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무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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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가(墨歌)
작품등록일 :
2022.10.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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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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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무객 1화. 등선봉(登仙峰)에서 바라본 청룡산장.

DUMMY

1.


황산 수많은 봉우리 중 하나인 등선봉 정상.


수많은 세월을 말하려는 듯 이끼를 칠갑 한 기암괴석 틈새속에서 소나무 한 그루가 묘하게 바위틈을 비집고 무성하게 자라나 주변 풍광을 신비롭게 물들이고 있었다.


마치 십장생 병풍속에서나 볼 수 있는 분위기라 고나 할까, 봉우리 정상엔 그윽한 소나무를 배경으로 하고, 노인 한사람이 백발이 된 머리결과 흰 수염을 흩날리며 저 멀리 푸른 하늘을 가득 담은 청룡강을 깊은 상념에 젖어 바라보고 있었다.


질 푸른 용 한 마리가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듯한 꼬불꼬불 휘어진 청룡강의 푸른 빛의 기운은 노인의 모습을 더욱 신령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었고, 하얗게 늘어진 흰 눈썹은 마치 등선봉에서 신선이 방금이라도 등선하려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했다.



‘저기 보이는 저 강 언저리, 마치 용의 발톱이 여의주를 들고 있는 듯한 형상이 만들어진 곳이 바로 문중의 숙원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던가······.'


‘·····’


'워낙 오래된 우물이라 사부가 말씀하신 그 우물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으려는 지···.’


그가 이곳을 찾기 까지는 근 백 년이라는 세월을 허비하고, 수 많은 사연을 만들고 서야, 겨우 찾게 되었다.


젊었을 때 사부와 같이 사문을 찾아 돌아다닐 때에는 재미있었다.


산 속 길을 찾아 갈 때는 약초에 성질과 효능을 배우면서 다녔고, 역사가 깊은 곳을 관람하면서 갈 때는 멋진 시를 배우면서 사문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돌아가시면서 남기신 마지막 유언 때문에 스무 살 때부터 혼자서 대륙 전역을 돌아다녔고, 이제 나이가 120 살이 되어서야 문중의 숙원을 이루게 될 수 있는 그 근거지를 찾게 된 것이다.


‘하, 아! 이렇게 찾아 놓고 보니, 이처럼 쉬운 것을······.’



스승의 복수를 위해 30년 동안, 무림맹도 두려워하는 패혈성과 일인 전쟁을 하면서 단 한 명도 살려 두지 않은 채 패혈성을 멸망시켰고. 그 전쟁을 끝낸 후, 오랜 기간 긴 부상에서 해방되었지만, 아직 인생에 있어 숙제가 남아있었다.


그 숙제가 문중의 비급을 찾아서 지혜롭고 선한자를 하나 찾아 후인을 만들라는 사부의 지엄한 유언이었다.


사부의 유언속에 찾을 곳을 근거라도 제대로 알려주고 찾으라고 했어야 했는데, 피눈물이 흐르는 상황에서 부족한 제자를 살리고 돌아가시는데 바빠 설명을 해줄 시간이 없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사부님도 잘 몰랐으니 그렇게 헤매고 찾아 다니셨겠지···!


마지막 숨이 넘어가시면서 겨우 더듬거리시면서 하신 말씀이


‘등선봉(登仙峰)정상에서 바라보면, 하늘을 가득 머금고 흐르는 청룡의 형상을 하고 있는 강 기슭이 보이고, 그곳의 형상이 용이 움켜 잡고 있는 여의주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여의주 모양에 분지가 있다면, 그 정중앙에는 반드시 우물이 있을 것이고, 그 우물속이 바로 우리 유의문의 숙원이 잠자고 있는 신성한 곳이다.


그 우물을 찾아 우물안의 만상진을 해지하고 들어가 가문의 숙원을 이루어라’는 딱 두 귀 절의 유언이었다.


이 어마어마한 중원대륙의 봉우리가 도대체 몇 개던가! 크기가 작기나 해 야지···.


더욱이 중원 천하에 웬 넘의 등선봉(登仙峰)은 또 그렇게 많은 지. 크고 작은 강은 또 어떻고!


앞머리에 용두산이라고 한마디만 더 해주시고 돌아가셨으면 이렇게 뼈빠지게 고생을 하는 일은 좀 작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리고 찾는데 얼마나 수월했을까,


아무튼 그래도 백 년 만에 제대로 찾아오긴 찾아왔다.


