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생존자는 웃는 얼굴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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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책먹는쥐
작품등록일 :
2022.11.13 18:50
최근연재일 :
2022.12.18 23:32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901
추천수 :
33
글자수 :
190,307

작성
22.11.14 21:48
조회
60
추천
1
글자
8쪽

이하연과의 만남(1)

DUMMY

“음, 아주 만족스러운 성과야.”


진은희는 매우 기쁜 얼굴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응···.”

“이 기쁜 날에 왜 이렇게 기운이 없나, 구현진이여.”

“재미없어.”

“하~ 왜 그러는데?”


전날, 과거 친구(?)였던 이하연을 만났다. 아마 친구라니까 친구겠지. 그렇게 울 정도로 날 만나고 싶어 했는지도 몰랐다. 과거 날 알던 사람을 만나면 뭔가 기억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드디어 한 명은 만났네. 이제 나머지 세 명. 이 기세면 금방 만날 수 있겠어.”

“저, 은희야···.”

“응?”

“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넌 왜 그 재앙의 생존자가 다시 뭉치기를 원하는 거야? ”


나름 매우 진지한 질문이다. 솔직히 기억에 없어서 항상 대충 흘렸지만 과거의 일들이 직접적으로 내 인생에 관여한다면 이제 조금 다르게 받아드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째서, 나한테만 보이는 거야?”


솔직히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진은희에 대해 답을 내렸다. 이 아이는 내 정신병이다. 내 머릿속 트라우마로 인한 환각이다. 의사 선생님도 그러셨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기에 너무나 현실적이다. 나와 아무렇지 않게 대화도 하고 나와 밥도 같이 먹고···. 더 이상 눈앞의 존재가 정신병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덕분에 마음 치유도 되는 기분이고.


“그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동안 왜 의문을 품지 않았는지가 의문일 정도로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나도 몰라.”

“뭐?”

“나도 모르겠어. 애초에 분명 난 그때 죽었는데 이렇게 너한테만 보이는지도 전혀 모르겠어. 정말 유령이란 게 존재했었나 봐.”


반 장난기 넘치는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알겠어. 그럼 그때의 일 좀 말해줘.”

“그때?”

“응, 중학교 때.”

“아···.”


갑자기 먼 산을 바라보는 진은희의 눈을 보고 답이 없다고 짐작을 해버렸다.

어째서 그녀가 과거에 대해 말을 안 해주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 기억은 돌아오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품고 뒷일은 넘기기로 하였다.


띠링!


무서운 휴대폰이 알람 소리와 함께 진동하였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거리자 진은희의 눈빛이 조금 가늘어졌다.


“뭐지?”

“누구야? 이하연?”


차분히 휴대폰을 집어 간단한 패턴을 누르자 잠금 화면이 풀리며 이하연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하였다.


“오, 드디어 문자가 왔구나.”


대단히 기뻐 보이는 얼굴로 휴대폰에 머리를 밀어 넣는 진은희를 겨우 말리고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켰다.


[오늘 시간 있어?]


집 밖은 위험하다. 근거는 없지만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 대부분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위험을 극복하고 내가 나갈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해. 내 몸과 마음이기에 확신할 수 있어. 그렇다면 이하연에게는 미안하지만 거부할 수밖에.


눈을 감고 깊은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다. 어제는 확실히 즐거웠지만 딱 거기까지. 더 이상의 개입은 불편하다.

눈을 서서히 뜨자 방금까지 내 손 위에 있던 휴대폰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뭐지? 이 불안한 느낌은?


ptsd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최근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자주 쓰는 용어다.

덕분에 나도 자연스럽게 그 단어를 떠올렸다. 이미 한번 경험한 위기에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음흉한 미소로 날 지그시 바라보는 한 소녀가 있었다.


“대화···, 제발 대화로···.”

“무슨 대화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데이트 잘하고 와.”


내 휴대폰이 들린 손을 흔드는 진은희의 모습. 이번에도 당하고 말았다. 지금 와서 거절할 수도 없고. 이렇게 되어버리면 나갈 수밖에 없잖아.



***



20세 남성. 연애 경험 아마 없음. 여자인 친구도···, 딱 한 명 있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친구도 없음.

대충 이런 사람인 내 인생의 큰 위기가 와버렸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옷을 단정히 정리하였다. 그러자 멀리서 한 여성이 걸어왔다. 긴 머리의 꽤나 아름답게 꾸민 여성이다. 그 모습을 보자 온몸의 긴장감이 한층 더 올라간 느낌이다.


“오래 기다렸어?”


미소를 지으며 작은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려는 하연을 손을 들고 막았다. 그러고 자연스럽게 손에 들고 있는 태블릿을 보여주었다.


-집에 있는 거 가져왔어.

-그랬구나.


하연은 웃으며 자신의 태블릿에 글을 적어 내려갔다. 하연의 말투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조금 크고 어눌한 말투였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발음에도 문제를 발생시키는 모양이다.

살다 보면 주위의 발음이 어눌한 사람은 상당히 많다. 하연도 딱 그 수준이어서 딱히 듣기 거북하거나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는데 하연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근데 어디 가는 거야?


