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 찾는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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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2.10.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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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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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0화

DUMMY

쿵!


선두에 선 오크가 발을 내리찍으며 팔을 들어 올렸다.


-크오오!!

-오오오오오!!


그리고 다시 한번 크게 소리치자 주위 오크들이 그에 응하듯 기운찬 함성을 내질렀다. 한껏 사기가 고조된 그들은 드디어 카이델을 향해 달려왔다.


카이델은 마른침을 삼켰다.

긴장인지 기대인지 모를 감각이 미약하게 심장을 울렸다. 그 역시 오크를 상대하는 건 처음이다.


‘이 안에는 이런 놈들이 많단 말이지?’


그보다 20센티는 더 크고 우락부락한 외형의 몬스터. 얼마나 힘이 강한 것인지 근육 위의 핏줄이 도드라지게 튀어나와 있다. 이번에 싸운 퍼렌도 백작의 기사들과는 비교도 되질 않았다.


‘내 세상이 얼마나 작았는지 알겠군.’


그 자신이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검을 휘둘렀는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부웅-


우르르 달려온 오크 중 하나가 커다란 도끼를 치켜들었고, 카이델은 다가올 충격에 대비하며 온몸에 힘을 바짝 주었다.

그리고 도끼를 맞이하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쿵!!


“···윽!”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거인의 커다란 둔기가 그를 내리찍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부서질 듯한 충격. 이대로 땅에 박혀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인간과는 확연히 다른 괴력이었고, 그 여파로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카이델의 자세가 무너지지 않은 이유도 이를 악물고 버텼기 때문이다. 그는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와···미친 새끼. 미친 괴력.”

-크으으으!


말귀도 못 알아듣는 오크였으나 카이델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는 것만은 눈치로 알았다.

녀석은 도끼를 뒤로 뺐다가 강하게 옆으로 그었다.


부웅-


“욕은 잘도 알아듣네.”


카이델은 몸을 피했다. 스치는 바람마저도 살을 벨 듯 날카롭다.


그가 피하지 않고 얌전히 공격을 받아낸 이유는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저 팔로 휘두르는 공격은 어떨지.

그리고 직접 확인한 뒤로는 조금 후회했다.


‘팔이 얼얼해···.’


성벽을 지키는 기사들이 거들먹거린 이유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놈들이 빈번하게 쳐들어왔으니 인간을 상대하는 것 따윈 별거 아니게 느껴졌을 것이었다. 그런 전쟁영웅은 또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까.


‘후우···.’


자신을 보며 실실대던 기사들이 떠오르니, 짜증이 울컥 솟았다.


여기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느니 죽는 게 나을 것이다.


부웅-


오크는 덩치가 큰 만큼 동작은 느렸다.

그런 녀석에게서 빈틈을 찾아내는 건 간단했고, 카이델은 곧바로 검을 내질렀다.


푸욱-


“···!”


그것 역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각이었다. 오크의 근육은 날카로운 검날이 파고들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했다.

그는 급하게 검을 다시 빼냈다.


쿵!


곧바로 그 자리에 커다란 도끼가 떨어졌다.


‘흐음···.’


카이델은 검 손잡이를 가볍게 쥐었다가 폈다. 어느 정도로 힘을 주어야 할지 아직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쿵! 쿠쿵!


그 뒤로는 주위 오크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카이델은 우선 공격을 피하는 데 집중했다.

오크는 인간과는 확실히 달랐다. 공격 하나하나가 강력하며 바닥이 울릴 정도로 묵직했다. 게다가 자신의 공격에 동료가 맞는 것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퍼억-


-크오오!


이번에도 앞의 오크가 휘두른 팔에 맞고 옆에 있던 오크가 저만큼 날아가 바닥에 굴렀다.

동료애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크어어어어어어!!!

“왜 나한테 화를 내는 거지?”


하지만 바닥을 구른 오크는 왜인지 자신을 때린 오크가 아니라 카이델에게 모든 분노를 쏟아내었다.

카이델은 작게 혀를 찼다.

자기들끼리 치고박고 싸워준다면 싸움이 조금은 편했을 것을.


“······.”

“···저 백작님 괜찮나?”

“아직 우리가 나설 때는 아닌 듯한데, 당신들은?”


성벽을 지키는 기사들은 카이델의 기사 쪽을 힐끗 보았다.

저 아래에 그들의 주인이자 알로이스의 백작이 오크 떼에 둘러싸여 공격받고 있다. 아직은 잘 피하고 있었으나 피하기만 해서는 끝이 없다.


그들이 나선다면 저 상황을 수습하는 것쯤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카이델의 명성이 추락하게 된다.

전쟁영웅이 고작 오크 20마리를 잡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다니. 어린애도 웃을 일이었다.


“······.”

“······.”


카이델의 기사들은 모두 표정을 굳혔다.

그들은 무기를 꼭 쥐었다. 미약하게 떨리는 손은 이제 막 싸우기 시작한 카이델을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오크···.’

‘오크랑 싸워보고 싶다.’


기사들은 그저 자기가 나서서 싸워보고 싶었다. 저 중심에 서서 저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검을 휘둘러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들이 뛰쳐나가면 카이델의 얼굴에 먹칠이 된다는 걸 잘 안다. 그렇기에 그저 검의 손잡이는 쥐는 것만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아직 우리 백작님께서 제대로 싸우시질 않으셨는데.”

