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이세계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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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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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7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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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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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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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마

DUMMY

분명 성자는 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리로 오라고 했던 자신의 명령이 통한 것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뭐야... 통하고 있는 거 맞나?”


그가 정리되지 못한 언데드들을 향해 성자가 빠르고 간결한 동작으로 철퇴를 내려치고 있기 때문.

그는 주머니에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꺼내 입으로 욱여넣더니, 의심을 한껏 품은 표정으로 성자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무기 버려!”


소리치는 그의 목소리를 따라 다시 이질적인 힘이 성자를 향해 쏘아졌다.

당연하게도 신성력을 두르고 있던 성자에게 통하지 않을 힘.

사제인 셋뿐만이 아니라, 도하와 은혜가 열심히 신의 뜻을 퍼뜨리고 있는 듯 하나둘씩 함께 간 그들에게서도 신성력이 들어오는 상황이었기에, 성자는 어느 때보다 여유로웠다.


“씨발! 왜 안 버리는 건데!”


철퇴를 손에 쥔 성자가 서서히 그에게 다가가자 그는 상황을 인지한 듯 보였다.

눈앞의 언데드들이 얼추 정리된 상황에서 그의 시선은 성자에게 고정되었다.


“오지 마!”


처음으로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는 성자에게 당혹감을 느끼는 듯 해머를 굳세게 쥔 채 입을 열었다.

연신 입 안으로 음식물들을 쑤셔 넣으면서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의해.


“저 새끼 죽여!”


두개골이 깨진 언데드들 사이로, 감염은 되었으나 아직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인간과 평범한 인간들이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단숨에 성자를 향해 달려오는 날붙이를 손에 쥔 인간들과 서서히 언데드로 변해가는 인간들.


“엘라님.”


그들을 바라보던 성자는 충만한 신성력을 일으키며 철퇴를 들어 올렸고.

빠르게 눈을 굴려 감염된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벌써 이성이 잠식당하기 시작한 듯 한계 이상의 속도로 달려오는 선두의 인간들과 그들의 뒤에서 한계까지 짜낸 속도로 따라오는 인간들.


성자는 자세를 잡고 그들을 향해 살짝 다가가며 준비했다.


“이들에게 경계 속에서 빛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을 내려주시어.”


앞서 다가오는 그들을 향해 기도를 읊으며.

점점 올라오는 검붉은 핏줄을 드러내곤, 본능이 이성을 잠식하는 듯 이지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인간을 향해 철퇴를 내리쳤다.


입을 크게 벌리고 성자를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그를 향해 빠르게 쇄도하는 철퇴.

그에 양쪽 어깨와 양쪽 허벅다리가 부서지며 달려오던 그대로 허물어지듯 스러지고 있었다.


한 명을 넘어뜨리니 뒤따라오는 인간들 또한 발에 걸려 속도가 더뎌지는 모습.

성자는 차분히 하나하나 공평하게 철퇴를 내질러주어 그들을 무력화시켰다.


고통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듯 이제는 완벽한 언데드의 모습으로 사지가 부서진 채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그들.

철퇴질이 이어질수록 선두에 있던 그들은 모두 바닥을 기어 다녀 이제는 뒤따라오는 인간들의 모습이 훤히 드러나고 있었다.


“경계 속에서 받을 고통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고.”


성자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언데드들의 뒤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창백해진 얼굴로 자신들의 몸을 움직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


자의가 아닌 타의로 몸이 움직이는 것 또한 공포스러운 듯 보였지만,

공포의 근본적인 원인은 앞선 인간들이 성자의 철퇴에 의해 어떻게 부서지고 쪼개지는지 확인했기 때문인 듯 보였다.


“병신 새끼들아! 머리를 쓰라고!”


성자는 다급하게 내지르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한 차례 훑어본 후 달려오는 인간들을 향해 자애롭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들의 사지를 부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감사를 전해 신성력을 채워줄 수 있는 도구를 굳이 왜 해하려 하겠는가.

혹여나 사제의 자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그들을 왜 엘라님의 품으로 보내려 하겠는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는 것을 모든 얼굴 근육을 사용해 일러주는 것처럼 억울하고 두려운 마음을 표출하는 그들을 향해.

자신의 뜻이 전해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입을 열어주었다.


“이들에겐 이질적인 힘에 대응할 수 있는 빛을 내려주시옵소서.”


성자는 손에 쥔 철퇴를 허리춤에 차며, 자유로워진 양손을 들어 자세를 잡았다.

목적은 그들에게 이어진 이질적인 힘을 끊어내는 것.


날카롭게 내려찍는 그들의 날붙이를 향해 팔을 뻗고.

성복 위를 힘없이 긁고 나가는 날붙이를 확인하며 빠른 손놀림으로 그의 손목을 잡아챘다.


성자가 강한 힘으로 잡아챈 손목을 당기자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넘어지려 하는 모습.

그런 그를 향해 성자는 손에 신성력을 불어넣어 그의 머리와 이어진 이질적인 힘을 끊어내 주었다.

