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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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김
작품등록일 :
2022.12.15 21:08
최근연재일 :
2024.09.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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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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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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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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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지옥문 open 6

DUMMY

지옥문 open 6



몽골의 초원.


유목민들이 떠나간 지 얼마되지 않은 곳인지, 희미한 불자국과 말의 발자국, 마차의 바퀴자국이 남아있었다.


해가 뜨기 직전의 고요한 적막이 새벽을 가른다.


- 툭. 투둑.


초원의 한 가운데.


- 파아아아아아아


땅이 솟구치기 시작한다.


한 군데에서 두 군데로, 다시 여섯군데로, 이내 걷잡을 수 없이 넓은 구역의 땅이 동시에 뒤집혔다.


주위에있던 토끼라던가, 양들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멀리 달아나기 시작한다.


초원의 새벽은 고요하다.


원래라면 말이다.


- 우웅


- 우우웅


그 고요함을 깨고, 땅이 진동한다.


진창으로 엉망이 된 땅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정확히 원형의 모양으로 엉망이 되어있었다.


- 우웅...


원형으로 파진 땅이 마침내 진동을 멈췄다.


- 쿵


무시할 수 없는 소리가 땅의 아래.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들려온다.


- 쿵쿵


- 쿵쿵쿵


다시 땅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진동이었다.


- 쿵쿵쿵쿵


무언가가 땅 아래에서 땅 위를 두드리는 듯한.


마치...문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


-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걷잡을 수 없이 수 많은 쿵쿵대는 소리가 초원을 울린다.


-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약 10분간 그 진동은 계속되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쿵쿵거림은 더욱 빨라졌다.


어느새 18분이 지났다.


- 쿵쿵...쿵.


쿵쿵거림이 멎었다.


- 팍!


쿵쿵거리던 원형으로 뒤집힌 땅 한가운데. 화려한 금장을 걸친 사람의 손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 턱...탁...


주변 땅을 손이 마구 짚어대는가 싶더니, 움직임이 멈췄다.


마치 죽은 것 마냥.


- 파앗!


손이 있던 곳에서 커다란 구멍이 생기며, 화려한 금장을 한 미녀가 그곳에서 튀어올랐다.


- 탁.


구덩이에서 멀리 떨어진 잔디에 가볍게 안착한 여자가 주위를 둘러본다.


새벽바람에 붉고 얇은 천이 나부낀다.


천천히 자신의 손을 쥐었다 핀 여자가 씩 웃었다. 야살스러운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황금빛의 눈동자가 번뜩인다.


"....드디어."


이승이다.


지옥에서 돌아온, 마(魔)의 귀환이었다.


***


적월의 기숙사 건물.


지하 10층부터 지상10층까지는 학생 공용공간. 얘컨데, 식당과 도서관, 독서실, 체력단련실, 훈련실 등등이었다.


그리고 지상 11층부터 80층까지는 일반 학생용 기숙사였다.


81층부터 88층은 소수의 VIP. 즉, 교수진과 학생회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였다.


사실 기숙사라는 말도 어색하다.


세상의 어느 기숙사가 3년을 단위로 그 입주학생을 위한 리모델링을 진행한단 말인가.


세상의 어느 기숙사가 200평 이상의 펜트하우스 뺨치는 시설을 갖췄단 말인가.


처음에는 반발도 많았다.


하지만 이 기숙사 건물을 시공한 킹 호텔의 왕회장은 단호했다.


'이거 받고 다들 좋게좋게 넘어갑시다.'


-라며 1인당 입이 쩍 벌어지는 금액의 현찰을 냅다 던져주었다.


돈의 힘은 늘 옳다.


반란은 손쉽게 제압되었다.


이 황금빛의 건물은 그렇게 순조로히 운영되고있었다.


기숙사 건물의 88층 맨 꼭대기.


건물의 가장 좋은 로얄층에서도, 특히 가장 좋은 곳.


이곳은 아무나 사용할 수 없다.


적월 기숙사의 설립자이자, 대표 교수쯤되어야 사용할 수 있지. 아무나 사용할 수도, 이곳에서 지낼수도없다.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당연한데...


"어이 친구. 어떻게 집에 술 한 병 없냐?"


".............."


송리는 할 말을 잃었다.


방금까지 밤을 새워서 새로운 무공을 연구하다가 온 피로도 싹 가셨다.


너무 놀라서.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텅 빈 연무장을 연상케하는 송리 교수의 집안 한가운데에 당당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저 어린놈...아니 늙은 놈 때문이었다.


"어떻게 들어왔...아니다."


"그치. 자네가 생각해도 너무 쓸데없는 질문이었지?"


"....쯧."


송리가 지긋지긋하다는 듯한 얼굴로 혀를 찼다.


사실이었다.


개방의 전설적인 방주 출신이자, 몇 천년 묵은 절대 고수에게 이런 집에 들어오는 것쯤이야. 식은 죽먹기보다도 더 쉬웠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냉장고 깊은 곳에서 술을 꺼내든 송리가 오랜 친우에게 건냈다.


"오 술. 자네도 알다시피 나같은 거지는 사양을 모르니 고맙게 받겠네."


세이류, 아니 류세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받아들었다.


"질문을 바꾸지. 왜 왔나?"


"친우가 보고 싶어서. 랄까?"


"헛소리를 들어줄 시간은 없는데."


말은 투덜거리면서도 그 답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지, 송리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비록 몇 시간 후 비무대회의 심사위원으로 나가야하지만, 어차피 주독은 내력으로 태워서 없애면 되는 일. 송리는 거리낌없이 술을 마셨다.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창 밖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 옛날이 생각났다.


