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영웅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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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가도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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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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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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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환술

DUMMY

아마리 우지야스(甘利氏康)는 어릴 때부터 남들이 볼 수 없는 이상한 것들을 보기도 하였다.



그것은 귀신이나 영혼 같은 것들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만들어 낸 환영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 때문에 부모로부터, 그리고 마을에서조차 버려졌으며 어린나이 때부터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 온갖 일들을 다하면서 조금씩 인간들에 대한 증오가 싹트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상태와 심리를 파악하고 약점을 파고들며 강한 점을 돌려서 회피하는 기술들을 하나 둘씩 파악하게 되었으며


환각을 일으키는 꽃과 재료들의 사용법을 익힌 이후로는 자신이 만들어 낸 환영을 실체화 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선도(仙道)에서는 이런 방면의 사람들을 환영술사(幻影術士)라 부르지만, 닌자의 세계에서는 환술(幻術)이라고 총칭한다.


우지야스는 닌자의 세계에서 알아주는 환술 능력자다.


자신이 만든 여러 재료와 향기, 소리 등을 통해서 자신이 만든 환영 안에 상대방을 가두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재주가 있는 닌자다.




“신(神)이고 나발이고 간에 너는 오늘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용금강은 우지야스의 고함소리에 콧방귀를 핑- 하고 날렸다.

“흥! 그러냐? 그래, 신도 가볍게 여길 만큼 자신 있는 놈이 어째서 자기 부하들을 몽땅 황천길로 보내고 앉았냐?”



“이~, 이놈이 아까부터... ...!”



“아까부터 뭐? 네 놈이 잘못한 결과를 나는 그대로 말해주고 있는 것일 뿐... ...”


말을 하다 말고 용금강이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어라? 이놈, 어디로 갔지?’




죽일 듯이 달려오던 우지야스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뭐지? 어디로 숨었나?’




“흑... 흐흐흐흑, 흑.... 허~엉~ 엉, 오라버니~!! 안 돼에~ 에~ !”



‘어? 너... 너는... ...’



석양에 구름이 붉게 물들어가는 해 떨어지기 직전의 저녁 무렵의 바닷가에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일 듯이 달려들던 우지야스는 간곳도 없고, 난데없이


애란이가 죽은 오라버니를 부둥켜안고 슬프게 울고 있는 것이다.



“너는 애, 애란이가 아니냐?”



“허~엉~, 선비님~ 이제 소녀는 어찌 하면 좋습니까~ 허엉~”



‘이,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가? 애란이는 분명, 그때 죽지 않았던가? 다시 환생을 한 것인가? 대체 어찌 된 일인가?’



용금강은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 한켠이 몹시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우... 윽... 이, 이런... ...”





* * * * *




용금강이 용궁에 머물던 어느 날.


하루는 수정궁을 유유히 거닐던 용금강이 어느 작은 소녀의 간절한 기도소리를 듣게 된다.


“용왕님, 용왕님 저의 오라버니가 풍랑이나 파도를 만나지 않고 무사하게 해주소서. 소녀, 두 손을 모아서 간절하게 비나이다. 비나이다.”



진심을 담은 소녀의 기도가 하도 간절하고 기특한 나머지 용금강은 그날 이후로 때때로 해인(海印)을 통하여 인간계에 살고 있는 애란을 가끔 살피게 되었다.



소녀는 어느 바닷가 어부의 딸로, 오라비와 부모와 네 식구가 함께 살다가 어느날 저 괘씸한 왜구들의 습격으로 졸지에 부모를 잃고는 고아가 되고 만다.


아직, 나이 어린 남매가 바닷가 다 부서진 빈집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우기를 여러 해. 어린 나이의 오라버니가 낚시질로 연명하면서 겨우겨우 버티어 가다가


제법 성장하여 오라버니가 이제 배를 타고 고기를 잡기 시작하여 제법 먹고 살만한 때에 그만, 바다에서 왜구를 만나서 죽고 만 것이다.


애란의 기도를 듣고 난 이후, 안타까움에 가끔씩 둘을 돌봐 주었던 용금강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던 것인데,


그것은 사실은 인명이 모두 하늘에 있고, 인연법에 의하여 기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용금강으로서도 어찌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용금강은 마음이 크게 불편 하였다.


용금강은 ‘불쌍한 저 소녀라도 어떻게 도울 방도가 없을까’ 고민도 하고 이리저리 방법을 강구하기도 하였지만,


몇날 며칠을 슬피 울던 애란도 더는 살아갈 기력을 잃었던 것인지,

용금강이 고민을 하고 있던 그 시간에 그만,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지고 말았던 것이다.



진심을 가득 담아 정성껏 기도하던 불쌍한 소녀를 용금강은 꼭 도와주고 싶었으나 결국,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던 것이다.


