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화랑이 무림을 정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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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이야기
작품등록일 :
2022.10.26 15:40
최근연재일 :
2023.03.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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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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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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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구출 작전 (1)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에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작가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지어진 허구입니다.




DUMMY

위민이 무림맹 소속 백호단에 들어간 지도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위민은 무림맹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그 과정에서 조장 악진은 여러모로 도움을 주었다. 두 사람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 땡 땡 땡 땡


백호단이 모여 있는 거처를 중심으로 긴급한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은 이어질 명령에 귀를 기울이며 집중했다.


모두가 숨도 쉬지 않은 채 다음 연락을 기다리는 찰나 누군가의 내공을 담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일조부터 십조까지, 그리고 사십구조는 작전 수행을 준비한다. 각 조의 조장은 지금 당장 인원을 점검하고 연무장으로 오도록.


명령을 들은 백호단에는 작은 소란이 생겼다. 짧은 내용이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십구조의 조장, 악진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 무슨 일이지?"


" 무슨 일이긴. 드디어 출동 명령이 떨어지는 것이겠지. 아마 지금 바로 출동하게 될 거다."


" 그렇게 급하게 출발한다고?"


" 뭐. 급한 것은 우리뿐이겠지. 윗선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했을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졸 아닌가."


" 그래서 이렇게 소란스러운가 보군."


" ... 흠. 그것만은 아니겠지."


씁쓸한 악진의 말에 위민은 다른 내막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잠시 주변을 살핀 악진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자네도 이제 우리 일원이니 알아두게. 그들이 동요하는 것은 바로 우리 사십구조가 포함된 임무이기 때문이겠지."


" 그 말은?"


" 맞네. 바로 희생이 불가피한 작전이란 뜻이겠지. 자세한 내용은 다녀와서 이야기하지. 자네도 준비하고 있게. 아마 얼마간은 쉴 틈이 없을 테니."


말을 마친 악진은 급히 연무장으로 뛰어갔다. 위민도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 필요한 소지품을 간단히 정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악진의 커다란 목소리가 벽을 넘어 들려왔다.


" 사십구조는 모두 금일 오시(11시~13시)까지 출전 준비를 마친다. 자세한 명령은 출발 전에 일괄로 안내하겠다."


악진의 명령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희미하기 그지없었다. 모두가 자신의 죽음을 어렴풋하게 예감하고 있었지만, 단 한 사람만은 달랐다.


위민의 눈이 검날과 같이 반짝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오시가 되었다. 위민을 비롯한 사십구조의 인원들은 다른 백호단과 함께 대연무장에 정렬한 상태로 누군가를 기다렸다.


연무장에는 지난번 위민과 식당에서 만난 오룡과 함께 다양한 색의 명찰을 단 사람들도 있었다.


시간이 잠시 흐르고 중앙 단상 위로 도복을 입은 노인 하나가 올랐다. 노인의 키는 작은 편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잘 벼려진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리고 노인이 들고 있는 오래된 송문고검(松紋古劍)은 그의 사문이 구파일방을 대표하는 무당이라는 사실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그의 가슴에는 남색 명찰이 달려있었는데, 그가 무림맹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의 등장에 칠백이 넘는 인원이 긴장한 채 숨죽이고 있었는데, 위민 역시 그의 등장을 차분히 바라보았다.


' 무림맹에 와서 본 무인 중 가장 무위가 뛰어난 자다. 제갈각 그 이상인가.'


잠시 뜸을 들이며 연무장을 둘러본 노인은 내공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반갑습니다. 노부는 무당파의 장로이자 허필이라는 도명을 쓰고 있습니다.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여러분을 대표해 이번 작전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인사였지만,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의 사기를 높이기에는 충분했다.


허필이 누구던가?


검의 총본이라고 불리는 무당파에서도 가장 영광스러운 무당제일검의 호칭을 가진 자가 아니던가.


그런 자와 함께 한다는 것은 명령이 성공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


" 이번 작전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출진에 최종 목표는 남궁세가를 지키는 것입니다."


방금과는 다르게 모든 이들은 당황스러운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남궁세가라 하면 오대 세가에서도 가장 강한 세가이자, 화경에 오른 남궁천이 지키고 있는 난공불락의 가문이었다.


