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는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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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10004
작품등록일 :
2022.11.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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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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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7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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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3)

DUMMY

아, 어지러워.

세상이 빙빙 돌아요.

하늘이 초록색인 거 같기도 하고 다시 파란색... 아니, 다시보니 초록색이 맞네요.


신기해요. 초록색 하늘은 처음 봐요.

그렇지 않아요? 신우 씨.

신우 씨도 처음 보죠?


‘네, 그러네요. 처음봐요.’


그쵸? 그쵸?

제가 미친 줄 알았어요.

역시 하늘이 초록색인 게 맞군요!


그건 그렇고 둘이 다니니까 황혼에서의 기억이 떠올라요.

그땐 우리밖에 없었는데, 지금처럼.


아, 신우 씨. 입술이 되게 차가워보여요.

어떻게 핏기가 하나도 없지.


춥겠다.

제가 따듯하게 데워드려야겠어요.


‘서영아.’


신우 씨.


‘서영아.’


신우 씨...


‘서영...’


미쳐버린 서영의 광기 어린 입맞춤.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체를 안은 채 서영이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시체와 입술이 닿기 전 방해꾼이 나왔다.


“안녕하심까! 전 레베데프 이반이라고 함다.”

“...”

“어... 안녕하십니까..?”


뭐야, 이 군바리는.

죽여버릴까.


...


[진심을 다해서 눈앞에 인간을 죽이고 싶다.]


쿵!


‘살려줘요.’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쿵!


건물이 무너진다.

피가 튀긴다.


쿵!


자동차가 부딪친다.

똑같이 피가 튀긴다.


쿵!


‘괜찮아요.’


...응?

왜 이러지 나.

사람을 죽인다니.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이럴 땐 그래,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주는 거야.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나이팅게일이라고 해요.”


아, 실수.

이름이 아니라 나이팅게일이라 해버렸다.

요즘 본명 대신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을 너무 많이 쓴 탓이었다.


“나이팅게일? 이름이 특이하십니다...? 혼혈이신가.”


이반이 머리를 긁적였다.

의아함 그 자체였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름 따위는 딱히 상관없기 때문이었다.


“사실 제가 러시아에서 막 넘어온 인간이라 돌아다니면서 인사하고 있었습니다. 절 반겨주는 사람은 없는 모양입니다만. 하하..”


이반은 적국이었던 러시아의 각성자.

거기다 사태가 사태다 보니 요원들에게도 여유가 없었다.

자연스레 이반을 반길 요원은 없었다.


에휴, 이반이 한숨을 쉬며 자기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따라오면 저의 잠재능력을 끌어 올려준다길래 따라온 건데 말입니다... 영 훈련이라던가 뭔가 하지를 않습니다.”

“예...”

“그건 그렇고 당신은 이능력이 뭡니까? 저는 형광등입니다.”


이반이 손가락 끝에 빛을 만들었다.

데스의 죽음을 버틴 라이트라는 능력이었지만 지금은 이반의 말대로 그냥 형광등이었다.


나이팅게일은 잠시 고민하다 이반의 얼굴을 보았다.

거기엔 포대장에게 쳐맞은 붓기가 조금 남아있었다.

능력을 보여줄 겸 “가만히 있어요.”라며 손가락을 댔다.

이내 이반의 얼굴은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왔다.


“저는 뭐든지 치유할 수 있어요.”

“오오...! 치유 능력을 가진 사람은 처음 봅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뭘요.”


평소라면 얼굴이라도 붉혔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휠체어 손잡이의 감촉이 전해져오고 있었다.

지금 짓는 억지 웃음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건 그렇고 그 휠체어 속 시체, 아니 사람과 무슨 관계라도 되십니까?”

“음... 관계라.”


연인? 그건 아닌 거 같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동료? 그것도 아닌 거 같다.

우리들의 관계를 동료라고만 하기엔 너무 가까웠다.


...아.

나 뭘 고민한 거지.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는데.


“평생을 돌봐줄 환자와 환자의 마지막 간병인.”

“...”

“그런데 이젠...”


뚝.

