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는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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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10004
작품등록일 :
2022.11.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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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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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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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1. 타락한 성창과 광기의 힐링(1)

DUMMY

“후...”


후, 후...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며 몸의 공기를 빼냈다.

더운 공기가 빠져나가고 차가운 공기가 허파를 채운다.

차가운 공기가 만드는 한기에 머리가 맑아진다.


조금 지쳤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꽤 많이 지쳤다.

너무나 갑작스레 능력을 사용한 것은 물론이고 얻어맞기까지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아포칼립스의 파괴를 완벽히 다루지는 못하는 느낌이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격은 가벼운 느낌이 드는 반면에 파괴는 무언가 걸린 듯한 이물감이 있다.

북한을 육로로 뚫는 동안 능력은 파괴만을 사용했기에 조금 익숙해졌다, 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신우는 스스로 한탄했다.

물론 신우가 부족하다기보다는 기준치가 높은 것이었지만 더 이상 신우에게 조언할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신우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고 일기를 내려다보았다.

제이크는 소멸했지만 일기는 그대로 남아있다.

즉, 본체는 제이크가 아니라 일기였다는 의미.


그러나 여전히 겉보기에는 평범한 종이였다. 심지어 신우의 감지에도 걸리지 않았다.

특이한 기류도,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종이 쪼라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타임은 이 일기에 있는 거겠지.”


혹은 타임의 격만이 이 일기에 있거나.

둘 중 어느 것이든 이 일기는 타임의 격이 부여되어있다.

그릇이란 것이 없는 무생물에 격을 부여한다는 행위가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졌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꿀꺽.

말라버린 침이 목구멍을 스쳐 지나간다.

제이크의 소멸을 직전에 보았기에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말았다.

만약 나도 그릇이 되기 부족하다면 똑같은 운명을 맞이할 테니.


‘난 대체 뭘 긴장하고 앉아있는거냐.’


타임도 결국 패배자에 불과하다.

패배자의 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릇 따위, 애초에 ‘멸망’은 이길 수 없는 버러지라는 뜻이다.

여기서 내가 죽는다면 난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금세 차분해질 수 있었다.

후, 짧은 쉼호흡 뒤 신우는 일기에 손을 댔다.


“이건...”


동공이 확장되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그건 놀라움이라는 감정이었다.

손끝이 바들바들 떨리고 일기를 품에 안았다.


“평범한... 일기잖아...”


신우가 놀란 이유는 방대한 격이 흘러들어와서가 아니었다.

일기를 만지고 품에 넣어도 아무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도 아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신우가 손에 넣은 일기는 아무런 능력 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다.



* * * * *



남산에서 황금궁으로 향하는 도로 위.

그곳에는 이성을 잃기 시작하는 사람들과 광기에 물든 나이팅게일이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가 만났던 사람들의 수보다 훨씬 적었고 이성이 남아있는 사람도 조금 있었다.

제이크가 한 시간을 복구로 돌려버렸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경호 씨? 경호 씨..?”


나이팅게일이 갑자기 사라진 유경호를 찾아 헤맸다.

신우는 회피하여 복구에 말려들지 않았기 때문에 나이팅게일의 입장에서는 옆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었다.


“음, 상관없나? 하핫!”


그러나 별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이팅게일은 한 시간 전에도 이성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다른 일 하러 갔다보다~, 하고 넘길 뿐이었다.


턱.

그런 나이팅게일의 어깨를 누가 붙잡았다.

주름이 가득한 손등이 눈에 들어왔다.


“여신... 님...”

“어머, 할아버지?”

“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는 겁니까...!!”


그건 나이팅게일을 여신이라고 자신을 부르던 노인이었다.

사람들을 구원한 영웅이 광기에 물들었고, 그녀를 나이팅게일이라 찬양한 사람들까지 미쳐가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노인은 뒤도 보지 않고 광기에 중심에 다가가 손을 뻗었다.


“저는 괴물을 죽여야 해요. 그런데 다들 도와주려고 모여들더라고요? 봐봐요. 다들 웃으면서 도와주시려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사람들이 모여든 건 나이팅게일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모여든 사람 중에는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이 있었고, 그저 감사 인사를 위해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나이팅게일과 마찬가지로 미쳐가고 있었다.

지금 나이팅게일에게 다가간다는 행위 자체가 광기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었다.

