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생존자는 웃는 얼굴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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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책먹는쥐
작품등록일 :
2022.11.13 18:50
최근연재일 :
2022.12.18 23:32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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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추천수 :
33
글자수 :
190,307

작성
22.11.1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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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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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붉은 하늘의 세계

DUMMY

“즐거웠어?”


책상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진은희.


“응, 즐거웠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하연이라는 소중한 친구를 기억해 낸 것이다.


“내 말 듣길 잘했지?”

“응, 고마워.”


진심이었다. 매사 긴장하며 피곤한 인생을 살아왔는데, 오늘만은 달랐다. 너무나 행복한 인생이었다.

진은희의 표정이 평소와는 달라 보였다. 그녀 또한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려 왔다는 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친 뒤, 침대에 눕자 인생의 행복감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번쩍 일어나 방문을 열자 어머니께서 서 있었다.


“현진아, 요즘은 괜찮아?”


어머니는 그 사건 이후 걱정을 많이 하셨다. 희망 중학교 집단 자살사건. 어머니는 이 사건 이후 기억을 잃은 날 보며 신께 감사하였다.


아마 재앙을 자식에게 보여주기 싫으셨던 거겠지.


“네, 괜찮아요.”


애써 미소를 짓자 어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자주 밖으로 나가는 이유가 궁금하셨는지, 어머니의 질문은 끝을 몰랐다.


“혹시 친구 생겼니?”


내가 친구가 없는 사실은 어머니도 아시니까···, 그런데 조금 마음이 아파온다. 아무튼 친구가 생긴 건 사실이니 난 어깨를 펴며 자신 있게 말하였다.


“생겼어요.”

“여자애야?”

“아···, 예···.”

“여자 친구도 사귀는 거야? 아들 다 컸네.”


어머니는 마음속 깊이 감동하였다. 환각을 보고 매일 허공에 대고 대화하는 자식이 친구가 생겼다. 그것도 여자친구를,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뻐할 만한 일이다.


“사귀는 사이 아니에요. 그냥 친구예요. 아, 그러고 보니, 저 기억 돌아왔어요.”

“뭐? 왜?”


내 말이 끝난 순간, 어머니는 내 양팔을 강하게 붙잡으며 흔들었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반응에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자 어머니가 말하였다.


“정말···, 괜찮아?”


어머니가 뭘 걱정하는지는 대충 감이 왔다.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보면 누구든 괴로워하겠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일그러진 얼굴의 어머니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하였다.


“일부뿐이에요. 이하연이라는 친구와 있었던 일들을 조금 기억했을 뿐이에요.”


그제야 안심한 듯, 어머니는 더 이상 묻지 않으셨다. 갑자기 새로운 인생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잘 넘겼다. 이대로라면 내 인생은 변할 것이다. 매우 긍정적인 쪽으로.


내일은 하연이랑 뭐할까? 내일도 학원에서 같이 공부할까? 이제 슬슬 군대 문제도 있으니까···, 히히.


옅은 미소와 함께 깊은 잠이 들었다.


곤히 자고 있는 구현진의 얼굴을 보고 있는 진은희.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때가 됐어, 현진. 너라면 우리가 원하는 선택을 해줄 거라 믿고 있어.”


***


어두운 공간. 너무나 고요하다. 이건 마치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아파.”


어린아이의 목소리다.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지만, 암전의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살려줘!”


뭐야? 이거? 여긴 어디야? 꿈? 난 분명 잠에 들었는데? 이게 꿈이야?


난생처음이다. 꿈을 꿈이라 인지한 적은. 신기하면서 매우 복잡한 감정이 찾아왔다.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아까부터 들리는 불쾌한 이 소리는 무엇인가? 답을 얻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세계는 검붉은 빛을 찾아갔다. 머지않아 현재 내가 있는 장소가 어딘지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나무판으로 된 바닥. 커다란 유리 창문. 1학년들이 쓰는 교실들. 이곳은 지금 학교의 복도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움직이는 붉은 무언가가 복도와 교실, 학교 건물 내의 모든 곳에 이곳저곳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었다.


“뭐야? 이거?”


그것은 사람의 장기, 근육, 입, 코, 귀···, 등등의 각종 신체로 이루어져 있었다. 보기만 해도 기괴하다. 빨리 이런 꿈 깨고 싶다.


속이 울렁거려.


“가지 마!!!”

“놀라라.”


건물에 붙어있는 입이 낸 소리다. 그와 동시에 난 서둘러 학교 밖으로 뛰었다. 손을 들어 볼을 꼬집어 봤는데 정말 아프다. 꿈이지만 깰 수가 없다. 마치 지옥에 갇힌 기분이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전에 비슷한 걸 느껴본 적이 있다. 과거를 기억해 낼 때.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애초에 신체들이 달려있는 학교에 다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공기는 뭔가?

메탄가스의 냄새가 났다. 하수구 냄새도 동시에 같이 나며 무언가 썩어 들어가는 냄새 또한 난다.


“대체 뭐야?”


피비린내도 함께 코를 강타할 때, 필사적으로 뛴 결과 학교의 정문 앞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일단 여기서 나가야겠어.”


그때였다. 멀리서 경찰복은 입은 사람이 한쪽 다리를 이끌며 내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경찰? 다행이다···.”


경찰복을 본 순간 안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상태를 보고 난 후, 혼란은 가속되었다.

썩은 피부, 기이할 정도로 올라간 입꼬리. 비정상적인 크기의 한쪽 팔.


“정말···, 여긴 지옥인 건가?”


