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을 적어주세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북림씨
작품등록일 :
2022.10.31 02:02
최근연재일 :
2023.01.05 02:28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544
추천수 :
15
글자수 :
195,106

작성
22.11.24 19:00
조회
34
추천
0
글자
10쪽

20화

DUMMY

‘얀은 잘 도망갔겠지.’


딕스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콰드득!


면사녀···, 딕스의 투창으로 면사가 뜯겨져 정체를 들어낸 시스투스.


“그렇게 화내실 것 까지는 없잖아요. 미녀는 뭘 해도 아름답습니다. 하하”


능청스럽게 농이나 던지는 딕스를 노려보던 시스투스는 손에 들여 있는 창이 부서 버렸다.


“교활한 인간! 정녕 그 꼬마가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백옥 같은 얼굴에 흠집 났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 당장이라도 눈앞의 인간을 회쳐버리고 싶다.


하지만.


“하하! 이거 상황이 역전된 것 같은데. 그런 협박이 저한테 통하겠습니까.”


딕스는 전신에 피를 흘리는 상태에서도 득의양양했다.


‘괴물 같은···. 네가 아무리 강해도 나보다는 한수 아래다.’


그녀의 민활한 반월도에 찔린 옆구리가 아직 아프지만, 기절한 애덤 비요텐의 목에 들이민 창을 그녀의 앞에 흔들어주자.


“젠장!”


쩔쩔매는 그녀를 보니 속이 뻥 뚫는 통쾌하다.


딕스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애덤 비요텐. 비요텐 남작가의 후계자를 구하고 싶으시면 얀을 쫓아간 그를 불러오시는 게. 현명한 선택 아니겠습니까. 하하.”


반반한 면상으로 계집질이나 할 줄 아는 하등한 짐승 따위를 위해 수치를 감내하는 상황에.


칼을 물고 죽은 그녀.


‘대업을 위해 참아야한다.’


굴욕감에 몸을 떨던 시스투스는 이빨을 갈았다.


“아득! 악독한 짐승아. 넌 꼭 내가 손수 산채로 살점을 한 점. 한 점. 발라 씹어 먹어주겠다.”


“전 질겨서 맛이 없을 텐데요.”


그녀에게 한마디도지지 않는 딕스는 짧게 잡고 있던 창에 힘을 줬다.


푹!


“아악!”


딕스의 창이 애덤 비요텐의 쇄골 밑에 박혔다. 딕스는 혀로 초시계 소리를 냈다.


“똑딱, 똑딱. 망나니 공자님. 깨어날 시간입니다. 이런 깼어나셨네요. 당신. 그렇게 지켜만 보실 건가요. 저희 공자님은 지혈 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깨어난 애덤 비요텐의 비명.


“시스투스. 뭐하고 있어. 날 구해달라고!!”


그 말에 굴욕적인 표정을 지은 시스투스는 품에서 포션을 던졌다.


이를 딕스가 받는 걸 확인한 그녀.


“그가 죽으면 꼬마의 목숨도 없다는 건 알겠지. 빨리 치료해.”


“그가 오면 치료하겠습니다.”


시스투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홍옥이 박힌 목걸이 꺼냈다.


붉은 빛이 깜빡깜빡 점멸하고. 잠시 후. 냉막한 인상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경비실 안의 상황을 곁눈질로 파악하고는 시스투스 곁에 가, 공손하게 시립했다.


“부르셨습니까.”


“이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노예 새끼. 보낸 지 언제인데. 아직도 인간 꼬맹이 하나를 못 잡아서. 변명이라도 해봐라.”


“그게 연구소 주변에 펼쳐진 결계가···. 죄송합니다.”


“아득!”


그들의 대화를 듣던 딕스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잘 빠져나겠네. 이제 어떻게 한담.’


얀의 생사도 확인됐고. 잘 빠져나가만 하는데. 악독한 다크엘프 년이 곱게 보내줄리 없고.


그런 딕스를 보던 시스투스가 분통을 터트렸다.


“빨리 포션을 사용해라, 인간!”


그 말에 포션을 쥔 딕스는 잠시 고민했다.


대업인가 하는 걸 봐서는 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 이자를 죽이면 한방 크게 먹일 수 있는데.


‘그런 짓을 하면 저 괴물이 얀을 추격해서···.’


끔찍한 상상.

일단 치료하고, 계속 협박을 통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게 좋겠다, 판단을 한 딕스는 포션을 꺼냈다.


“재촉하지 말라고. 치료 하려고 했으니까.”


딕스는 코르크 마개를 땄다.

