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는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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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1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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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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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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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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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 최강의 각성자(1)

DUMMY

방금까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코끼리 3마리 정도가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가볍다.’


그 어느 때보다 몸이 가볍다.

이젠 너무 가벼워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됐다.


-이유찬이. 신우가 연락했다. 전달해주마.


사장님의 통신이었다.

큼큼, 사장님이 목을 가다듬었다.


-부장님, 어떻습니까, 진짜 로켓 배송입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신우는 이 상황에서 개그를 치고 앉아있었다.


분명히 사장님이 전하는 건데 신우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저 믿으라 하지 않았습니까. 얼른 게임이나 뒤엎고 오십시오.

-게임체인저.


역시 신우는 이길 수가 없다.

나조차 나를 믿지 못했는데, 녀석은 보란 듯이 날 게임체인저라 믿었다.


지금은 그 믿음에 보답해야만 했다.


게임을 뒤엎을 시간이었다.


“사장님, 다른 애들 전부 복귀시키십시오.”


-너, 혼자서 할 수 있냐?


신석은 불안했다.

처리한 오크의 수가 아직 10마리도 되지 않았다


아직 남은 오크가 너무 많았다.


“사장님, 지금 제가 신우도 개팰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푸흐흡.


농담이 지나쳤나.

물론 농담으로 말한 거긴 하다.


그래도 지금이라면 유효타 한 대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니가 그렇게 자신감을 가졌다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다 박살 내버려라.


그렇게 사장님과의 통신을 마쳤다.

내가 연락을 하는 사이에 오크들은 공격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이나 전대물 속에서나 보던 변신 매너 따위가 아니었다.


오크 갓이 나의 전격에 밀려났을 때, 모든 오크가 깨달은 것이다.


오크와 나 사이에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야, 오크 갓.”

“... 왜 그러지.”

“어차피 너희 희망도 없는데 그만 싸우지 않을래?”


오크 갓이 의외라는 듯이 나를 보았다.

설마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겠지.


나도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다.

오크를 살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저 오크에게서 X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불가하다.”

“어째서지?”

“그분의 명령을 받았다. 그뿐이다.”


X를 그분이라 하는 건가.

고맙다. 네 덕분에 X의 존재가 증명됐어.


오크 갓은 ‘그분’이라는 정보를 노출했다.


하지만 오크 갓의 실수 따위가 아니다.


오크 갓은 유찬을 비롯한 인간에게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분을 막아낼 최초의 존재를.


그래서 일부러 정보를 흘리기로 정했다.

그분의 정보를.


“나와 같은 전력만 30이 넘어간다. 심지어 위대한 신의 이름을 가졌던 존재도 둘이나 있다.”


가능하겠나?

나와 같은 신의 이름을 가졌던 존재가 30이 넘는다.


심지어 더 상위의 존재도 둘이나 있다.


“나를 비롯한 오크 동포들은 시작에 불과하다. 너희는 절대 그분을 이길 수 없다.”


너희는 이길 수 있나?

그분을 쓰러트릴 수 있나?


오크 갓은 그걸 물은 것이다.


“아니, 이긴다.”


유찬에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히려 확신이 있었다.


“우리에겐 최강의 각성자가 있다. 녀석을 얕보지 마라.”

“그런가.”


오크 갓은 웃고 있었다.


유찬. 너의 성장을 기대하마. 승리를 기대하지.


그분을 죽여라.

그리고 멸망을 막아라.


-하이퍼 오크. 배신인가?


그분의 목소리였다.

하늘에 게이트를 열어 우리를 보고 있었다.


방금 나의 말을 듣고 굉장히 예민해졌다.

무서울 정도로 눈치가 빨랐다.


“아닙니다. 저희의 전력을 과시하여, 당신의 힘을 보여준 겁니다.”


배신이라뇨.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저는 처음부터 당신의 편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배신이라니, 정말 얼토당토 않습니다.


-어차피 넌 죽는다. 그저 최선을 다해 눈앞의 인간은 죽여라.