돌이켜 보면 이 먼 곳까지 찾아오기 위해 안타깝게도 돌아돌아 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수많은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가면서 깊은 감회속에 그 옛날 어린시절 사부에게 무공 기초를 배우던 형상이 망막속에 그려졌다.


대나무로 만든 칼로 비무를 하다가 수없이 깨지고 다친 것 하며, 틈이 있을 때마다 사문의 얘기를 해주면서 아쉬워하는 그 표정들.


장백산 아래 약초를 구하기 위해 어떤 지역을 지나다가 고려인 마을이 마적의 습격으로 전체가 불바다가 되어 초토화가 되었다.


혹시나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을 까 하고 뒤지던 중, 태어나서 눈도 뜨지 못한 채 부모를 마적단에게 잃고 숨이 넘어가려고 하던 자신을 사부가 다행스럽게 발견하여, 유일하게 살아남은 젖먹이 생존자로 사부님께 구함을 받으면서, 참담한 인연으로 시작된 인과였다


자신의 부모 겸, 스승 겸, 하나밖에 없는 제자를 돌보기 위해

힘겹게 애를 쓰시든 그 모든 것들···!


원래 사문은 의가였었고 무공을 배우는 것은 사문의 독특한 진력을 침(鍼)처럼 이용해서 치료하는 의술 때문에 배우는 것이었다.


기경팔맥과 인체 삼십육혈(三十六穴)을 진기도인하여 환자의 병을 감지하고 기로 혈을 뚫어 치료하는 아주 독특한 방법의 치료 행위다.


물론 약이 필요할 때는 약을 처방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약 처방 보다 효과가 빠르고 부작용이 없었다.


사부의 말을 들어보면 특히 내상과 독상 같은 것이나 오음절맥 같은 병은 사문의 비급 창세천기보록(閶世天奇寶錄)만 찾으면 반 시진도 걸리지 않아 치료할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하셨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듣고 성장해 이제는 120살이된 노회한 몸으로서 아직도 사부의 꿈꾸듯 하는 표정의 열변은 막연한 신비감으로 남아 뇌에 한끝을 잠식하고 있었다.


과거의 참담한 생각속에 잠시 머물어 보면, 사부와 나는 패혈성 지낭인 사마경후라는 간악한 인간과의 악연 때문에 패혈성의 어떤 환자를 고치기 위해 반강제로 끌려 갔다.


물론 사부와 나는 초절정 이상의 무공을 지니고 있어 피신하려면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지만, 그들이 말 하는 환자가 워낙 유별나 그 호기심 때문에 그냥 끌려 가준 것이었다.


끌려가 보니 사마경후라는 인간은 병을 고치는 데는 별 신경 쓰는 일이 없었고, 그냥 유명한 의원이기 때문에 한번 나타나서 환자를 대면해 주면 된다는 것이 강제로 데리고 간 이유였다.


패혈성에 들어가서 우리가 본 환자는 전대 패혈성 성주였고, 장기간 먹여 야지만, 독성효과가 나타나는 광물성 만성 독약을 아들놈이 아비에게 장복 시켜서, 사경에 헤매도록 만들어 놓은 흔적이 발견되었다.


성주가 혼절하자, 성주 자리를 빼앗고 원로들의 눈과 부친의 친구들의 눈을 속여서 자신의 자리를 안전하게 굳히기 위해 유명한 의원이 필요했는데, 그 덧에 우리가 걸려든 것이다.


사부는 환자를 일단 발견하면 정말 존경스럽게 최선을 다해서 고치신다. 사부와 나는 패혈성에 실정도 모르면서 패혈성 전대성주의 중독된 독성을 어느 정도 해독하여 정신을 차리게 했고, 급격히 차도가 좋아지게 만들었다.


이에 화들짝 놀란 패혈성 성주와 사마경후는 전대 성주를 우리가 보는 앞에서 칼로 심장을 찔러 죽이고, 그 죽음의 책임을 사부와 내게 뒤집어 씌우고자 했다.


