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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림씨
작품등록일 :
2022.10.3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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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5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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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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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DUMMY

중년인을 보며 혼잣말을 하던 단테는 순간 짜증이 났다. 눈치 없게 사람이 물어도 쓸모 있는 대답은 없는 모습이 꼭!


“딱 딕스 같군. 네 이름은 딕스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단테의 말에도 멍하니 쳐다만 보는 중년인. 침묵은 긍정이니. 그도 허락했다는 반증.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중년인에게 아까의 역겨운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노운의 인체총해록에 수록 된 내용을 토대로 하는 실험이다 중얼거리면서.

그의 옆에 다가가 신경질적으로 손끝을 꼬집고. 혈도를 자극했다.


“네 이름이 뭐라고.”


“···.”


신경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그를 눈여겨보면서 계속 물음을 던졌다.


끝임 없는 자극. 반응. 자극, 반응.


무한한 연쇄 작용에 인간의 감각 기관에서 기생하는 식물이 반응했다.


툭.


정수리에 핀 꽃의 잎사귀 떨어지면서. 인간의 가청 범위를 넘어선 고주파의 울림이 계단을 진동했다.


끼에에엑!


‘일층의 괴물은 인간을 양분삼아 완전 의태를 했다면, 위즈낙의 망령은 기생, 지배하는 형태라. 감각이 살아있어.’


소설 속 묘사로 짤막하게 죽였다.

해치웠다와 같은 간단한 서술로 끝나 정보가 부족했는데.


젊을 때 경험을 쌓아야한다는 격언처럼 역겨운 경험도···,쓸모가 있다.


‘아직 모르는 비밀이 많아.’


가령.


일층에서 봤던 새로운 유형의 기생목.


그리고,


“불러서 왔는데. 그렇게 숨어 있지 말고. 나오는 게 어떤가.”


지성을 빼앗아 과실로 빚어내는 위즈낙 악령수에게 당하고도.


선명한 지성을 가진 생명체. 경비소장 시에나과 애니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중년인이 멈춰선 자리.

단테의 말에 계단실 구석이 일렁이며 금발의 여인이 나타났다.


파리한 안색의 경비소장 시에나였다.


“몰골이 말이 아니군.”


“당신 몰골이나 보고 말하시는 말씀하시지요.”


그녀를 보며 싱겁다는 듯 웃는 단테.


“비겼다고 하지. 그런데 날 왜 찾았지.”


대답을 주저하며 단테를 보던 시에나는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푹-쉬며 말했다.


“휴-. 대모의 선택을 받으셨군요. 이제 저희의 일원이 되셨으니. 연구소에 침입한 자들을 막는데. 손을 보태세요.”


“···.”


“상황 파악이 안 되십니까. 저와 당신은 성목의 수호자로 선택받습니다. 저희는 대모님의 계시에 따라 묘목을 길러내는 이 농원을 지켜내야 합니다.”


단테는 조소를 지었다.

수호자라니. 그에게는 위즈낙의 악령수는 불태워 없앨 악신의 잔재일 뿐. 성목이라고 신성시 할 마음따위는 추호도 없다.


그를 보던 시에나는 관자놀이를 만졌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 계시를 체감하고 저런 반응이면···.


망각을 거부하거나, 신성을 불신하는. 불량품이다.


“평소였다면 폐기했겠지만, 운이 좋은 줄 아십시오.”


그녀는 성목에 연결된 단말에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는 단테에게 명을 내렸다.


“···.”


단테의 머릿속에서 흔적만 남은 단말에서 사념을 흘러나왔다.


뚜렷한 의지도, 강제성은 하나도 없다.


“장난 그만치는 게 좋을 거다.”


그녀에게 경고를 날리며 장검에 손을 올려놨다.


“당신 어떻게···.”


“사악한 나무쪼가리의 장난질이 내게 통할 성 싶었나.”


시에나는 그가 성목의 말씀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부정했다. 그것은 한낱 인간이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다.


신을 일부를 보고, 체현했으며 미력한 앎을 깨우쳤다.

다른 신성을 깨우쳐야만 하는 이상···. 다른 신성?!


