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의 드래곤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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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룬펠시아
작품등록일 :
2022.11.17 09:27
최근연재일 :
2022.12.1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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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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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30. 경계태세

DUMMY

플레케는 옆에 앉아 있는 시어 울프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플럼이 여기로 왔을 때 물을 마시고 있던 아이들이에요."


시어 울프는 플레케에게 쓰다듬을 받으면서 기분 좋게 그르릉 거렸다. 플레케가 무섭지 않나 보네.


"플럼이 다가가니깐 무서워하지도 않고 공격할 생각도 없이 같이 뒹굴며 놀아주더라고요. 추워하니깐 옆에 앉아서 온기를 나눠주기도 하고요. 지금도 플럼이 걱정되서 가지 못하는 착한 아이들이에요."

[그래?]


나는 앉아 있는 시어 울프들을 바라봤다.

교감 마법을 써볼까? 교감 마법은 지능이 높은 짐승들 일수록 마력과 집중도를 많이 요구한다. 교감 보단 사냥해서 잡아먹는 쪽이라 별로 써보진 않았지만 말이다.


['나를 보이듯 너를 보여라.']


나는 집중했다. 교감 마법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읽는다. 처음 느껴진 것은 걱정이다. 내게 안겨 있는 플럼을 걱정하고 있다. 다음은 경계다. 나를 두려워한다. 왜? ...아. 내가 던전의 주인이라 그렇다.

내가 읽어낸 시어 울프들은 플럼을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적의는 없다. 오히려 무리로 받아 들이고 있다.

왜그럴까 생각해 보다 같은 던전 가디언인 삐약이도 던전 안의 모든 생명체에게 공격받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낸다. 이를 뒷받침 하듯 시스템 메세지가 떠오른다.


<던전 가디언은 던전의 모든 생명에게 고정 우호도 최대치를 가집니다.>


그렇구나. 그래서 이 정도로 친근하게 구는군.

고개를 끄덕이는데 나를 보고 있던 대장 시어 울프가 뒤를 보고 짧게 운다. 멀찍이 있는 큰 나무 아래 굴에서 여섯 마리의 새끼 시어 울프들이 줄지어 달려 나온다. 여기에 둥지를 틀었구나. 그 때 임신했던 암늑대의 새끼들인가.

멀뚱히 보고 있으려니 대장 늑대가 새끼들 중 한마리의 엉덩이를 코로 툭툭 밀어 내게 민다. 보통의 시어 울프들의 회색 털이 아닌 검정 털색을 가진 새끼다.


"끼잉..."


새끼 시어 울프가 낑낑거리며 내게 한발짝씩 다가온다.

나는 대장 시어 울프를 빤히 봤다.


[어떻게 하길 원하는데?]


대장 시어 울프는 내 말에 검은 새끼 시어 울프의 엉덩이를 다시 코로 쿡쿡 찔러 내 쪽으로 밀었다.


[데려가라고?]

"컹!"


대장 시어 울프가 짧게 짖었다. 곁에 앉아 있는 어미도 새끼의 엉덩이를 민다.

아직 교감 마법이 발동하고 있기에 알 수 있었다. 검정 새끼가 무리와 털 색이 달라 내게 맡기는 것이다. 검정 새끼는 같은 배에서 태어난 형제들에게 괴롭힘을 받고 있었다.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해 가장 작다.


"끼잉. 낑."


검정 새끼 시어 울프는 멈칫 멈칫 뒤돌아 보다가 내게 뛰어 왔다.


"낑! 끼이잉."


내게 뛰어온 새끼 시어 울프가 헥헥 거리며 도톰한 발을 내 다리에 턱 올려 놓는다. 황금빛의 맑은 눈에 내가 담긴다.


[...그래. 이 아이는 내가 데려갈게.]


대장 시어 울프에게 말한 나는 이어 말한다.


[플럼을 돌봐줘서 고마웠어.]


묵묵히 나를 바라보던 대장 시어 울프는 뒤돌아 무리들과 함께 숲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숨을 들이 마셨다. 흔들리는 내 꼬리를 잡으려 발 밑에서 빙글빙글 도는 새끼 시어 울프를 곤란하게 봤다.