감히 어떤 정신 나간 놈이 그곳을 공격하러 간다는 것인가? 모두의 눈은 더욱 허필의 입을 향했다.


"... 개방의 첩보에 따르면 혈천문의 개악단(開惡團)이 이미 무한을 지나 합비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합비에서 장강을 넘어 남궁세가를 공격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게다가, 음지에서 그들을 보조하는 세력도 있다고 합니다. 무량수불..."


놀라운 소식이었다. 서로를 탐색하며 본격적인 싸움은 피하던 무림맹과 혈천문이었다. 첩보대로 남궁세가를 향해 개악단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면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었다.


허필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오룡 중에 하나인 남궁설을 찾았다. 남궁세가의 일원이자 남궁천의 딸인 그녀의 걱정이 가장 클 것이기에.


예상과는 다르게 남궁설의 표정은 침착했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그녀의 표정에 사람들은 다시 무당의 장로 허필을 바라보았다.


" 이제부터는 전시에 준하는 체제로 작전이 진행됩니다. 지금 바로 인원을 둘로 나누겠습니다. 백호단의 지휘는 여기 화산파의 현강을 비롯한 오룡이 맡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 적색 명찰 이상의 인원은 나와 함께 합니다. 그럼 모두 무사히 다시 뵙길. 무량수불."


말을 마친 허필이 깊게 숙여 인사하자 연무장의 모든 인원도 포권했다. 허필과 그를 따르는 일행이 먼저 사라지자 연무장에는 오백이 넘는 백호단과 오룡이 남게 되었다.


물론 그 수는 많았지만, 허필이 이끄는 정예와 비교한다면 미약한 전력이란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오룡 중 자연스럽게 가장 앞으로 나온 현강이 백호단을 향해 외쳤다.


" 우리는 이 길로 장강을 넘어 개악단의 후방을 교란할 것입니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명령이었지만 중원의 지리를 빠삭하게 알고 있던 악진은 의아함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 백호단 사십구조 조장 악진입니다. 궁금한 것을 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


" 네. 그러십시오."


" 이 정도 인원으로 장강을 넘는다는 말씀이십니까? 잘못하면 남궁세가에 다다르기도 전에 배후가 고립될 수도 있습니다."


악진의 의심은 합리적이었다. 황하와 장강 사이의 지역은 어느 누구도 완벽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지역이었다. 그곳에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는지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현강은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 우리의 목표는 그들의 행군을 지연시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무리한 전투는 지양하고 천천히 뒤를 따라 위협하기만 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허필 대협을 비롯한 무림맹의 지원군이 남궁세가에서 단단히 방비할 시간을 벌겠지요.


그들도 남궁세가를 목표로 하는 한 우리를 무리해서 공격하지는 않을 겁니다."


과연 그럴듯한 현강의 말에 대부분의 백호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위민이 큰소리로 외쳤다.


" 나도 질문 하나!"


공식적인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위민의 말에 많은 이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특히, 현강 뒤에서 자리하고 있던 영오는 큰 소리를 낸 위민을 쳐다보고는 죽일듯한 표정을 지었다.


현강 또한 감정이 상했지만,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며 되물었다.


" 위민 소협이시군요. 어디 계신가 했더니 백호단 소속이셨나 봅니다. 아직은 작전을 진행하기 전이니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다만, 다음부터는 위계를 지켜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모두가 현강의 사려 깊은 모습에 감탄하고 있을 때, 위민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 그들의 목표가 남궁세가인 것은 확실합니까?"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민의 질문에 현강조차 바로 입을 열지 못하였다. 위민은 대답이 없는 현강을 두고 다시 말을 이었다.


" 만약 그들의 목표가 남궁세가가 아닌 다른 무엇이라면 그때도 후방에 있는 우리를 공격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위민의 질문은 모두의 허를 찔렀다. 만약 개악단의 목표가 남궁세가가 아니라면, 스스로 장강을 넘은 백호단과 오룡은 큰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한 현강은 다시 입을 열었다.


" ...위민 소협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저는 개방의 정보력을 믿습니다. 그리고 만약 어떤 위험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이 현강. 반드시 모두를 지켜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강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연무장에 있던 백호단은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 현강 만세~!!


