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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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엠베오
작품등록일 :
2022.10.26 18:05
최근연재일 :
2023.01.1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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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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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 못 숨겨

DUMMY

'호빠 출근을 하라고...?'

후룩, 우롱차를 반 모금 들이켰다가


“쿨럭.”


잔기침을 했다. 젠장, 위스키잖아.


“어이없으시죠.”


태준이 그녀의 눈을 보았다. 여전히 장난 서린 눈동자. 원래 이런 표정인지도 모른다.


“왜요, 이상한 손님 만날까 걱정되세요?”


아니라곤 할 수 없지. 세상에서 제일 피곤한 게 사람이니까.


“영화에나 나오는 그런 건 없어요. 급 낮은데 가면 진상들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제 업장은 아니죠.”


말투에 프라이드가 느껴진다. 최고급이라 이건가.


“못하겠으면 편하게 거절하세요.”

“솔직히 못할 건 없는데.”


태준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런데요.”

“해 본 적이 없으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시중들라는 건 아니에요. 젠틀하게 옆에서 대화 나누면 돼요.”


심마담이 원하는 건 한 타임. 즉 두 시간이면 됐다.


“제가 술이 약한데.”


음... 심마담이 잠시 뭔가를 생각했다.


“그것도 괜찮아요. 억지로 먹이는 분은 아니니까.”


‘먹이는 분?’ 누구지. 내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인가.


"지금 정도만 드셔도 돼요."


정리 해보자. 옆에 앉아, 얘기하고, 적당히 마시고, 두 시간이라.


‘이거 그냥... 회식이잖아.’


“그래도 갑을 관계는 맞아요. 무릎 꿇고 극존칭하면서 노예 되라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재밌는 얘기 첨 들어본다며 맞장구쳐주는 정도? 그 순간만큼은 손님 스스로 달변이라는 기분을 갖게 해야 한다. 중간중간 가벼운 농담을 곁들여주면 금상첨화.


‘그냥... 클라이언트 미팅인데?’


업계에 이런 명언이 있지. 너무 좋은 조건은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거. 달콤한 제안 뒤엔 늘 독이 발라져있다.


‘뭔가 꺼림직해...’

의심의 구름이 이마 주변에 모락모락 피어난다.


“꺼림직하시죠.”


아까부터 이 여잔 내 표정을 너무 잘 읽어.


“그래도 하실 거 같은데...?”


또 읽혔다. 사실 못 할 것도 없지. 그런데 분명 뭔가를 숨기고 있어. 뭔가를 꾸미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렇게 고민 안 해도 돼요.”


심마담이 그마저도 읽은 듯 말했다.


“여기도 비즈니스에요. 손님은 꿈을 사러 온 거고, 우린 꿈을 팔면 되는 거고.”


동등한 남녀 게임. 게임이란 상대가 강해야 제맛이다. 그런 점에서 태준이란 캐릭터가 재미 있을거 같단 말이지.


“혹시... 제가 꼬셔야 됩니까.”


태준의 뜬금없는 물음에


“응..?”


심마담 표정에 처음으로 웃음기가 걷어졌다.


“손님맘을 얻어야 한다거나 뭐 그런...”

“네?”


아, 모야... 심마담이 킥킥 거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두꺼비가 힐끔 쳐다보았다.


“꼬신다고요...?”


큭, 볼륨이 점점 커지더니 옆에 있던 두꺼비를 끌어당기며 끅끅 웃음을 흘린다.


“으응...”


도저히 못 참겠는지 두꺼비의 허벅지를 연신 찰싹 때렸는데, 그 와중에 한동안 안 서는 주니어가 반응한다.


흡 후우... 이제 그만 웃어야지 다짐하며 숨을 깊게 들여 마셨지만


“아, 죄송해요.”


푸웁, 결국 박수를 치며 깔깔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너무 웃었네.”


손으로 입을 가린채 말을 이었다.


“제비세요?”

“예?”


벙찐 태준의 표정.


“꼬시긴 뭘 꼬셔요. 오시는 분들이 얼마나 고순데. 그냥 호감 사면 성공이지.”


살짝 맘 한 구석을 긁어놓기만 해도 대박.


“흠. 그런가.”


그런데 왜 나일까.


“왜 나죠.”

“응?”

“왜 저한테 이런 제안을 하는 건지 솔직히...”


회사에선 태준이 던지는 의문엔 늘 합리적인 답이 존재한다. 그럴만한 질문만 골라 하기 때문이다.