[...이름을 지어줘야 할려나.]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플레케가 새끼 시어 울프를 쓰다듬더니 안아 들며 말했다.


"계속 새끼 시어 울프라고 부를 순 없잖아요."

[그렇지.]


나는 고민했다.


[으음. 이름을 뭐로 해야하지.]


플레케에게 안겨 있는 새끼 시어 울프를 가만히 본다. 검은털이 인상적인 놈이다.


[검은 털이니까... 까뮤?]


한 손을 뻗어 새끼 시어 울프를 쓰다듬었다.


[네 이름은 이제 까뮤야.]

"낑?"


까뮤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귀를 쫑긋 세웠다. 싫어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좋다.

...그런데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앗 생각났다. 아큐한테 플럼을 찾았다고 알려야 하지 않아? 헤매고 있을텐데.]

"그러게. 잊어버렸다."


내 옆으로 다가온 에모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엄청 찾고 있을텐데?"

[어쩌지. 찾았다고 말을 전해야 하는데. 뭐 말을 전할 방법이 있나?]


플럼과 플레케를 찾으러 돌아다니고 있을 고블린들한테 말을 전할 방법이 뭐가 있나 생각하는 그 때, 시스템 메세지가 나타났다.


<던전 구성원에게 말을 전할 때는 '전언 기능'을 사용하시면 편리합니다. 구성원에게 일방적으로 말을 전달하는 기능이므로 이를 유의해주세요.>

[전언 기능?]


내가 '전언 기능'이라 말을 하자 내 눈 앞에 메신저 같이 생긴 챵이 떠올랐다. 한 번 살펴보니 받는 사람 목록엔 던전 구성원들의 이름이 주르륵 적혀 있다. 니는 그 중에 아큐와 로큐의 이름을 선택하고 그 옆 칸에 보낼 말을 생각했다. 칸에는 네가 보내겠다고 생각한 말이 그대로 적혀지고 있었다.

'플럼과 플레케를 찾았으니 돌아와.' 라고 전언을 보낸 나는 잠낀 생각하다 기다리고 있을 강준우에게도 둘을 찾았다고 전언을 보냈다.


[됐다! 보냈어.]

"뭘?"

[새로 생긴 기능인데, 전언 마법 같은 것이야. 다른 점이라면 위치를 아예 파악하지 못해도 이 던전 구성원이라면 보낼 수 있다는 거? 너한테도 해볼게.]


나는 에모스에게 '집에 가자' 라고 전언을 보냈다. 잠깐 시간이 지나자 에모스가 허공을 보고 흠칫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오오! 신기해! 집에가자라고 보낸거지?"

[응. 어떻게 보여?]

"반투명한 판에 네 이름과 말이 정령어로 적혀 있어!"

[정령어?]


내가 보기엔 정령어가 아니던데 보는 사람에 따라 자동으로 번역이 되는 것 같다.


[바로 전언이 가는 걸 보니 편하네.]

"그러게 말이야."

[고블린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응. 전언을 보면 알아서 복귀하겠지."


에모스가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아이고. 피곤하다."

[정령이 피곤해 하기도 해?]

"응. 정신적인 피로지만."


드러누운 에모스는 말마따나 피곤해 보였다. 하긴 마룡과 싸우고, 플럼을 찾느라 피곤했겠지.


[일어나. 이제 집에 가자.]


나는 에모스를 일으켜 세웠다. 에모스는 굉장히 일어나기 귀찮아 하며 일어섰다. 그를 일으키곤 플럼을 고쳐 안으며 한쪽에 서 있는 뮤리엘을 봤다. 내 시선을 알아챈 에모스가 싫은 표정을 했다.


"쟤도 같이?"

[응.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뮤리엘에게 말했다.


[너도 우리랑 같이 갈거야.]

[제가요...? 괜찮을까요?]


뮤리엘이 몸을 움츠리며 눈치를 본다.


[괜찮아. 그럼 이제 집에 가볼까. 아. 잠깐만.]


