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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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sy
작품등록일 :
2022.12.0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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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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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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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어난다

DUMMY

식사는 플라티나에서 유명한 디저트 카페에서 하기로 했다.

최상등품의 식자재로 만든 구수한 빵 냄새가 진동했다.


“앨런! 오늘은 이 누나가 특별히 사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껍질곰의 부산물을 팔아 돈이 있었지만, 굳이 사양하지는 않았다.


‘냄새가 좋군.’


초콜릿이 발린 빵, 바나나 퓌레가 들어간 빵, 딸기가 송송 박힌 케이크.

회색족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나서는 이런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은 꿈에서나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먹을 건 이런 게 아니다.’


고기가 들어가야 한다.


‘저런 설탕 가득한 빵만 먹으면 뚱뚱해지니까.’


먹는 것조차 단련이었다.

고기와 빵이 적절히 혼합된 영양 밸런스가 좋은 빵을 먹어야 한다.


[아주 통통 소시지 빵]

[녹차 먹인 돼지고기 고로케]

[채소 듬뿍 치킨샌드위치]


탁-


나는 빵 몇 개와 커피를 골라 테이블 앞에 앉았다.

다른 녀석들도 빵을 가지고 뒤이어 도착했다.


자히아는 빵을 종류별로 산처럼 쌓아 가져왔고, 바네사와 피터는 각자 한 개씩 가져왔다.


“너희들은 너무 적게 먹는 거 아니야?”


자히아가 피터와 바네사를 보며 말했다.


“많이 먹으면 머리가 흐려진다. 마법을 연구할 때 방해돼. 무식하게 검만 휘두르는 기사는 이런 고충을 모를테지만.”


피터가 가져온 빵을 씹으며 말했다.

바네사는 답하지 않았다.


“참 이상하다. 앨런은 빵을 세 개나 먹는데 왜 피터보다 더 마법을 잘 쓰지?”


자히아가 과장되게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자, 피터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확실히 많이 먹으면 잠이 온다.’


마법은 고도의 집중 상태를 요하는 행위였다.

피터의 말처럼 마법을 연구할 때 방해된다.


‘하지만, 난 체력 단련도 병행하고 있다.’


전투 마법사는 마력뿐만 아니라 체력도 좋아야 한다.

식사를 마친 후 곧장 플라티나 아카데미 산책로를 뛸 것이다.


슥-


그때, 피터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서는 빵을 몇 개 더 가져왔다.

나와 비슷한 종류의 빵이었다.


탁-


그리고 나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빵을 먹기 시작했다.


‘똑같군.’


피터가 하는 행동이 예전 함께 학생회 활동할 때와 같았다.

내게 열등감을 느끼며 뛰어넘고 싶어 하면서,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따라 하려고 했다.


“이렇게 같이 식사하는 것도 엄청 오랜만이네. 학생회 시절에는 항상 같이 만들어 먹었었는데.”


자히아가 말했다.

확실히, 졸업반에 올라오고 내가 고장난 마법사가 되고 나서는 한 번도 다 함께 식사한 적이 없었다.


피터는 고장난 마법사가 된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었으며,

바네사는 마주칠 때마다 내게 ‘고장이 났다면 고장난 채로 사는 법을 배우세요’라는 말을 했었다.


‘자히아는 그대로였지.’


녀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썩 다르지 않았다.


‘이 중에 있을 거다.’


분명히 이 중에 내게 검은점박이꽃 독을 먹인 녀석이 있을 터였다.


‘혹은, 세 명 모두가 공범일 수도 있겠지.’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굳이, 복수할 생각은 없지만.’


범인이 누군지 찾아낸다고 해서 복수에 힘을 뺄 생각은 없었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대비해야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벌어질 회색족의 침략을 대비해야 한다.

이런 사소한 일에 크게 신경 쓸 생각이 없었다.


나는 지켜내야 할 게 있었다.

끔찍한 미래를 반복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


다만, 조금 궁금하기는 했다.

누가 어떠한 이유로 내게 그런 끔찍한 짓을 했는지.


우물우물-


나는 빵을 먹으며 틈틈이 녀석들을 관찰했다.


“역시, 그때 음식은 내가 제일 잘했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냐? 자히아 니가 만든 숙주 돼지고기볶음이 너무 짜서 물에 박박 씻어서 먹은 기억이 있는데.”

“그건 한 번뿐이었거든?”

“여러 번이었거든?”


허나, 생각과는 달리 세 명을 동시에 놓고 보고 있어도 잘 감이 오지 않았다.

범인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참으로 연기력이 대단했다.


‘그만해야겠군.’


이런 식으로 범인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관찰을 관두고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빵을 꽤나 많이 주문했으니, 다른 녀석들과 식사 속도를 맞추려면 부지런히 먹어야 한다.


우물우물-


그렇게 한참 식사하는데.


“앨런.”


피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다시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알겠는데. 꽤나 많은 시간 동안 마법을 제대로 못 썼으면서 어떻게 갑자기 상태가 확 좋아진 거지?”


정적이 찾아왔다.

디저트 카페는 여전히 시끌벅적했으나 우리 테이블은 조용해졌다.

피터를 비롯한 다른 녀석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맞아! 어떻게 다시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거야? 저번에 물어보니까 치사하게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고!”


자히아가 거들었다.

바네사도 상당히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다 먹고 말해줄게.”


나는 식사를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


“뭐어? 빨리 말해줘! 궁금해!”