“글쎄요.”


마담의 눈에 다시 장난기가 돌기 시작한다.


“제가 워낙 직감대로 하는 일들이 많아서. 잘 모르겠네...요?


이 거래는 손해 볼 게 없어. 태준이 맥주잔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꿀꺽, 마시고는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해보겠습니다.”


평소 자주 하는 말이긴 한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



“얼굴 볼 수 있을까요.”


심마담이 조희진을 사진을 달라고 했다.


“여기.”


음... 입을 다문 채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오묘한 미소를 짓는다.


“...”


그저 눈웃음이 예쁜 여자만은 아니다. 심마담은 이 바닥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마당발.


“과거 숨길 수가 없는 세상이 됐죠.”


그녀가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


“신분 세탁 다 하고 결혼해봤자, 과거는 당연하고 성형 전 사진까지 다 까발려지잖아요.”


하지만 그건 연예인이나 일부 유명인.


“그런데 아직은 일반인까지 밝혀내긴 힘들어요.”


혹시 룸빵 출신이십니까, 라는 물음에 '아, 네. 선릉 쪽에서 3년 정도 활동했어요. 2차는 가끔 나갔고 그만두면서 얼굴 싹 갈아엎었구요. 이런 여잔 없으니까.


“텐이든 쩜오든 내부 조명이 상당히 세요. 그래서 일반적인 메이크업을 할 수 없구요.”


화장이 진해 얼굴이 비슷해 보인다는 얘기다.


“흐음...”


그녀가 엷게 내쉬는 숨이 위스키 병에 부딪혔다.


“지금도 다니는지 궁금하세요?”

“아니, 그건...”


라고 대답하려던 태준이 말을 멈췄다. 그런 생각까진 안 든다. 언젠가부터 월급 통장을 관리하고 있으니 돈에 대해 부족함은 없을테니.


‘아니야...’

솔직히 모르겠다. 통수 맞기 전까진 오늘 이런 상황 역시 전혀 예상 못했으니까.


“확신 없으시구나.”


몇 가지 힌트를 얘기했다.


“와이프 분 직업 있나요.”

“예.”


그놈의 플로리트스.


“매일 출근하는지 부터 확인하세요.”

“왜죠.”

“화류계 출근은 아가씨 마음이에요. 대부분 자기 꼴릴 때 안 나오죠.”


쉬는 날이 많거나 출근이 불규칙하면 의심된다는 얘기.


“이건 좀 잔인한 얘긴데.”

“괜찮습니다.”

“핸드백이나 개인 서랍에 피임약이 있는지 체크해보시고요. 생리주기도.”

“왜...”

“피임약 끊고 2~3일 후에 생리 시작돼요.”

“아.”


생리 즈음에 맞춰 약을 끊는 다는 얘기였다.


“돈 관리는 따로 하시나요.”

“아뇨.”

“와이프가?”


태준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착한 남편이시네.”


병신이란 얘길 돌려 말한 것이다.


“훗...”


늬앙스를 눈치 챈 태준이 자조섞인 웃음을 뱉었다.


“여긴 무조건 일당이에요. 퇴근할 때 현금으로 지급되는데 그날 그날 ATM에 현금을 입금하죠.”

“통장정리를 해보란 얘긴가요.”

“네. 입금처가 회사나 타인명의가 아니고 ‘무슨은행’ ‘무슨지점’ 이렇게 나오면... 뭔 말인지 아시죠?”


100%라는 뜻이겠지.


“더 드릴 팁이 있긴 한데, 이후는 아까 조건 이행 후에 말씀드릴게요.”


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쯤일까요.”

“그 분이 보통 수욜이나 목욜 오시거든요. 다음 주 예약되면 연락드릴게요.”


일주일 정도 남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진한 프리지아 향수 냄새를 풍기며 그녀가 일어섰다.



***


다음날, 찰스턴 컨설팅 본사 1층 로비


허름한 가죽자켓을 입은 남자가 서 있다. 광수대 안보수사부 막내 마형철.


‘여긴 뭐 올 때마다 적응이 안 되노.’


멍하니 서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두드린다.


“거, 그만 좀 봅시다.”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 직원 카드에 적힌 이름 김신엽, 찰스턴 2팀 대리였다.


“왜 이리 자주 오셔.”


이 자식은 매번 볼 때마다 이렇게 투덜대지. 그나저나 기척 숨기고 다가오는데 도사라니까.


