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차 헌터는 C급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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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성
작품등록일 :
2022.10.26 23:54
최근연재일 :
2022.11.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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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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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너 몇 살이냐

DUMMY

“프로스트(Frost)!”


쩌저적!


급속도로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다.

대기 중의 수분을 냉각시키는 스킬.


“고, 고륵?”


눈앞의 고블린의 발목이 얼어붙는다.

당황한 고블린이 안간힘을 써보지만 지면에 단단하게 붙은 얼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촤악-!


그때를 놓치지 않은 이현의 단검이 고블린을 훑고 지나간다.

근육과 뼈를 잘라내는 감촉이 손끝에 전해진다.

대가리가 저만치 날아가며 녀석의 목에서 시커먼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쪽은 다 처리한 건가.’


이현이 단검에 묻은 체액을 닦아냈다.

옆에서 스킬로 보조하던 정윤이 다가왔다.


“헤헤, 어때요? 저 꽤 쓸만하죠?”


확신에 찬듯 들뜬 목소리.

이현은 적당히 대답해주었다.


“네, 그러네요.”


“조, 조금 더 기뻐하셔도 되는데······ 앗, 같이 가요!”


이현이 빠르게 지역을 이탈하자 뒤에서 정윤이 잰걸음으로 따랐다.


사실 기대 같은 건 전혀 하지 않았다.

죽지만 않고 뒤에서 힐이나 해도 1인분이라 생각했는데.


‘기대를 안 해서 그런가.’


나름대로 교과서적인 전투를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적의 기습에는 공격을 허용하는 실수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현의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도록 마법 스킬로 지원해주고 있었다.

스킬 자체도 요란하지 않고 가장 기초적인 마법만으로 마나를 아끼는 방식.


전에 경험했던 파티에서 워낙 기대치가 떨어져서 그런가.

나쁘지 않다.


“이 근방은 다 정리된 것 같아요.”


“네.”


“그런데 이현님은 안 힘드세요?”


“네.”


“혹시 힘드시면 지금 제가 힐 써드릴 수도 있는데.”


“······.”


솔직히 귀찮다.

아까부터 전투 외에 계속 말을 거는 걸 보면 조용한 걸 못 참는 성격인 듯했다.

전투를 마치고 이현은 파티 상태를 점검할 겸 대화를 받아주기로 했다..


“지금 몸 상태 어떤가요. 다친 곳이나 마나 보유량이라든지.”


“마나요? 아직 충분해요. 마나 포션도 아직 하나도 안 썼고. 제가 마나 운용하는 건 또 자신 있거든요. 학교에서도 이걸로······.”


“학교?”


재잘거리는 정윤의 말에서 이현이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아! 어, 아니······.”


그녀가 당황한 듯 얼버무린다.

이러면 더 수상한데.


“대학생이에요?”


“그, 그게······.”


헌터라고 학교를 다니지 말란 법은 없지만 학교에서 스킬을 쓸 일이 있었나?


지그시 내려다보는 이현의 눈길을 애써 피해보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정윤이 입을 열었다.


“허, 헌터고 학생이긴 한데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실토하는 정윤.

이현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헌터고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고’라는 단어는 분명······.


“고등학생?”


“아, 아니! 근데 저 진짜 D급 헌터는 맞아요!”


“D급 헌터’는’?”


“······서, 선별 테스트 등급이긴 한데······.”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전부 처음 듣는 단어들이다.

이현이 걸음을 멈추고 정윤을 마주보았다.


“아, 아하하······.”


이현이 보내는 무언의 압박에 그녀가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한테 숨기는 것 전부 말합시다.”


“딸꾹!”


C급 게이트.

그 안에서 작은 조사가 벌어졌다.



***



“······그런 거예요.”


“다른 건?”


“어, 없는데요. 진짜예요.”


“······.”


“흐윽, 죄송합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석고대죄하며 정윤이 울음을 터뜨렸다.

전후사정을 모두 들은 이현이 이마를 쓸어내렸다.


국립헌터육성학교.


종말의 시대 이후 헌터의 수는 과반수 이상 줄었다.

그와는 반대로 게이트는 끊이지 않고 생겨났다.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헌터 육성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서, 10대부터 육성하여 졸업하면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자.

그리하여 만들어진 오로지 헌터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

줄여서 헌터고라는 것이 생겨난 것이다.


입학한 자들은 선별 테스트라는 것을 거쳐 유사 헌터 등급을 매긴다.

이를 통해 실제 헌터들처럼 게이트에도 직접 들어갈 수 있지만 학생은 학생.

같은 등급이라고 해도 성인 헌터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모든 것이 이현에게는 자신이 죽은 뒤 생겨난 제도였다.

심지어 서버 상에는 단순히 헌터 등급만 떠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나이가?”