모두를 모이게 하고 나는 호수에 다가갔다. 호수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맛있을까? 오늘은 저 고기들로 요리를 해보려 한다.


['덩굴이여 성장하라. 서로 엮어라.']


호수 주변에 있는 덩굴에 성장 마법을 걸고 변환을 통해 덩굴을 촘촘하게 엮었다. 살아있는 그물이다.

나는 그것을 식물 조종으로 호수에 던져 물고기들을 낚았다. 땅 위로 끌어 올린 덩굴 그물 안에는 큼직한 물고기들이 펄떡거린다. 그것을 통째로 아공간에 집어 넣은 나는 일행에게 돌아가 마법을 사용했다.


['공간이동.']


공간 이동을 쓴 내 눈앞에 코어 나무가 보인다.

집이다. 집에 돌아왔다. 삐약이가 가장 빨리 코어 나무로 날아 올랐다.


[고생했어 삐약아!]

"삐약!"


나무 위에서 삐약이의 소리만 들린다. 피곤했겠지. 후우. 한숨을 내쉰 나는 뮤리엘에게 집을 소개했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들어가서 일층에 방 하나 고르면 돼. 플레케. 안내해 주겠어?]

"네!"


플레케가 뮤리엘에게 손짓한다. 뮤리엘은 떠듬거리는 모습으로 어쩔 줄 몰라하다 플레케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안쪽에서 강준우가 소리치는게 들린다.


"누, 누구야!"


아. 뮤리엘에 대한건 말을 안했지. 깜빡했다.


후다닥 안으로 뒤쫓아 들어가니 강준우가 뮤리엘에게 주먹을 내밀고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뮤리엘은 움츠리고 플레케의 뒤로 몸을 피하고 있고.

나는 서둘러 외친다.


[우리 편이야! 이번에 새로 들어왔어.]

"우리 편 이라고?"


강준우가 뮤리엘을 의심스럽게 보며 물었다.


[응!]


고개를 끄덕이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해준다.


"위험한 거 아니야?"


이야기를 다 들은 강준우가 말한다.


"삐약이가 정화시켰다지만 수 틀리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아?"


뮤리엘이 그 말을 듣고 작은 목소리로 항의 한다.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을 거예요! 절 그렇게 보지 말아 주세요.]

"애초에 막무가내로 침입했는데? 너 때문에 던전도 파괴된데다가 마스터의 동생도 잃어버릴 뻔 했다고."

[흐윽...!]


강준우의 말에 뮤리엘이 숨을 들이켠다. 눈에 눈물이 맺힌다.

이제 말려야지.


[그만. 그만. 어쨌든 내가 데려왔으니깐.]

"네가 데려와서 이정도로만 하는거야."


강준우는 툴툴대며 발로 바닥을 툭툭 찼다. 옆에서 에모스가 동감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눈짓하자 플레케는 훌쩍이는 뮤리엘을 끌고 플레케의 방 옆 빈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들이 사라지자 나는 강준우의 어깨를 치며 미소 지었다.


[여길 지키느라 고생했어.]

"내가 한게 뭐 있다고."


코를 쓱 훔치며 고개를 돌리지만 칭찬을 받아 기쁜게 눈에 보인다.


"빨리 강해져야지. 마룡이 난동 부릴때 같이 전투를 하지도 못했잖아."

[대신 내 동생을 지키고 있었잖아.]

"그것도 끝까지 제대로 못 지켜서 찾으러 다니게 만들었는걸."

[그건 플럼이 공간 이동을 쓸리라고 생각도 못했으니깐.]

"맞는 말이야."


강준우가 동의하며 잠든 플럼을 빤히 본다.


"다른 드래곤들도 태어나자마자 마법을 바로 써?"

[아니. 난 처음 들어보는데. 나도 마법을 빨리 썼다고 들었는데 플럼이 더 빠르네. 혹시 천재 인가?]


플럼은 진짜 천재 드래곤 아닐까? 헤실헤실 웃으며 품에 안긴 플럼을 내려다 보는데 자신의 얘기를 하는 줄 알았는지 자고 있던 플럼이 눈을 뜬다.


