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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재 생도는 게으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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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설연하
작품등록일 :
2022.10.27 23:35
최근연재일 :
2022.12.09 17: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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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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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9,678

작성
22.12.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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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3화 누군가의 선물 (1)

DUMMY

훈련퀘스트를 모두 채우고 돌아온 기숙사.

따스한 물로 샤워를 한 뒤 침대에 몸을 뉘고 나니 급격히 노곤함이 밀려들었다.


“어우, 잠들 뻔했네.”


평소라면 그대로 잠에 빠졌겠지만, 오늘은 확인할 게 하나 있었다.


[아라키의 망토(유물)를 수령하시겠습니까? -> 수령/거절]


아라키를 처치하고 난 후에 얻게 된 보상. ‘아라키의 망토’.

유물이란 던전이나 게이트에서 직접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의미하며 제작, 마공학 아이템과 구분됐다.


‘수령’을 누르자, 망토는 마치 원래 존재했던 것처럼 눈을 깜빡이자마자 내 손에 들려 있었다.


‘허공에서 나오네. 혹시 인벤토리 같은 것도 구현된 건가?’


잠깐의 의문이 지나가고, 나는 아라키의 망토를 살피기 시작했다.

거미줄을 촘촘히 엮은 듯한 디자인, 확실히 거미 마수에게서 얻을 수 있다는 인상이었다.


괜히 질긴 건 아닌 모양인지, 세부 스탯에 방어도와 마력저항을 3씩올려주 는 옵션이 붙어있었다. 물론 방어도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아라키의 망토]

[*사용자의 기척을 감춰줍니다.]


기척을 감춰주는 고유 옵션.

망토를 두르고 걷자, 발소리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섬유가 서로 쓸리고 부딪히는 소리도 지워졌다.


“괜찮은데?”


몰래 잠입하거나 숨어야 할 일이 있다면 안성맞춤일 듯했다.


‘그럴 일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뭐, 사람 일은 모르지.’


띠링-!


그렇게 아라키의 망토를 확인하던 중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유물 아이템은 조합을 통해 강화가 가능합니다.]


“조합 시스템도 구현되어 있구나.”


물론 모든 아이템을 무작정 붙여놓는다고 조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아예 조합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


상성이 좋지 않은 아이템끼리 조합한다면, 조합한 결과물이 오히려 원래보다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유물 아이템이나 모아볼까.”


직접 던전을 공략하거나, 더럽게 비싼 돈을 주고 수집하거나. 블랙마켓을 통해서라면···.


푹신한 침대에 누우면서 막연한 계획을 그리다가, 자연히 눈이 감겼다.


***


다음날 등교를 했더니 복도에 놓인 큼지막한 전자 게시판에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아카데미에 들어온지 어느새 2달 가량이 지난 시점. 그리고 그것은 곧 ‘시험’이 다가온다는 의미였다.


[대인전 평가 상대 명단]


[현우준 - 주여진]

[강하린 - 이하얀]

.

.

.

[양진수 - 위선우]


옹기종기 모인 애들은 자신의 상대를 보면서 걱정하거나 서로 상대가 된 애들끼리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딱히 크게 꼬인 건 없는 것 같네.’


현우준과 주여진의 매치업, 저것은 원작과 동일했다. 화면 너머로만 봤던 장면을 실제로 보게 되는 것일까. 그 외의 주역들의 매치업도 내가 기억하는 것과 동일했다.


다음으로 시선을 끈 건 내 이름 옆에 적힌 이름, 익숙하면서도 껄끄러운 녀석이 자리잡고 있었다.


양진수, 어제의 일로 관계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어쩌면 내가 ‘죽을 뻔한’ 양진수를 구해준 덕분에.


‘-70이 되면 무슨일이 생기는지는 조금 궁금했는데. 상관없겠지.’


살짝 아쉬움도 있었지만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


[위선우 - 양진수]


‘하필···.’


