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교 종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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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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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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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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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0.

DUMMY

“그래서 싸움이 어떻게 됐다하오?”

“난 거기까지 듣고 급히 여기로 달려와서 결과가 어찌 됐는진 모르오.”


아무래도 일반인 입장에서 불똥이 튀는 건 아닌지 불안하고 걱정됐을 것이다.


“그럼 아직도 싸우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럴리가··· 무림맹인데..”


위진성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나왔다. 그리고 양천 위쪽의 여홍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곳은 오면서 지나쳐온 곳이라 잘 알고 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어?’


참 지독하고 끈질기다. 사마륜 말이다.


한번 물면 끝까지 놓질 않는다. 솔직히 적으로 만나기 싫은 상대는 맞다. 뛰어난 두뇌와 집요함까지 갖췄으니까.


허나 위진성은 투지를 불태웠다. 그는 점잖고 남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이지만, 자신에게 적으로 덤비는 상대를 가리거나 피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누르면 더 강하게 튀어 오르는 게 그다. 방금 전까지 피곤하던 게 활활 타는 투지에 불 타 사라졌다. 그는 유성처럼 남쪽 하늘로 질러갔다.





여홍이 가까워질수록 피비린내가 강해졌다.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는 없었지만 군웅들이 모여서 내는 소음은 커져 갔다.


그리고 여홍의 북녘 들판에 이르자 위진성은 눈으로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다수의 무림인들이 무리지어 전장을 왔다갔다 했고 땅바닥엔 수백의 녹림도들이 쓰러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한 눈에 봐도 큰 싸움이 있었고 무림맹의 일방적인 승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두리번 거리던 그의 시선에 나뒹구는 황금 의자가 잡혔다. 근처에는 너댓 명의 녹림도들이 짚단처럼 쓰러져 있다.


그리고 칠,팔 장 떨어진 곳에 거대한 감산대도가 땅에 꽂혀 있고 그 옆에 그가 있었다.


거근낙도 왕쌍


그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누워 있었다. 몸 여러 군데에 심한 상처가 보였지만 결정적인 사인은 가슴에 꽂혀 있는 암기였다.


도대체 역부족이란 걸 잘 아는 왕쌍과 녹림도들이 얻으려 했던 건 뭐고 왜 무모하게 싸웠을까?


‘뭔가 이유가 있다. 녹림이 아니라 사마륜이 바라는 이유가···’


그는 지금 벌어진 이 일련의 사태 뒤에는 사마륜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그 자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그에 맞게 상황을 조율한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구냐?”


그가 생각에 잠긴 사이, 누군가 그를 발견했다.


“난 적이 아니오. 나는 무림맹 용각 소속 위진성이오.”


그로 인해 잠시 소동이 있었지만 곧 신분이 확인됐다. 총단 용호각에서 봤던 산동 악가의 초류창 악정진이 마침 근처에 있다가 확인해 줬다.


“악대협, 감사합니다.”

“아닐세. 참, 그러고 보니 자네도 토벌대에 합류하는 거 아니었나?”


위진성은 오혼창 악흠과의 인연으로 산동 악가에 대해서 호감이 있었다. 거기에 초류창 악정진도 깔끔한 인상과 점잖은 성품 때문인지 무림인 보다는 학자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말이 부드럽게 나왔다.


“맞습니다. 그런데 개인 사정이 있어서 원통대사께 말씀 드리고 현지에서 따로 토벌대에 합류하기로 했었습니다.”


“아미타불. 악장로, 맞습니다. 위시주는 그리 하기로 했소이다.”


소리난 곳을 보니 소림승으로 보이는 노승이 있었다. 그런데 이 승려는 척봐도 무승인 걸 알 정도로 골격이 크고 굵어 보였다.


만약 그가 이런 몸으로 학승이나 선승을 했다면, 이는 타고난 재주를 썩히는 일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그렇습니까? 으흠··· 공을 세우기엔 좀 늦은 거 같네.”


악정진이 말하며 양손을 벌려 보였다.


“서둘러 온다고 왔는데 늦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배로 공을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위시주, 왔으니 됐소.”

“원공대사, 난 팽장로한테 가보겠습니다.”

“그러시구려.”


악정진은 반듯한 걸음걸이로 지나쳤다. 그런 그를 보다가 고개를 돌리니 눈이 딱 마주쳤다.


“처음 뵙습니다. 다의검 위진성입니다.”

