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한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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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qu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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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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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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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수금 (3)

DUMMY

보안관의 정보를 본 문어와 한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디르는 보안관의 시체를 보고 이렇게까지 심각한 반응을 보이는 둘을 이해할 수 없었다.


현상범인 욘을 데리고 화성을 나왔을 때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뿐더러 방금 지구에 들어오며 했던 입성 수속 역시 아무 문제 없이 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의 심각한 반응에 자신이 모르는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며 의문에 대한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확실히 있었다.


이곳이 지구였기 때문이다.


화성은 수속 절차가 간단한 편이다.


화성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길드 업무라는 확실한 목적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범죄에 연루된 생명체들이 화성을 찾아올 이유도, 화성 내에서 범죄를 저지를 이유도 거의 없다.


그런 이유에서 화성의 행정부는 소수의 범죄자를 잡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일 바에야 효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더욱이 화성 길드 소속이라면 거의 프리패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화성 길드 소속인 문어 일행이 지구에 들어올 때도 화성에서와 비슷한 수준의 수속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그건 들어오는 경우였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것부터 가장 최신의 것까지, 가장 싼 상품부터 가장 비싼 상품까지 없는게 없다는 지구는 화성과 다르게 많은 범죄가 일어난다.


그 중 가장 많은 범죄 행위는 당연하게도 사기와 절도, 그리고 강도질이다.


사기의 경우는 지구의 행정부에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당한 놈이 멍청한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물론 행정부에서도 사기를 당한 생명체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긴 한다.


하지만 절도와 강도의 경우는 다르다. 사기처럼 행정부에서 범죄 사실을 알고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큰 시장이 형성 될 리가 없다.


물론 그러한 범죄행위가 일어나자 마자 당장 행정부에서 조사를 시작하고 사건을 처리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그 범죄에 대한 결과물을 지구 밖으로는 가지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지고 들어오는 것에는 굉장히 관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많은 불법 상품들이 지구에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지구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는 못하기에 그런 불법 상품들을 사용하기 위해 지구를 찾는 생명체도 많이 있다. 그리고 이는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 상품과 같이 훔친 상품을 사용 할 거라면 지구 안에서 해야 하고 처분을 하려고 하더라도 지구 안에서 해야 한다.


또한 장물을 지구 밖으로 굳이 가지고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절도나 강도 행위 자체를 행정부에서 인지하게 된다면 행정부는 그들을 쫓을 것이고 이를 피해 달아나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보안관은 상품이 아니며 지구 안에서 죽은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아직 지구의 그 누구도 보안관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관에 대한 변명거리를 생각해 내는 것이었다.


그때 고민을 끝낸 한이 입을 열었다.


"이러는 거 어때요? 일단 압축 키트에 저것도 넣고 둘다 경찰서로 가져가는 거예요. 그리고 현상금으로 교환하는 거죠. 털바퀴야 문제 없겠지만 저건 여기 등록된 게 아니잖아요."


한이 보안관을 가리키자 문어가 시선을 옮기며 더 말해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걔네가 그러겠죠. 이건 안된다고. 그러면 교환처를 착각한 척 하면서 다시 갖고 나오는 거죠."


거기까지 들은 문어는 한의 계획에 대해 어느정도 예측하고 말했다.


"그리고 검문소에서 저게 뭐냐고 물으면 현상금 교환처를 착각했다고 하겠다는 거니?"


"그쵸. 경찰서에 방문했던 기록은 우리가 당당하다는 증거로 남을테고요. 검문소에서도 경찰서 방문 기록 보면 넘어가지 않겠어요? 그리고 실제로 현상금이 걸려있기도 하고요."


"나쁘지는 않은데···, 부족해."


"그래도 아줌마가 길드 경력이 몇 년인데. 그렇게까지 빡세게 검문 하겠어요? 저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


한이 말했다.


"네 말대로 여기서 나가는 게 목적이라면 충분하단다."


"다른 목적이 있어요?"


"살아 남아야지. 여기서 나가고 죽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니?"


한은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왜 죽어요?"


"검문소에서 보내준다고 하더라도, 저걸 어디서 어떻게 얻게 됐는지에 대한 질문은 피하지 못하잖니? 그럼 우리는 대답을 해야하구."


