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히어로, 생존자를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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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ngml107
작품등록일 :
2022.10.31 10:48
최근연재일 :
2022.12.0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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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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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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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화 밤의 주인공

DUMMY

<망돌히어로, 생존자 확인을 시작합니다>


-4화-


가장 늦게 도착한 메가싱어가 죽어버린 우재형의 티셔츠를 만지작거렸다.


“이 사람도 핑크 피지컬이었다니!”

“ 그래, 핑크 피지컬이었어! 그런데 왜 죽였어! 왜!!!”


몬스터 들의 마음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당연히 녀석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나는 메가싱어의 멱을 잡고 흔들어댔다. 녀석의 배에는 우재형의 것이었을 핏자국이 선명하게 묻어 있었다.


“미안해. 하지만 지난 일 가지고 이러는 건 좀 치사한데.”


메가싱어의 눈빛이 다시 차가워지고 있었다. 저 녀석을 더 이상 자극하면 위험해질 것이라는

경고등이 머릿속을 울려댔다.


‘우욱! 개X같지만 침착하자! 내가 사납게 굴면 메가싱어는 물론이고 봉지와 포미조차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거니까.’


4년의 시간을 가족보다 붙어다녔지만 우리 사이에 특별한 정은 없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눈물이 멈추지 않는 걸까? 갑작스레 사라져버린 사람들 중 유일하게 찾았던 사람의 흔적이었기에 그랬을까? 생각보다 깊게 차오르는 슬픔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지만 살아야겠기에 억지로 감정을 눌러 담았다.


“이제 어떻게 하지?”

“뭐가?”

“결국 또 인간은 너 혼자잖아. 멸종을 막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남아있는 인간을 찾아내서 머리를 맞대야 할 거 같은데.”

“포미!”

“예, 듣고 있습니다. 좋은 의견이 생각났나요?”

“우재형의 시신을 들어서 옮겨줘. 이대로 두면 썩을 테니까.”

“종현의 슬픔을 짐작하지만, 이미 죽은 자입니다. 여기서 썩어야 자연으로 갈 수 있어요.”


포미대신 메가싱어가 우재를 둘러업었다. 다행인 것은 아직 사후경직은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이었다.


“화해하자, 이렇게 해주면 되는 거야?”

“그래, 가장 가까운 냉동실을 찾아서 형을 넣어줘.”


돌아가는 길에도 위협 몬스터의 습격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결국 투시력이 있는 메가싱어를 선두로 세우고 포미를 맨 뒤에 위치시킨 뒤 나와 봉지가 나란히 가운데에서 걸어 나갔다.


“그런데 말이야. 너 가수였다고 했잖아.”

“응.”

“기획사 구경시켜주면 안 돼?”


봉지의 두 눈이 반짝였다. 우재형을 업고있는 메가싱어의 귀도 쫑긋 솟아있는 것이 내 대답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계약 해지했는데···. 들어가도 될까? 하지만 조력몬스터들과의 친밀도는 쌓아둘수록 좋을 것 같고···.’

“그래! 가자! 그런데 상상하는 것처럼 근사하지 않을 수도 있어. 우리 회사는 작았거든.”

“상관없어! 상관없어! 오예~! 케이팝 공장 견학이라니.”


또다시 봉지의 몸이 두둥실 부풀었다.


‘저 정도로 기대했다간 실망할 텐데···.’


*


윽!

30분쯤 걸었을 뿐인데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어지러워 나도 모르게 주저앉고 말았다.


“종현! 왜 그러는 겁니까? 다쳤습니까?”

“어···. 나 왜 이러지?”


왜 이러긴, 당 떨어진 거다. 녀석들 앞에선 혼란스러워했지만 내 몸이 이러는 이유를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분명 싸움은 같이했는데 나만 에너지를 다 소모한 것이 분명했다. 아이돌 활동 중에도 연습하던 종종 이런 순간들이 찾아왔었기에 처음 겪는 일은 아니었다.


‘너희들이 조력 몬스터인 것을 알지만, 내 약점을 공개할 필요는 없지!’


바뀌어버린 지구에서 버티기 위해서, 나의 몸은 꽤 많은 레벨업이 필요한 상태였다.


“포미, 날 들고 이동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내 보폭에 맞춰 걸어주느라 너희 답답했을 거 같은데.”

