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동생과 친구의 여동생을 교환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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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가위
작품등록일 :
2022.12.0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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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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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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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레노 - 4

DUMMY

집에 도착한 나는 윤영이와 마주쳤을 때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를 생각하니 선뜻 문을 열기 망설여졌다.


우리 집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이렇게 긴장되게 느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하긴. 아직 집에 안 돌아왔을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면 머뭇거릴 필요 없이 빨리 들어가는 게 낫겠지.


나는 더 생각하지 않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아, 오빠."


"아···."


이미 와서 거실에 있던 윤영이는 내가 들어오자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본다.


곤란한데. 아직 어색하다고. 이럴 땐 뭐라고 말해야 좋은 거지?


음···.


"안녕?"


잠깐 고민해봤지만, 그냥 무난하게 인사를 건네기로 했다.


"?"


아니. 친동생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오빠는 없나?


더 어색해진 느낌이다.


"이, 일찍 왔구나. 잘 왔어."


"오빠 오늘 왜 그래요? 아침부터 좀 이상해요."


"아니···그냥. 반가워서."


윤영이는 수상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지만, 금방 흥미를 잃었는지 시선을 돌린다.


"손 씻고 오세요."


"응? 왜?"


"쿠키 구워놓은 게 있거든요. 먹고 싶으면 같이 먹어요."


"으, 응!?"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쿠키를 구웠다고?


그리고 그걸 내가 먹어도 된다는 거야?


갑자기 일이 이렇게 잘 풀려도 되는 건가?


"알았어! 씻고 올게!"


"천천히 하세요."


어제 준영이가 윤영이는 요리를 잘한다고 말했었다.


그렇지만, 자기한텐 아무것도 안 해준다고 한탄했었는데, 그 녀석이 그 상황에서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고.


나만 대우해주는 거라면 기쁘긴 하겠지만, 사실 그럴 만큼 사이가 좋거나 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존댓말을 쓰는 남매를 보고 사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하기야 사소한 것쯤이야 아무려면 어떠냐.


중요한 건 직접 구운 쿠키를 얻어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니까.




"미안해요. 조금 탔어요."


"아니. 괜찮아. 조금 탄 게 더 풍미가 있어서 좋잖아?"


"?"


수제 쿠키 같은 걸 먹어보는 건 처음이다.


아마 집에 있는 오븐으로 구운 모양이다.


근 5년간 가동된 걸 본 적이 없었던 오븐이 드디어 제 역할을 하는구나.


접시에 놓인 노릇하게 구워진 쿠키와 윤영이가 직접 끓인 커피. 마치 카페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한 조각 집어서 입에 넣는다.


"어때요?"


"음. 맛있어!"


어떻게 설명해야 하냐면 시중에서 파는 제품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조금 덜 달다는 정도?


내가 원래 쿠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 보니 엄청나게 맛있게 느껴졌던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상태라서인지, 아니면 윤영이가 손수 만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훨씬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탔다고 했지만 탄 맛도 거의 안 나고 굉장히 부드러워."


"많이 드세요. 많이 만들었으니까."


"알았어. 너도 많이 먹어."


"네."


"너 요리 굉장히 잘하는구나?"


"별로···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정도도 못하는 나 같은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다음에는 더 맛있는 음식 해 드릴게요."


"정말? 기다릴게."


"네."


먹다 보니 준영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런 착한 동생이 있었으면서 그렇게 투덜댔던 건가?


너무 복에 겨운 생활을 하다 보니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도 못 깨달았던 모양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효연이의 실체를 알고 절망하고 있겠지?


내일 만나면 어떤 말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역시 효연이는 착하더라. 효연이랑 같이 있어보니 윤영이 같은 애랑은 도저히 다시 못 살 것 같아. 야. 그냥 이대로 계속 살자. 바꿀 필요 없어."


학교에 오자마자 떠들어대는 준영이의 말을 들으며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자식. 지금 제정신인가?


아니면 우울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헛소리를 늘어놓는 건가?


나는 일단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확인을 위해 몇 가지 물어보기로 했다.


"효연이랑 잘 지냈나 보지?"


"물론이지. 윤영이하고는 달리 천진난만하고 순수해서 같이 있을수록 더 편했으니까."


역시 거짓말을 하고 있군.


준영이가 진심으로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언제까지나 눈을 돌리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넌 어땠냐? 윤영이랑 살아보니까 엄청 짜증 나지?"


준영이는 능글능글 웃으며 그렇게 물었다.


아마 자기가 겪었던 험한 꼴을 나도 겪었을 거라고 믿고 싶은 모양이다.


"난 좋았는데? 24시간 내내 짜증만 내는 효연이랑은 달리 윤영이는 다정했어. 걔. 요리도 잘하더라. 어젠 쿠키를 구워줬는데 깜짝 놀랐어. 파는 거랑 똑같았으니까. 너 인마. 그런 착한 동생이 있었는데도 투덜거리기나 하고 말이야. 반성 좀 해라."


"하하하하하하!"


갑자기 그 녀석은 숨이 넘어갈 듯 웃기 시작했다.


거의 발작과도 같은 웃음이었고, 이 녀석이 드디어 미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참 웃던 준영이 녀석은 갑자기 뚝 그치고는 정색을 하고 말한다.


"웃기는 소리 집어치워! 쿠키? 지금 쿠키라고 했냐?"


"그, 그래. 왜 그러는데?"


"헛소리하지 마! 그 녀석이 지가 한 요리를 남한테 줄 리가 없어! 마트에서 파는 500원짜리 과자 하나 나한테 나눠 준 적도 없는 애야! 윤영이라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어. 거짓말을 통할 상대한테 해야지."