두 사람은 자주 비무를 나누었다. 사실 비무가 아니라 생사결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서로에게 자비가 없었지만, 어찌되었든 서로가 아니면 천하에 무술을 견식할 이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한 번 비무를하면 며칠을 꼬박 무아지경으로 싸웠다.


그렇게 한바탕 신나게 비무를하고 난 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말없이 술 한잔을 기울이던 때가 생각났다.


"뭔가가 열렸어."


"음."


류세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송리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자네도 느꼈나?"


"아까 전. 백월의 도화와 몇몇 교수들이 급하게 무림맹 본부로 달려가더군."


"나는 자네에게 물었네."


류세이의 눈이 차게 빛났다.


송리가 자세를 고쳐잡았다.


"내가 소림의 주지였을 때. 어느날 이런 느낌을 느꼈었던 적이 있었지."


"........"


"1대 천마의 목을 베었을때였네."


"...흠."


"천마는 검은 먼지가되어 공중으로 흩어지는가 싶더니, 내 몸으로 들어왔지. 그래. 그 악한 기운이 말이야."


송리는 잠시 뜸을 들이며 술을 홀짝였다.


"그때보다 더 아주 악한 기운이야. 그리고 아주 커다래. 수도 많고...무엇보다,"


횡설수설하던 송리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세에 있어서는 안되는 기운이지."


"...저승의 기운이지."


송리가 탄식했다.


"황실에 몰래 드나들던 시절에 본 문헌에 이런 말이 있었지. '지옥문'이라고. 이승과 저승 사이의 문. 더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지옥과 현실세계의 문. 염라대왕이 관리한다는 그 문은 가장 더러운 영혼만이 열 수 있고, 동시에 순수한 영혼만이 닫을 수 있지."


"그 초원에서 말했던 2주뒤 세상이 뒤집힌다는 것이,"


"18명의 어린 무인이 필요하다고 했지?"


"....자네는 다 예상했나?"


"아니. 나는 그저 꿈을 꿨을 뿐이야...2주 뒤, 이 땅에 올라오면 안될 것이 지하에서 올라오는 꿈을. 그리고 그 올라온 것이 온 세상을...불바다로 만드는 것을, 그리고 어린 무인들이 그 악한 것들을 세상에서 몰아내는 것까지 꿈을 꿨지. 깨고 나니까 이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주제에 식은땀까지 흘렸더라니까?"


그림자는 빛에 이기지 못하고, 거짓은 진실에 이기지 못하고, 악하고 강한 것은 순수하고 단단한 것에 이기지 못한다.


"어쩌나. 오늘이 딱 2주차일세. 내 예언이 맞았어. 악한 것들은 올라왔고, 우리는 어린 무인들이 필요해."


"무림맹의 고수들조차 그것들을 감당하지 못할거라고 보는 건가?"


송리가 진지하게 물었다.


"글쎄. 나야 모르지. 난 강호에서 오래떠나있었으니."


"................."


"하지만 난 내 예언을 신뢰하지. 그들은 악에 맞서지 못할게야."


잠시 적막이 흘렀다.


"18명의 어린 무인...그러니까 학생들이 필요하다고 했지."


"그래. 그랬지."


"꿈에서 어린 무인들을 봤다고 했지 않았나. 그럼 어떤 이인지,"


"아쉽게도 얼굴은 보지 못했어."


"허....그럼 어떡하나?"


송리가 답지 않게 난색을 표하며 끙끙댔다.


"하지만 기운은 확실하게 느꼈지."


"오...그럼,"


"전부 월야학원에 있더군. 전부 확인 완료했고."


".............."


"적월에 6명, 백월에 5명, 청월에 5명."


"전부 16명이 아닌가."


"아. 말 안 했나? 청월에서는 나도 포함일세."


"................."


송리가 뭐보듯이 류세이를 쳐다보았다.


깊어진 주름과 뭐보듯이 보는 눈빛.


"총 17명, 아니 이 친구야. 왜 그렇게 보는거야?"


"이보게. 자네는 어린놈이 아니라,"


"외관은 완벽히 어린놈 아닌가요 교수님?"


류세이가 능글맞게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꿈 속에서 봤던 그 기운에 내 기운도 있었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아니 자네 나이가,"


"넘어가세. 여튼 총 17명이야."


"그래. 넘어간다 치고...그럼 한 명은 어쩌고."


"오늘 봐야지."


"오늘? 아...."


"사실 어제 어렴풋이 백월쪽에서 느껴지기는 했는데...그래도 확실한게 좋으니까."


류세이가 고개를 돌려 백월 기숙사가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자네도 알겠지만, 시간이 얼마 없어."


류세이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정도 기운이라면, 곧 무림맹에서 이 기운의 근원지로 고수들을 파견할거다. 그리고 그들이..."


"다 죽을거다."


류세이가 덤덤히 말했다.


송리가 인상을 찌푸렸다.


"자네는, 그러니까 교수님은요.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학생들의 이름이나 기억해두세요."


"그새 이름까지 알아냈냐."


"적월에..."


적월부터 시작한 이름들의 나열은 한동안 이어졌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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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어린 무인들 2 24.08.06 28 0 6쪽
60 어린 무인들 1 24.08.01 2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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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온 세상이 난리다 1 24.07.24 2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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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갑자기 몽골 5 24.07.19 24 0 7쪽
55 갑자기 몽골 4 24.07.18 27 0 10쪽
54 갑자기 몽골 3 24.07.11 25 0 9쪽
53 갑자기 몽골 2 24.07.09 23 0 7쪽
52 갑자기 몽골 1 24.07.08 2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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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신입생 비무대회 10 24.06.14 24 0 10쪽
41 신입생 비무대회 9 24.06.11 25 0 9쪽
40 신입생 비무대회 8 24.06.09 26 0 7쪽
39 신입생 비무대회 7 24.06.09 2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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