생각을 멈추고 단테를 노려보는 시에나.


“사악하다고요. 제국인다운 광명교의 이단교리를 믿는 멍청이들이나 할 법한 망령된 말씀이군요.”


“그럼 네 눈에는 저게 성목으로 보이나.”


“훗. 그건 인간의 시선일 뿐. 이종족의 관점에서도 그럴까요.”


인간. 역시 생각한 바에 확신을 한 시에나는 팔짱을 끼며 냉소를 지었다.


광명교의 세례를 받은 이단자다. 그래봤자, 씨앗이 발아하면 끝이날 얄팍한 믿음.


“인간의 종교 광명에 대척점에선 성화교의 성목입니다. 인간을 양분으로 삼아, 성흔을 베푸니, 이종족에게는 이보다 성스러운 존재는 없죠.”


그녀의 말에 단테는 의구심을 들어냈다.


“넌 인간이 아닌가.”


“휴-, 과거의 전 그럴지 몰라도 성목. 어머니의 선택을 받아 수호자로 다시 태어난 저에게 그 말은 굉장히 모욕적으로 들립니다만.”


“자유의지조차 없는 인형이나 다름없군. 그런 삶에 만족하고 있나.”


“네. 만족합니다.”


“그런가. 내가 볼 때 말이 좋아 수호자이지. 성목에 종속된 노예일 뿐. 이성을 말살당한 인형이나. 이성이 살아있는 인형이나. 다들 바 없지 않은가.”


단테의 말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인 시에나의 안광에서 독심이 이글거렸다. 시에나는 옆에서 있는 중년인을 가리켰다.


 “인형이 되기 싫다면 말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부탁한다면 노예 생활에서 구해주지.”


“구해준다고요? 당신이나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운이 좋아 섭취한 성목의 씨앗이 아직 발아하지 않았지만, 언제 정신을 잃고 인형 탈을 쓸지 모르니까.”


아빠를 찾던 아기 형상의 기생목을 떠올린 단테.


“소마테린의 정체가 성목이 씨앗인가. 그렇다면 밑에 있던 인간 형상의 그것들은 성목의 묘목이었나.”


“···.”


그녀의 침묵에서 의문이 풀린 단테.


“걱정해준다니. 고맙군.”


분한지 눈을 사납게 뜬 시에나.

타고난 미모가 대단해서 그 모습조차 아름답다 마음속으로 생각한 단테는 그녀를 무심하게 지나쳤다.


‘이제 얼추 퍼즐이 맞춰줬다.’


옥상에 올라가 성목. 아니 위즈낙의 악령수를 베어버리고, 애니를 구해낸다면 이번 일도 끝이다.


비토 클레멘자의 의뢰는···,


품에서 꿈틀거리는 씨앗.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함무라비 법전에 따라, 복수를 하고 말리라. 다짐하며 단테는 계단을 올라갔다.


그때.


“당신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름이 아마도 딕스와 얀이었나.”


그 말에 단테의 고개가 훽-하고 돌아갔다. 눈을 게슴츠레 뜬 단테. 얀과 딕스가 연구소로 찾아온 게 분명하다.


‘잡혔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경비 소장, 시에나의 행색이 뭔가 이질적이다. 파리한 입술과 안색. 가슴팍에 묻은 핏자국.


그것은


“이 건물 안에 침입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들에게 당신 일행이 잡혀갔고요. 궁금하지 않습니까. 그들이 뭘 원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행방은 당신 친우들의 생사.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열변을 토해내더니,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애니! 네 도움이 필요해!”


그녀의 목소리가 울리고 이내 계단실이 꿀렁이며 아른거리는 형상이 떠올랐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시에나 언니. 안녕!”


“넌 괜찮니. 그 자들이 무슨 해꼬지는 하지 않았고.”


“아?! 난 괜찮아. 잘 숨어 있거든. 헤헤. 바빠서 그러는데. 빨리 용건만 말해주면 안될까.”


“이 분한테. 경비실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실 수 있어.”


시에나는 무심하게 계단에 걸터앉아있는 단테를 가리켰다. 그러자 단테는 피고 있던 담배꽁초를 털며 애니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단테님, 안녕하세요. 얀이 찾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여기 있었네요.”