- 개악단 따위야 우리로 충분하지.


- 남궁세가야 조금만 기다려라~


사기가 넘쳐 소리를 지르는 이들 사이로 위민의 눈은 고요해지기만 했다.


***


말을 마친 오룡과 오백여 명의 백호단은 그 길로 임무에 나섰다. 한나절을 꼬박 달린 그들이 다시 모인 곳은 장강 근처의 비밀 안가였다.


" 낙오자 없이 전원 다 모였습니까?"


가장 먼저 장강에 도착한 것은 현강을 비롯한 오룡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내공을 쌓은 이들의 경공은 백호단과 비교하기에는 너무나 높은 수준이었다.


미리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한 현강이 자신의 옆에 있는 도정을 바라보았다.


소림사 출신의 도정은 그 나이답지 않은 진중함과 치밀함으로 오룡의 머리 역할을 맡은 사내였다. 그가 멀리서 오는 백호단을 보며 답했다.


" 다행히 지금까지는 낙오자 없이 전원 도착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다만..."


" 다만?"


" 백호단 중 사십구조의 속도가 예상보다 매우 느립니다. 다들 부상이 있는 것은 알지만···."


도정이 말끝을 흐리자 옆에 있던 영오가 짜증을 냈다.


" 이리 중요한 임무에 저런 것들을 함께 보내다니. 어른들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것들은 내버려 두고..."


" 영오! 그만하거라. 다 이유가 있을 테니. 다시 한번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이는, 이번 임무의 지휘자로서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현강의 단호한 말에 오룡 모두는 입을 닫았다. 잠시 분위기를 살핀 도정이 현강의 표정을 살피며 다시 말했다.


" ...네. 하지만, 최악의 경우도 생각은 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은 괜찮지만, 실제 전투가 벌어진다면 소수가 잡는 발목에 전체가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승려인 도정이었지만, 상황을 바라보는 그의 머리는 누구보다 냉철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현강도 더는 대꾸하지 않은 채 멀리서 다가오는 백호단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들의 위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 흐아암~"


- 챙


낯선 이의 목소리에 오룡 모두는 무기를 빼 들었다.


" 누구냐?"


날선 현강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지붕 위에서 낯익은 신형의 사내가 일어났다.


" 이제 왔어? 다행히 한숨 잘 잤네."


기분 좋게 낮잠을 잔듯한 위민이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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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남궁세가의 가주 (4) 23.03.10 74 4 12쪽
73 남궁세가의 가주 (3) 23.03.08 72 4 12쪽
72 남궁세가의 가주 (2) 23.03.06 76 4 11쪽
71 남궁세가의 가주 (1) 23.03.03 77 4 12쪽
70 남색 명찰의 의미 (3) 23.03.01 81 4 11쪽
69 남색 명찰의 의미 (2) 23.02.27 79 4 12쪽
68 남색 명찰의 의미 (1) 23.02.20 88 4 12쪽
67 남궁세가 구출 작전 (8) 23.02.17 88 4 11쪽
66 남궁세가 구출 작전 (7) 23.02.16 86 3 12쪽
65 남궁세가 구출 작전 (6) 23.02.13 91 4 12쪽
64 남궁세가 구출 작전 (5) 23.02.10 101 4 12쪽
63 남궁세가 구출 작전 (4) 23.02.09 88 4 12쪽
62 남궁세가 구출 작전 (3) 23.02.06 84 4 12쪽
61 남궁세가 구출 작전 (2) 23.02.03 91 5 12쪽
» 남궁세가 구출 작전 (1) 23.02.01 87 4 11쪽
59 무림맹 (3) 23.01.30 100 4 11쪽
58 무림맹 (2) 23.01.27 93 4 12쪽
57 무림맹 (1) +1 23.01.25 127 5 12쪽
56 위민, 무림으로 향하다 (4) +1 23.01.23 117 4 11쪽
55 위민, 무림으로 향하다 (3) +1 23.01.20 112 4 13쪽
54 위민, 무림으로 향하다 (2) +1 23.01.18 96 4 12쪽
53 위민, 무림으로 향하다 (1) +1 23.01.16 104 5 11쪽
52 세 친구(4) +1 23.01.13 10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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