온몸이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산소가 희박한 듯, 숨을 쉬기도 힘들었는데 미칠 듯이 뛰는 심장 덕분에 더더욱 호흡 곤란이 오기 시작했다.


도망가야 돼.


판단을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경추 밑으로 마비가 온 것처럼 몸의 움직임이 불가능하였다.


죽기 싫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려움, 무서움과 동시에 분노의 감정이 찾아왔다. 너무 화가 나 미쳐버릴 거 같다.


“어째서 우릴 구하지 않은 거야?!”

“경찰 놈들 다 필요 없어!”

“너희부터 죽여 버릴 거야!”

“전부 죽어!”


학교 건물에 달려있는 수많은 주둥이들의 외침 덕분에 고막에 찢어지는 고통이 찾아왔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멈춰있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왜 도망만 치는 거?”


그때였다. 뒤를 돌아 도망을 치려는 순간, 정문에 붙어있는 거대한 주둥이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왜라니···, 저런 괴물한테 어떡하라고?”

“싸워! 싸워! 싸워! 싸워! 싸워!”


이번에는 정말 귀가 터질 것 같다. 귀를 틀어막았는데도 소리가 점점 커져 이대로라면 데시벨로 죽게 될 것이다.


“싸워, 현진.”


그때였다. 온화한 목소리로 누군가 내게 말했다. 난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다.


“진은희?”


의문을 품은 순간 쭈그려 앉아있는 내 앞에 식칼 하나가 보였다. 이 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칼을 잡았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여전히 내 쪽으로 걸어오는 부패한 경찰복을 입은 괴물이 보였다.


“싸워! 싸워! 싸워! 싸워! 싸워! 싸워!”


끝나지 않는 소음. 이 칼을 잡은 순간, 신기하게도 주의가 고요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분명 아직까지 저 주둥이들은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데 기묘하게 전혀 시끄럽지 않았다.


시선을 내려 식칼을 보았다. 그러자 검붉은 세계가 아닌 푸른 하늘의 세계가 잠시 보였다. 어린 내 모습을 한 남자애가 안경을 쓴 어른에게 식칼을 들고 달려가는 모습이 잠시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죽여!”

“죽여 버려!”

“이번에야말로!”


잠깐 보였던 푸른 하늘의 세계. 이윽고 다시 검붉은 하늘의 세계로 돌아왔다.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두통이 심하게 찾아왔다. 너무 괴롭다. 이대로라면···, 무언가 잘못될 거 같다. 절대 기억하면 안 되는 것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싫어! 닥쳐! 전부 다 조용히 해!”


난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바닥에 던지고 학교의 정문 밖으로 뛰어 나갔다.



***



뛰어나간 어린 구현진의 모습을 옥상에 서서 지켜보는 진은희. 그녀는 나지막이 말하였다.


“그건 우리가 원하는 답이 아니야.”


눈물을 한 방울 흘리며 손으로 허공을 가르자 경찰복을 입은 괴물이 괴로워하며 쓰러져갔다.

그녀는 차분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전부 진정해. 아직 현진한테는 시간이 더 필요해.”


그녀의 말이 끝나자 어두운 학교 옥상의 수많은 아이들의 눈동자가 빛을 내었다.


“현진아, 조금만 기다려. 우리가 널 도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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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재앙의 생존자는 웃는 얼굴로 살아갑니다. 22.12.18 11 0 12쪽
36 트라우마 22.12.17 10 0 11쪽
35 또 다른 재앙 22.12.16 12 0 12쪽
34 마음 아픈 아이 22.12.15 11 0 12쪽
33 불운의 아이들 +1 22.12.14 16 1 11쪽
32 나 자신과의 토론 22.12.13 11 1 12쪽
31 돌아온 일상 22.12.12 14 1 12쪽
30 홍연기 22.12.11 14 1 12쪽
29 내전 22.12.10 16 1 12쪽
28 멸망한 세상2 22.12.09 14 1 12쪽
27 멸망한 세상 22.12.08 17 1 12쪽
26 과거의 기억 22.12.07 17 1 11쪽
25 이예은 22.12.06 15 1 12쪽
24 불행한 일상 22.12.05 14 1 12쪽
23 일상 22.12.04 17 1 12쪽
22 해방 22.12.03 20 1 12쪽
21 아동학대 22.12.02 19 1 12쪽
20 고문 22.12.01 19 1 12쪽
19 돌연변이 학교 22.11.30 21 1 11쪽
18 폭주자 22.11.29 20 1 12쪽
17 두 번째 무기 22.11.28 22 1 11쪽
16 알파 22.11.27 24 1 12쪽
15 돌연변이 관리 부대 22.11.26 24 1 11쪽
14 능력자 단체 22.11.25 21 1 11쪽
13 종교(3) 22.11.24 20 1 11쪽
12 종교(2) 22.11.23 20 1 12쪽
11 종교(1) 22.11.22 27 1 12쪽
10 사람의 이기심 22.11.21 29 1 11쪽
9 분노 22.11.20 26 1 12쪽
8 과거의 기억 22.11.19 30 1 12쪽
7 붉은 하늘의 세계 22.11.18 32 1 12쪽
6 임경훈 22.11.17 32 1 13쪽
5 지규혁 22.11.16 31 1 10쪽
» 붉은 하늘의 세계 22.11.15 39 1 9쪽
3 이하연과의 만남(2) 22.11.14 43 1 9쪽
2 이하연과의 만남(1) 22.11.14 60 1 8쪽
1 내가 모르는 나의 과거. 22.11.13 11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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