패혈성에 비상을 걸고 사부와 나를 전대성주를 죽인 범인으로 몰아 우리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우리는 거짓과 모함이라고 강렬하게 반발하였고, 패혈성과 우리 두 사람은 그 때부터 전쟁이 시작된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패혈성을 탈출했지만, 사부가 심하게 부상을 입었고, 빨리 손을 써야 했음에도 패혈성의 집요한 추격 때문에 너무 늦게 손을 쓴 탓으로 유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돌아 가시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나에게 유언이라 고는 딱 두 구절,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청룡의 모습을 한 호수와 강이 여의주를 품고 있는 듯한 그 곳 한 가운데 분명히 우물이 있을 것이다. 그 우물이 바로 사문의 성지이니, 그곳을 찾아 후인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놈들에게 포위가 된 상황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칼들을 막아내느라 다급한 상황에서, 나에게 의식 저 멀리 서 들려오는 사부님의 유언이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유언을 듣는 그 순간 오로지, 사부님의 복수 밖에 생각이 없었고, 그것을 집행하는 것을 살아있는 의미로 생각하며, 그렇게 오랜 세월 집요하게 실행을 했고, 드디어 집념대로 성공을 했다.


가장 통쾌한 것은 패혈성 성주와 사마경후는 살아 있는 체 난도질을 해서 최후에 목을 따서 따로 보자기에 담고. 그 난도질한 몸뚱이들은 돼지 우리에 넣어주었다.


그 돼지우리에서 먹이로 사라져가는 놈들의 몸뚱이를 바라보며, 억울하게 돌아가신 스승님을 생각하고 복수에 빼앗긴 그 수십년의 세월이 너무도 억울하고 통탄스러워 피눈물을 흘린 기억이 새롭다.


두 놈의 목을 담은 상자를 들고 부지런히 말을 달려 한 달가량 걸려서, 스승님의 묘를 찾아 놈들의 목을 바치고 삼 일을 통곡했다.


그 한스러운 것을 해치우고, 사문의 흔적을 여기저기 찾아 다니다가 결국 이제서야 흔적을 찾아 예까지 왔다.


사부의 마지막 유언을 기억하고 실현시키는데, 백 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제 홀가분한 심정으로 사문의 숙제를 해결을 할 수 있다는 생각속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음속에선 이미 사문의 숙제를 해결한 듯한 생각으로 상기된 마음 때문인지 속이 후련했고, 설레임 속에 기쁨이 절로 피어났다.


이제 사문의 염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나름 심장을 바쁘게 뛰게 만든다.


‘·····’


한참 상념에 젖어 청룡강을 바라보던 노인은 강물에 낙조가 떨어져, 천하를 검붉게 물들여 가자, 표홀히 신법을 발휘해 등선봉을 새가 날 듯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 식경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듯 붉게 타오르던 노을 빛은 온데간데없고, 세상이 어둠속에 묻혀 초생달이 나무 잎사이에 걸려 흔들거릴 때, 문득 그림자 하나가 희미한 달빛 속에서 나타나 청룡산장의 대문 명판을 덮을 듯하더니 대문 옆 담장을 가볍게 훌쩍 뛰어 넘어 사라진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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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청룡무객 14화. 가족들 무공 높이기 +2 22.11.04 2,741 21 12쪽
13 청룡무객 13화. 다섯명의 고아들 +3 22.11.04 2,746 23 12쪽
12 청룡무객 12화. 갓 태어난 동생에 대한 배려 +2 22.11.04 2,757 22 12쪽
11 청룡무객 11화. 다시 시작하는 인생 +3 22.11.04 2,764 22 12쪽
10 청룡무객 10화. 상서(祥瑞)로운 아기를 지킬 수 있는 지혜 +2 22.11.03 2,781 20 12쪽
9 청룡무객 9화. 청룡의 탄생 +2 22.11.03 2,773 21 12쪽
8 청룡무객 8화. 황금 빛 서기의 갓난아기 +2 22.11.03 2,780 19 12쪽
7 청룡무객 7화. 칠채무천심법(七彩武天心法)의 발현 +2 22.11.03 2,786 23 12쪽
6 청룡무객 6화. 청룡문의 무공입문 +1 22.11.02 2,791 22 12쪽
5 청룡무객 5화. 사문의 믿기 힘든 무공과 보물들 +1 22.11.02 2,796 23 12쪽
4 청룡무객 4화. 신비롭게 다가오는 행운들 +1 22.11.02 2,807 24 12쪽
3 청룡무객 3화. 사문의 비밀. +2 22.11.02 2,820 28 12쪽
2 청룡무객 2화. 청룡문의 신비 +3 22.11.01 2,838 33 12쪽
» 청룡무객 1화. 등선봉(登仙峰)에서 바라본 청룡산장. +20 22.11.01 3,146 6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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