자히아의 재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빵을 먹었다.

녀석들은 식사하는 나를 계속 쳐다봤다.


탁-


빵을 전부 비우고 커피로 목을 축였다.


‘배부르군.’


녀석들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생각을 조금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내가 고장난 마법사가 됐던 건 독 때문이다.”

“...독?”

“그래, 마력 운용에 장애를 일으키는 검은점박이꽃 독에 중독됐었지. 그래서 졸업반 내내 마법을 쓸 수 없었고. 지금은 해독약을 찾아서 많이 괜찮아졌지만.”


내가 고장난 마법사가 된 이유에 대해서 말하자, 세 명 다 아주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저번에 식당에서 검은점박이꽃에 대해 물어봤구나··· 그런데 어떻게 그런 독에 중독된 거야?”


자히아가 평소보다 다소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내게 먹인 거지. 범인은 아마 이 중에 있을 테고.”


녀석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세 명 다 아주 놀란 표정이었다.


“에이, 앨런! 오랜만에 다 같이 모였는데 무슨 그런 농담을 해~ 재미없거든?”

“나는 그런 비겁한 짓은 안 한다 앨런.”


자히아와 피터가 부정했다.

바네사도 말은 안 했지만 자신은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믿지 않는다.

몰래 독도 먹인 마당에 말로는 뭘 못하겠는가.


“검은점박이꽃 독은 한 번의 섭취로 중독되지 않아. 수 개월간의 장기간의 섭취로 독성이 발현되는 독약이다. 학생회 맴버가 가장 유력해.”


학생회 시절.

우리는 매일 우리 손으로 식사 당번을 뽑아 음식을 만들어 먹었었다.

식기도 개인의 것을 따로 사용했었다.

한 명을 특정해서 몰래 독약을 먹이기에 아주 용이한 환경인 것이다.


녀석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플라티나 아카데미 성적 최상위권에 있는 녀석들이다.

똑똑한 녀석들이니 내가 하는 의심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빠르게 이해한 것이다.


드르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일어난다. 자히아 빵 잘 먹었다.”

“어···. 그래.”


전 학생회 맴버들을 남겨두고 디저트 카페 밖으로 나왔다.


####


이후로 며칠이 지났다.

딱히 일상에 변화는 없었다.


보다 강해지기 위해 매일 체력과 마력을 단련했고, 마법을 연구했다.


‘···.’


오랜 시간 마법서를 보다 보니 몸이 조금 뻐근해졌다.

산책로를 몇 바퀴 달리며 몸을 풀어줄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책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똑똑-


누가 기숙사 방문을 두드렸다.


“앨런 학생 안에 있나요?”


낯선 사람의 목소리였다.

문을 여니 관리인 복장을 한 여성이 보였다.

조금 놀랐다.


‘엠마가 아니군.’


기숙사 관리인은 여럿 있었지만,

내 방이 있는 구역은 엠마가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기숙사 관리인 측 내부에 변화가 있었나 보다.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슥-


“대학원 입학처에서 앨런 학생에게 발송한 서류에요. 그럼.”


관리인이 내게 서류 봉투를 건네고 작게 고개를 숙인 뒤 문을 닫고 사라졌다.


나는 봉투를 뜯고 서류를 꺼냈다.

두 장의 서류가 있었다.


[대학원 합격자 안내 사항]

[기숙사 배정 안내]


서류를 빠르게 슥슥 훑었다.


대충 대학원 입학을 축하한다는 내용과 입학금은 얼마를 어디로 내야 하는지,

그리고 기숙사는 몇 호실로 배정됐는지에 대해 적힌 서류였다.


‘산책은 조금 미뤄야겠군’


일단 기숙사를 옮기는 게 나아 보였다.

빨리 비워주지 않으면 관리인들에게 민폐였으니까.


####


짐은 전에 미리 싸놨기에 바로 새로운 기숙사로 이동했다.

졸업반 기숙사와 대학원 기숙사와는 꽤나 거리가 있었다.


저벅-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대학원 기숙사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크군.’


크고 관리가 잘된듯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나는 기숙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203호였지’


그렇게 계단을 타고 2층에 올랐는데.

복도에서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다.


“어? 앨런 학생!”


엠마였다.


“여기서 봐서 놀랐죠? 승진해서 대학원 기숙사로 오게 됐어요.”


한동안 승진 교육을 받고 대학원 기숙사 총괄 관리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어쩐지 최근 들어 안 보인다 싶더니만 이런 이유였군.


“승진 축하해요.”

“하핫, 고마워요. 앨런 학생도 대학원 입학 축하해요.”


엠마가 조금 쑥스러운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몇 마디 잡담을 나눈 뒤에 헤어지고 입학처로부터 배정받은 203호실로 들어갔다.


‘깔끔하고 넓군.’


전에 쓰던 방보다 넓었다.

무엇보다 방이 하나가 더 있었다.


적당히 방을 슥 훑은 후, 짐을 풀었다.

가진 짐이 많지는 않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 뛰어야겠군.’


숨쉬기 버거울 정도까지 뛸 생각이었다.

전투 마법사에게 있어 호흡의 안전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으니까.

호흡이 안정적이어야 마법이 단단해지고 완성도 있어졌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는데.


저벅-


맞은 편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네사.’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꽤나 놀란 눈이다.

디저트 카페에서 헤어진 이후, 며칠 만의 만남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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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연구 +1 22.12.08 870 2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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