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악의 조직의 말단조직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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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10.28 18:46
최근연재일 :
2022.12.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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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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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4장. 범죄자들의 성역-5

DUMMY

“하!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웃기지도 않아서... 네가 감히 날 심문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거래의 기본은 주고받는 거라고 안 배웠어?! 일방적으로 정보를 캐가기만 하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예의야!!”


위축되었다 생각한 내가 역으로 그의 멱살을 쥐고 벽에 처박은 채 윽박지르자 모든 것을 그냥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던 웅고르가 처음으로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피했다.


“이번엔 이쪽에서 질문해볼까? 여왕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꽤나 높은 지위에 있나보지? 왕이 여왕임을 아는 건 정말 몇 되지 않으니까 말이야. 병정? 군대? 장군? 아아~ 친위대인가?”


처음 ‘개미들의 왕’에 대한 묘사를 볼 때 나는 왜 그를 최악의 거짓말쟁이라고 칭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고로 악당에게도 ‘격’이란 게 있는 법이며 그는 아무리 봐도 스스로가 한 말을 어기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나중에 그... 아니, 그녀의 성별이 여성이란 것을, 그녀가 왕이 아닌 여왕이란 것을 깨달았을 땐 정말이지... 곰돌이 푸가 사실은 암컷이라는 걸 깨달은 이래로 가장 크게 놀랐다.


‘진부하지만 충격적인 반전.’


그도 그럴게 명예 남성이란 특성을 개화한 그녀는 상태창 상으로도 남성이라 표시되어있었으므로.

독자는 소설에 적힌 묘사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법이다.


‘복선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스스로 타고난 성별을 버리고 남성이 되기로 선택한 라이엇이 왕이 아닌 여왕임을 아는 자는 최측근의 몇몇뿐이다.


나의 반격에 순간 몸이 굳었는지 웅고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알만 뒤룩뒤룩 굴러댔다.

하지만 이내... 그 눈에 다시 광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붉은 눈...!”


그 말에 나는 다급히 눈을 가렸다.

너무 흥분해서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는 것도 눈치 못 챘다.


‘젠장, 들킨 건가?’


흥분할 때면 지금처럼 눈에서 이렇게 붉은 귀화가 새어 나오곤 했는데 이건 아직 내가 흡수한 붉은 안개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고유 특성: 이성의 확신이 발동합니다.]


만약 내게 이성의 확신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나는 저 광인들과 별 다를 바 없는 꼴을 하고 있었으리라.


“크히히힉! 뱅인...! 넌... 정말 최고야! 아아, 개미들의 여왕이시여, 부디 이런 우유부단한 저를 너그러이 용서하시길! 늘 속으로 그대를 바다뱀 여왕이라 불렀으나 진정한 뱀들의 군주가 여기에 있나이다...!”


황홀경에 빠진 듯 광소를 터트리는 웅고르의 모습에 왜 원작에서 모두가 마코데모 원로를 그렇게 꺼려했는지 조금 이해가 갔다.

웅고르의 그 광신도적인 모습엔 이성의 확신을 가진 나조차 생리적인 혐오감에 몸서리쳐질 정도였으므로.


‘바다뱀 여왕? 진짜 뱀들의 여왕은 지금 아카데미에서 양호교사로 일할 텐데 웃기지도 않아서...’


똥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

웅고르는 더럽다. 그러니까 웅고르는 똥이다.


그럼에도 웅고르가 감이 좋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2대 카인으로서, 원작에서 또 다른 카인의 후계자였던 그녀와는 비슷한 분위기를 풍길 수밖에 없을 테니까.


‘직관적인 상대는 상대하기 귀찮은데...’


그런 웅고르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내가 하와이에서 작전을 실행할 때 분명 완벽한 계획을 짰음에도 그 안에서 이질감을 느끼고 돌발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사람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순 있어도 그 선택을 유도하는 건 환경일 텐데, 그 환경이 조작되었다는 걸 알아차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직감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스스로 환경이 되어 하와이 밖으로 사람들을 내몰았을 때조차 도망가는 대신 내 위치를 집요하게 추적해오는 이들.

그들은 테러 위치를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사전에 차단하려 했으며 심지어 거의 성공할 뻔했다.


‘분명 어떤 단서도 남겨두지 않았을 텐데도 그랬었지...’


본능적인 감각에 따라 정답에 거의 근접한 판단을 내리는 그들을 볼 때면 내가 모르는 특성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역...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려나?’


주장과 행동에 대한 어떤 근거도, 증거도 없다.

경험을 통해 느끼는 위화감이라기에도 어폐가 있다.

틀리면 그냥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


그야말로 불가해의 영역...


‘그래도 대처 불가능한 존재는 아니야.’


하지만 내가 끝내 잡히지 않았듯, 나 역시 그들을 상대하며 대처법을 배웠다.


