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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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엠베오
작품등록일 :
2022.10.26 18:05
최근연재일 :
2023.01.1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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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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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들

DUMMY

오전 열 시, 퇴실까진 한 시간 남았다.


“아직 여유 있지.”


태준이 와이프에게 물었다.


“응.”


티비를 켠 태준은 뉴스채널에서 리모컨을 내려놨다.


[다음 뉴스입니다. 교직원과 경상북도 공직사회를 발칵 뒤집은 ‘마사지 성매매’ 스캔들에 연루된 37명이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경북경찰청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송치...]


“놀러 와서 무슨 뉴스야. 딴 거 보자. 오빠.”

“잠깐만.”


[매출 장부에 기록된 성매수자 가운데 신원이 우선 파악된 도내 한 초등학교 행정실 직원을 포함해 지자체 공무원 9명도 이날 함께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신원이 확인된 군인 5명은...]


“왜. 오빠 걸릴만한 거 있어?”


와이프가 장난스레 물었다.


“아니, 그냥.”


태준은 평소 개인의 섹스를 두고 국가가 관여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적인 문제는 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게 맞지...'


“공무원이면 에휴.”


인생 종쳤네, 희진이 소파에 걸터앉고는 태준 무릎에 발을 올려놓았다.


“아흠...”


그리고는 기지개를 하며 길 다란 하품을 한다. 태준은 빨간 매니큐어가 칠해진 발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젠 왜 그렇게 달리셨쪙.”


태준의 볼을 가볍게 꼬집으며 말한다. 웃음기가 잔뜩 머금어진 표정과 말투.


“너 대신 마신거잖아.”

“헷, 맞아 맞아. 오빠 덕분에 살았지.”

“몇 시 잤어?”


태준이 물었다.


“글쎄. 한 열 두시 좀 넘어서? 오빠 따라 바로 잤을 걸.”


역시 지난 밤에 대한 후회의 기색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아내는 원래 이런 인간인지 모른다. 가식, 거짓, 음탕.


‘소시오패스였나...’

복잡한 심경의 태준과 달리


“와...빵 진짜 쫄깃하네. 반죽이 다른 건가.”


와이프는 연신 크로와상을 오물거린다.


“아까부터 계속 쳐다보시네. 나 뭐 묻었어?”


그녀의 물음에 태준은 고개를 저었다.


“이뻐서.”

“모야... 이쁘긴 하지.”


그녀는 어깨에 기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방에 들어온다.


“굿모닝, 빵 냄새에 깨버렸네요.”


송기훈이었다.


“좀 드세요.”


와이프가 반을 찢어 건넸다.


“댕큐.”


와우, 십새끼가 특유의 하얀 건치를 내보이며 웃는다.


“더 있는데 오븐에 구워드려요?”

“그럼 좋죠.”


차갑지도 살갑지도 않은 적당한 톤. 그 누구도 이게 연기라곤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날씨 대박이네. 하루 더 있고 싶다야.”


와이프가 주방으로 간 사이 기훈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팀장님한테 문자 보낼까. 팀장님, 저랑 태준이 찾지 마십쇼. 큭...”


태준은 상대가 거짓말을 하면 알아차릴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 놈의 얼굴에도 상쾌함과 개운함뿐, 만약 잠에서 깨지 않았다면 무덤까지 어제 일은 몰랐겠지.


‘아마 지금쯤...’

자신 역시 사람 좋게 웃으며 크로아상을 오물거리며 쾌청한 날씨를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둘 중 하나인 거 같다. 내가 형편없던가, 이 둘이 환상적이던가. 아니, 둘 다였나.


‘재밌네...’

그래 나도 티를 내지 않으마. 어설프게 감정을 드러냈다가는 이 두더지들이 굴 속으로 도망가 다시는 안 나올게 뻔하니까.


“나 또 기절했다며.”


태준이 살짝 떠봤다.


“뭘 새삼스럽게. 술도 약한 주제에 꿀떡꿀떡 계속 넘기더만.”

“그러게. 마음만은 술고래인가 봐.”


태준의 말이 떨어지자 안심이라는 공기가 실내를 훅 채워진다. 일말의 불안감들이 증발된 송기훈의 표정을 캐치했다.


‘완전 범죄 확정이라는 건가.’

뱃속이 뜨거워진다. 좀 더 해주지.


“공공칠 빵까진 기억나는데... 그 이후로 블랙아웃이야.”

“사다리 타서 내가 걸렸는데 오빠가 원샷 때려줬잖아.”


빵을 가져온 와이프가 말을 이었다.


“그랬나.”

“그래, 너 이제 그만 마셔라 이제. 회식 때마다 업고 오느라 힘들다 힘들어.”


송기훈이 맘에도 없는 말을 한다.


‘회식...? 그래, 그거였어.’

태준은 회식이면 어김없이 기절했고, 그때 마다 집에 데려다 준 건 송기훈이었다. 배려심에 늘 고맙다고 생각했었는데...이 녀석에겐 또 다른 만찬이었겠군.


“와...오늘 날씨 진짜 좋네.”


놈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종종 오자. 진짜 좋다 야.”


펜션에 커플로 놀러가자 한 건 송기훈이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한 마디로 뱀 새끼의 음흉한 전략이었던 것.


“골프나 등산도 좋고.”


은근 커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며 태준의 어깨를 살짝 쳤다.


“그렇겠네.”


맞장구를 치는 태준의 기분은 복잡했다.


-띠리리


기훈의 전화벨이 울린다.


“응.”