길을 걸으면서 핸드폰에 떠오른 명단을 보던 양진수가 쓴맛을 삼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뜨겁게 경쟁심을 불태웠건만, 하루 만에 완전히 꺼져버렸다.


- 네깟놈한테 신경 쓸 시간 없으니까. 네 할 일이나 신경 써라.


서슬 퍼런 일갈이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도 했다.


“미쳐버리겠네.”


양진수 자신도 이제는 가급적 안 엮였으면 했는데, 하필 대인전 상대로 위선우가 지정되다니.


‘분명 죽도록 맞을 거야. 대놓고 망신 당하는 건가···.’


얕보이는 게 싫었다. 어떻게든 무시받지 않기 위해 아득바득 살아왔다. 남들 대강 넘기는 과정도 죽어라 매달리면서.

그런데 이제 그것도 모조리 끝장 나겠구나.


“안녕하십니까?”


풀리지 않는 고민을 짊어지고 가던 그 때, 누군가 양진수에게 말을 걸어왔다.

특이한 사람이었다. 새하얀 정장에 백발을 한 남자.


“누구···?”

“당신의 고민을 해결해줄 사람이라 해둘까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이상한 남자가 이상한 소리를 꺼냈고.

어쩐 일인지, 양진수의 눈이 차츰 감기기 시작했다.


***


머지 않아 다가온 1차 대인전 평가의 날.

펠릭스의 신입생도들은 모두 중앙동의 대강당에 모였다. 대강당은 입학식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장소였다.


굵직한 시험이 열릴 때에도 주로 활용되었다. 경기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개조된 것이었다.

사실상 대강당이면서도 ‘대격투장’까지 겸하고 있는 셈이었다.


죽 늘어선 명단이 오늘 있을 시험의 상대를 알려주고 있었다.


[현우준 - 주여진]

[강하린 - 이하얀]

.

.

.

[양진수 - 위선우]


양진수 쪽을 돌아봤을 때, 녀석은 약간 긴장한듯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근 내가 양진수를 구해주었기 때문인지, 관계도는 +가 되었다.


하지만 +가 됐다고 해서, 꼭 정다운 사이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었다. 녀석은 시비를 거는 건 멈췄어도 여전히 나를 의식하거나 경쟁심을 내비치곤 했으니까.


‘최근엔 아예 본적도 없는 것 같긴 하네.’


어쨌든 귀찮게 엮여주지 않으면 나야 좋았다. 나는 녀석에게서 눈을 거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1차 대인전 평가는 한 번에 3팀씩 진행한다. 경기 시간은 10분. 무기도, 전투 방식도 자유.


도핑 등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한 모든 게 허용되었다. 실전을 지향하는 펠릭스이기에 가능한 방식.


한편으로는 펠릭스 측에서 유사시에 양쪽 생도를 저지하거나 부상자를 조속히 치료할 자신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대강당에는 더욱더 진득한 열정이 흐르고 있었다. 장내를 가득 메운 생도들이 이 자리에서 자신을 보여주리라는 의지로 충만해있었다.


저마다의 목표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한계로 내모는 이들. 각자의 무기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각 경기장 곳곳에서 강렬하게 울려퍼졌다.


그 중에서도 주변의 관심을 한데 모은 매치업이 있었다.

바로 현우준과 주여진의 대결. 대진이 알려졌올 때부터 너나 할 것 없이 현우준과 주여진의 대결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흠뻑 빠져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나도 그중 하나다.

아닌 게 아니라 수년 동안 이 게임에 시간과 애정, 그리고 돈을 바쳐온 몸. 근본적으로 팬심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런데 현우준과 주여진의 대결이라니, [펠릭스 영웅전기]를 플레이해본 자라면 누구든 껌뻑죽을 상황이 아닐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대했던 대로, 현우준과 주여진의 대결은 매순간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현우준은 검에 뛰어난 재능을 갖는 동시에, [중력]의 기프트를 지니고 있다.