그렇죠. 어련하시겠습니까.

저는 인간종의 성장을 위한 시련에 불과하니까요.


오크 갓이 유찬을 보았다.


전부 들었나? 오크 갓이 눈으로 말했다.


유찬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의 의도가 완전히 전해졌다.


고맙다 유찬.

이제 동포와 나는 쉴 수 있다.


부디 그분을 쓰려트려다오.


“지금부터 유찬, 오크의 모든 힘을 동원해 너를 죽이겠다.”


오크 갓이 땅을 박찼다.

남산 전체가 흔들릴 충격이 만들어졌다.


“동포여! 우리 오크는 마지막 사명을 다해 목숨을 불태운다!”


“우가!”

“우! 우!”

“우가!”


이 멍청한 신을 따라준 너희들이 너무나 고맙구나.


이제 우리는 영혼이 되어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자꾸나.


“진격이다!”


오크 갓의 외침에 모든 오크가 유찬을 향해 돌진했다.


그렇게 오크의 마지막 생명을 불태운 싸움이 남산에서 벌어졌다.


결과는 유찬의 압승.


각성한 유찬은 궤도 폭격의 잠재력을 완전히 끌어올렸다.

거기에 각성한 능력까지 더해져 단번에 사장급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오크 갓은 유찬에게 패배하여 눈을 감았다.


고맙다, 유찬.

마지막만큼은 만족스러운 싸움이었다.


모든 오크의 신은 눈을 감기 전 그렇게 생각했다.




* * * * *




DMZ 주변.


논밭이 펼쳐진 시골 동네,

인구 밀도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적은 장소 중 하나.


이 자리에서 한유진 과장님을 우주로 내보냈다.


원리는 레일건과 같다.

전자기장의 척력을 이용한다.


‘어떻게 올려보낸다고요?’


그 말에 잠깐 머리가 봉합된 과장님이었지만, 결국 위성을 향해 쏘아 올렸다.


언젠가 부장님이 각성할 때를 대비해서 스위치 하나를 만들어 두었다.


과장님은 스위치 하나를 누르고 탈출 포드를 움직여서 돌아오면 될 뿐이었다.


탈출 포드는 일부러 레고 조립 수준으로 만들어 두었었다.


지금쯤이면 부장님과 만나지 않았을까 싶다.


‘저 남장 안 하고 만날 생각이예요.’


한유진 과장님은 내가 설득한 그대로 할 생각이었다.


위태로운 부장님을 타이밍 좋게 지켜낸다는 계획.

그걸 위해 남장을 지워낼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발사 전 본래 여자의 모습을 보았는데, 와우. 미모가 대단했다.


물론 내 간병인보다는 못했다.

간병인은 여신이었으니까.


그래도 여미새 부장님이라면 바로 다음날 결혼식을 잡을 정도에 미인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삼켰다.

나는 부장님을 꼬시기 위해 우주로 나가겠다고 다짐한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할 만한 바보가 아니었다.


슬슬 과장님이 지금쯤 부장님을 만났을 텐데.


조용히 통신을 기다렸다.


-성공이다. 신우야. 그 이유찬이 각성해서 오크를 막아냈어.


아저씨의 통신이다.

역시, 부장님은 남산을 지켜낼 수 있었다.


전부 예측대로였다.


X는 유찬이 오크를 저지하기를 원했다.

유찬의 성장을 원했다.


“근데 이 정도는 보인다... 이건가?”


하지만 유찬에게 걸어뒀던 전격이 사라졌음을 감지했다.

X의 인지 범위를 시험하고자 일부러 부장님에게 심어둔 전격이었다.


경호만 다른 곳으로 보내버린 시점에서 이미 X가 존재할 것임을 예상했으니, 인지 범위나 행동 패턴 그리고 목적.


하나도 빠짐없이 알아야 했다.


방금 이 정도의 힘 전달은 포착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여러 기만책이 전부 무력화된다는 뜻이니까.