그들은 자신의 직관이 틀린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인지, 자신의 판단이 틀릴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까.

설령 그 앞에 절벽이 있다 해도 떨어지기 전까진 방향을 돌리지 않는 것이다.


‘망가뜨리는 걸 감수한다면...’


그렇기에 단지 파멸시키는 것이라면 가히 어렵지 않았다.

오해할 만한 단서 몇 개를 던져주면 알아서 자멸해 간다.

결정적인 무언가를 쥐고서 끝내 보여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아까 분명... 거래라고 했었지? 거래의 기본은 주고받는 거라고... 그러니 이젠 내가 질문할 차례야. 그렇지? 설마... 진짜 여왕님과 형제냐?!”

“......마음대로 생각해.”

“그러지 말고 대답해달라고, 뱅인! 네 이름처럼 호쾌하게!”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렸는지 웅고르는 한동안 Bang! Bang! 소리치며 다시 미친 듯이 웃어댔다.


“서로가 가진 정보의 가치가 동등하지 않은데 대체 뭘 대답해달라는 거야?”


그 입에서 튄 침이 내게 닿기 전에 나는 표정을 구기며 똥... 아니, 웅고르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 충격에 웅고르는 한동안 바닥에 엎어져 꺽꺽대며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다시 예의 그 끔찍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크흐흐~! 넌... 우리와 함께 할 수밖에 없을 거야, 뱅인. 어느 순간 모든 감정을 해방시키고 싶은 날이 찾아올 걸? 네 이름처럼 모든 걸~ 정말 모든 걸 터트리고 싶은 순간이... 분명 올 테니까 말이야.”


그 무례한 말에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이미 테러리스트로서 이 세계에 한 차례 각인된 나로서는 차마 반박할 말을 찾을 수...


“내 인생은 내 거야, 시발련아!”


없어야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당당했다.

그래서 면전에서 당당히 욕을 박았다.


“시, 시발련...? 어감이 센 걸 보니 욕인가?”


한국어로 말해서 의미는 모르지만 그래도 뜻은 잘 전달된 것 같다.

능글능글한 그로서는 이렇게 면전에서 쌍욕을 먹은 게 무척 드문 경험인지 그는 잠시 떨떠름하게 ‘시발련’하고 내 말을 되뇌었다.


그 모습에 뭔가 화가 나 이번에는 정강이를 세게 한 번 걷어찼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크으윽...!”


웅고르는 생각보다 강했고, 또 생각보다 약했다.

그 모습에 조금 마음이 약해졌다.


“미, 미...”


[하위 특성: 자기 암시가 발동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까 내가 잘못한 건 없는 것 같다.


“미, 미친놈아! 네가 먼저 잘못한 거잖아! 한 대 더 맞아.”

“커억!”


바닥에 손은 짚은 채 엎드려 고통을 참는 웅고르의 모습에 나는 그의 배를 거세게 걷어차고 잽싸게 도망갔다.

어차피 거점으로 돌아가면 다시 만날 테지만, 어떻게 최대한 피해 다닐 생각이다.

똥은 더러우니까.


“내, 내가 한 이야기를 한 번 잘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야! 다음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제안할 테니까!”


벌써 정신을 차렸는지 뒤에서 웅고르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왕 걷어차는 김에 배가 아니라 거기를 걷어찰 걸 그랬어.”


다시 돌아가 한 번 더 때려주는 대신 나는 속으로 한 가지 어떤 다짐을 했다.


“으으, 오늘은 자지 말아야지.”


때린 놈은 다릴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릴 뻗고 잔다더니...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위험한 놈에게 원한을 산 것 같은 기분이다.


“저 자식 눈빛이 위험해. 내가 죽으면 그 시체에다가 박을 놈이야.”


물론 언제나 그렇듯 내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잠시 눈만 붙인다는 게 어느새 아침이 되어 있었으니까.


“이 몸엔... 위기감이란 게 없나?”


물론 그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타다다닥!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방 안을 요란하게 울렸다.


“서버 확충 완료했습니다.”

“사이트 진행 상황 현재로선 아주 순조롭습니다.”

“커뮤니티 현재 활발히 활성 중에 있습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책상들.

사람을 틀 안에 가두는 학교도, 사람을 부품으로 보는 조직을 이길 수는 없다는 걸까?

그것은 그야말로 ‘효율’이란 말을 형상화한 듯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모니터 앞에 앉아 사이트를 조율하고 있는 그 모습은 인간이라기엔 무던히도 기계적이라 마치 어떤 거대한 기계의 부품을 보는 것 같았다.


“34퍼센트... 36퍼센트...! 인터넷 점유율 대부분이 저희 쪽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일주일 안에 점유율 80퍼센트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언제나 음지를 거닐던 조직은 본격적으로 양지로 나오고자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가장 상석에서 모두가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는 남성에게 현황에 대한 보고를 올렸다.