“여, 열아홉이요······.”


이현은 바닥에 걸터앉았다.

사실 10대 헌터가 예전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문제는 이 소녀가 그걸 커버할 정도의 베테랑이 아니라는 것.


교과서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움직임은 무슨.

그냥 교과서로 공부할 나이의 학생이었다.


“당장 귀환해.”


“네?”


실상을 알게 된 이상 같이 못 다닌다.

좀 어려보인다 싶었는데 청소년인 건 선 넘었다.


“자, 잠시만요! 같이 돌아보기로 하셨잖······.”


“그건 네가 제대로 된 D급 헌터였을 때의 얘기고.”


정윤의 입이 다물어졌다.


“난 네 보호자가 아니야. 내가 뭘 믿고 전투 경험도 적은 애한테 등을 맡기지?”


막상 게이트 안에 들어오니 혼자서도 클리어할 만한 난이도였다.

그럼 더욱 쓸모가 없다.


“만약 다치시면 어떡해요. 제가······.”


“안 다쳐.”


“아까 제 마법이 쓸만하다고······.”


대화가 길어진다.

이현이 끝을 내기 위해 단도직입적으로 선언했다.


“짐만 된다. 돌아가.”


선고와도 같은 말.

‘짐’이라는 단어가 정윤의 뇌리에 비수처럼 박혀들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를 깨듯 이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렇게 보낼 순 없다는 듯 정윤이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저, 전 여길 꼭 클리어해야 하는 이유가······!”


순간 이현의 눈빛이 달라졌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현이 정윤을 향해 덤벼들었다.

언제 뽑았는지 단검을 든 손이 그녀의 얼굴로 날아든다.


“꺄악!”


콰득-!


반사적으로 눈을 감자 파육음이 정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런데 아프지가 않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단검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그녀의 옆에서 멈춰 있었다.


“에······.”


이현이 꽂힌 검을 뽑아내자 무언가 뒤에서 털썩 떨어진다.


“무슨······ 흡!”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바닥에 고블린 한 마리가 널브러져 있었다.

대가리에서 피를 쏟으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윤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렇게 다가올 동안 자신은 낌새조차 느끼지 못했다.

이현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로 이현은 말을 이어갔다.


“돌아가긴 글렀군.”


“네, 네?”


“스킬 준비해.”


영문도 모른 채 서 있던 정윤이 곧 그 말을 이해했다.

이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방의 풀숲이 부스럭거린다.

곧 그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들.


‘포위됐다.’


녹슨 칼.

날카로운 바위를 엮어만든 무기.

각양각색의 무기를 장비한 채 고블린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났다.


과거의 자신이었다면 꿈에서도 허용하지 않았을 전략이다.

이 몸으로 살게 된 이후부터 신체 감각이 떨어진 게 피부로 느껴졌다.


“으, 아······.”


정윤이 경직된 채 탄식만 내질렀다.

처음으로 보는 다수의 몬스터 무리.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심이 그녀의 전신을 짓눌렀다.


이는 게이트 안에서 곧 죽음을 의미한다.

본능적으로 이를 알아차린 고블린 한 마리가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키에에엑!”


시퍼런 칼날이 그녀의 목을 노리고 날아든다.


까앙!


“키익?!”


그 순간 놓치지 않고 이현이 공격을 쳐낸다.

튕겨나가며 칼을 놓친 고블린이 벌러덩 뒤로 누웠다.


서걱-!


이현이 깔끔하게 녀석의 목을 잘라냈다.

그리고 뒤를 향해 소리질렀다.


“정신 차려!!!”


“흣!”


사자후와도 같은 음성에 정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겨우 몸이 움직이자 고개를 돌려 이현을 바라본다.

그의 팔에서 핏물이 떨어진다.


“파, 팔이······.”


주춤거리며 다가오는 정윤.

그런 그녀를 쳐내듯 이현이 쏘아붙였다.


“더 이상 보모 노릇하는 건 질색이야. 살고 싶으면 움직여. 아니면 죽든가.”


3명이든 1명이든 누굴 데리고 레이드 뛰는 데는 이제 신물이 난다.

치료를 받지 않고 이현은 빠르게 튀어나갔다.


정윤은 수치심에 얼굴을 붉혔다.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나는.


짜악!!!


“읏!”


양손으로 뺨을 때리자 짜릿한 감각이 뇌를 울린다.

얼얼해진 볼을 느끼며 정윤은 마나를 끌어올렸다.


자신이 가진 공격계 스킬은 원소를 활용한 마법.

주변의 원소만 존재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천천히 체내 마나의 흐름을 느낀다.

그리고 계산한다.

지금 가장 효율적인 공격 방식은 무엇인가.


“고륵, 고륵.”


마법사 클래스의 가장 큰 약점.

시전 중에 움직임이 제한된다.