장난스럽게 쪽진 머리를 돌리는 애니의 말을 듣던 단테가 물었다.


“얀은 어디 있지.”


“아무도 찾지 못할 장소에 잘 숨어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렇게 말하니까. 더 불안하군. 일층에서 있던 네 친구들처럼 되지는 않았겠지.”


단테의 말에 서운했는지, 애니가 볼을 부풀렸다.


“그 애들은 감정도 없고 말도 못해서 안돼요. 얀은 얀이어야만 해요.”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얀을 기생목으로 만든 의도는 없어 보여 단테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딕스의 현재 상황과 그를 납치해간 자들의 위치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자.


“연구소 밖에서 제가 낸 미로 문제를 푼다고 헤매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 보여드릴까요.”


대답을 하며 애니는 벽에 붙어있는 담쟁이덩굴에게 명령을 내렸다. 덩굴이 엮여 미로와 그 위를 헤쳐 나가는 인물들이 나타났다.


‘일정 영역 안에 있는 식물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인가.’


환경을 조작하는 신비는 어느 때나 유용하다. 특히 이 안에서는.


그때 옆에 있던 시에나가 말을 걸어왔다.


“제 말을 따를 이유가 생겼군요. 저들은 공동의 적입니다. 저와 손을 잡고 같이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게 대모님이 임명한 수호자의 의무입니다.”


단테는 계단에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의아한 시에나의 표정.

죽어버린 악신의 잔재가 정해준 의무고. 받아들인 적도 없는데. 그녀의 착각이 단테에게는 웃음만 나왔다.


“가만히 있어보자.”


“?”


말끝을 끌며 가볍게 걸어간 그는 애니에게 기습적으로 검을 날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그 제안에 동의하기 어렵군.”


그 순간 단테의 장검이 애니를 가르고 지나갔다.


퍼석! 하며 애니가 끼고 있던 반지가 깨지고,


애니의 영혼이 형체를 잃고 옥상을 향해 빨려가듯, 사라졌다. 애니는 본래의 자리인 그 애의 육체로 돌아갔고.


“이제 한 명 남았군.”


“뭐하는 짓이야!”


냉정을 잃고 화를 표출하는 시에나에게 단테는 무심하게 말했다.


“노예 생활을 청산시켜주고 있지. 구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단테는 거동이 불편한 시에나를 발로 차 넘어트렸다.


“난 대모님이 직접 잉태한 자손이다. 날 모욕하지 말고 그냥 죽여! 죽이라고.”


“그녀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단테는 발악하며 몸을 버둥거리는 그녀를 제압하고 그녀의 금발을 들췄다. 두피를 따라 자라나 군락을 이룬 식물의 잔가지들.


“너와는 다르게 말이야.”


단테는 가지를 하나 꺾었다. 울컥하며 수액이 흘러나자, 그녀가 거품을 물었다.


“커, 커컥. 이 여자와 난 한 몸이다. 네가 뭔 짓을 해도 벗어날 수 없어.”


“그건 네 생각이고.”


한번 했던 일의 반복이다. 단테는 꺾인 가지를 만지고 흡성대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서 기생하는 식물에게서 생기가 울컥하며 빨려 들어왔다.


그 안에 서린 지독한 악념.

사악한 악령수와 일체화 되는 감각과 함께 한 줄기의 사념이 전달됐다.


“멍청한. 이 여자 대신 널 희생하겠다는 것이냐.”


단테는 그 사념에 대답하듯, 영혼의 한자락을 내보였다.


‘운명은 누군가 내려주는 게 아니야.’


단지 투쟁이다. 싸우고 죽이고, 먹는다. 지극히 당연한 순환 고리다.


전생에 깨달은 운명, 각성자는 그 순환을 명확하면서 잔혹하게 이용할 뿐.


죽인 사냥감의 업을 훔쳐, 본인에게 더한다. 그게 선이든 악이든. 상관없이.


“그리고 넌 내 손에 들어온 사냥감이다.”


화르륵!


혈맥을 따라 타오른 불길이 악을 정화하고.


영혼이 업을 삼켰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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