듯이 그들의 공격을 기다렸다.


"이야아아아아!"

“으랴아아아아!”


미첼과 크란츠는 회에게 달려가며 위 아래로 동시에 베어들어갔다.

숙여서 피하면 다리가 맞을 것이고, 아래의 검을 피하고자 한다면 위의 검에 맞을 것이었다.


"하하하하하! 좋아!"


회는 피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광인처럼 웃으며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어?"

"하압!"


회는 위아래로 베어들어오는 두 개의 검을 그대로 무식하게 내려찍었다.

뻑! 빠악!!

두 개의 검은 그대로 작살이 났다.


"끄악!"

"아악! 내 팔!"


크란츠와 미첼은 그 여파로 바닥을 뒹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회는 만족스러워하며 소감을 늘어놓았다.


"아주 좋았어. 협동 공격이라니! 위아래로 퇴로를 막는 동시에 공격하는 것, 아주 좋았어. 봐봐, 하니까 되잖아."

"으으으··· 뭐가 돼. 안됐잖아..."


미첼이 바닥에 뒹굴며 대꾸했다.

회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너희들은 목검 하나씩 더 구해와라. 오늘 좋았어. 오늘처럼만 하자."

"흐윽... 귀신 같은 놈..."


바닥에 나뒹구는 두 소년을 뒤로하고, 회는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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