애란이라는 인간 소녀 때문에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픈 경험을


신선으로서는 처음 겪어보게 된 용금강으로서는 그날 이후로 인간사에 대한 ‘하늘의 뜻’이란 것에도 회의감을 느낄 정도로 슬픔이 가시지를 않았으며,



인간은 너무나도 약한 존재이며 정말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용금강은 .절대로 인간사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은 두고두고 용궁에서만 지내리라‘ 마음도 먹었던 것이다.




* * * * *




그때 도와주지 못했던 그 불쌍한 소녀가 지금 다시 용금강의 눈앞에서 이미 죽은 오라비를 끌어안고 또 다시, 슬프게 울고 있는 것이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나의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고 간절하여 혹여라도 하늘이 나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이라도 이 소녀의 아픔을 달래고 도와주어도 되는 것일까?’



용금강은 슬프게 울고 있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갈등만 하고 있다가 드디어 용기를 내어서 말을 건네 보기로 했다.



“소녀여, 어찌하여 그리도 슬피 울고 있는 것인가?”


애란이 고개를 돌려 용금강을 쳐다보는데, 얼굴은 눈물로 얼룩졌으며 눈은 빨갛게 충혈이 되어 보기에도 애처로웠다.


“대저, 선비님은 뉘시길래 저의 사정을 물어 보시는지요?”


“길을 지나다 우연히 여인이 너무나도 슬피 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지라 그 까닭이 궁금하여 그만, 실례를 무릅쓰고 사정을 묻게 된 것이오.


혹여나 내가 도울 일이 있을까 해서 그러는 것이니 괜찮다면 어디 한 번 그 사정 이야기나 들려주시오.”


“저는 부모님을 여의고 오로지 저의 오라버니만 믿고 의지하며 살아왔는데, 오라버니가 왜구에 의하여 바다 한가운데서 죽고 나니 이제 소녀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용금강은 애닯은 마음을 억누르면서 소녀에게 말했다.

“우선은 그대의 오라비를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고 그대도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장차, 그대가 살아갈 방편을 함께 강구해 보는 것이 어떻겠소?”


용금강은 애란의 오라버니를 짊어지고 땅이 굳으며 밝은 곳을 찾아 땅을 파고 잘 묻어 주고 난 후 진언을 하여 그의 넋을 정성껏 달래 주었다.


밤이 늦은 한적한 곳에 급한 대로 나뭇가지에 겉옷을 걸어서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겨우 막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서로 마주 앉아 있는데, 그 소녀는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만 이상한 것이,


소녀가 한겹씩 자꾸만 겉옷을 벗어 내리려 하는 것이다.


“바닷바람이 이렇게 차가운데 왜 자꾸만 겉옷을 벗으려고 하시오? 춥지도 않은가보오?”


그런데, 용금강은 자신이 말을 내뱉고 나니 그 말도 또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라, 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것이지? 나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



‘분명히’ 다음에는 뭔가 장소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생각이 연결이 되지가 않았다.


자꾸만 무언가 이상하기는 한데, 생각이 연결되지가 않는 것이다.


‘아뿔싸!’


용금강의 어깨에 걸쳐 엎드려 있던 백호가 고개를 번쩍 들고 주변을 살피느라 두리번거리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아까부터 내가 있던 곳이 바닷가는 아니었지 싶은데... ... 그렇지 않아도 이상하다 여겼는데, 백호가 움직였다!’


☞ 수행이 깊어지고 기운이 쌓이게 되면 ‘내단(內丹)’이 생기게 된다. 이것은 고농도로 압축된 양(陽)의 기운 덩어리로, 흔히, 단전 안에 머물면서 태양, 불꽃모양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 내단이 생기게 되면 수행자의 기운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신장(四神將)이 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청룡, 백호, 현무, 주작이다.


그리고 이 넷을 관장(管掌)하고 통솔(統率)하기 위하여 가장 봉황(鳳凰)이 와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게 된다.



용금강에 내린 백호는 어깨에 걸터앉아 있는데, 머리는 용금강의 왼편 어깨 방향으로 두고 있으며 꼬리는 오른편 어깨 방향으로 두고 걸터앉아 있는 모양새다.


사신장 가운데 이 백호의 기운은 외부로부터 위협적인 기운이 침범하려고 할 때에 주로 방어하는 역할을 맡아서 하는 것이다.


용금강은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순식간에 기운을 집중하여 백회를 열고 법신을 하늘 높이 올려 보내어 주변을 살폈다.


하늘로 올라간 법신이 아래로 내려다보니 용금강 자신의 모습이 보였는데, 땅 바닥에 깊게 구덩이를 파고는 그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바로 등 뒤에서 검을 뽑아들고 살며시 접근하고 있는 우지야스의 모습도 보였다.


왼손에는 향낭에 미혼향(迷魂香)을 들고 있으며 입으로는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훈~ 지신기리 키심기리 후미야 하누마 토오~, 흐~음 탯탯탯 토~오~!”


용금강의 마음 속 깊은 곳 한켠에 자리하고 있던 가슴 아픈 사연을 이용하여 환술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좁쌀만 한 자식이... 너는 오늘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용금강은 머리 위로 올려 두었던 법신을 얼른 불러 내린 다음, 자신의 이마에 안착시킨다.