"그거야 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죠. 우리가 죽였다는 것만 빼고. 별 신경쓰겠어요? 인간도 아닌데."


문어는 보안관의 정보를 다시 보며 말했다.


"20억 다르···. 우리가 검문소에서 말한 정보들이 의뢰인의 귀에 들어가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걸?"


"그럼 그냥 거짓말로······."


한은 문어의 말에 대꾸를 하려다 멈췄다.


거짓은 거짓을 낳는다. 그리고 그게 반복되다 보면 반드시 들통이 나고 만다.


또한 거짓말은 한 번 시작하면 도중에 멈출 수 없다.


그렇기에 거짓말을 치려면 치밀하게 쳐야 한다. 그리고 많은 진실을 섞고 거짓은 최소한으로 줄여야한다.


지금은 목숨이 왔다갔다 할 법한 상황이다.


그말인즉슨 검문소 따위에서 거짓을 낭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검문소 직원들이 납득할 만한 거짓말과 의뢰인이 납득할 만한 거짓말은 다르다.


그렇기에 거짓말을 하려면 최소한 의뢰인을 만나고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들통날 확률이 생긴다. 그리고 들통난다면 살아 남기가 힘들어진다.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이러한 생각들에 한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만약에 여기서 시체 처리하려면 얼마나 들거같니? 혹시 아는 사람있니?"


인류 제국 시절부터 군에 몸을 담았던 한이라면 지구에 시체 처리 쪽으로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어가 물었다.


"모르죠. 근데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믿을 수 있는 놈이 있냐가 문제지. 일주일만 못 봐도 바뀌는게 사람이잖아요. 제가 마지막으로 지구에 왔던 게 벌써 4년전이에요."


한의 말에 문어는 할말이 없었다.


그리고 고민을 끝낸 한이 입을 열었다.


"그냥 지금 의뢰인한테 말을 하죠. 우리가 시체를 갖고 있다고."


"뭐라구?"


"차라리 그게 나을거 같아요. 그러면 굳이 검문소에서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어지잖아요. 의뢰인을 연결시켜주면 되니까. 저걸 어디서 어떻게 얻었냐는 질문은 할 필요도 없어지고."


거짓말을 해야 할 횟수를 줄이는게 한의 목적이었다.


"유전 정보만 보내줘도 그쪽에서는 우리말을 믿을 테니까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고 하면되고."


"만나서 뭐라고 하게?"


"덮어씌워야죠. 그 행성에 남은 애들한테."


한은 우주선의 감압실 문을 열며 말했다.


"일단 가서 압축 키트 하나 사올게요."


한의 거침없는 행동과 딱히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 문어는 한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한이 돌아왔다.


한은 보안관이 들어있는 격리용 비닐을 찢고 방금 사 온 압축 키트에 보안관을 넣고 작동시켰다.


그리고 함께 사온 공기청정기를 가동시키는 동시에 청소도구로 트렁크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10분 정도가 지나자 공기청정기는 초록 불빛을 내며 공기 정화를 완료했다는 알림음이 나왔고 트렁크도 시체가 있던 흔적이 말끔히 사라졌다.


청소를 끝낸 한이 말했다.


"저 혼자 다녀올게요."


예상 못했던 한의 말에 문어가 놀라 되물었다.


"혼자 가겠다구?"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제가 책임져야죠. 우주선 살 돈은 있을 테니까 제가 못 돌아와도 별 문제 없을 거잖아요."


문어는 내심 안심하며 말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렴. 나야 고맙지~."


그때 카디르가 말했다.


"저는 같이 가도 될까요?"


예상 못한 카디르의 말에 한이 대답했다.


"잘 몰라서 그러나본데 죽을 수도 있어."


"그래도 가보고 싶어서요. 만약 제가 방해가 되는거라면 여기 남을게요."


"아줌마는 괜찮아요?"


"어떤게?"


"저번처럼 나만 놔두고 간다느니 카디르는 두고 가라느니 안하냐고요."


한이 문어를 흉내내며 말했다.


"그거 가지구 아직까지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니? 그런거면 상관없으니까 같이가렴."


"들었지?"


"네. 감사합니다."


"죽으러 가는데 뭐가 감사하냐."


한이 웃으며 말했다.


"죽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서요."


카디르가 말했다.


"말하는 거 맘에 드는데."