여자친구 지연이었다.


“어, 오빠 방금 일어났어.”


[.....]


“응. 그래.”


[.....]


“진짜? 와 그건 좀 그렇네. 그렇다고 공연 당일부터 기합을 주나.”


[.....]


“하하. 그러진 마. 그래.”


[.....]


“지연아. 이따 가면서 다시 전화할게.”


[.....]


“응, 나도 사랑해.”


사랑...? 미친 새끼. 핸드폰을 뺏어다 입에다 쑤셔 박고 싶은 충동이 든다.


“지연씬 잘 들어갔데요?”


통화가 끝나자 와이프가 물었다.


“엄청 아쉽다고 다음에 또 가자네요. 먼저 가서 미안하데요.”

“공연인데 어쩔 수 없죠. 신경 쓰지 마세요.”

“이번 주말에 시간 되면 다 같이 공연 같이 보러 갈까요.”

“그럴까?”


와이프가 태준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고, 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아침부터 통화 달달한 거 봐. 기훈씨 진짜 스윗하시다. 이이는 기껏해야 문자가 단데.”


와이프가 태준을 장난스레 째려보며 말했다.


“하하... 안 그럼 삐지거든요. 아직 어리잖아요.”


또 사람 좋은 씨익 웃음. 저 표정에 넘어간 여직원들이 몇몇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평소 태준은 남의 사생활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

그중에 자신의 와이프도 있을 줄이야.


‘후우...’

어금니로 양 볼 살을 잘근 깨물면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한 표정을 유지한다.


“태준아.”

“어.”

“속 안 좋지. 컨디션 있는데 갖다 줄게.”

“괜찮아.”


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했다.


“아냐. 그냥 마셔.”

“괜찮아.”


순간 기훈이 눈썹을 찡그리며 기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야, 마시라고.”


기훈이 태준의 어깨를 살짝 쥐며 말했다.


“응?”


그 얼굴에는 간밤 자신이 정복한 국가를 바라보는 듯한 왕의 우월감이 서려 있었다. 순간 번쩍하고 드는 생각. 지금 이 녀석은 무리의 최상위 포식자라는 위치를 즐기고 있다.


‘이런 거였나.’

왜 하필 내 와이프냐는 물음에 조금은 접근한 것 같다.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무리의 암컷을 골라 먹는 권력, 이 뱀 같은 놈은 꽈리를 튼 채 자신을 꽉 쥐고 있던 것이다.


‘나를 두고 말이지.’

뭔가 부풀어 오른다. 가슴속에서 적개심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미쳐버리겠네, 라고 말하려다가 태준은 입을 다물었다.


‘후우.’

분노를 털어내고는 입을 꾹 다문 채 천장을 바라봤다. 테이블에 있는 포크를 들어서 눈깔을 찌르면 참 좋을 텐데... 뾰족한 꼬챙이에 박힌 눈동자를 빼내서는 쇼크에 빠진 놈에게 보여주는 장면이 뭉게구름처럼 부풀어 오른다.


‘너무 좋을 거 같은데.’

그리고 주방 서랍에서 식칼을 꺼내와 패닉에 빠진 와이프의 옆구리를 푹 찌르는 것이다. 시뻘건 피가 옷에 스며드는 동안 물어보는 거지.


“씨발년아, 내가 모를 줄 알았냐.”


하지만 그걸로 게임 종료. 현실에 LOAD 버튼은 없다. 어설픈 행동을 하다가는 이도 저도 안 되겠지. 그러니 지금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웃어줘야 한다.


“어, 그럴까.”


마실게, 태준이 순순히 대답했다.


“그래, 괜히 컨디션이 아니잖아. 효과 확실하다구. 기다려.”


태준은 표정이 변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리고 꽉 물고 있던 어금니에 힘을 풀었다. 어쨌거나 이 시점에서 확실한 것이 있다. 이 연기자들 앞에서 더 고단수의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


“여기.”


기훈이 뚜껑을 따고는 병을 건넸다.


“챙겨주는 건 너밖에 없네.”


태준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기훈을 응시했다.


“큭. 그래. 나한테 잘해 인마.”


기훈이 만족스러운 듯 피식 웃었다.


“그러게.”


태훈의 입꼬리도 살짝 올라간다.


“오빠들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와이프가 둘을 보며 말했다.


“아, 잠을 푹 잤더니 기분이 좋아.”


슬슬 갈 준비할까, 태준이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


세 줄 요약


1. 태준은 술 게임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2. 지연은 기훈이 세상에서 제일 젠틀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3. 회식에서 태준에게 거듭 술을 건넨 건 송기훈.

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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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기습 +2 22.11.25 267 12 9쪽
27 뭘 상상하든 그 이상 +4 22.11.24 269 10 10쪽
26 고객의 소리 +4 22.11.23 280 13 9쪽
25 마약했니 +2 22.11.22 284 15 11쪽
24 노선 바꾼 뱀 +1 22.11.21 286 12 9쪽
23 송기훈 인 더 하우스 +2 22.11.19 295 13 11쪽
22 정신병원 +5 22.11.18 293 15 11쪽
21 함무라비 (내용 추가 했습니다.) +3 22.11.17 302 10 10쪽
20 오완석 신경정신과 +3 22.11.16 292 12 11쪽
19 펄오션 참교육 +11 22.11.15 327 13 10쪽
18 신입 캠프(2) +3 22.11.14 316 12 9쪽
17 신입캠프(1) +2 22.11.12 328 8 9쪽
16 워리어 (1) +1 22.11.11 333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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