“저 정도는 위기도 아니지.”

“······.”

“······.”

“당신들이 그렇다면 우리도 더 참견하지는 않겠다.”


성벽의 기사들은 그들이 괜한 자존심을 내세운다고 생각했다. 대장은 부하들에게 고갯짓을 건넸다.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게 준비는 해두라는 것이었다.

이제 막 임명된 알로이스 백작이 벌써 목숨을 잃는다면, 앞으로도 알로이스에 오겠다는 귀족은 없을 테니까.


“백작님이 언제 싸움을 끝낼지 내기할까?”

“마력검을 쓰는지, 아닌지는 어때?”

“야, 그건 확실하지.”

“무조건 쓴다.”

“검이 세 갠데, 안 위험해도 쓰지.”


하지만 소곤대는 카이델 기사들 사이엔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저, 정말 괜찮은 걸까요?”

“괘, 괜찮을 겁니다.”


여유로운 기사들 사이에서 새파랗게 질린 건 역시 레이나와 메이슨뿐이었다.


탓-


카이델은 이제 피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그는 슬슬 공격에 나섰다. 처음에는 일부러 급소가 아니라 팔뚝이나 다리를 공격해가며 어떤 공격이 효과적인지를 익혀가기 시작했다.


몇 번의 공격을 통해 감각을 익힌 그가 이번엔 제대로 오크의 심장을 겨냥했다.


푸욱-!


-크오오오오!!


“···!”


효과는 확실했다.

몸을 감싸는 두터운 갑옷과 같던 근육을 뚫는 데 필요한 건 힘뿐만이 아니었다. 힘과 기술, 모든 게 필요한 작업이다.


-크어어어!!


심장을 움켜쥐며 비틀대는 동료를 쳐낸 오크가 이번엔 자기 차례라는 듯 빠르게 창을 앞으로 내질렀다.


카이델은 가볍고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그렇게 해서는 강한 공격을 할 수 없기에, 공격 직전 자세를 바꾸며 힘의 배분을 바꾸었다.


“받아라!”


촤악!


그리고 지금 깨달은 기술로 강하게 검을 내질렀다.


오크의 창은 바람을 가르며 카이델의 옆 공기를 찢으며 나아갔고, 그것과 엇갈리듯 카이델의 검이 오크의 심장을 향해 정확히 날았다.


-크어어억!?


싸움의 흐름이 금세 바뀌었다.


서로 협력하는 법이 없는 오크의 싸움 방식 덕분에 하나씩 처리하기엔 좋았다. 하지만 역시 가볍고 무거운 것을 번갈아 하는 움직임은 체력 소모가 심한 편이었다.


‘방법을 알았으니 됐지.’


이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만 남았다. 그렇다면 조금 더 쉽게 편한 방법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는 검을 쥐어 마력을 흘려 넣었다.


지이잉-


그리고 곧 마력을 품은 검날이 옅은 붉은 색을 머금었다.


“역시!”

라는 소리가 성벽 위에서 들려오는 것도 같았다.


마력검은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그는 곧장 몸을 날려 오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층 단단하고 날카로워진 검날 덕분에 힘을 많이 줄 필요는 없었다.

지금 필요한 건 기술뿐.


-크오오오오오!

-크어···!


그는 빠르게 차례로 오크를 베어나갔다.

물살을 탄 듯 매끄럽게 이어지는 공격에 오크는 하나둘 쓰러졌다.


쿵!


그리고 다섯 마리째의 오크가 쓰러졌을 무렵, 마력검은 수명이 다하며 먼지처럼 스르르 바람에 흩어져갔다.


“역시 아까운데.”


위력은 좋은데 오래 쓸 수 없다는 점이 항상 입맛을 다시게 했다.


쿠궁!


드디어 카이델의 앞에는 한 마리의 오크만이 남았다.

가장 선두에서 오크를 지휘하던 바로 그놈이었다. 놈은 이곳의 우두머리라는 걸 나타내듯이 다른 오크보다 더 덩치가 좋고, 키도 컸으며 피부톤 또한 약간의 회색빛이 섞여 있었다.


“남은 건 너뿐이군.”

-크으으으···.


놈은 지금껏 다른 오크들의 싸움을 뒤에서 구경만 했다. 바닥에 세운 도끼의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까딱이며 두드리던 오크는 카이델을 쓱 훑었다.


그리고 그 손을 들어 이번엔 카이델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호오···.’


말이 통하지 않는 데도 그 뜻을 알 것 같았다.


마력검을 써봐라.

그 부하들을 멋지게 베어낸 검을 자신에게도 보여보라는 뜻으로 읽혔다.


툭-


카이델은 손잡이만 남은 검을 바닥에 던진 뒤, 새로운 검을 천천히 꺼냈다. 맞은편 오크의 눈이 번뜩 빛나는 게 보였다.


그 검에 마력을 흘려 넣자, 오크 역시 자신의 도끼를 들어 싸울 준비를 했다.


검날이 붉은빛을 띠는 걸 확인한 카이델은 바로 앞으로 뛰어들었다.

마력검을 쓰는 이상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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