요란한 전투 상황에서 가만히 서 있는 정윤의 모습은 노리기 가장 좋은 먹잇감.

그녀의 주변으로 고블린들이 모여든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다.

모여들도록 유도한다.

더, 조금 더.


수 마리의 고블린이 모여들었을 때.


“키야악!!!”


지금.


“어스 브레이크(Earth Break)!”


콰가가각-!


정윤의 주변으로 지면이 붕괴한다.

부서진 땅은 다시 조합되어 새로운 형태로 변화한다.

마치 송곳과도 같은 형상이 바깥을 향해 뻗어나가듯 솟아오른다.


“키, 키엑?!”


콰욱!


이미 달려든 상태에서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속력으로 달려든 놈들을 단단한 송곳이 꿰뚫었다.


“끄, 끄륵······ 키, 엑······.”


고블린들의 피가 터지며 땅을 적신다.


“고, 고륵······!”


전리품인 마냥 동료들이 꼬치가 되자 남은 일당이 뿔뿔이 흩어졌다.


‘저쪽은 어떻게······.’


잠시 시간을 번 정윤이 돌아보았다.

이현의 주변으로 조각난 시체들이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공아.”


그동안 몇 번의 게이트를 돌파하며 이제 완벽히 스킬로 체득했다.

횟수의 제한은 있지만 전처럼 한 번 쓴다고 기절하진 않는다.


뛰어든 고블린 몇 마리가 찢기듯 터져나간다.

피와 살이 튀기며 그의 온몸을 적신다.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앞의 놈을 처리하면 뒤에서 그 시체를 밟고 덤벼든다.


여기서 이현이 가진 단점이 드러났다.

그의 움직임은 과거 암살자 클래스에 기반한 것.

일대일 전투에 특화된 그에게 이런 양상은 최악에 가깝다.


이현의 동작이 조금씩 느려진다.

한 녀석이 그의 뒤를 잡았다.

고블린이 들고 있던 해머가 위협적으로 날아든다.


“대시!”


콰앙-!


지면이 터지며 살벌한 파괴음을 낸다.


‘이 녀석이 우두머린가.’


이현은 자세를 고쳐잡으며 녀석을 응시했다.

다른 개체보다 월등히 큰 몸집에 들고 있는 무기도 남다르다.


이현이 단검을 부여잡았다.

베인 팔에 감각이 사라져가고 피와 땀으로 손이 미끄럽다.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


“키아아아악!”


두 번째 공격이 이어진다.


콰앙!


해머가 내리쳐진 지금, 회수하기 전에 머리를 날린다.


“공아!”


두 개의 단검이 날아들었다.

적의 숨통을 조여드는 이빨이 녀석의 급소를 노린다.


콰득!


단검은 교차한 놈의 전완근에 깊숙이 박혔다.

단숨에 목을 따버릴 생각이었으나 실패.


‘생각은 할 줄 안다, 이건가.’


이현은 작게 감탄했다.

녀석은 이현의 모습이 사라지자 미련 없이 해머를 버렸다.

베인 팔이 허연 뼈를 드러났지만 목이 날아가는 것보단 낫다.


‘그렇다고 해도······.’


전투가 끝난 건 아니다.

레이드는 턴제 게임이 아니다.

승기를 잡으면 밀어붙이는 것이 당연지사.


이현의 공격이 쉴틈없이 이어진다.

무릎, 복부, 어깨, 척추.

이현의 팔이 스치는 자리마다 진한 혈흔이 터지듯 그려진다.


정윤은 잠시 전투 상황인 것도 잊고 멍하니 서 있었다.

저게 정말 C급 헌터의 움직임이 맞나?


“키, 아악······.”


털썩.


걸레짝이 된 우두머리가 비틀거리더니 무릎을 꿇었다.

이현이 녀석의 체액과 살점으로 끈적해진 단검을 한 차례 털었다.

패배했다면 죽음밖에 없다.


콰욱-!


“끄르륵······.”


저항하지 못하는 녀석의 목에 단검을 박아넣는다.

숨이 끊어지는 촉감.


쿠웅!


“고, 고륵!”


“고르륵! 고륵!”


우두머리가 쓰러지자 남은 놈들이 당황한 듯 너도나도 도망치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정윤이 그제서야 숨을 쉬었다.


수십 초간 벌어진 칼날의 향연.

피가 튀는 것만 아니었다면 오히려 아름다울 지경이었다.


“큭!”


이현은 땅을 짚었다.

자신도 크고 작은 상처가 몸이 가득한 상태.

긴장이 풀리자 참고 있던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이현님!”


정윤이 이현에게 다가가려는 그때.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안돼!’


우두머리의 죽음에 복수라도 하듯, 한 녀석이 조심스럽게 이현의 뒤로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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