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은 왜 남북으로 갈라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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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장
작품등록일 :
2022.11.2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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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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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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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두 영화

DUMMY

교수는 영상을 틀었다. 전쟁영화의 트레일러였다. 북방의 바람이 매섭게 하얀 대지를 감싸는 전쟁터. 군복들을 보아하니 6.25 전쟁이 배경이라는 게 확실했다. 중국어를 쓰는 젊은 남자 두명이 주인공인 듯 했다. 한쪽은 대한민국 국군이나 여타 유엔군들과 비슷하게 생긴 국방색 군복을 입었고 다른 한명은 전형적인 중공군, 즉 북중국군의 복장이었다. 둘 다 전쟁의 포화에서 몰골이 말이 아닌건 매한가지였다. 서로 끌어안고 울부짖는 두 남자. 둘은 형제지간이었다. 한자가 정체자로 나온 걸로 봐서는 남중국 영화임이 틀림없었다.


그 다음에 나온 영상 역시 6.25를 다룬 영화의 트레일러였다. 이번에는 간체자가 나왔다. 북중국에서 만든 작품이었다. 차가운 겨울 대지를 배경으로 한 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시작부터 붉은 기가 여기저기 휘날리고 ‘멋있게’ 묘사된 북중국군이 전투에서 미군을 무찌르는 장면이 크게 강조되었다. 관객들에게 전쟁의 비극을 상기시키기보다는 전형적인 ‘애국심’을 주입하려는 듯 했다.


영상 상영이 끝나고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갔다. 아까 상영된 두 영화의 포스터가 나란히 화면에 붙어있었다.


“자. 봐서 알겠지만 각각 남중국과 북중국이 6.25 전쟁을 소재로 만든 작품입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작년에 개봉했고 배경이 되는 전투도 장진호 전투로 동일하죠. 저 왼쪽 포스터는 첫 번째로 소개된 남중국 영화인데 우리나라에도 개봉되고 많은 사람들이 봤죠. 여러분들 중에도 본 사람 있죠? 한번 손들어볼래요?”


학생들 중 절반 이상이 손을 들었다. 김 교수는 앞의 여학생을 쳐다봤다.


“어땠나요?”


“네, 재미있게 잘 봤어요. 슬픈 내용이기도 했고요.”


“보기 전에 영화 내용이 뭘 다뤘는지 알고 있었나요?”


“자세히는 알지 못했고요. 사실 저기 동생으로 등장한 배우가 제가 좋아하는 중국 아이돌이라서...연기도 잘하고요.”


학생은 수줍게 웃었다. 김 교수는 포스터를 보더니 역시 웃었다.


“아, 저 포스터 오른쪽의 친구 말이죠? 세계적인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로도 유명하죠. 여러분 또래인걸로 아는데. 고등학생인 제 막내 딸도 저 가수를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앞에 또 손들었던 학생은 어땠나요?”


이번에는 남학생이 답을 했다.


“네, 장진호 전투를 소재로 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장진호에 가본 적이 있었고 할아버지도 참전용사셔서 더 깊게 와닿았습니다.”


“아, 장진호는 여행으로 갔다온건가요?”


“그건 아니고 사실 제가 군복무를 그 근처에서 했습니다. 정확히는 풍산에 있었죠. 함남 풍산.”


“아하, 그랬군요. 겨울에 굉장히 추웠을텐데 또 거기서 군생활을 했군요.”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영화에서 묘사된 추위가 어느 정도로 끔찍한지는 정말 공감이 갔습니다. 군 복무 기간 6개월이 그렇게 길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어요.”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래 맞아요. 그러면 저 두 번째 북중국에서 만든 영화를 본 학생은 있나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아마 없을 거에요.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이 된 적이 없고 남중국은 더더욱 그래요. 남중국에서는 저 영화가 아예 이적표현물로 지정되어 상영 자체가 금지되었거든요. 그래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었죠.


비슷한 소재에 비슷한 줄거리를 다룬 영화일지라도 자세히 보면 주제 의식 등에서 차이는 엄청 큽니다. 일단 저 남중국 영화를 보죠. 중국내전 시기 월남해 중화민국 국군으로 한국에 파병된 형, 중공군으로 징집된 동생이 같은 전투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된다는 내용이죠.