“좋습니다. 계속 진행하도록 하세요. 그것이 저희의 새로운 무기가 되어줄 테니까.”


맑은 미성이 들려왔다.

사내의 것이라기엔 여리고 여인의 것이라기엔 힘이 있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가 이러할까, 변성기 이전으로 고정되어버린 여린 소년의 목소리.


기품 있는 금발을 곱게 땋은 채 그 위에 토가를 하나 걸쳤을 뿐인 그는 신화 속에서 곧장 튀어나온 듯한 외형을 하고 있었다.


아득.


청년은 화사한 금장식과 붉은 벨벳으로 장식된 소파에 누워 한 알, 한 알, 포도를 껍질 채 씹어 먹었다.


입가로 과즙이 흘렀다.

청년이 웃었다.


“어쩌면... 조만간 조직에 새로운 이름이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조직에 단 셋뿐인 ‘가장 오래된 원로’ 중 하나.

그의 이름은 ‘아도니스(Adonis)’였다.


“리버스 말이군요...”


누군가 그들이 제작하고 운영 중에 있는 사이트의 이름을 말했다.


‘역행’과 ‘부활’이란 중의적인 뜻을 가진 역천자들의 세계.

조직은 앞으로 이 리버스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할 것이며 사이트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화폐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이 상황에서 포인트라는 새로운 기축화폐를 발행하여 부의 재분배까지 이룰 계획이었다.


앞으론 리버스의 통치 아래 있는 모든 곳이 리버스의 이름을 내걸고 활동할 것이다.

식당이나 가게는 물론 ‘언론’까지도...


“서버의 용량은 충분하다 보고 있지만 접속자가 지금 같은 속도로 몰린다면 다운될지도 모릅니다. 서버를 좀 더 확충해야할까요?”

“그럴 필요는 없을 거라 봅니다. 누군가 디도스 시도를 하는 게 아닌 이상 저희 서버는 현 인류 전체를 수용할 수 있으니까요.”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그들은 서버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그들의 대화에 아도니스는 충고하듯 말을 건넸다.

그 말에 그들이 만들어낸 이 최고 역작에 취한 조직원 중 하나가 그의 말을 끊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버뿐만 아니라 방화벽 또한 역대 유례없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순간 방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자신이 감히 누구에게 말대답을 했는지를 깨닫자마자 해당 조직원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말대답하지 마세요. 설마 이 순간을 노려온 이들이 저희뿐이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꺼억-! 꺽! 꺽!”


원로의 충고가 이내 경고로 넘어가자 말대답을 한 조직원은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굴었다.

이게 마음의 원로, 그 앞에선 그 누구도 마음 먹은 대로 할 수가 없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고 차라리 기절하고 싶어도 정신을 잃을 수 없다.


“이번 일을 기회삼아 음지에서 양지로 도약하려는 세력은 우리만이 아님을 알아야지요.”

“아도니스 원로님,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그때 누군가 질문의 발언권을 얻고자 손을 들며 해당 조직원은 겨우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 있었다.


“허락합니다.”

“이렇게 허술한 계획을 짜도 정말 문제가 없을까요? 분명 저희 사이트는 완벽하지만 계획이 너무 허술한 것이 아닌지...”


그 질문은 굉장히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커뮤니티’에 대한 것, ‘예언’에 대한 것, 그리고 ‘숙청’에 대한 것.


여기서 커뮤니티란 생존자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을 뜻하며, 예언에 관한 것은 과거 조직이 예언에 대한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려 시도한 것을 널리 퍼트린 것을 말한다.


그 일들은 저주로 인해 사람들의 기억에서 망각되었으나, 예언의 일부가 실현되기 시작하며, 그 망각된 기억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를 통해 조직은 손쉽게 사람들의 신뢰를 샀고 순조로이 점유율을 올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숙청은... 조직에게 재앙에 대한 것을 듣고 일찌감치 숨어버린 상류층을 말한다.

조직은 비밀을 알고 있는 그들을 제거함으로서 그 시체를 발판삼아 완전한 양지로 올라서고자 했다.


현 사태에 대한 분노의 화살을 모조리 벙커 안의 사람들에게 몰아넣은 채 말이다.


하지만 조직이 예언에 대해 발표하려한 것도 사실이고 정치인, 재벌 등의 상류층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버리고 벙커에 숨은 것도 사실이다.


너무 오래 암약해온 탓일까?

조직은 늘 인재부족에 시달려왔다.

비밀조직인 채로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직은 암암리에 두각을 드러내는 ‘적응자’들을 찾아내어 그들에게 무기와 정보를 건넸다.