[뀨우...]


작은 입을 벌리며 크게 하품을 한 플럼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갈기를 꽉 붙잡는다.


[뀻!]


그러고 품에 파고드는 플럼이 귀여워 마구 쓰다듬는다.


[우리 플럼이 깼어요~? 배고프지 않아요?]

[뀻뀨!]


플럼이 얼굴을 들더니 배를 쓰다듬는다.


[맘마!]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뽀뽀를 한 뒤 고개를 든다.

강준우와 에모스가 미식거리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나는 정색하며 그에게 말했다.


[왜. 뭐.]

"아니... 네가 그러니까 속이 좀 울렁거린다."

"그치."

[내가 뭘.]


그들을 째릿 노려보며 꼬리를 휘둘러 강준우의 다리를 때린다.


퍽!


"억!"

[난 밥 준비 하러 갈거야. 플럼. 준비하는 동안 방에 있을까?]

[뀨웃!]


플럼이 내 말에 강하게 머리를 젓는다. 갈기를 잡은 손에 힘을 더 주고 뜯을듯이 쥔다.


[혼자 있기 싫구나. 알았어.]


나는 아공간을 열어 플럼이 알일 때 썼던 포대기를 꺼냈다.


[이거 써보자.]


나는 플럼을 내게서 떼어 포대기에 넣고 등에 둘러 맸다. 등에 안착한 플럼은 꽤나 만족한 듯 보였다.


[뀨우 뀨.]


플럼이 팔다리를 쭉 뻗으며 만족의 소리를 낸다. 나도 만족스럽다.


[이러면 안 떨어지고 밥을 준비할 수 있지.]

"...대단하다."

"알 때부터 저렇게 다녔어."


옆에서 에모스와 강준우가 감탄한다.


[이러면 나하고 플럼 둘다 좋잖아. 난 진짜 밥하러 간다. 쉬고 있어.]


둘을 집에 놔두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맑다.


[좋아. 오늘은 뭘 해볼까.]


일단 아공간에서 아까 잡은 물고기들을 꺼낸다. 흰 비늘의 커다란 시프린 여섯마리. 작은 놈 주황색 피오 이십마리다. 마법으로 물을 불러와 물고기를 깨끗이 씻고 허공에 띄운다.

먹어본 적 없는 물고기라 고민이 된다.


[그래. 안먹어봐서 모르면 먹어보면 알겠지.]


챙겨놨던 식칼로 시프린 한 마리와 피오 한 마리의 비늘을 긁어내고 피오의 살점부터 썰어 입에 집어 넣는다. 흰색에 약간의 단 맛이 도는 살은 쫄깃하다.

시프린의 살도 썰어본다. 분홍색의 살점은 고소하고 단단하며 꼬들꼬들한 식감이다.


[맛있다.]


오랜만에 회를 먹으니 입맛이 살아난다.


[뀻?]

[플럼도 줄까?]


뒤에서 손을 뻗는 플럼에게 시프린 회 한점을 먹여준다. 회를 먹은 플럼이 뀻뀻 웃는다.

플럼도 좋아하니 회를 뜰까. 생각해보다가 입이 많으니 각자 골라 먹게 골고루 하기로 한다. 사실 뭘 해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 맛이다.

우선 시프린과 피오 몇 마리를 비늘을 벗기고 회를 적당한 두께로 썰어낸다. 회를 뜨는 건 별로 안해봐서 삐뚤삐뚤 엉성하지만 접시에 담고 보니 그럴 듯 하다. 이제 다음 요리를 준비한다.

하나는 구이다.

이것도 두 종류 모두 굽는다.

불을 피우고 그릴을 펼친 다음 그 위에 내장까지 손질한 물고기들을 올린다. 소금도 뿌려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타다닥 생선 껍질이 살짝 타들어가며 익는 소리가 맛있게 들린다.


[그리고 마지막은... 매운탕!]


완전한 매운탕은 아니다. 흉내만 내볼까 한다.