“알겠습니다.”


포미가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안아 들었다. 저벅저벅. 몬스터들만 걷게 되자 확실히 보폭이 커지고 활동성이 증가했다. 게다가 이 안락함! 잊고 있었던 애착 인형의 포근함이었다.


“포미, 혹시 전생에 인형이었어? 예를 들면 잃어버린 인형들이 사는 나라에서 왔다거나···.”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냐, 힘들어서 헛소리한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


눈을 떠보니 어느덧 하늘은 컴컴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시커먼 봉지의 입이 댓 발 나와 있었다.


“어? 여긴 다시 너튜버 집! 기획사 가기로 했는데?”

“치사하게! 길도 알려주지 않고 잠들어버리면 어떡해?”

“미안해. 깨우지 그랬어?”

“포미가 깨우지 말라고 그랬단 말이야!”


잠들어선 안 됐다. 우재형도 얼려야 하고 기획사에 가려고 했던 또 다른 계산도 있었단 말이다. 혹시 남아있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보려는 목적. 남아있던 사람 모두 핑크보이였으니까 기획사 안에 누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갈까? 나 약속 어기는 거 완전 싫어하는데. 그리고 우재형도 넣어야 하고.”

“넣었어.”

“냉동했다고? 어떻게?”

“여기 지하에 엄청나게 큰 냉동고가 있던데?”


생각해보니 내가 즐겨보던 너튜버는 실험이 콘텐츠인 사람이었다. 구독자 수가 상당했던 크리에이터였으니 지하실에 냉동고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아! 그렇구나. 잘됐네!”

‘그렇다면 우재형 시신보관은 됐고, 나중에 내 몸이 레벨업되고 나면 안전하게 장례라도 치러줘야지!’


다시 봉지를 바라봤다. 여전히 입이 댓 발 나와 있었다.


“가자~!”

“안 됩니다, 종현. 해가 졌어요. 이제 야행성 몬스터들의 시간입니다.”

“뭐 어때?”

“야행성 몬스터들은 다른 몬스터들과 달리 단합력이 월등합니다. 그 월등한 단합력으로 인간을 멸종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굳건히 했죠.”

“그들한테 유리한 시간이긴 하지!”


바스락, 바스락.

봉지의 몸이 바닥에 닿을만큼 처졌다. 그리고 이내 터벅터벅 나가버렸다. 노래로 동요됐던 메가싱어마저 포미의 편에 서자 오늘은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한 모양이었다. 나는 서둘러 봉지를 따라 나갔다.


“봉지, 우리 둘이라도 나갈까?”

“정말?”


봉지의 표정에 금세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시무룩해졌다.


“위험하긴 할 텐데···.”

“너 야행성 몬스터 특성 다 알아?”

“다는 모르고 너보단 알지.”

“가자!”


포미와 메가싱어의 눈을 피해 봉지와 나만 너튜버의 집을 빠져나왔다.


*


언뜻 보기에는 평상시의 저녁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가을이 깃든 밤공기는 차갑지만 상쾌해 산책하기 좋은 날씨였다.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평온한 산책길이 이어지니 지금 이 상황이 오히려 꿈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좋은 날에 인간의 종족 보존이니, 몬스터 따위를 신경써야 하다니. 아, 사는 게 버겁다, 진짜. 차라리 나도 같이 증발했다면 좋았을 텐데.’

“무슨 생각해? 멍때리면 안 돼! 언제 야행성이 출몰할지 모른다고!”

“설, 설마 저거야?”


어두운 밤, 허공에서 붉은빛의 야광이 두둥실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어른들이 얘기했던 도깨비불처럼 서두르지 않지만, 점점 빛이 선명해지고 있었다.


“숨어!”


봉지가 내 의사를 묻기도 전에 자기 몸을 부풀려 나를 숨겼다.

아무리 봉지의 몸이 얇다고 해도 컴컴한 저녁에 컴컴한 몸 안에 들어가 있으려니 바깥의 상황을 파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어디 가?”

“밤마실. 인간들이 사라질 땐 황당했는데 이젠 오히려 좋지 않아?

‘아직 내가 인간 멸종 반대파인 것을 모르나 보군.’


봉지가 나를 숨겨줄 동안 나는 핸드폰 밝기를 최저로 줄이고 도감을 열었다.