“알고 있소, 위시주.”


소림승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외모에서 풍기는 것과 다르게 친절하고 부드러운데 그게 상당히 보기 좋았다.


“노납은 소림의 원공이라 하오.”

“원공대사님이시군요.”

“아미타불. 그래 볼 일은 잘 봤소?”

“예, 대사님. 원통대사님의 배려로 큰 도움이 됐습니다.”

“껄껄-. 좋소, 좋아. 이번에 원통 사형이 위시주를 각별히 부탁했는데 유익했다니 잘 됐구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게.. 이런 ··· 후략 ··· ”


이번에 무림맹에선 이각의 두 개 대에서 인원을 차출했었다. 청룡각의 명왕대와 백호각의 폭풍대에서 각각 백 명씩 뽑아 토벌대를 꾸렸다.


그래서 담당할 장로들도 소림사 원공대사와 공동파의 천운검 문태손 그리고 산동악가의 초류창 악정진과 하북팽가 혼원벽력도 팽도원으로 둘씩이다. 대표는 원공대사가 맡았다.


토벌대는 순조롭게 산서성에 진입하고 양천에 도착했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연락을 보내오던 오대산으로 파견된 비선당의 접촉이 어느 순간 뚝 끊겼다.


이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토벌대는 급속 행군으로 오대산을 향해 출발했단다. 그런데 토벌대가 관도를 따라 여홍까지 왔을 때, 그들은 한 시신을 보게 됐다.


그 시신이 관도 중앙에 보란 듯이 있어서 못 볼 수가 없었다 한다. 다가가 확인해 보니 시신은 다름 아니라 직도붕산 팽진이었다.


이를 본 팽도원이 불같이 화를 내며 길길이 날뛰어 그를 가라앉히는데 꽤나 애 먹었다.


간신히 진정된 팽도원과 채비를 서두는데 다른 비선당원들의 시신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관도에서 들판까지 왔다.


그리고 들판 가운데에 이번엔 황보세가의 태산광권 황보헌의 주검이 놓여 있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시신들을 보면, 소뇌제 언지군을 제외한 파견된 비선당원 전원이 몰살당했다.


이 사태에 수뇌부가 의논을 하는 중에 생각지도 못한 대룡채의 습격이 있었다. 물론 토벌대는 기습을 당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산적들을 격파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저들이 기습해 놓곤 오히려 당황하더란 말이오.”

“대룡채가 당황하더란 말씀인가요?”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말이외다. 그리고는 우왕좌왕 하더니 하나씩 제압되었소.”

“대사님, 혹시 생포된 자들이 있습니까?”

“물론 있소. 헌데 직책이 낮은 수하들만 생포돼서 아는 게 하나도 없구려.”

“그럼, 수뇌부들은 저항하다 죽은 건가요?”

“그렇소. 격렬하게 저항하다 도주하려 했으나 얼마 못가 한 명씩 제압당했소. 덕분에 우리 입장에선 큰 피해 없이 수습할 수 있었고.”


채주 거근낙도 왕쌍은 도주하다 폭풍대주 무진타 당인표와 오십여 합을 주고 받다 자모표에 쓰러졌다. 당인표는 사천당문에서 좀 별난 사람이었다.


그는 당문인답게 암기를 잘 다뤘지만 권, 장 또한 장기였다. 그래서 싸울 때 권, 장을 펼치며 암기를 적재적소에 펼치는 그만의 방식으로 일가를 이룬 인물이었다.


“그들 중에 한 명이라도 생존자가 있었으면 도움이 됐을 텐데···”


그가 아쉬운 듯 말하자 원공대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투항할 자들이 아니었소. 그럴바엔 싸우다 죽겠단 태도였지.”

“녹림..이 그러는 건 매우 의외 아닐까요?”

“그렇긴 한데.. 녹림십팔채의 대채이니 그들에게도 자존심이 있지 않겠소?”

“그렇군요. ···”

“왜, 무슨 걸리는 게 있소?”


원공대사가 느긋한 모습으로 물어왔다.


“아닙니다. 녹림도들이 그럴 정도로 명예를 중시할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소뇌제 언지군 소협은 어떻게 된 걸까요?”

“그것 때문에 우리도 의논 중이라오. 일단 토벌대로써의 임무는 끝이 났는데 향후 바로 귀맹을 할지 언소협을 수색할지 논의 중이오.”