그 순간 유리병 안에 있던 액체가 공기와 만나 기화하며.


몽롱한 연기가 퍼져 나왔다.


“아?!”


그 연기에 노출된 애덤 비요텐이 바로 기절하고,

뒤따라 딕스의 손에서 힘이 탁하고 풀렸다.


‘안 돼!’


딕스는 흐려지는 정신줄을 초월적인 의지로 부여잡았다.

잔인한 흉소를 지으며 비스투스와 사내가 다가오고 있다.


“내 친히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영세토록 살점을 씹어주는 영광을 선사해주겠다. 인간. 그러니 내 식탁에서 질 좋은 비명을 연주해주렴. 호호.”


공기에 떠도는 연기를 크게 들이마신 시스투스.


그녀가 나른하게 손짓하자. 그녀의 하인이 수연통을 바쳤다.


하인은 기분이 좋아 보이는 시스투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시스투스님. 약조는 어떻게 되었는지요.”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아버지가 성흔···, 이브의 과실을 당신에게 허락하셨어요.”


“아! 상산노인님이. 진정 저에게···.”


환희에 취해 몸을 떠는 하인을 보며 물담배를 피던 시스투스가 연기를 뱉었다.


“휴-. 빨리 움직여야하지 않을까요. 과실은 다 무르익어가는 데. 마지막 제물의 상태가···.”


그녀는 안색이 창백한 애덤 비요텐을 턱짓하자, 하인이 황급히 포션을 꺼내 치료했다.


‘제물···, 성흔? 연구소 안에서 뭔 일이 벌어지는 거야.’


이를 엿듣는 딕스. 그리고 물담배를 피며 딕스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시스투스.


“기절하지 않다니. 생각보다 의지가 강하네. 호호. 잘 고장 나지 않는 장난감. 얼마나 오래가려나.”


스르릉.


시스투스가 반월도을 꺼내들었다. 반월도가 시퍼런 예기를 자랑하며 허공을 가른다.


이를 본 딕스가 눈을 질끈 감자.


“에이! 이 몸이 수고하는데. 눈 똑바로 뜨고 봐야지. 벌써부터 반항하는 거야.”


“···.”


딕스의 눈꺼풀을 저며 강제로 눈을 뜨게 한 시스투스.


“약에 취해서 아프지 않으니까. 다음에 더 놀아줄게.”


그녀는 치료를 끝낸 하인에게 딕스를 가리켰다.


“이 자도 치료해.”


“네. 알겠습니다.”


나무토막처럼 굳은 몸. 포션을 바르는 하인.


감각이 차단된 육체에 갇혀 딕스는 발악했다.


‘움직여! 움직이라고.’


강렬하게 염원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때. 파직!


미약한 전류의 흐름이 느껴졌다.


조밀하면서 넓다. 전체를 가늠하기란 불가능할 지경에.


찰나의 시간. 전류의 바다를 봤을 뿐인데. 관자놀이가 저릿거렸다.


하지만.


‘이용할 수 있어.’


줄 인형극, 마리오네트를 조종하는 느낌으로 전류의 실을 당겼다.


팽그르.


시야가 멋대로 돌아가 시스투스의 뒤를 쫓았다. 그녀는 지금 관제실 앞에서 이글거리는 반월도를 쥐고 서 있었다.


‘도기···? 저딴 년이 경지를 이뤘다고?!’


딕스의 놀란 시선을 느꼈을까. 시스투스는 갸웃거리며 딕스를 돌아봤다.


이에 얼른 실을 당기는 딕스.


‘넘어가.’


시스투스가 신기해하며 혼잣말을 했다.


“눈이 왜 저래. 부작용인가. 정신 사나우니까. 나중에 눈알을 뽑아버려야겠네.”


“···.”


그리고는 관제실의 출입문을 향해 반월검을 내질렀다.


빠각!


반투명한 구가 나타나 그녀의 검을 막는다.


‘형님이 이길 수 있을까.’


생사의 갈림길에서 형님만이 유일한 생로다. 믿어야한다.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무수한 참격을 파리 쫓듯 날리는 모습에. 믿음이 잠시 흔들리지만.


퍼석!


중첩된 실드 마법을 강제로 비집고 관제실을 베어버린 괴물···.


이길 수 있겠지?


“쥐새끼 같은 인간 년. 감히 열쇠를 가지고 도망쳐.”


새로운 장난감을 찾은. 표독한 인상의 다크엘프가 반월도를 흔들며 다가왔다.


“금방 갔다 와서 고쳐줄 테니까. 잠시 잠들어 있으렴.”


나근나근한 목소리가 들리고. 시야가 까맣게 물들어갔다.


