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차 헌터는 C급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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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성
작품등록일 :
2022.10.26 23:54
최근연재일 :
2022.11.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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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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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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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새로운 파티원

DUMMY

여성은 현재 바쁘게 걷고 있었다.

김서연, 21살의 평범한 대학생.

누구나 보면 웃음이 나오는 미모에 늘씬한 체형을 가진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지금 한 남자가 사는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동안 밀렸던 월세가 드디어 통장에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주인인 부모님은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라며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이름이 이현이라고 했던가?’


나이는 24살.

항상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던 남자였다.

그런데 요새 이상하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래.’


매번 반말을 찍찍 내뱉던 진상이었는데 요즘 들어서 갑자기 존댓말로 대한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돈.

돈을 제때 준다!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 있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옥탑방 앞에 도착했다.


살짝 심호흡을 하며 현관문을 두드렸다.


탕탕-


“계세요?”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세입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 아.”


이현이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아는 체했다.

방금 전까지 한창 운동 중이었던 터라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남은 월세 때문에 오셨죠?”


“······.”


“······저기요?”


“핫! 네, 네?”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서연이 화들짝 놀라며 대꾸했다.


“월세 때문에 오셨죠?”


“아, 네네! 맞아요.”


“잠시만요. 바로 드릴게요.”


현관문을 고아두고 이현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사라지자 서연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개졌다.


‘아니. 뭐한 거야!’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봐버렸다.

저번에 들른 이후로 한 달이 지났다.

본인이 알고 있던 세입자는 못 알아볼 만큼 변해 있었다.


흰티를 입은 덕에 땀에 젖어 선명히 드러나는 복근.

한껏 부풀은 팔뚝 위로 튀어나온 혈관.

넓직히 벌어진 어깨.


누가 봐도 ‘몸 좋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다.


‘워, 원래 이런 얼굴이었나······?’


예전의 지저분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다.

운동을 하면 외모까지 변하는 건가.


‘아냐, 이상한 생각하지 말자.’


그냥 사람이 달라져서 놀란 것 뿐이다.

머리를 휘저으며 서연은 생각을 털어버렸다.


“여기 있습니다. 그동안 신세졌으니 현금으로 드리는 게 맞는 거 같아서요.”


“아, 네! 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현금이 든 봉투를 건네자 서연이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 더 하실 말씀이라도?”


“예? 아, 아뇨? 없어혓!”


“······.”


“······.”


이게 뭐야.


“그, 그럼!”


급하게 머리를 숙이고는 서연이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갔다.

옥탑방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뛰듯이 걸었다.

코너를 돌고는 서연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미쳤나봐!’


전과는 너무 다르게 반응해버렸다.

심지어 마지막에 혀까지 꼬였다.


‘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울고 싶다, 정말로.

걸음을 재촉하며 서연이 속으로 울부짖었다.



***



‘어디 아픈가.’


어째 평소보다 상태가 안 좋아 보였지.

얼굴도 빨갛고 말도 잘 못하는 거 같던데.


서연을 보낸 뒤 이현은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자 수돗물이 시원하게 쏟아졌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맞은편 거울에는 한계까지 단련된 육체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현이 새로운 몸에 빙의한 지 한 달.

그동안 그는 단 두 가지 일만 했다.


근육이 끊어질 때까지 트레이닝.

그리고 혼자서 레이드.


‘이딴 짓은 다시는 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예전 S급 헌터가 되기 위해 벌였던 수련 방법이다.

말 그대로 근육을 찢어버리고 회복시키는 것을 반복한다.

원래라면 이 시간만에 불가능하지만 헌터의 육체라면 가능하다.


게이트로 번 돈은 월세를 제하고 전부 포션 구입에 투자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토하면서도 포션을 들이켰고 체내 마나를 돌려 억지로 몸을 회복시켰다.


그리고 한 달 후.

이현은 해냈다.

그 과정에서 죽을 뻔한 적은 셀 수도 없었다.


‘어쨌든 1차 목표는 이뤘다.’


씻고 나온 이현이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레이드를 뛰러 가야 했다.


최종 목표는 예전의 스킬들을 되찾는 것.

거기에다 지금 몸에서 쓸 수 있도록 변형시켜야 한다.


“가볼까.”


단검을 허리춤에 차고 이현이 집을 나섰다.



***



『등록되었습니다.』


‘됐다.’


이현은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레이드 신청법.

처음에 버벅거렸지만 이제는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게 됐다.


“힐러 분 한 명 구합니다!”


“B급! B급이신 분! 오시면 바로 출발해요!”


“원거리 클래스 우대합니다! 빨리 오세요!”