일이 느닷없이 빨리 끝났으니 그들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다. 그러나 이대로 바로 돌아가기엔 뭔가 허전하다.


“팽소협 시신을 수습해서 팽가로 보내느라 잠시 중단됐는데··· 슬슬 가 봅시다.”


원공대사는 위진성에게 같이 가자 권했다. 위진성 입장에선 좀 애매했지만 따라 나섰다. 아무래도 그의 신분이 용각의 일반 각원인데 장로들 자리에 함께 있는 게 걸렸다.


헌데 다시 생각해 보니 용각은 구대문파 장로들을 수행하는 곳이니 한발 물러서 있으면 모양이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원공대사를 따라 간 곳에서는 한쪽에 수레가 있었고 말 두 마리가 수레와 연결된 끈에 묶이는 중이었다. 수레 옆에는 일반 서민들이 사용하는 싸구려 관이 놓여 있었다.


팽진은 그 안에 누워 있었고 관뚜껑이 반쯤 닫혀 있었다. 관 속을 보며 팽도원은 침중한 안색으로 말없이 서 있었다.


그 옆으로 악정진과 문태손이 있었고 명왕대와 푹풍대의 간부들도 도열해 있었다. 누구도 말이 없으니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매우 무거웠다. 그 침묵을 깨고 원공대사와 위진성이 합류했다.


“아미타불.. 팽장로,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 고맙소, 대사.”


착 가라앉은 소리로 말하던 팽도원이 같이 온 위진성을 힐끗 일별했다.


“팽장로님, 용각 소속 위진성입니다.”


그가 정중히 포권을 쥐었다. 팽도원은 관심없다는 듯 시선을 다시 관으로 돌렸다. 죽은 팽진은 다른 이들과 달리 본가의 세가원이었다. 그러니 더 각별할 것이다.


그렇게 반 각여 지났을 때,


“관을 닫아라.”


관은 닫혔고 수레에 실렸다. 그리고 마부의 채찍질에 수레는 하북으로 달렸다.


“그럼, 팽장로. 향후 일정은.. 오늘은 여홍에서 쉬고 내일 얘기 합시다.”

“괜찮소, 원공대사. 할 게 있으면 미루지 말고 마무리합시다.”

“흠.. 팽장로가 그렇다면··· 그럼 계속 의논을 하십시다. 진주 언가의 언소협 시신만 없는 걸 보면 그가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바로 귀맹할지 아니면 언소협을 수색할지 그도 아니면 다른 일을 할지 얘기를 더 해 보십시다.”

“대사, 난 우리가 이대로 철수하는 거 보단 언소협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악대협의 의견은 그렇구려. 그럼, 문장로는 어떻소?”

“나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럼··· 일단 맹으로 돌아가자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언소협 일은 그쪽 일에 능한 비선당을 중심으로 따로 인원을 갖춰 풀어가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지금 언지군이 실종 상태인데 그때까지 시간을 버리겠단 말이오?”


팽도군이 날카로운 눈으로 문태손을 쏘아봤다.


“지금 우리가 수색에 나선다해도 너무 막연하오. 지금 여기에 추적에 능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소? 그렇다고 가까이에 파견된 비선당원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 할 거 아니오?”

“팽장로, 거- 말이 심한 거 아니오? 팽소협이 그리된 건 나도 애석하게 생각하오. 그렇다고 한 무리를 이끄는 위치에서 사사로이 판단-”

“문태손! 사사로이라니?”


팽도원이 버럭 소리쳤다.


“아미타불! 두 분은 잠시 소승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원공대사가 공력을 실어 창룡음을 발했다. 그러자 큰 목청으로 말한 것도 아닌데 다른 소리들을 모두 덮고 원공대사의 목소리만이 똑똑히 들렸다.


“팽장로, 잠시 흥분을 가라 앉히고 들어나 봅시다.”


악정진이 싸늘한 투로 말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구려. 여기 문장로도 두 분과 뜻이 다르지 않소이다. 언소협을 수색하자는 것은 같습니다. 단지 방법상의 차이가 좀 있을 뿐이지요.”

“대사는 같이 듣고도 그리 말하시오?”


팽진이 벌겋게 흥분한 눈으로 원공대사를 봤다.


“빈승이 듣기엔 그리 들렸습니다. 빈승도 귀맹하는 것 보단 언소협을 찾는 게 맞다고 생각되는군요.”


그가 말을 마치며 문태손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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