“우얍니꺼. 내도 월급쟁이라 힘 없어예.”

“나 오늘 진짜 피곤한데.”


하암, 김신엽이 기지개를 펴며 말한다.


“고마하이소. 나도 잠복 끝내고 바로 왔다 아인교.”

“남이사.”


시작부터 이럴 깁니꺼, 마형사가 쩝쩝거리며 말했다.


“오케 오케... 얼렁 끝냅시다. 피차 험악한 면상 오래 볼 거 없으니.”


가져온 캔커피를 건넨다. 은근 츤데레였던 것.


“지난 주 금요일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말씀해 보이소.”


아흐, 김신엽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진짜 할 때 마다 기분 젖같고 참 좋다. 그쵸.”

“아, 자꾸 왜 이카실까. 조직생활 잘 하신 분이.”


광수대 형사 앞에서 전혀 기죽지 않는 이 남자의 정체는 뭘까.


돼지부대


북파공작원, 지금은 HID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정신이 나가 버리거는 경우가 다반사인 실전 특수부대.


전역은 일반 사병제대로 나오지만 경찰서에 신원이 등록되어 있어 A급 사건 터지면 알리바이는 물으러 연락이 온다. 소위 잠재적 테러리스트.


그런데 사건이 터지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신원과 동선을 파악하는 인원들이 있다. 돼지부대 중에서 작전을 완수한, 즉 북한에 다녀온 사람들이다.


“국가에 충성한 사람한테 왜 이러냐고.”


십새끼들... 궁시렁대는 표정과 말투만 놓고 보면 이 남자가 주요 관리인 중에서도 S급이라는 건 아무도 모를 것이다.


“금욜은... 이태원.”

“이태원예.”


슥슥 마형사가 메모를 시작한다.


“토요일 아침...도 이태원.”

“예?”


아... 마형사의 입가가 살짝 올라간다. 문디 짜슥 홈런 쳤는 갑네.


“토욜 밤엔... 홍대.”

“밤에 또 홍대요? 와마, 피곤하실만 하네예.”


셰끼, 오지게 휘두르고 다니네. 길게 말하기도 귀찮아서 대충 적었다.


십분 후


“다 끝났습니다.”


마형사가 수첩을 덮으며 말했다.


“우리 마형사님 고생많았고.”

“오늘은 그라지 마이소.”

"뭘."

"분명히 말했어요. 하지 마이소 예?"

“아니, 뭔 김치국을...”


김신엽이 어이없다는 듯 두 손을 올린다.


"아무튼 지난 번은...뭐 잘 먹었습니다."


투덜투덜해도 가는 길 국밥이라도 하라며 매번 현금을 찔러준다. 지난번엔 안된다고 강하게 손사래쳤더니만 어느새 뒷주머니에 꽂혀 있었지.


“그건 그렇고 형사님.”

“예.”

“이번에 정남규 잡힌 거 봤는데.”


13명을 살해한 대한민국의 연쇄살인범.


“금마예? 와예.”

“면상보니깐 완전 좆밥이더만.”

“금마 완전 또라입니더.”

“그래요?”

“잡고 보면 임마가? 이런 인간들 천지삐까리라예.”

“흠, 역시.”

“껍데기 멀쩡해도 본성은 감추기 힘드니끼네. 결국은 본색 드러 낸다 아입니꺼.”


그때 멀리 지나가는 태준이 눈에 들어온다.


“그치...”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본성은 감추기가 참 힘들지.”


씨익 웃으며 태준의 얼굴을 시야에 가두었다.



---------------------------------


세 줄 요약


1. 두꺼비는 이 날 두 번 뺀다.


2. 심마담이 말한 ‘그 분’ 역시 저 세상 캐릭터.


3. 결국 이 날도 마형사 안 주머니엔 10만원이 들어져 있다. 언제 이걸 넣은거지... 고개를 절레 젓는 마형사 국밥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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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관상 이즈 과학 +1 22.12.23 220 9 9쪽
» 본성 못 숨겨 +1 22.12.20 242 11 11쪽
35 역제안 +2 22.12.16 217 13 9쪽
34 살모사와 벌꿀오소리 +4 22.12.13 228 13 10쪽
33 취향존중 바람 +4 22.12.09 250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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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송기훈 인 더 하우스 +2 22.11.19 295 13 11쪽
22 정신병원 +5 22.11.18 293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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