현우준이 힘을 끌어올리자, 어떤 희미한 기운 같은 것이 감돌더니 이내 땅이 쩌적- 갈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헤아릴 수 없이 퍼붓던 총알들도 일제히 꺾여나가며 바닥에 박히기 시작했다.


경기장 바닥에 떨어진 총알들은 압착 프레스로 짓눌린 듯, 바닥에 펴발린 꼴이 되어버렸다.

누가 원 주인공 아니랄까 봐, 초반부터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상대인 주여진도 만만치 않았다. 마찬가지로 에스퍼계의 기프트 유저인 주여진은, 자신이 사용하는 총과 탄알에 마력을 주입한다.

그녀의 기프트는 [가속].


방아쇠가 당겨진 그 순간 날아가는 총알이 먼저, 소리는 그 뒤를 따라 울려퍼졌다.


음속을 초월해 날아가는 총알이 자신을 짓누르는 힘을 그대로 뚫어내며 직선을 그렸다.

중력에 굴하지 않는 총알을 보며, 현우준은 검을 치켜들었고.


티팅- 팅!


익숙하다는듯, 모든 것을 튕겨내었다.

지체 없이, 현우준이 검을 크게 휘두르자, 그와 주여진 사이에 땅이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관중들마저 보호결계를 뚫고 흘러나오는 그 ‘강력한 흐름’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주여진은 그 힘을 그대로 타고 올라 공중에서 다시 총알을 퍼부어댔다.


둘의 대결은 곡예를 흡사 방불케 했다. 한 쪽이 빈틈을 노리면 다른 쪽이 역으로 쇄도해나가는 접전.


검과 총, 둘은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었으나, 말하는 것은 같았다. 상대를 굴복시키겠다는 그 의지가 여실히 느껴졌다.


둘의 전투를 보니 놀라움과 함께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우준과 주여진, 그들은 장차 펠릭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갈 귀하신 몸들. 내게는 꿀을 빨 수 있는 근본적인 배경을 제공해주는 애들이기도 했으니까.


한참 동안이나 이어진 둘의 전투는 10분을 꽉 채우고서야 종료되었다. 결과는 무승부. 하지만 둘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었다.


일단은 착착 성장해나가고 있어 기뻤다. 저 애들의 성장이 나의 휴식과 직결될 테니까. 한편으론 어떤 향수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말이 조금 이상하지만, 양쪽 다 내가 직접 열심히 키워본 애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잠시 추억에 빠져 넋을 놓고 있자니,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위선우! 경기 보고 있었어?”


그것은, 방금 경기를 마치고 내려온 현우준이었다.


“어, 오랜만이다. 잘 싸우던데?”


천체관 이후로 오랜만에 나누는 대화였다.


“저번에 대단했어. 필드사냥 때 말이야.”


자연스럽게 필드 사냥 때의 이야기를 꺼내는 현우준.


“그때 정말 멋지더라. 던전이라니, 난 상상도 못 했어. 이론은 젬병이라서···하하.”

“1등은 너였잖아. 네가 더 대단하지.”


나는 시선을 가급적 적게 마주치기 위해 노력하면서 녀석에게 치하를 돌렸다.


그도 그럴게 이 녀석은 주인공답게 별의별 일에 다 휘말리니까.

게임의 주인공이 으레 그렇듯 '가는곳마다' 에피소드와 사건이 발생한다고 봐도 좋다.


그러니 적당한 친분. 이렇게 가끔씩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딱 그 정도로 족했다.


“에이, 아니야. 이제 시험 치를 예정이지? 응원할게.”


현우준은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주인공의 응원이라, 귀하군.


“저래도 괜찮은 거야···?”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아연히 중얼대는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주변은 이미 소란스러웠다. 이번 소란을 피워올린 당사자는 강하린이었다.