신우와 제이크는 압도적인 격으로 상쇄할 수 있었지만 막 각성한 그들은 힐리의 광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인이 미치지 않은 상태로 나이팅게일과 접근할 수 있던 이유는 노인이 대리급으로 각성하였고, 나이팅게일의 눈을 뜨게 한다는 집념 덕분이었다.


원래는 신우가 노인을 파괴해버렸기에 노인이 나이팅게일과 닿는 일은 없었다.

광기가 풀릴만한 계기가 될 수 있는 변수를 차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우가 곁에 없다.

노인은 파괴당하지 않았고, 노인의 손길이 나이팅게일에게 닿았다.


턱.

이번에는 노인이 양어깨를 붙잡고 나이팅게일과 눈을 마주쳤다.

맑은 눈을 가진 광인과 철저한 신념으로 무장한 노인의 눈이 허공에서 만났다.

지금이라면 적개심이 없는 나이팅게일에게 주먹이라도 휘둘러 기절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할 말을 전할 뿐이었다.


“이건 무언가 잘못 됐습니다... 제발 눈을 떠주십시오...”


풀썩.

노인의 다리가 풀리며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광기의 진원지와 접촉하였기에 노인도 조금씩 한계가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이팅게일은 조금 놀랐다.

지금까지 이런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사람들 뿐이었는데, 노인은 그러하지 않았다.


‘어째서?’


한 시간 전 상태로 돌아오며 아직 광기가 완전히 잠식하지 않은 나이팅게일이었기에 그런 생각에 도달할 수 있었다.


“대체 왜...”

“제발, 눈을 뜨십시오! 제발.. 제발... 제... 발...”

“할아버지..?”


노인의 의식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광기에 저항하고, 저항한 결과 정신적으로 지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노인도 광기에 물들 것이었다.


까득.

노인이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린다.

늙어버려 이빨은 몇 개 남지도 않았지만 그 남은 것마저 전부 부숴가며 정신을 유지했다.

그리고 남은 힘을 다해 말을 이어나갔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봐주십시오...”


저항했다. 노인은 끝까지 저항했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고, 정말 마지막에는 아스팔트를 쥐어짜며 호소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처참했다.


“할아버지.”

“..”

“할아버지...”


노인은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거두었다.

광기에 저항할 수 있는 정신력에 비하여 이를 받쳐주는 육체는 늙어빠졌기에 정신적으로를 넘어 물리적인 피해로 이어졌다.

그 상태로 저항을 이어갔기에 노인은 죽고 말았다.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고, 의미를 가지지 못한 개죽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죽음은 나이팅게일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고통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나이팅게일은 몰랐다. 전혀 몰랐다.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은 주위를 겨눌 틈이 없었으니까.

노인의 죽음이 주위를 둘러보도록 만들었다.


‘내가 일으킨 짓이구나.’


드디어 자각할 수 있었다.

이런 끔찍한 짓을 일으킨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임을.

그녀는 나이팅게일이라는 바보같은 이름을 가지면서까지 저항했던 지옥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하하. 하하하.”


웃음이 흘러나왔다. 웃기지 않았지만 웃음이 나왔다.

사실 웃긴 상황일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우스운 상황이 맞다. 그렇게 노력해서 사람들을 치료해놓고 이게 무슨 짓인가.


“하하하하. 하하핳.”


주위를 둘러볼 수 있다고 해서 광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건 힐링이 가진 저주였으니 이능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없어지지 않는다.

그저 광기라는 틀 안에서 더욱 고통받게 될 뿐이었다.


그때 하늘에서 홀이 열렸다.

저주받은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유린하라.


크기는 사장급 게이트.

정확히 나이팅게일의 머리 위로 그 게이트는 생성되었다.

나이팅게일의 능력이 점차 강해지며 X는 그녀를 정확히 감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게이트에서는 수많은 늑대 인간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게이트의 크기를 키운 것이 아니다.

그들 전부는 해봐야 과장급 수준의 이종들.

게이트를 사장급까지 키운 존재는 늑대 인간들이 전부 나온 뒤에 천천히 강림했다.


“날개 달린, 여전사...”


스트레스로 머리는 흰색으로 변색됐고, 날개는 죽음을 받아들이며 검게 물들었다.

그러나 그건 여전히 날개 달린 여전사의 모습을 했다.


퀸 발키리.

신우의 심장을 뚫어버린 성창의 주인이 나타났다.


“너구나. 퀸 발키리.”


나이팅게일의 초점이 완전히 돌아왔다.

잠깐 광기를 뛰어넘는 반가움을 느꼈다.