억지 미소에서 눈물이 한 방울 휠체어로 흘렀다.

표정, 말투, 심지어는 이름과 직업까지 거짓이었지만 그 눈물만이 진실이었다.


“씁...”


이반은 그 광경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남산에 오기 전 신우가 남긴 말 때문이었다.


‘이 시체는 접니다.’

‘예?’

‘근데 앞으로는 제가 아니에요.’

‘예?’

‘제 이름은 앞으로 유경호입니다. 조신우는 지금부터 죽은 겁니다.’

‘예?’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애초에 저 시체가 신우와 동일 인물이라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신우가 최소한으로 정보를 풀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살아있다고 확 까발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뭔가 생각이 있으시겠지.


이반은 바로 꼬리를 내리고 뒤돌아 왔던 길로 돌아갔다.


“아, 맞다.”

“네?”

“그분을 죽인 존재는 퀸 발키리라 했습니다. 신ㅇ... 큼, 경호 님에게 들었습니다.”


이반은 이동 중 쉴 새 없이 떠들며 신우를 귀찮게 했다.

그때 신우가 닥치라는 의미로 퀸 발키리라는 존재를 밝혔던 것.

그리고 신우는 퀸 발키리까지 밝히지 말라는 말은 없었다.


그렇다면 복수의 대상 정도는 알려도 되지 않을까?


“퀸, 발키리?”

“네, 네. 날개 달린 여전사라 했습니다.”

“당신, 이반이라 하셨나요?”

“...네? 네, 레베데프 이반입니다만..?”


나이팅게일이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거짓되지 않았다.


섬뜩.

온몸에 털이 적신호를 알린다.

그건 살기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데스조차 이반에게 위협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의 미소는 이반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정도였다.

설령 그 살기가 이반 자신에게 오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고마워요. 이제 숨이 좀 트인 거 같아요.”

“아, 아뇨. 뭘...”


이반은 뒤도 보지 않고 도망쳤다.

잠깐 악마를 목도 했다고 되내일 뿐이었다.



* * * * *




사장실 의자에 앉은 조신우에게 아이작이 말을 걸었다.


“그래서 다음 작전은 뭐지. 조신우.”

“맞아, 니 여친 저 지경으로 만들었으면 뭔가 있을 거 아니냐.”


아이작의 말에 이유찬 부장이 덧붙였다.

신우를 믿지만 방금 보인 행동은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계획 없었다면 유찬은 전력을 다해서 한 방 정도 칠 생각이다.


“저희로는 부족합니다. 아직 사장급이 최소 여섯. 위대한 신의 이름이 하나나 있으니.”


그리고 멸망의 신, X.

아포칼립스의 격을 이어받은 신우가 멸망의 신을 맡는다 하더라도 위대한 신의 이름과 사장급 여섯을 맡을 인간이 없었다.


“그러니 각성한 인간 전부를 이용하겠습니다.”

“뭐?”

“옛날 방식처럼 해보자구요. 옛날 방식.”


신우가 뜯어 고쳤던 지하 국정원의 방식.


‘민간인을 전부 요원으로 만든다.’


신우는 전생 프로토콜 이후 그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들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니 전 인류의 힘을 이용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걸 위해 복수만을 바라보는 타락한 간병인이 필요했습니다.”


힐링은 어떤 부상과 병을 마주하더라도 치유할 수 있다.

신우의 전신마비조차 치료해버렸으니.


힐링이 아무리 적국의 능력이더라도 치유 각성자를 단 한 명도 살리지 않은 것은 의아한 일이었다.

하지만 연합국 그 어떤 국가도 치유 각성자를 살리지 않기로 한 이유는 단 하나.


‘광기.’


치유의 능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 광기는 강해진다.

그 광기가 점점 강력해져 주위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중국이 완전히 미쳐버린 이유가 그거였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의 경우 아직 능력이 개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았다.

그러나 그걸 신우는 개화시켜버린 것이다.


한 사람이 버틸 수 없는 정신적 고통. 그것이 힐링의 개화 조건.

중국은 인위적으로 그 고통을 이용해 죽지 않는 광기의 각성자 집단을 만들어냈다.