“지금까지는 최악의 상황이네.”


이런 말을 하면 좀 미안하지만 사실 부장님은 거기서 죽는 편이 X를 이길 확률을 더 올라간다.


유찬이 ‘극한의 상황’에서 ‘타이밍 좋게’ 각성하며 능력의 근원이 X라는 가설이 힘을 얻으니까.


괜히 오른손으로 휠체어 손잡이를 쓸어본다.


나의 모든 가설이 들어맞았다면.

예측이 망상이 아닌 진실이라면.


나는 이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다.


“... 하. 홀이 대체 몇 개야.”


서울에 나타났던 홀은 장난이었다.


그것보다 수 배 수준의 커다란 홀이 하늘에 나타났다.

방금 다 셌는데 그런 홀이 17개였다.


아무래도 나의 예측은 틀리지 않을 예정인듯하다.


젠장, 가끔은 내가 틀렸기를 기도한다.

이럴 때는 틀려도 괜찮은데 말이지.


결국 끝까지 함구했던 그 계획을 사용할 타이밍이었다.


눈가가 조금 촉촉해졌다.

어제 눈물은 전부 흘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부족했나 보다.


하, 괜히 한숨을 쉬어본다.


접속. 허가. 연결.


머리가 조금 울린다. 연결됐다는 의미였다.


“들리시죠?”


-말해라, 신우야.


울컥.


목소리를 들으니까 더 심해졌다.

눈물이 조금씩 앞을 가렸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도망가면 이 세상은 끝이다.


마음을 다잡아라. 조신우.


“저, 죽습니다.”


-... 정말 방법이 없니.


방법이라.


하늘에 열린 17개의 홀.

그 홀 하나당 최소 사장급의 괴물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척 보니까 X는 날 죽이기 위해 이를 갈았다.


이 전투에서 살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차단당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죄송해요.”


일부러 내가 죽을 것임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아무리 길게 설명해도 전달할 수 없는 것이 있는 거고.

한마디에 전부 전달되는 것도 있는 법이다.


죄송해요.

지금은 그걸로 충분했다.


툭.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자, 잠깐 신우야. 기달려..


“사랑해요. 아버지.


통신 폐쇄.


내 쪽에서 통신을 완전히 끊었다.

뇌에 직접 입력하는 아저씨의 능력을 무력화하는 방법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직 아저씨가 나를 쫓던 시절.

나는 일부러 아저씨에게 잡혔다.


이 썩어빠진 세상에서 가장 빛나던 사람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빛을 보지 못하는 영웅들.


모두에게서 가려진 그림자. 국정원 요원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잡혀서 요원이 되었고, 그들을 도왔다.


나의 유능함을 증명하기 위해 아저씨를 골려 먹었다.

솔직히 아저씨에게 잡혔을 때 죽기 직전까지 국정원에서 굴려질 각오를 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그러지 않았다.


‘이렇게 어린 애가 뭔 요원이야!’


오히려 이런 나를 요원으로 써먹는 걸 반대했다.


나의 유능함을 제일 잘 알던 사람은 아저씨였는데.

내가 온갖 일들로 힘들게 한 것도 아저씨였는데.


어느 날은 나의 이름을 물었다.


하지만 나는 이름이 없었다.

고아였고, 그 어디에서도 나를 받아준 사람은 없었으니까.


이름을 받은 기억이 없었다.


조신우라는 이름은 아저씨가 지어주었다.


‘넌 앞으로 조신우다.’

‘조.. 신우?’

‘내가 아들이 생기면 그 이름으로 할 생각이었거든.’

‘그럼 아들한테 그 이름을 줘야죠. 저한테 주면 어떡해요?’

‘그럼 네가 내 아들 해.’

‘예?’

‘네가 이제 내 아들이라고.’


아들.


왜 그 말이 그렇게 슬펐는지 모르겠다.

그때 나는 눈물을 흘렸다.


아직도 양자로 받아준 아저씨가 너무나 고마웠다.