혁명과 복수는 언제나 스스로의 손으로 행했을 때 의미가 생기는 법이니까.


정보를 독점하고 자신들을 내버린 상류층에 대한 복수심에 물든 그들은 조직의 좋은 사냥개가 되어주었다.

그래, 그들은 ‘사냥개’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했다.


조직은 그렇게 자신들의 손을 더럽히지도 않고 숙청을 끝마쳤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이 하늘이 내린 미청년은 과거 여신과 함께 사냥개를 데리고 사냥에 나섰던 때를 떠올리며 악동의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계획엔 여러 구멍이 존재하지요. 애초에 완벽이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단어일지도 모릅니다. 멸망이 오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그들을 버린 정치인 역시 정보의 부재는 마찬가지란 것을 뜻하며 이는 복수의 명분이 사라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예언에 대한 것을 알린다는 것, 이는 우리의 존재를 드러나게 합니다. 저희의 손을 더럽히지 않는 점은 좋지만 모든 것이 다 ‘허점투성이’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 계획이 허술한 것이 맞노라 속 시원히 인정해버렸다.


“허나, 상관없습니다. 카산드라의 저주는 굉장히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니까요. 그 저주는 명실상부 신으로부터 내려온 것. ‘인간의 인식’을 건드리는 최상위의 저주입니다. 여기에 당한 사람의 뇌는 자동적으로 개연성을 맞추려고 하지요. 절대 의심할 수 없을 겁니다.”


원로는 한 손에는 포도의 씨앗을 뱉고 다른 한 손으론 제 머리를 두들기며 저주에 대해 언급했다.

카산드라... 아니, 아폴론의 저주에 대해서.

완벽하지 않는 인간은 완벽해지고자 이렇게 신의 힘을 빌려올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주는 이다지도 두려운 것이지만 이렇게 이용할 방법도 많았다.


‘물론 이 저주에도 예외가 있지만 말이죠...’


아도니스는 뒷말을 삼켰다.

예외가 괜히 예외이겠는가.


간혹 저주에 강한 저항력을 가진 이가 존재했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위화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힘이 없다. 대세를 거스를 힘이!


만약 시간이 흘러 언젠가 그들이 그러한 힘을 이룩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때의 조직은 이미 함부로 의심의 말을 던질 수조차 없는... 가히 그러한 위치에 서있으리라.


“하긴, 무력만 따져도 저희에게 대항할 수 있는 이는 없겠군요.”


그 말에 아도니스의 곱디고운 아미가 찌푸려졌다.


“뭔가 착각하고 있군요. 모두 잘 들으십시오. 저희는! ‘무력’으로 인한 지배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말하는 ‘지배’란, 어떤 저항도 받지 않는 것.”


강압에 의한 지배가 결국 어떤 끝을 맞이하는지 역사가 증명했다.

페르시아도, 나치도 모두 그렇게 멸망했다.


“저희는 저기 저 하늘처럼, 위에 있는 것이 당연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인간들이 신을 경배하고, 부모를 섬기듯 그리 스며들어야 합니다.”


과거 명계의 여왕과 미의 여신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았다는 사내의 오연한 말에 감히 반박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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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9 ph******
    작성일
    22.11.28 13:11
    No. 1

    잘 보고 갑니다. 근데 끝에 쯤에 '저희는' 보다는 '우리는'이 나은것 같아요. 저희는 자기들을 낮춰 부르는 거라서요 저기서 장로가 자기를 낮출 이유가 없을거 같거든요. 그냥 제 생각에요. 건필하세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8 아함(阿含)
    작성일
    22.11.28 13:18
    No. 2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아도니스 원로의 캐릭터를 설정할 때 뭔가 이질적인... 위화감에 가까움 긴장감을 주는 캐릭터로 하고 싶었어요.

    수십 세기를 살았으나 청년과 다름없는 외모, 권위적이고 위압감을 주지만, 그와 반대되게 정중하고 높임말을 위주로 사용하는...

    그런 느낌으로 하고 싶었는데 아직 작가의 필력이 좀 부족한 모양입니다.

    좋은 의견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의견을 주는 댓글을 보면 작가는 행복해져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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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11 22.11.19 82 3 13쪽
22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10 22.11.18 78 5 14쪽
21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9 22.11.17 79 2 14쪽
20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8 22.11.16 83 9 11쪽
19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7 22.11.15 81 6 14쪽
18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6 22.11.14 87 7 15쪽
17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5 22.11.13 88 7 13쪽
16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4 22.11.12 100 7 10쪽
15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3 22.11.11 107 7 14쪽
14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2 22.11.10 102 6 12쪽
13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1 22.11.09 123 6 13쪽
12 1장. 나는야 말단 조직원-11 22.11.08 111 7 13쪽
11 1장. 나는야 말단 조직원-10 22.11.07 128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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