그에 그의 손에 들린 날붙이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챙강-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


다급하게 손을 짚어 바닥으로 엎어지는 그에게서 얼떨떨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성자를 바라보는 그.


“움직여...? 이제 움직여!”


그런 그에게 성자는 역시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주었고, 이어 들어오는 감사의 신성력에 다시 몸을 움직였다.


“뭐야... 뭔데! 죽여! 죽이라고!”


감염되지 않은 인간의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기에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저 연결되어 있는 이질적인 힘만 끊어내면 되는 상황이었기에.

오히려 언데드를 상대하는 것보다 인간을 상대하는 것이 더 손쉬웠다.


물 흐르듯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신께서 빚은 몸이기에 완벽한 움직임으로 하나둘씩 힘을 끊어주다 보니, 어느새 복도에서 달려오던 무리가 모두 정리가 된 상황이었다.

성자는 훤히 뚫려 이질적인 힘을 사용하던 그를 또렷하게 직시했다.


“자애로우신 엘라님, 어린 성자가 엘라님의 뜻을 따라 행할 테니.”


그 힘에 대해 알아보라는 신의 뜻, 그것이 신의 뜻이라면 따를 수밖에.

성자는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그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뭐 하는 새끼야 너는!”

“지켜봐 주시옵소서.”


도망을 치려는 듯 해머를 손에 꽉 쥔 채 뒷걸음질 치는 그.

혹여나 성자가 전속력을 다해 달려오지는 않을까 성자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않던 그는 뒷걸음질을 치다 결국 벽에 등이 닿아버렸다.


그의 시선이 자신의 뒤에 일렬로 도열시켰던 여자들을 향해 움직였다.

다른 목적이 있어 끌고 다닌 인간임이 분명할 텐데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다시 능력을 사용하는 그.


“씨발, 뭐해! 너네라도 가서 막아! 죽여!”


그렇게 그의 목소리가 병원 복도에 울려 퍼지고,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던 그녀들이 빈손으로 성자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모두가 생각지도 못하게.


“뭐, 뭐야! 누가 불 껐어! 불 켜 개새끼들아!”


병원에 칠흑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모든 인공적인 불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 위로 오로지 달빛만이 덮이고 있었다.

성자 또한 갑자기 불빛이 사라진 것에 의문을 가졌지만, 그것을 접어둔 채 현재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어린 성자에게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구분할 수 있는 힘을.”


신성력을 눈으로 보내 사물을 구분할 수 있게 된 성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성자에게 보이는 것은 자신을 해하려 다가오면서도 희망을 느낀 듯 감사를 전하며 신성력을 채워주는 그녀들과 식은땀을 흘리며 벽을 짚어가며 도망치려는 그의 모습.


“도망가야 해, 도망...”


성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신성력이면 구태여 몸을 쓰지 않아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가 도망칠 시간을 주지 않도록 성자는 꽤 모인 신성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며 그녀들을 향해 쏘아지는 신성력.

한순간 병원 내부가 환하게 밝아짐과 동시에 달려오던 그녀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하아... 하아...”


진실로 성자의 힘에 의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실감한 듯,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그녀들.

성자는 그녀들을 지나치며 이 일의 주동자인 그의 앞에 다가섰다.


“오지 마! 꺼지라고!”


형식도 없이 어설프게 휘두르는 해머를 휘두르는 그를 바라보며, 다시 허리춤에 차 두었던 철퇴를 집어 들곤 그의 손을 향해 정확히 내리쳐 주었다.


"아아아악!"


그에 그는 뼈가 부러지고 피가 새어 나오는 자신의 손을 부여잡으며 해머를 바닥에 내던졌다.

고통으로 얼룩진 표정으로 소리를 질러대는 그.


“피...! 피 나! 아파! 아파...!”

“제 질문에 대답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런 그를 향해 성자는 철퇴를 다시 치켜세우며 질문을 던져주었다.


“그 힘은 어떻게 얻으신 겁니까?”

“아으으윽! 아프다고 시팔!”


정신이 없어서 대답을 못 하는 것일까.

성자는 그의 발등을 향해 재차 철퇴를 내려찍으며 다시 입을 열어주었다.


“그 힘은 어떻게 얻으신 겁니까?”

“으아아아악!”


아니면 대답하기가 싫어서 안 하는 것일까.

무엇이 되었든 고통에 굴복해 입을 여는 것이 인간들의 특성임을 알고 있던 성자는 다시 철퇴를 들어 올렸다.


그렇게 거센 파공음이 울려퍼졌고, 이제는 주저앉아 발등을 부여잡는 그를 향해 또 한번 철퇴를 내리쳐지는 순간.


“말할게요! 말하려고 했어요! 때리지 마세요!”


드디어 그에게서 대답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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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 마 +1 22.11.24 27 3 9쪽
20 멈추십시오 22.11.23 26 3 9쪽
19 왜일까요 +2 22.11.22 33 4 9쪽
18 기도하십시오 22.11.21 3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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