솔직히 문자로 만나자 해서 나온 거지 무엇을 해야 될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보다는 걱정을 더 많이 했지. 카페나 음식점에 가면 주문을 해야 할 텐데···, 사람 앞에서 말하는 거 무서운데···, 그래도 여자 앞에서 남자가 비굴하게 그럼 안 되겠지? 그런 거겠지?

생각만 해도 두통이 밀려온다.


-가자.

“어디?”


당황해하는 날 무시한 채, 하연은 내 팔을 잡아당기며 반강제로 끌고 갔다.


-여기야.


그녀가 안내해준 곳은 학원이었다. 수어와 점자를 가리키는 학원이었다.


“나왔어.”


건물 내로 들어간 하연은 눈앞의 여성과 친근한 듯, 꺼려하던 목소리를 내어 인사하였다.


“어, 왔어? 뒤에 저 친구가 네가 말한 친구야?”

“응.”

“잘 왔어. 난 하연이 언니야.”


연한 파란색으로 염색을 한 여성이 손을 내밀었다. 이 사람은 하연의 친언니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그녀가 운영하는 학원으로 보인다.

나도 모르게 허리를 숙이며 악수하였다.


“네, 저, 전, 구현진이라 합니다···.”


다음 무슨 말을 해야지? 사람과 대화해본 지 너무 오래됐어. 아니, 정확히 어제부터 하연과 대화는 했지만 뭔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은 불편하다.


“뭘 그리 긴장했어. 하연이 친구면 내 동생이지.”

“네···."


고개를 돌려 난감한 표정을 짓자 하연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내 팔을 붙잡고 당당히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사실···, 밖이 무서워.”


방금까지 태블릿으로 소통하던 하연이 목소리를 내었다. 어제만 해도 상당히 떨렸던 목소리가 안정된 목소리로 바뀌었다.


-정말 괜찮은 거구나.


그 덕분일까? 나 또한 마음의 안정을 얻은 기분이다.


“현진아, 같이 수업 듣자.”

“응.”


승낙하였다. 분위기 때문일까? 이런 분위기 무섭고 떨리는데···, 뭔가 오늘은 괜찮은 느낌이다. 내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는다. 밖에 나와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금방이라도 터져 사라질 것 같았던 심장이 오늘은 너무나 고요하다.


“현진아, 우리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


옛날?


하연의 눈을 바라본 난 몸이 얼어붙었다. 왠지 어디선가 이 장면을 경험한 적 있는 기분이었다. 내 옆에 하연이 앉아 있었고 그녀는 언제나 날 보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겨우 숨겼다. 이 감정은 뭘까? 가슴이 찢어 으깨질 것처럼 아프다. 너무 슬프다.


“왜 울어?”


당황한 하연. 옷으로 눈물을 닦았다.


-잠시 눈에 뭐가 들어가서, 괜찮아.


활짝 미소를 지으며 앞을 바라봤다. 마음이 아프지만 지금은 하연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


“정말 괜찮은 거지?”


그녀의 물음에 힘차게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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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재앙의 생존자는 웃는 얼굴로 살아갑니다. 22.12.18 11 0 12쪽
36 트라우마 22.12.17 10 0 11쪽
35 또 다른 재앙 22.12.16 12 0 12쪽
34 마음 아픈 아이 22.12.15 11 0 12쪽
33 불운의 아이들 +1 22.12.14 16 1 11쪽
32 나 자신과의 토론 22.12.13 11 1 12쪽
31 돌아온 일상 22.12.12 14 1 12쪽
30 홍연기 22.12.11 14 1 12쪽
29 내전 22.12.10 16 1 12쪽
28 멸망한 세상2 22.12.09 14 1 12쪽
27 멸망한 세상 22.12.08 17 1 12쪽
26 과거의 기억 22.12.07 17 1 11쪽
25 이예은 22.12.06 15 1 12쪽
24 불행한 일상 22.12.05 14 1 12쪽
23 일상 22.12.04 17 1 12쪽
22 해방 22.12.03 20 1 12쪽
21 아동학대 22.12.02 19 1 12쪽
20 고문 22.12.01 19 1 12쪽
19 돌연변이 학교 22.11.30 21 1 11쪽
18 폭주자 22.11.29 20 1 12쪽
17 두 번째 무기 22.11.28 22 1 11쪽
16 알파 22.11.27 24 1 12쪽
15 돌연변이 관리 부대 22.11.26 24 1 11쪽
14 능력자 단체 22.11.25 21 1 11쪽
13 종교(3) 22.11.24 20 1 11쪽
12 종교(2) 22.11.23 20 1 12쪽
11 종교(1) 22.11.22 27 1 12쪽
10 사람의 이기심 22.11.21 29 1 11쪽
9 분노 22.11.20 26 1 12쪽
8 과거의 기억 22.11.19 30 1 12쪽
7 붉은 하늘의 세계 22.11.18 32 1 12쪽
6 임경훈 22.11.17 32 1 13쪽
5 지규혁 22.11.16 31 1 10쪽
4 붉은 하늘의 세계 22.11.15 39 1 9쪽
3 이하연과의 만남(2) 22.11.14 43 1 9쪽
» 이하연과의 만남(1) 22.11.14 61 1 8쪽
1 내가 모르는 나의 과거. 22.11.13 11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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