한창 시험이 이뤄지고 있는 경기장 위에서 상대를 무차별적으로 난타하는 강하린의 모습이 보였다.

상대는 이미 전의를 상실한 모습. 그럼에도 강하린은 기세를 꺾지 않았다.


감독관이 황급히 경기를 중단시켰고, 그와 동시에 강하린의 동작 역시 스톱모션처럼 멎었다.


경기장 바닥엔 17세 치곤 심하게 당한 상대가 대자로 뻗어 있었다.


경기가 종료된 그 즉시, 강하린은 시험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가는 도중 나와 잠깐 눈이 마주쳤는데, 금방 고개를 돌리곤 떠나버렸다. 약간 시선을 피하는 듯했다.


“으아- 무섭다.”

“역시 주연화 딸인가봐.”

“예전에도 저런 적 있지 않아?”


강하린이 떠난 자리에 수군거리는 말들이 넘실거렸다.


‘애들이 죄다 주연화 얘기만 하네.’


들려오는 말소리마다 주연화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위선우 생도! 3번 경기장으로 오세요!”


얼마 후 경기장 위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생각을 잠시 뒤로 미룬 채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경기장 위에서 마주선 양진수는 여전히 긴장한듯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 기묘한 구석이 있었다. 양진수의 동공이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었으니까.


“양진수 생도, 괜찮습니까? 필요하다면 시험을 미룰 수 있습니다.”

“이, 이상 없습니다. 정말로, 괜찮습니다.”


시험감독관도 무언가 이상을 눈치챈듯 양진수에게 물었지만, 양진수는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흠···차트 상으론 이상이 없는 게 맞긴 한데···긴장을 했나?”


시험 직전 사전 메디컬 테스트 차트를 보며, 감독관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뭔가 쎄한데···.’


감독관이 경기장 바깥으로 물러섰을 때,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불안이 감돌았다.


어느 순간부터 양진수가 쉴 새 없이 입을 옴짝이고 있었다. 눈은 점차 초점을 잃어갔다.


바람빠지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어떤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입술의 움직임으로 미뤄볼때.


‘죽여야 해. 죽여야···.’


[관계도가 조정됩니다.]

[양진수]

[+32 -> -78]

[악연시나리오 ‘누군가의 선물’이 시작됩니다.]


버저가 울리고, 시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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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화 누군가의 선물 (2) +9 22.12.02 9,690 289 13쪽
» 33화 누군가의 선물 (1) +16 22.12.01 10,372 268 13쪽
33 32화 필드사냥 (3) +10 22.11.30 10,599 330 14쪽
32 31화 필드사냥 (2) +19 22.11.29 11,235 342 16쪽
31 30화 필드사냥 (1) +10 22.11.28 12,653 338 12쪽
30 29화 관계와 관계 +16 22.11.27 13,917 361 16쪽
29 28화 현우준 +52 22.11.26 14,461 419 13쪽
28 27화 새로운 시나리오 +34 22.11.25 15,268 433 11쪽
27 26화 루시와 앙헬 +47 22.11.24 16,016 468 14쪽
26 25화 네임드 사냥 (2) +37 22.11.23 16,807 464 12쪽
25 24화 네임드 사냥 (1) +50 22.11.22 17,466 516 12쪽
24 23화 파견체험 (3) +49 22.11.21 18,421 511 11쪽
23 22화 파견체험 (2) +33 22.11.20 19,714 567 14쪽
22 21화 파견체험 (1) +17 22.11.19 20,914 581 15쪽
21 20화 개미굴 (3) +20 22.11.18 22,152 559 16쪽
20 19화 개미굴 (2) +19 22.11.17 22,063 641 12쪽
19 18화 개미굴 (1) +17 22.11.16 23,257 68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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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카르마 (1) +23 22.11.14 23,892 646 13쪽
16 15화 진청하 +16 22.11.13 24,260 688 11쪽
15 14화 던전 실습 (3) +36 22.11.12 24,849 64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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