(법신은 수행자의 특성에 맞게 위치한다. 관세음보살의 경우 이마에, 아난존자의 경우에 가슴에 법신이 위치하고 있는 흔적을 알 수가 있다.)


용금강이 법신을 최강의 몸 안의 내단에 위치시키지 않고, 이마 위에 위치시킨 이유가 있다.


법신의 몸은 불에 타지 않고, 물에 젖지 않아 미혼향에 현혹되지 않으나,


사람의 몸인 최강의 몸은 쉽게 미혼향에 다시 현혹될 수가 있기 때문에 최강의 몸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이마 위에 위치하게 한 것이다.


우지야스가 거의 등 뒤까지 다가왔을 때,


여태까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던 용금강이 앞으로 굴러 벌떡 일어나면서 재빠르게 검을 뽑아 우지야스에 대응하기 위하여 ‘풍검(風劍)’의 자세를 취한다.


☞ 검성(劍聖) 미야모토무사시의 ‘오륜서 風의 券’에서도 설명되고 있는 유형 중의 하나인 자세인데, 변화무쌍한 변화를 주어 상대의 견고한 방어를 깨뜨리기 위한 자세이다.




우지야스는 환술로도 유명한 닌자이지만 인술도 잘 다루는 닌자의 세계에서도 최상위급에 위치한 닌자이다.



용금강이 변화를 극대화 하는 ‘풍검의 자세’를 취하자 우지야스도 이에 맞추어 검이 아닌 ‘수리검(표창)’으로 대응한다.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날아 온 3발의 수리검 중 하나를 검으로 쳐 내었으나 두 발은 놓칠 수밖에 없었던 용금강은 단호히,


‘얼령~!’하고 외치면서



나머지 두 발의 표창을 간신히 용조(龍爪)로 막아낸다.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연막탄이 터지고 검은 그림자가 휙- 하고 뛰어 오르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쉬익- !”하고 물체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재빠르게 용금강의 용조가 날아가서 검은 그림자를 붙들어서 끌어왔는데,


용금강의 발치에는 겉옷을 두른 커다란 통나무가 하나 ‘툭-’하고 발 앞에 떨어졌다.


‘이놈이- !’




용금강이 발 앞에 떨어진 통나무를 쳐다보고 있는 그 순간, 갑자기 통나무가 두 쪽으로 갈라지더니 그 속에서 검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다.


용금강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간신히 그 검을 피하는데, 땅 속에서 하늘로 우지야스가 검을 치켜들고 솟구친 것이다.



이 장소는 바로, 거제부 기성관아를 점령한 유이 쇼세츠(由井正雪)일당의 점령지였다.


그러므로 기성관아에서 가까운 계룡산 기슭의 이 좁은 통로도 이미 닌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함정과 기믹(gimmick)들을 만들어 둔 ‘닌자밭’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용금강 자신도 거제도에서 특히, 좁고 험난한 지형인 이 계룡산 기슭을 이용하여

왜구 소탕작전을 구사하려고 적들을 유인할 장소로 물색해 두었던 곳이었는데,


이미 닌자밭이 되어버린 이 지형에 오히려 용금강 자신이 유인을 당한 꼴이 된 것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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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단조 VS 용금강. 23.01.05 31 1 11쪽
30 29화 구심점 23.01.04 31 1 12쪽
29 28화 도다 단조(戶田彈正) 23.01.03 31 0 12쪽
28 27화 신유의 착각 23.01.02 32 1 14쪽
27 26화 코가 닌자 시치베 22.12.30 34 1 11쪽
26 25화 화산파 마필두 22.12.29 36 0 10쪽
25 24화 다시 구출작전 22.12.28 35 1 12쪽
24 23화 비변사 낭청 22.12.27 35 1 11쪽
23 22화 개아무리 22.12.26 36 1 12쪽
22 21화 매화성류 22.12.23 34 0 12쪽
21 20화 이마까라 22.12.22 33 1 12쪽
20 19화 추적 22.12.21 35 0 12쪽
19 18화 이끄는 자 22.12.20 34 0 11쪽
18 17화 오른쪽 귀 밑 22.12.15 36 1 12쪽
17 16화 조선세법 22.12.14 39 0 12쪽
» 15화 환술 22.12.13 36 0 13쪽
15 14화 전투 22.12.12 35 0 12쪽
14 13화 합동 작전 22.12.09 36 0 12쪽
13 12화 아마리 우지야스(甘利氏康) 22.12.08 35 0 12쪽
12 11화 남송리 해안가 결투 22.12.07 36 0 13쪽
11 10화 현무 22.12.06 35 0 12쪽
10 9화 고음제성 습격 22.12.05 33 0 11쪽
9 8화 내부에서 배신 22.12.02 40 1 12쪽
8 7화 금개 22.12.01 37 1 11쪽
7 6화 가척술과 후술 22.11.29 4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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