‘형님!’


***


그 시각. 단테는.


로비에서 발견한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터벅, 터벅.


계단을 오르면서도 그의 신경은 위로 쏠려있었다. 누군가 빠르게 내려오고 있다!


‘또 그 놈의 기생목인가.’


단테는 숨죽인 채, 집중한 상태에서 장검 손잡이를 잡았다.


가까워지는 인기척. 코너를 돌아 정체를 들어 낸 그에게 검을 휘둘렀다.


‘하얀 분칠을 한 중년인?!’


허공에서 검을 멈춰 세운 단테는 중년인을 주시했다.


“취재실에서 만났던 그 인형인가.”


그 말에 반응한 중년인이 중절모를 벗어 단테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신비한 생물 연구소의 경비로 합격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머리에 꽃을 꽂은 중년인이었나. 카피라이터가 보면 뒷목을 잡고 쓰러지겠네.”


정수리에 핀 한 송이 꽃을 관찰하던 단테는 ‘곡선빈의 눈’으로 펼쳤다.


그 순간 단테는 아차 싶었다.

흐려지는 정신에 진득한 악념이 서린다.


『···님.가로되.』


뇌가 고동치며 쏟아져 내려오는 진언.


『짐승의뇌수를삼켜신경에뿌리박혀.골막에움터싹을띄워꽃봉오리를터트려꽃이만개하라.······여.과실이······.』


환희에 떨며 장검을 입안에 넣는 단테. 그는 혼잣말을 웅얼거렸다.


“눈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은 나의 참회요 그것은 속죄의 눈물인바. 하늘에 계신 ···의 말씀. 참언을 들은 죄인으로 하여금. 어린 양이 되어···.”


갑자기 아득! 검날을 씹었다.

입안이 온통 피투성이가 됐지만, 정신이 번쩍 든다.


퉤하고 치아조각과 쇳가루를 뱉어낸 단테의 입에서 욕지거리 나왔다.


“젠장. 된통 잘 못 걸렸어. 시발”


소설 ‘악신을 베어라’에서 분명 이 꽃의 모태를 읽은 기억이 있다.


‘위즈낙 악령수.’


신화시대.

인간의 지성을 탐하려는 악신의 유희를 위해 탄생한 악령의 나무.


“악령수의 과실. 지혜과를 재배하려고 이 미궁을 만들었어.”


침음을 삼킨 단테의 눈에 든 중년인,


그런데···.


“식물 연구소의 경비로 합격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전 단테님의 순찰 구역을 배정하기 위해 경비 소장님에게 안내할 임무를 맡은 선임 경비입니다. 절 따라 오시기 바랍니다.”


“악령수의 망령이 어떻게 경비소장 시에나의 명을 따르는 거지.”


“···.”


입력된 명령 외에는 대답을 할 권리 잃은 인형은 묵묵부답할 따름.


그 모습에. 혼자 쇼를 한 기분이 든 단테.


그는 연초를 꺼내 폈다.


“젠장. 기생목이 문제가 아니었군. 이를 어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후일담을 적어주세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공지(주 4일 연재) 22.11.22 40 0 -
36 35화 23.01.05 21 0 11쪽
35 34화 23.01.02 24 0 12쪽
34 33화 22.12.30 24 0 12쪽
33 32화 22.12.27 29 0 12쪽
32 31화 22.12.18 37 0 12쪽
31 30화 22.12.16 36 0 12쪽
30 29화 22.12.14 37 0 13쪽
29 28화 22.12.11 31 0 12쪽
28 27화 22.12.08 40 0 11쪽
27 26화 22.12.07 31 0 12쪽
26 25화 22.12.05 34 0 12쪽
25 24화 22.12.04 33 0 11쪽
24 23화 22.11.30 33 0 11쪽
23 22화 22.11.29 34 0 11쪽
22 21화 22.11.25 36 0 11쪽
» 20화 22.11.24 35 0 10쪽
20 19화 22.11.22 36 0 12쪽
19 18화 22.11.21 36 0 11쪽
18 17화 22.11.19 39 0 12쪽
17 16화 22.11.18 35 0 12쪽
16 15화 22.11.17 39 0 12쪽
15 14화 22.11.16 36 0 13쪽
14 13화 22.11.15 45 0 14쪽
13 12화 22.11.14 42 0 12쪽
12 11화 22.11.12 42 0 13쪽
11 10화 22.11.11 42 0 12쪽
10 9화 22.11.10 41 0 11쪽
9 8화 22.11.09 44 0 12쪽
8 7화 22.11.08 50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