서울 전쟁기념관의 ‘형제의 상’ 아시죠? 그것은 국군 형과 인민군 동생 간의 실화를 소재로 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영화 역시 실화입니다. 형과 동생이 각각 속한 진영도 같죠. 저 실존 인물인 형, 나중에 남중국군 장성까지 지내고 퇴역하셨죠. 이 분이 쓴 수기를 바탕으로 영화화된건데 제가 사실 그 형님되는 분을 실제로 몇 년 전에 뵈었어요. 전쟁사 연구 과정에서 증언을 들으려고 했었거든요. 원래 그 분 고향은 저 북중국의 길림성 장춘인데 월남하셔서 남경에 거주하고 계셨죠. 정말 많은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영화화되기 직전에 돌아가셨죠. 영화 상에는 분량 상 생략된 부분도 많아요.


회고록이 마침 올해 2월에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출판된 걸로 기억하는데 한번 읽어보면서 영화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동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영화 안본 학생들을 위해 여기서 말은 안하겠어요. 어쨌든 그만큼 비슷한 사례들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 굉장히 많았다는 거죠.


저 북중국 영화의 경우 장진호 전투에 참여한 중공군 군인 얘기입니다. 역시 북중국의 인기 배우들을 섭외했다죠. 내용은 흔한 프로파간다 영화입니다. 솔직히 플롯을 얘기할 필요가 없죠. 전투 전개 과정도 그렇고 워낙 왜곡이 심해서... 그래서 작품 내적인 요소든 국제적인 시선이든 모든 것을 따져봤을 때 이 두 영화의 평가는 극과 극입니다. 첫 번째 영화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죠. 두 번째는 전형적인 선전물로 취급되죠. 대신 공산당에서 엄청 밀어준 덕에 북중국 내에서 흥행에는 성공했다죠.


뭐 솔직히 얘기해서 구 북한 지역 출신이자 오랫동안 공산당식 교육의 세례를 받아온 나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저 북중국 영화를 보면서 익숙한 점이 많았어요. 그 뭐냐 오해하지 마세요. 내가 익숙하다는 얘기는 제가 젊었을 때까지만 해도 북한과 북중국의 사관을 그대로 교육받았고 그 동네 스타일의 선전물을 하도 봐오며 자랐기에 그 요소를 그대로 가지고 온 영화를 보니 옛날로 돌아간 듯한 일종의 추억(?)을 느꼈다는 거에요. 그 공산당 선전 내용에 동조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니까.”


교수는 손사래를 쳤다.


“이렇게 6.25 전쟁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전형적인 국제전이었습니다. 특히 미소 간 대리전 성격뿐만 아니라 남중국과 북중국은 아예 이곳에서 직접 서로 전투를 치뤘죠. 남중국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북한의 남침에 맞서 남한에 군대를 파견한거고 북중국은 북한의 멸망을 막는다는 이유로 역시 전쟁에 개입한거죠. 중국내전에서 시작된 두 중국의 대결이 중국 본토를 넘어 한국에서까지 계속된 셈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죠. 중국내전의 정확한 종결일은 관점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고요. 어떤 학자는 한국에서 정전협정이 맺어진 1953년 7월 27일을 역시 중국내전이 동시에 종결된 날이라 규정짓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도 중국내전은 명목상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죠.


이제 남중국과 북중국이 1950년 6월 시점에서 한국 문제에 어떻게 개입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종결되고 중국 대륙의 분단 체제에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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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식사 자리에서 핵무기 비사를 얘기하다 +2 22.12.27 69 3 8쪽
13 13. 회식 자리 +2 22.12.25 69 3 8쪽
12 12. 번외: 티베트의 독립 +2 22.12.11 84 2 9쪽
11 11. 북중국의 전쟁 개입 미화 +2 22.12.05 89 3 9쪽
10 10. 양 중국은 한반도에서 어떻게 싸웠는가 +2 22.12.03 100 3 9쪽
» 9. 두 영화 +2 22.12.01 83 3 7쪽
8 8. 남중국은 어떻게 생존했는가 +2 22.11.30 92 3 10쪽
7 7. 회하에서 공산당의 진격을 저지하다. +2 22.11.29 10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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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브란덴부르크 문에 성조기를 건 미군 +2 22.11.24 13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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