존재를 알고 겨우 몇 시간만에 조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퀸 발키리와의 대면은 몇 달, 혹여나 몇 년까지도 내다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반가웠다.


“암컷 인간. 너가 조신우의 배우자인가?”


초점이 돌아온 것은 퀸 발키리도 마찬가지였다.

신우에게 마스터 울프를 잃은 이후 그녀의 머릿속을 차지한 것은 조신우였으니.

그런 그녀에게 ‘멸망’은 정보를 흘렸다.


-나이팅게일. 그 인간이 조신우의 배우자다.

“배우자...”


너는 나의 사랑을 앗아갔으면서 당당히 사랑을 나누고 있구나.


‘용서할 수 없다.’


용서를 넘어 완전히 파멸시키고 싶다.

배우자, 친구, 동료, 주변 인물. 마지막으로 신우가 지키려했던 인류마저.

모든 것을 멸망시키고 싶다.


그런 그녀에게 나이팅게일은 굉장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퀸 발키리가 손짓하여 울프 군단을 움직인다.

목표는 나이팅게일과 광기에 물든 사람들.


“인간을 모조리 유린해라, 그이의 동료들이여.”

“아우우--!”

“아우-!”


징- 징-.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퀸 발키리의 성창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붉은 신우의 피를 뒤집어쓴 죽음의 성창이었다.


“유린하라.”


수천 마리의 울프 대군과 성창의 퀸 발키리.

압도적인 전력이 나이팅게일을 맞이했다.

하지만 나이팅게일 또한 퀸 발키리를 찢어죽이기 위해 광기를 머금고 강해졌다.


“여러분들... 적입니다. 신우 씨를 죽인 괴물이 눈앞에 있습니다..!”


“우어어..” 나이팅게일 주변에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내며 울프를 보았다.

거의 좀비에 가까운 상태였지만 광기라는 이름의 강제 이능력 활성제를 맞은 그들은 전부 대리급 요원 이상의 힘을 가졌다.

그것이 신우가 광기를 이용하려 했던 이유였고, 실제로 퀸 발키리의 전력에 꿀리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입니다. 여러분!”


나이팅게일의 외침에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 울프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전력을 다하여 기어오는 울프 군단과 광기에 물든 인간.

광기에 물든 간호사와 복수만을 위해 사는 발키리.


그들이 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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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pisode 14. '멸망' 23.05.19 15 0 7쪽
59 Episode 13. '구원' 23.03.27 25 0 14쪽
58 Episode 12. 모든 건 억지였다(5) 23.03.22 23 0 14쪽
57 Episode 12. 모든 건 억지였다(4) 23.02.24 29 0 10쪽
56 Episode 12. 모든 건 억지였다(3) 23.02.23 31 0 10쪽
55 Episode 12. 모든 건 억지였다(2) 23.02.19 37 0 11쪽
54 Episode 12. 모든 건 억지였다(1) 23.02.17 42 0 9쪽
53 Episode 11. 타락한 성창과 광기의 힐링(4) 23.02.15 38 0 12쪽
52 Episode 11. 타락한 성창과 광기의 힐링(3) 23.02.04 62 0 12쪽
51 Episode 11. 타락한 성창과 광기의 힐링(2) 23.02.01 46 0 11쪽
» Episode 11. 타락한 성창과 광기의 힐링(1) 23.01.26 61 0 11쪽
49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5) 23.01.22 54 0 9쪽
48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4) 23.01.19 42 0 10쪽
47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3) 23.01.17 53 0 10쪽
46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2) 23.01.15 51 0 10쪽
45 Episode 10. 해피 다이어리(1) 23.01.10 48 0 11쪽
44 Episode 9. 아포칼립스(3) 23.01.08 46 0 6쪽
43 Episode 9. 아포칼립스(2) 23.01.07 49 0 6쪽
42 Episode 9. 아포칼립스(1) 23.01.05 57 0 5쪽
41 Episode 8. 두 번째 재앙(5) 23.01.03 57 0 7쪽
40 Episode 8. 두 번째 재앙(4) 23.01.01 55 0 6쪽
39 Episode 8. 두 번째 재앙(3) 22.12.30 52 0 6쪽
38 Episode 8. 두 번째 재앙(2) 22.12.29 50 0 6쪽
37 Episode 8. 두 번째 재앙(1) 22.12.28 55 0 7쪽
36 Episode 7. 아이작(3) 22.12.26 58 0 7쪽
35 Episode 7. 아이작(2) 22.12.26 5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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