나는 아저씨를 정말로 아버지라 생각한다.


”아, 씨. 진짜. 미치겠네.“


가슴이 터질 거 같다.


누군가 심장을 칼로 찌르는 듯 아팠다.


아팠다.

너무 아팠다.


아버지를 내 손으로 찢어 죽여야 하는 이 현실이 미웠다.


차라리 내가 죽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죽었을 텐데.


하지만 나의 죽음은 이 세상의 멸망을 의미했다.


부장님이, 과장님이, 다른 요원들이, 간병인이.

그리고 아버지가 지키려 했던 세상이다.


그 세상이 멸망하도록 둘 수 없다.


-유린하라.


17개의 홀에서 멸망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 들었을 때, 머리를 부수는 듯한 두통을 주었던 그것.

하지만 지금은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유린하라.


아니, 넌 유린할 수 없다.


-유린하라.


내가 지킬 것이다.


-모든 것을 유린하라.


가칭 X, 넌 이 세상의 무엇도 빼앗을 수 없다.


홀에서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이내 17마리의 괴물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도마뱀, 용, 새 지구상에 없는 온갖 괴물들까지.


”가칭 X. 하나 맹세하겠다.“


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힘을 담아 전격을 날린다.


콰광!


세상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17개의 홀이 완전히 무너져내린 것이다.


”그 너머에서 기다려라.“


언젠가 너의 목을 비틀어 죽이겠다.


그리고.


너의 모든 것을 유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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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pisode 15. 최후의 유린(1) 23.06.05 15 0 10쪽
60 Episode 14. '멸망' 23.05.19 15 0 7쪽
59 Episode 13. '구원' 23.03.27 25 0 14쪽
58 Episode 12. 모든 건 억지였다(5) 23.03.22 23 0 14쪽
57 Episode 12. 모든 건 억지였다(4) 23.02.24 29 0 10쪽
56 Episode 12. 모든 건 억지였다(3) 23.02.23 31 0 10쪽
55 Episode 12. 모든 건 억지였다(2) 23.02.19 37 0 11쪽
54 Episode 12. 모든 건 억지였다(1) 23.02.17 42 0 9쪽
53 Episode 11. 타락한 성창과 광기의 힐링(4) 23.02.15 38 0 12쪽
52 Episode 11. 타락한 성창과 광기의 힐링(3) 23.02.04 62 0 12쪽
51 Episode 11. 타락한 성창과 광기의 힐링(2) 23.02.01 46 0 11쪽
50 Episode 11. 타락한 성창과 광기의 힐링(1) 23.01.26 60 0 11쪽
49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5) 23.01.22 54 0 9쪽
48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4) 23.01.19 42 0 10쪽
47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3) 23.01.17 53 0 10쪽
46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2) 23.01.15 51 0 10쪽
45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1) 23.01.10 48 0 11쪽
44 Episode 9. 아포칼립스(3) 23.01.08 46 0 6쪽
43 Episode 9. 아포칼립스(2) 23.01.07 49 0 6쪽
42 Episode 9. 아포칼립스(1) 23.01.05 57 0 5쪽
41 Episode 8. 두 번째 재앙(5) 23.01.03 57 0 7쪽
40 Episode 8. 두 번째 재앙(4) 23.01.01 55 0 6쪽
39 Episode 8. 두 번째 재앙(3) 22.12.30 52 0 6쪽
38 Episode 8. 두 번째 재앙(2) 22.12.29 50 0 6쪽
37 Episode 8. 두 번째 재앙(1) 22.12.28 55 0 7쪽
36 Episode 7. 아이작(3) 22.12.26 58 0 7쪽
35 Episode 7. 아이작(2) 22.12.26 55 0 7쪽
34 Episode 7. 아이작(1) 22.12.24 57 0 7쪽
33 Episode 6. 불법체류(3) 22.12.23 51 0 8쪽
32 Episode 6. 불법체류(2) 22.12.22 5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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