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 찾는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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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2.10.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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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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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빠르게 달리던 그들은 금세 마차를 따라잡았다.

그렇게 빠르게 달리는 말의 뒤를 잘 따라온 소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리와 합류한 카이델은 우선 주변 상황 파악에 나섰다.


“아무 문제 없었나?”

“네!”

“이상 없습니다.”


기사들의 우렁찬 대답이 뒤를 이었다. 대열도 잘 정렬되어 있고, 그들 사이에 긴장감 또한 흐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싸움의 흔적 역시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카이델이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기사들은 뒤를 힐끗 보았다.

웬 소녀 한 명이 달리고 있다.


“그런데, 저 아가씨는 누굽니까?”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말과 같은 속도로 달려온 소녀. 일정한 거리를 둔 채로 따라붙고 있다.


기사들은 할 말을 잃었다.

지금 저게 현실인지 꿈인지도 분간할 수가 없다.


물론 그들도 말을 끌고 걸어온 적은 있다. 기사인 그들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었을 뿐, 힘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 소녀는 달랐다.


여려 보이는 외형은 제쳐놓고라도, 달리고 있다는 게 중요한 문제였다. 말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는 게 더 놀라운 의문이다.


“백작님,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말해봐.”

“설마···저 아가씨, 지금까지 달려온 겁니까?”

“네?!”


옆에서 튀어나온 메이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곧장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 숙녀와 함께 말을 타면 안 되잖나.”


카이델은 우쭐거렸다.

항상 예의를 들먹이는 녀석에게 자기도 이런 귀족 예의쯤은 안다는 걸 알릴 기회였다.


“···와. 뭐, 이런···.”


하지만 메이슨의 반응은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평소엔 겁도 많은 인간이 카이델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을 때만큼은 용기가 넘쳤다.


“그건 말을 타고 느긋하게 주변 산책을 한때나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까! 이런 상황에서 달리게 하다니요!”

“······흠.”


기대와는 달랐으나, 그는 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예상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변명도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그래도 본인이 저렇게 단련하고 싶다잖아.”

“저 아가씨가 단련을 한단 말입니까?”


메이슨은 당장 뒤를 돌아봤다.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소녀는 스커트 차림은 아니었고, 움직임이 편해 보이는 바지를 입고 있다. 상의 역시 튜닉과 두꺼운 가죽으로 만들어진 보호대였다.


끓어올랐던 화가 스르르 가라앉았다.


‘기사 지망생인가?’


보통 저 나이대에는 드레스가 아니더라도 꽤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싶어 할 터였다.

그게 아니라면 보통 기사 지망생. 거기에 몬스터에게 매달려 달렸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크다.


하지만 말과 같은 속도로 달리는 인간이라니. 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니면 적어도 옷으로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허벅지 근육이 있다면, 조금은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근육···없는데?’


메이슨은 실례인 줄 알면서도 그녀의 허벅지를 유심히 보고 말았다. 이런 움직임을 보일만한 근육이 아니다. 아니, 애초에 근육이랄 게 있는지가 궁금했다.


“메이슨.”

“네···네!”


그리고 카이델이 부르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네가 마차 근처에 설 테니까, 저 아가씨 잘 살펴라.”

“살피라는 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


“···인간이 아닐지도 몰라.”

“···!!”


메이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순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외치려다가 오히려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어쩐지 달리는 움직임도 묘하게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달리는 속도도 비정상적으로 빠르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면 모든 걸 이해할 순 있었다.


“그런데, 인간이 아니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럽니까?”

“인간이 아니면 아닌 거지.”

“네?”

“인간인지 아닌지 살피라는 게 아니라, 문제 일으키나 보라고.”

“아~ 그럼 그렇게 말씀하시지. 알겠습니다.”


메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겉보기엔 아무 잘못도 없는 평범한 소녀로 보이는데,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치하는 건 그도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어디까지 동행한답니까?”

“다음 마을까지.”

“거기 가는 길이라고 합니까?”

“아니.”


그걸 모르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한 카이델의 대답에, 메이슨은 눈을 끔뻑였다.


“그럼?”

“몰라.”

“네?”

“안 물어봤어.”

“······.”


당당한 말에는 할 말을 잃었다.


‘설마, 다음 마을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말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


가능성은 있었다.

과연 저 소녀와 제대로 이야기가 된 것인가. 불길함을 느낀 메이슨은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묻기로 했다.


“이름은 압니까?”

“안 물어봤는데.”

“그럼 저 아가씨에 대한 처우는 잠시 제게 맡겨주십시오.”

“좋을 대로 해.”


메이슨은 카이델에게 뭘 물어보고 하느니, 그냥 자기가 일처리를 하는 게 빠르겠다고 판단했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그는 당장 말을 돌려 소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여전히 잘 달린다. 잘 달리는데 뭔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신경 쓰이고 찝찝했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아가씨. 그렇게 달리면 힘들지 않습니까?”