몬스터 분류: 나이트 몬스터

특성: 단합력이 좋지만, 지능이 낮은 편.

치트키: n단 합체 공격


‘멍청하지만 힘이 센 몬스터라는 건가? 하필, 봉지도 나도 힘으로는 최약체인데···. 최대한 들키지 않는 게 최선이겠군.’

“근데 넌 우리와 같은 종이 아닌데 왜 몸에서 빛이 나?”

‘이크!’


핸드폰 불빛을 최저로 했음에도 새어나간 모양이었다. 뒤늦게 수습하려고 껐지만 이미 늦었다.


“안에 뭐가 든 거야?”

“어? 이게 그러니까 뭐냐면···.”


봉지가 당황했다. 여기서 나까지 허둥대면 진짜로 위험해질지 모른다. 나는 다시 핸드폰을 켜서 짧은 단문을 메모한 뒤 tts음성기능을 눌렀다. 조금 전 내가 메모한 글자가 기계음으로 출력되어 봉지의 배 안에서 흘러나왔다.


“점멸등입니다. 어두운 밤, 산책할 때 좋아요.”

“우와~ 이런 게 있어? 하여튼 인간들은 신기한 게 많다니까!”

“아하하, 그, 그렇지?”


봉지가 어색하게 대꾸하는 동안, 또다시 잽싸게 다음 메모를 쓰고 다시 tts를 눌렀다.


“몸이 야광인 몬스터가 있는데, 그게 내가 태어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원천이었다고 해요.”


물론, 뻥이다. 단순하고 멍청한 놈들을 우쭐하게 해주려는 속셈일 뿐.


“우와 말도 잘하네? 근데 야광 몬스터면 우리 아니야? 밤에 빛나는 건 우리뿐이잖아.”

“그러니까! 신기한 물건이긴 하지만 우리한텐 필요 없겠어.”


나이트메어의 목소리에 우쭐함이 묻어 있었다. 이제 녀석들과 헤어질 준비를 해야 했다. 또다시 tts를 통한 나의 말이 흘러나왔다.


“거참,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네. 여러분한테도 산책을 권할게요.”

“캬하하, 점멸등이 참 귀엽네, 귀여워. 그래 너도 잘 가고.”

“응! 그래, 안녕~”


나이트몬스터가 멀어지고 나서야 봉지도, 나도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 잠깐 사이 바깥공기가 그리워진 내가 봉지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휴우~ 십년감수했네.”

“야! 말도 없이 튀어나오면 어떡해!”

“네 몸에 갇혀있는 동안 답답했다고!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까 잠깐 걸을래!”

“어? 인간이다!”


주변을 날아다니는 반딧불이가 말했다. 아니, 정정하자면 반딧불이처럼 작고 초록빛을 내뿜으며 날아다니는 나이트몬스터였다.


“어, 어쩌지?”

“일단 잡아야지!”


우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반딧불이 나이트몬스터가 허공에 선을 그리며 날기 시작했다.

무슨 신호인 거지?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세요! :) 

봐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tts음성은 시리나 빅스비로 상상해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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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치트키의 이상과 현실 +2 22.11.25 23 5 10쪽
21 21화 생존의 조직화 +5 22.11.24 26 5 11쪽
20 20화 침입자의 정체 +4 22.11.23 21 5 10쪽
19 19화 이 세계의 레벨업 +2 22.11.22 24 5 11쪽
18 18화 사건의 새국면(3) +4 22.11.21 31 5 11쪽
17 17화 사건의 새국면(2) 22.11.19 31 9 10쪽
16 16화 사건의 새 국면(1) +1 22.11.18 28 7 10쪽
15 15화 핑크보이 (2) +1 22.11.17 2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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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몬스터를 찾아서 (2) 22.11.15 2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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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살려주세요 22.11.11 26 6 11쪽
9 9화 선과 악의 공존 (2) 22.11.10 28 4 10쪽
8 8화 선과 악의 공존 (1) 22.11.09 30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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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밤의 주인공(2) +1 22.11.05 50 9 10쪽
» 4화 밤의 주인공 22.11.04 76 13 10쪽
3 3화 위협몬스터의 습격! +9 22.11.03 176 83 10쪽
2 2화 조력 몬스터의 존재 +11 22.11.02 219 92 12쪽
1 1화 몬스터의 첫인상 +64 22.11.01 433 1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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