큰 냄비를 아공간에서 꺼내 물을 소환해 냄비에 받고 따로 지핀 불 위에 다른 그릴을 받침 삼아 올린다. 물 끓는 사이에 채소를 준비한다.

코어 나무 앞에 위치한 텃밭에 가서 무와 대파, 호박, 양파, 감자, 마늘, 고추, 깻잎을 따와 손질해 칼로 숭덩숭덩 잘라 끓으려 하는 냄비에 전부 털어 넣는다. 간은 소금으로만 한다. 이럴 때 고춧가루랑 고추장이 있으면 좋을텐데. 아쉬움 가득한 마음으로 손질한 시프린과 피오를 냄비에 같이 넣는다. 끓을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다.

그릴을 낭비 하지 않기 위해 빵열매도 따와 냄비 옆에 올려 놓는다.

화르륵, 그릴 위까지 올라오는 불길을 멍하니 보다 굽고 있는 생선을 뒤집어 준다. 생선을 뒤집으니 하얀 속살이 김을 모락모락 뿜으며 고소한 향기로 유혹한다. 침을 꿀꺽 삼키곤 끓기 시작하는 매운탕도 한번 젓고 맛을 본다. 소금으로만 간을 했지만 채소를 많이 넣어서 그런지 아주 시원하고 깔끔한데다 단 맛도 났다.


[크으.]


어쩐지 술이 당기는 맛이다. 도시 어딘가에 남은 술이 있지 않을까? 입맛을 다시며 식탁을 준비한다.

각자 접시와 수저를 놓고 완성된 요리를 식탁으로 옮긴다.


[다들 식사해!]

[뀨우 뀨!]


플럼도 따라 외친다. 꼬르륵 소리가 등 뒤에서 들린다. 어서 줘야겠다. 나는 플럼을 끌러내 내 다리 위에 앉히면서 의자에 앉았다.


"밥이다!"


일등은 강준우다.

뛰쳐나온 그가 식탁을 보고는 놀란다.


"이게 웬 만찬이야?"


얼른 자리에 앉더니 수저를 든다.


[기다려. 다 오면 같이 먹자.]

"에이."


실망한 강준우가 수저를 들고 까닥거린다.

어째 나올 생각들이 없어 보이길래 전언 기능으로 메세지를 보낸다. 잠시 기다리니 자다 나온 몰골인 에모스가 먼저 나오고 까뮤를 안은 플레케와 뮤리엘이 동시에 나무집에서 나온다.


[그새 잤어?]

"어쩌다 보니..."

"정령이 잠도 자?"

"잘 수 있지."


에모스가 가슴팍을 긁적이며 말했다.


"플레케랑 저 쪽은 안자던걸."


강준우가 수저를 입에 물며 손으로 가리킨다. 플레케는 까뮤를 내려 놓고 뮤리엘을 자리에 안내한다. 뮤리엘을 내 맞은편에 앉힌 플레케가 입을 열었다.


"뮤리엘에게 이 던전을 소개하고 있었어요. 같이 던전을 지켜야 하니까요."

"흐응."


콧방귀를 뀐 강준우가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이제 먹어?"

"삐약이가 안 왔잖아 바보야. 너무하네."

"아앗. 미안."


플레케가 내려 놓은 까뮤는 식탁 주위를 뛰어 다니다 내 다리 옆에 측 붙어 앉았다. 곧 삐약이도 나무 위에서 천천히 날아와 내 옆자리로 내려왔다.


"뺙 삐약."

[기운이 없어서 졸았어? 힘을 많이 써서 그래. 밥 먹으면 기운이 날거야.]

"삐약!"


삐약이가 기운차게 외친다.


[이제 식사 할까?]

"응!"

"네."


식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먼저 매운탕의 국물을 한 국자 떠 내 접시에 옮겨 한 술 떴다. 고추의 매콤함과 무의 시원함이 먼저 반긴다.


"크으!"


나와 똑같이 국물 먼저 뜬 강준우가 시원한 목울림을 내었다.


"뭐야. 너무 시원한데?"


그러곤 회도 후루룩 입에 넣어 씹는다.