소녀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슬쩍 카이델의 눈치를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조, 조금 힘들긴 하네요.”


그리고 소곤소곤 말을 전했다.

순간 메이슨은 그녀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도 잊은 채, 짠한 기분을 느꼈다. 단련이라고 하더니, 눈치 보느라 무리하게 달리던 것이었다.


“음, 만약 괜찮으시면···이 말에 타셔도 됩니다. 아니면 저쪽 마차라도.”


소녀의 눈이 메이슨의 말과 짐마차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이델의 눈치를 살폈다. 역시 눈치가 보이는 건가. 메이슨은 이미 다 허가받았다는 말을 꺼내려 했다.

그때,


휙-


“···?!”


갑자기 소녀의 몸이 폴짝 뛰어오르더니, 마부의 옆으로 털썩 떨어졌다.


“으앗?!”

“어, 뭐, 뭐야?”


-히이잉!


마부가 깜짝 놀라 말고삐를 잡아끄는 바람에 마차가 휘청이며 자리를 이탈할 뻔했다. 당장 기사들이 곁으로 달려들었으나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마땅히 없었다.


옆자리에 앉은 게 단순한 소녀라는 걸 확인한 마부가 능숙하게 고삐를 잡아당겨 이리저리 움직였다.


“진정해라!”


그리고 말이 진정할 수 있도록 몇 번 줄 끝으로 툭툭 치자, 녀석들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다리가 아팠는데. 잘됐어요.”

“······.”


소녀는 지금 자신에게 온 시선이 쏠려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베시시 웃었다.

마차가 기우뚱하고 말이 흥분하여 날뛴 것조차 그녀에겐 소소하게 지나가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





타닥타닥타닥-


그렇게 계속 달려가는 사이, 어느새 소녀를 데려다주기로 한 마을이 멀리에 보였다. 소녀는 그사이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았고, 얌전히 짐마차 앞에 타고 있을 뿐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웠다.


‘좋은 검이던데.’


카이델은 소녀를 공격하지 않게 된 건 다행인데, 저 검을 이대로 보내는 게 아쉬웠다.

어떤 검인지 다시 한번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팔라고 하면 팔까.’


그럼 설득해서 검을 팔라고 하면 어떨까. 실력이 별로 없는 걸 보면, 검을 보는 눈도 높지 않을지 모른다.

소녀에게 빌려줬던 검에다가 보석이 박힌 검까지 더해주면 괜찮은 거래일 수 있다.


아무리 검에 대해 모른다고 사기를 칠 생각은 없었다.

카이델은 마을에 도착하면 소녀에게 다시 한번 검을 보여달라고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때,


-끼이이이!


앞에서 새 떼가 날아들었다.

멀리서는 확실히 보이지 않았으나 까미귀를 닮은 외형에 발톱이 두드러지게 발달한 몬스터인 듯했다.


“활을 준비해라.”

“네!”


저런 몬스터는 검으로 상대하기 귀찮다. 물론 명중시키기 쉽지 않기에 활도 귀찮은 건 마찬가지였다. 특히 길을 서두를 때는 더욱더.


“조준!”


기사들은 화살을 메긴 뒤, 활시위를 잡아당겨 몬스터를 조준했다.


그들은 활은 좋아하지 않았다.

가까이에서 직접 검을 부딪치며 싸우는 게 기사답다고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활을 쏘는 것 따위는 비겁한 일처럼 여겼다.

그럼에도 활을 갖고 다니는 건, 이런 순간엔 원거리 무기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저쪽 몬스터도 나름대로 지휘관이 있는지, 대열을 유지하며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긴장감은 없으나 싸움이 시작하려는 시간.


-까아악!


새들이 먼저 큰 울음을 울리며 덤벼들었다.


“발사!”


그리고 이쪽 역시 카이델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쾅!!


“···?!”

“윽!”

“뭐, 뭐야?”


폭발이 일어났다.


줄지어 날아가는 화살을 볼 줄 알았던 카이델은 두 귀를 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커다란 불꽃이 크게 타오르며 주위로 퍼져나갔다.

본래 까맣던 까마귀들은 더욱더 검게 그을려서는 줄줄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뭐야!?’


그는 바로 뒤를 돌아봤다.


제대로 쏘지도 못한 활을 쥔 채로 눈을 크게 뜬 기사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려있었다.


“아···마, 마법은 쓰면 안 되는 거였어요?”


소녀는 한 손을 살살 흔들며, 큰 실수를 한 어린애처럼 작게 웃었다.


그 한마디에 주변 사람들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늘에 가득 퍼진 불꽃. 그건 역시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마법?”

“마법사인가?”

“···마법사였어?”


그리고 주변이 술렁였다.


소녀는 인간이 아닌 게 아니라, 마법사였다.


‘그럼. 왜 마법을 안 썼지?’


그건 또 다른 의문이었다. 마법을 쓸 줄 알았다면, 다이어 울프를 상대할 때 썼으면 되는 게 아닌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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