"뭐라고? 난 100% 리얼이야! 거짓말은 네가 하고 있잖아!? 내 동생은 천진난만하지도 않고 전혀 순수하지도 않아!"


"네가 얼마나 막 대했으면 그 착한 애가 그랬겠냐. 반성 좀 해라."


"내가 할 소리다! 솔직히 말해서 후회되지? 우리 윤영이는 효연이에 비하면 엄청 착하고 성실한 애였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지?"


"아하? 이제 보니 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지? 불쌍한 녀석. 그러게 평소에 좀 동생한테 잘하지 그랬어?"


"하! 너 지금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는 걸 알고는 있냐?"


"너야말로 분해서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잖아!?"


그런 식으로 치열하게 대립하던 우리는 한참 후에야 이대로는 절대로 결론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차피 증거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정치인도 아닌데 이런 무의미한 토론을 계속 하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다.


"답답한 녀석. 좋아. 그럼 내가 직접 보여주마."


녀석은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그래. 지금 당장 우리 교실로 와줄래? 급한 일이야. 뭐? 2학년 7반이다. 오빠 교실도 모르냐?"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린 준영이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았다.


"설마 지금 효연이에게 전화한 거야?"


"그래. 네 눈으로 보고 확인해봐라."


"전화를 걸어 오라 가라 한다고 해서 걔가 오기나 할까? 볼일 있으면 네가 직접 오라고 할걸?"


"그건 두고 보면 알 일이지."


그런데 5분도 되지 않아 정말로 효연이가 우리 교실로 찾아왔다.


저렇게 오빠 말 잘 듣는 녀석인 줄은 처음 알았다.


"왜 불러낸 거야?"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졌다.


효연이가 나를 놔두고 준영이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


"인사해. 오빠 친구 성일이야."


"응? 아, 안녕하세요."


효연이는 영문도 모르고 일단 내게 인사부터 한다.


"아. 그래. 안녕."


"으응?"


효연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내 얼굴을 여기저기 살펴보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잠시 그러던 효연이는 이상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요?"


뭐라고?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지?


내 동생으로 지냈을 때의 기억이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준영이의 집에 놀러 갔을 때 만났던 윤영이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건지.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응. 아마 너희 집에 놀러 갔을 때 만난 적이 있을 거야."


"아, 그래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의문을 해결한 효연이는 다시 고개를 돌려 준영이를 쳐다본다.


"근데 왜 날 불러낸 거야?"


"응? 그야···친구한테 소개해 주려고."


실제로 불러낸 이유 따윈 전혀 없었기에 준영이는 어물거리며 그렇게 대답한다.


"그거뿐?"


효연이는 황당하다는 듯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이건 당연한 반응이다. 난데없이 불러내 놓고서 인사시키더니 용무가 없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그러겠지.


"그, 그거뿐인데?"


"오빠···겨우 그거 때문에 날 지금 여기까지 오라고 한 거야?"


효연이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고, 준영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것 같았다.


난 이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 그렇지! 효연아. 오빠가 용돈 줄게."


"뭐? 정말?"


"그럼! 잠깐만."


녀석은 정말로 지갑을 꺼내더니 거기서 5천 원짜리를 꺼내서 내미는 것이었다.


효연이는 얼떨결에 받아들긴 했지만, 아직 잘 실감이 나질 않는 것 같았다.


"진짜 나 가져도 돼?"


"그럼. 오빠라면 동생한테 용돈 정도는 주는 게 당연하지."


"고마워. 오빠."


효연이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돌아가 버렸다.


효연이가 가버리고 나서 준영이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고는 나를 돌아본다.


"어때? 봤냐?"


"그래. 잘 봤다. 효연이한테 돈을 갈취당하는 현장을."


"야! 어떻게 그렇게 비뚤어진 시선으로 볼 수 있어? 나 원 참."


"너 인마···. 평소에 천 원짜리 한 장 쓰는 데도 벌벌 떠는 녀석이 아무 이유도 없이 5천 원이나 줘버리니까 그런 거 아냐!"


"거 속 좁은 녀석이네. 오빠로서 동생에게 그 정도 선물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잖아?"


"너, 그전에 윤영이에게 용돈 준 적 한 번이라도 있어?"


"당연히 없지."


"그러니까 이상한 거지!"


"어쩔 수 없잖아? 윤영이가 효연이의 반만큼이라도 닮았다면 나도 엄청 잘해줬을 거라고."


"···윤영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걸."


그런데 말이지. 결국, 뭐였던 거야?


원래 효연이랑 잘 지내는 장면을 보여주려고 불러냈던 것 아니었나?


하지만, 워낙 짧은 순간의 짧은 상황이라 사이가 좋은지도 어떤지도 잘 모르겠고.


결과적으로 5천 원이 오가기만 했을 뿐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았다.


어째 안타까운데···.



그나저나 효연이가 준영이를 오빠라고 불렀었지.


나한테 마지막으로 오빠라는 호칭을 썼던 게 언제였더라?


왠지 조금 외로웠다.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어쩌면 효연이는 내가 아닌 준영이의 동생으로 태어났었다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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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학교 - 7 22.12.26 20 0 11쪽
22 학교 - 6 22.12.25 21 0 11쪽
21 학교 - 5 22.12.24 22 0 10쪽
20 학교 - 4 22.12.23 19 0 8쪽
19 학교 - 3 22.12.22 16 0 9쪽
18 학교 - 2 22.12.21 2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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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생일 - 3 22.12.17 24 0 8쪽
12 생일 - 2 22.12.16 2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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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레노 - 7 22.12.10 4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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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레노 - 3 22.12.06 8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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