한은 욘이 들어있는 키트와 보안관이 들어있는 키트를 양쪽 주머니에 넣고 우주선의 입구를 열었다.


"아줌마는 알아서 잘 지내고 있어요. 일주일 정도는 걸릴 거 같으니까. 더 길어질 수도 있고요."


"연락 안 오면 죽었다고 생각해도 되는 거니?"


"이틀 정도 연락 없으면 그렇게 생각해요."


문어는 한과 약간의 대화를 나누고 거리를 향해 떠났다.


그리고 한은 카디르와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한은 현상수배범을 담당하는 부서를 찾아갔다.


그곳에는 꽤 많은 생명체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그리고 카디르는 그곳에서 생명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성격이 더러운 야마가 이런 곳에 현상금을 직접 받으러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었다.


한은 카디르를 향한 생명체들의 시선을 보고는 카디르에게 말했다.


"시선 집중이네. 야마 다워. 아니네. 야마 답지 않은 야마라서 쳐다 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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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0화 몽둥이 찜질 (6) 23.06.25 9 1 10쪽
66 39화 몽둥이 찜질 (5) 23.04.29 18 1 10쪽
65 38화 몽둥이 찜질 (4) 23.02.17 16 1 10쪽
64 37화 몽둥이 찜질 (3) 23.02.13 15 1 11쪽
63 36화 몽둥이 찜질 (2) 23.02.02 20 2 11쪽
62 35화 몽둥이 찜질 (1) 23.01.30 23 2 13쪽
61 34화 싼 게 비지떡 (3) 23.01.27 27 2 10쪽
60 33화 싼 게 비지떡 (2) 23.01.25 24 2 10쪽
59 32화 싼 게 비지떡 (1) 23.01.20 32 1 10쪽
58 외전 도르 야 지브 듀므 지 (4) 23.01.14 29 1 10쪽
57 외전 도르 야 지브 듀므 지 (3) 23.01.11 31 1 11쪽
56 외전 도르 야 지브 듀므 지 (2) 23.01.11 28 0 10쪽
55 외전 도르 야 지브 듀므 지 (1) 23.01.10 35 0 10쪽
54 31화 수금 (7) 23.01.08 37 2 13쪽
53 30화 수금 (6) 23.01.07 36 2 10쪽
52 29화 수금 (5) 23.01.05 36 2 10쪽
51 세계관과 설정 (4) 23.01.05 40 0 11쪽
50 28화 수금 (4) 23.01.04 36 2 12쪽
» 27화 수금 (3) 23.01.03 38 1 10쪽
48 26화 수금 (2) 23.01.01 41 2 10쪽
47 25화 수금 (1) 22.12.31 44 2 10쪽
46 외전 시포 앙 티바 (13) 22.12.28 41 2 12쪽
45 외전 시포 앙 티바 (12) 22.12.27 37 2 10쪽
44 외전 시포 앙 티바 (11) 22.12.25 40 1 14쪽
43 외전 시포 앙 티바 (10) 22.12.24 39 0 13쪽
42 외전 시포 앙 티바 (9) 22.12.21 42 2 11쪽
41 외전 시포 앙 티바 (8) 22.12.18 43 1 10쪽
40 외전 시포 앙 티바 (7) 22.12.14 44 1 10쪽
39 외전 시포 앙 티바 (6) 22.12.13 43 1 10쪽
38 외전 시포 앙 티바 (5) 22.12.07 49 2 10쪽
37 외전 시포 앙 티바 (4) 22.12.05 47 1 11쪽
36 외전 시포 앙 티바 (3) 22.12.04 45 2 11쪽
35 외전 시포 앙 티바 (2) 22.12.02 49 2 10쪽
34 외전 시포 앙 티바 (1) 22.11.30 49 1 10쪽
33 세계관과 설정 (3) 22.11.26 5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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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외전 치중옌 (2) 22.11.06 8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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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세계관과 설정 (2) 22.11.05 97 1 12쪽
8 세계관과 설정 (1) 22.11.05 114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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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 (4) 22.11.04 120 1 15쪽
4 3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 (3) 22.11.04 128 1 12쪽
3 2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 (2) 22.11.04 156 1 14쪽
2 1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 (1) 22.11.02 217 2 11쪽
1 프롤로그 22.11.02 295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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