"회가 입에 짝짝 붙어! 처음 먹어 보는 생선인데 진짜 맛있다!"


강준우가 엄지를 치켜든다.

나는 씨익 웃으며 생선 구이를 젓가락으로 갈랐다. 김이 피어 오르며 윤기가 흐르는 큰 살점이 잡힌다. 뜨거운 살점을 호호 불어 플럼에게 먹여 주었다.


[뀨웃...!]


플럼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허겁지겁 생선 살을 씹어 삼킨다.


[맛있어?]

[뀨우 뀨!]


플럼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생선도 좋아하는구나. 미소 지으며 큰 살점들을 발라내어 플럼에게 먹인다.


"헥, 헥!"


내 밑에서 얌전히 앉아 있던 까뮤가 내 다리를 긁으며 올려다 본다.


"그래. 까뮤도 줘야지."


까뮤에겐 아공간에서 작은 뿔 멧돼지 고기를 꺼내 덩어리 째로 줬다. 앞 발로 턱하니 잡고 고기를 뜯는 모습이 퍽 귀엽다.

뮤리엘을 흘끔 보니 아직 하나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입맛에 별로야? 생선 싫어했어?]


내 물음에 뮤리엘이 화들짝 놀란다.


[아, 아뇨 아뇨! 먹을 수 있어요!]

[그럼 도구 때문에? 못쓰겠으면 그냥 손으로 먹어도 돼.]

[아녜요!]


큰 소리에 식탁에 앉아 있는 모든 이들이 그녀를 본다. 그 시선들에 그녀의 털이 삐죽 선다.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죄송, 죄송해요. 저는...]


뮤리엘은 어깨를 움츠리고 시선을 피하며 떨었다.


[말해도 돼.]


나는 뮤리엘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제, 제가... 이 자리에 있어도 괜찮나 싶은 마음에...]


뮤리엘이 속삭이듯 말한다.

그런 이유 였구나. 계속 눈치를 봤던 이유가.

난 몸을 기울여 뮤리엘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던전의 주인인 내가 허락했는 걸. 같이 있는게 싫었다면 벌써 그렇게 행동했을거야. 이제 넌 이 던전의 구성원 이니까 당당하게 있어도 돼.]


내 말을 들은 뮤리엘이 머뭇거리다 손을 잡았다. 손을 잡은 뮤리엘은 다른 손으로 눈을 비비더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해요. 마스터님.]


받아줬다.

씩 웃은 나는 다시 생선을 뜯기 시작했다.


[다시 밥 먹자. 뮤리엘도 많이 먹고.]

[네...!]


뮤리엘의 옆에 앉은 플레케가 구운 생선을 하나 접시에 덜어주니 그제서야 뮤리엘은 생선의 살점을 뜯어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씹어 삼킨 뮤리엘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한다.


[맛, 맛있어요...]

"그렇죠? 듀란타 님이 만드신 건 다 맛있어요!"


플레케가 웃으며 뮤리엘에게 매운탕도 퍼준다.

강준우와 에모스도 매운탕을 들이켜며 연신 소리를 내었다.


"크으으."

"크허."


삐약이도 잘게 자른 회를 열심히 쪼아 먹고 있었다.

다들 잘 먹는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매운탕에 들어있는 생선의 살점을 발라 무와 함께 입에 집어 넣었다. 시원하고 고소하다. 이번엔 감자와 살점을 함께 떠서 플럼에게 준다.


[플럼. 아-]

[아-]


받아 먹은 플럼이 방긋 웃는다. 좋아해서 다행이다.

이제 빵열매를 뜯어 구운 생선과 먹으려는데 파랗던 하늘이 붉게 물든다.


"뭐야?"

"이건..."


플레케와 뮤리엘은 심각한 표정으로 하늘을 본다.

시스템 메세지가 던전의 모두에게 떠오른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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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사라졌다 +1 22.12.15 115 4 16쪽
28 28. 타락의 씨앗 +1 22.12.14 117 3 16쪽
27 27. 검은 날개 +1 22.12.13 115 3 17쪽
26 26. 페어리 드래곤 +1 22.12.12 124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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