게이트 주변답게 수많은 헌터들이 붐비고 있었다.

이현은 가볍게 무시하고 정해둔 게이트로 향했다.

D급 게이트만 클리어한 지 한 달.

이제는 보다 윗단계로 올라가야 했다.


“저기요! 아직 파티 안 구하신 것 같은데 저희랑······.”


“안 합니다.”


“형씨! 꽤 세보이는데 우리 파티에······.”


“안 갑니다.”


“잘생긴 오빠, 혹시 무슨 클래스?”


“관심 끄세요.”


요새 들어 부쩍 인기가 많아졌다.

자주 게이트에 나오다 보니 얼굴이 팔린 모양인지 너도나도 친근하게 군다.

얼굴이라도 가려야 하나.

무시하려고 해도 계속해서 들려오는 제안에 슬슬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 이현은 자신을 점검했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간소화한 복장에 단검 두 자루.

그 뿐이다.


‘젠장······.’


집에서 나올 때부터 찝찝하긴 했지만 막상 게이트 앞에 서니 머뭇거리게 되었다.

C급 게이트 난이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비상용 포션은 헌터라면 필수품.


‘월세를 조금 미뤘어야 했나.’


빨리 골칫거리를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한 번에 납부를 했더니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다.

구매했던 포션은 이미 다 써버린 상태.


“저기······.”


누군가 뒤에서 등을 톡톡 두드렸다.

이현의 뒤를 돌아보았다.


“파티원 안 구하시나요?”


단발로 정돈한 머리카락.

이현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키.

조금 앳된 모습에 살짝 떨리는 눈동자.

전체적으로 귀여운 인상이 눈에 띄는 여성.


그런 그녀가 이현에게 묻고 있었다.


“안 구합니다.”


이현은 여성의 질문을 사전에 차단했다.

이미 이곳의 헌터들 수준은 대강 파악해놓은 상태다.

도움이 되는 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이 근방에 오는 헌터들 중에선 없다.


단칼에 거절하고는 이현이 돌아서려는 그때.


“자, 잠깐만요!”


여성 헌터가 다급하게 그를 불러세웠다.


“제, 제가 필요하실 텐데요?”


당돌한 외침.

뭘 보고 말인가?

작은 키에 자연스럽게 이현은 그녀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이현이 답변해주었다.


“안 필요합니다. 다른 곳 알아보세요.”


“포, 포션!”


“······.”


다시 돌아서려는 이현을 그녀의 목소리가 잡아끌었다.


“포션······ 없으시잖아요.”


그걸 어떻게.

설마 계속해서 나를 관찰하고 있었던 건가.

이현의 시선이 돌아오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쏟아냈다.


“저 마법사 클래스인데 치유계 스킬 보유자거든요.”


“······.”


“다 죽어가는 헌터도 막 살리고 그래요!”


“······.”


“하, 한 번 맛보면 헤어나오지 못하실 걸요?”


무슨 마약 파나.

아무렇지도 않게 심상치 않은 발언을 한다.


이현은 고민에 빠졌다.

원래라면 이미 게이트에 혼자 들어가고도 남았을 사안.

하지만 이번은 특수한 경우.

이현이 그녀에게 물었다.


“헌터 등급이 어떻게 됩니까.”


“아,아! 저 D급인데요······ 아, 아니! 근데 저 진짜 실력 나쁘지 않거든요! 곧 C급으로 승급할 예정이에요!”


방방 뛰듯이 설명하는 여성.

이어서 이현이 질문했다.


“보유 스킬 알 수 있을까요. 서버 정보도 같이.”


이현의 말에 장황한 그녀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상입니다!”


모두 들은 이현이 머릿속에서 정보를 조합했다.


‘사실이라면 나쁘지 않다.’


서버에 등재된 그녀의 스킬을 보면 간단한 원소 마법과 치유계 스킬 하나.

특히 치유계 스킬은 C급 헌터의 그것과 같은 수준의 판정을 받았다.

걸어다니는 포션용으로 쓴다면 꽤 괜찮은 용도.


고민 끝에 이현은 결론을 내렸다.


“······이번만 같이 돌아보죠.”


“아, 앗?! 와, 정말요? 아싸!”


“대신에 완벽하게 보호는 못 해드립니다.”


“아, 넵! 물론이죠!”


방방 뛰며 기뻐한다.

예정에 없던 일에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하는 수 없다.


파티원으로 수락하고 두 남녀는 게이트 앞으로 향했다.

게이트로 들어가기 직전, 이현이 잊고 있었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아.”


그 말에 여성이 대답했다.


“박정윤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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