힐링의 개화 조건이 알려진 것도 중국의 노골적인 비인도적인 행보 때문이었다.


유찬이 신우의 멱살을 잡아 끌어올렸다.

힐링의 광기를 이용하는 것, 그건 자신들이 싸운 이유를 걷어차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유찬이 화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래, 물론 힐링의 광기를 뿌리는 능력은 강력해. 하지만 겨우 한 명이잖아. 한 명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거 알잖아. 겨우 그걸 위해 너는...!”

“오해하지 마세요 부장님. 제 간병인은 '겨우 한 명'이 아닙니다.”

“설마.”

“겨우 한 명이 아닌 나이팅게일이 개화 한 겁니다.”


당장 서울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인간은 누구인가?


지하 국정원의 사장이었던 신석이 아니었다.

그렇다 해서 오크라는 이름의 재앙을 막아낸 유찬도 아니었다.

심지어는 X와 전면전을 펼쳤던 신우조차 아니다.


대답은 나이팅게일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한 여인이었다.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람들을 치료한 바보.

그녀는 아포칼립스에 나타난 영웅.


겨우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희망이었다.


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미소 짓고 있는 광기가 있었다.


복수와 이능력, 힐링의 광기라는 저주에 걸린 악마였다.


“경호 씨. 제가 뭘 하면 되나요?”


나이팅게일은 신우의 검게 썩은 피를 온몸에 적신 모습이었다.

끝내 신우와 하나되고픈 마음을 표출한 것이다.


"미친."

"부, 부장님.."


아이작과 한유진은 이반과 같이 온몸에서 적신호를 내뱉었다.


"Fuck.."

"시발..."


아멜리아와 유찬은 과거 보았던 광기의 기억을 떠올렸고.


"흐흐, 흐흫."


신우는...


“전 인류를 동원한 전쟁입니다.”


신우는 흐느끼며 웃고 있었다.

아저씨와 유경호,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여자.

그들을 모두 잃어버린 신우 또한 미쳐버린 것이다.


“자, 복수합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신을 끌어내립시다!”


하하!

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나 한쪽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X를 죽이기 위해.

멸망의 신을 이기기 위해.


“녀석을 유린합시다.”


너를 유린하겠다.


다시 한 번 맹세하겠다.

너의 모든 것을 유린해 짓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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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Episode 12. 모든 건 억지였다(3) 23.02.23 31 0 10쪽
55 Episode 12. 모든 건 억지였다(2) 23.02.19 37 0 11쪽
54 Episode 12. 모든 건 억지였다(1) 23.02.17 42 0 9쪽
53 Episode 11. 타락한 성창과 광기의 힐링(4) 23.02.15 38 0 12쪽
52 Episode 11. 타락한 성창과 광기의 힐링(3) 23.02.04 62 0 12쪽
51 Episode 11. 타락한 성창과 광기의 힐링(2) 23.02.01 46 0 11쪽
50 Episode 11. 타락한 성창과 광기의 힐링(1) 23.01.26 61 0 11쪽
49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5) 23.01.22 54 0 9쪽
48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4) 23.01.19 42 0 10쪽
»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3) 23.01.17 54 0 10쪽
46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2) 23.01.15 51 0 10쪽
45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1) 23.01.10 48 0 11쪽
44 Episode 9. 아포칼립스(3) 23.01.08 46 0 6쪽
43 Episode 9. 아포칼립스(2) 23.01.07 49 0 6쪽
42 Episode 9. 아포칼립스(1) 23.01.05 57 0 5쪽
41 Episode 8. 두 번째 재앙(5) 23.01.03 57 0 7쪽
40 Episode 8. 두 번째 재앙(4) 23.01.01 55 0 6쪽
39 Episode 8. 두 번째 재앙(3) 22.12.30 52 0 6쪽
38 Episode 8. 두 번째 재앙(2) 22.12.29 50 0 6쪽
37 Episode 8. 두 번째 재앙(1) 22.12.28 5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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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pisode 7. 아이작(2) 22.12.26 5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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