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비무대회 1

신입생 비무대회 1
날이 밝고야 말았다.
신입생 비무대회 날이.
서소아는 오늘도 뜬 눈으로 밤을 샜다.
저번에는 걱정으로 뜬눈으로 밤을 샜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유였다.
"...우리애가 천재라니."
눈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운기중인 영웅을 보며 서소아가 중얼거렸다.
"이번건 진짜 인정. 솔직히 단전 만든지 몇 시간도 안되어서 비전 흡수하고 바로 운공 들어가는 미친놈이 세상에 몇이나 될 것 같냐?"
"하아...."
그렇다.
지난 밤, 영웅은 사촌누나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비전을 익혔다.
'아니 누나 나 한자 못읽는다니까?'
'그냥 펼쳐.'
'아니,'
'펼치라고.'
영웅은 순순히 소아의 말을 따랐다.
절대 서소아가 쥐고있는 주먹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그리고 거실에 쌓여있는 비전 중, 하나를 들어올렸다. 낡은 책에 꼬부랑...아니, 각진 글씨가 이리저리 적혀있었다.
한자였다.
보기만해도 토할 것 같았지만, 영웅은 꾹 참고 비전의 첫 장을 펼쳤다.
그 순간,
- 파아아아아아아
엄청난 양의 빛이 영웅을 덮쳤다.
무공을 익히는 건, 개개인마다 속도라던가 깊이에 있어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요컨데 자신의 몸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있는가.
그리고 자신의 기운을 얼마나 잘 운용하는 가.
이 두 가지 요인에 의해서 같은 비급을 펼쳐서 보아도 시간, 속도부터 이해나 무공 운용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물론 내공의 양도 중요했다.
2분정도 지났을까. 거실을 가득채우던 빛이 점차 꺼지는가 싶더니, 완전히 원상태로 돌아왔다.
'........'
영웅은 아무 말 없이 비급을 덮었다.
'...어때?'
서소아가 못참고 물어봤다.
이제 막 비급 체화를 끝낸 이는 체력 소모가 극심하여 말하기도 힘든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궁금해서 어쩔 수 없었다.
영웅은 비급을 내려놓고 자신을 쳐다보는 서소아와 김민준에게 씩 웃어보였다.
'존나 쩔어.'
나영웅은 지치지도, 그렇다고 비급의 무공을 대충 익히지도 않았다. 보통의 무인이 비급 하나를 익히는데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석달까지도 본다. 하지만 영웅은 2분만에 그것을 익혔다.
무공 자체가 난해하지 않고 간단한 무공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으나...확실히 천재였다.
서소아는 등골이 서늘해질정도였다.
'다른 것도 해봐도 됨? 나 이거 좀 중독될 것 같은데.'
'어? 어어...해. 해! 당장 해!'
'워워. 서소아 급발진 자제해.'
'아니, 우리애가 지금 천재인데! 내가 지금 비급을 훔쳐서라도 익히게 해줘야지!'
- 파아아아아아아
- 파아아아아아아아아
-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영웅은 쉼없이 비급을 독파하기 시작했다.
'짜란다! 짜란다!'
서소아는 신나서 비급을 더 가져왔다. 심지어 오밤중에 한번 더 도서관을 털어왔을 정도니 말 다했다.
여기까지가 어젯밤까지의 일.
결론적으로 영웅은 서소아가 빌려온 모든 비급을 독파했다.
그리고 서소아가 알려준 운기 방법까지 순식간에 터득하더니, 운기에 들어갔다.
'우리애가...천재라니...'
'평소라면 주책이라고 꼽줬을텐데, 이번만큼은 인정. 내공의 질부터 양까지. 그냥 쟨 미쳤음.'
'어흑...우리애가 천재라니...!'
서소아와 김민준은 감동의 눈물로 밤을 지샜다.
다시 돌아와서 현재.
운공을 마친 영웅은 주먹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했다.
딱히 강해지고 어쩌고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하나. 아랫배...그러니까 단전에서 날뛰던 기운이 얌전해진 기분? 그거 하나였다.
쥐었다 피던 것을 반복하던 주먹을 꽉 쥔 영웅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대충 느끼기에도 이 정도면 인천짱을 넘어, 전국짱은 껌도 아니겠다는 게 느껴졌다.
인천짱 나영웅은 잊어라.
이제 전국짱 나영웅의 시대가 왔다.
무인?
제깟것들이 나대봤자지!
영웅이 생각했다. 어깨에 힘이 뽝 들어갔다.
"누나."
"응."
"대회 어디서 열린다고?"
영웅이 씩 웃었다.
***
"어? 친구야! 오랜만이다!"
왕량이 고개를 돌렸다.
나...영웅이랬나?
근데 우리가 언제부터 친구였지.
왕량이 느릿느릿 생각하는 동안, 어느새 나영웅은 왕량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자연스럽게 왕량이 가져온 음료수를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
"이야 이거 맛있다."
쪼로로로로롭.
영웅이 순식간에 비워낸 음료를 한 번, 영웅을 한 번 쳐다본 왕량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반원 모양의 매섭고 커다란 눈이 정확히 영웅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영웅?"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어어. 그때 보고 진짜 오랬동안 못봤는데. 이야 너는 그새 더 큰 것 같다? 근육 한 번 만져봐도 됨?"
"....근육이 조금 더 늘기는 했,"
왕량이 느릿느릿 말하는동안 이미 나영웅의 손은 왕량의 이두박근에 안착해있었다.
왕량이 무표정으로 눈알을 굴렸다.
당황한 것이다.
"이야...내가 헬스장에서 먹고, 자고, 운동만 하는 놈들 몇명 아는데 그 놈들도 이 정도는 아닌데...너 근수저구나?"
"...무슨 수저...?"
왕량이 느릿느릿 물었다.
"근육 금수저! 아. 너 중국인이지. 말이 통해서 맨날 잊어버려. 여튼, 선천적으로 근육량이 많은 축복받은 놈들을 근수저라고 불러. 너 근수저임."
"...아."
왕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 제 xxx회 신입생 비무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오 시작한다. 근데 친구야 너 혹시 먹을 거 없냐?"
자연스럽게 삥을 뜯는 놈,
"...이거."
자연스럽게 삥을 뜯기는 놈.
왕량이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마라맛 팽이버섯 간식이었다.
"오 감사."
"........."
뭐지. 이런 놈은 왕량의 인생에 있어서 처음이었다.
"진짜 너 밖에 없다 친구야."
우물거리며 간식을 씹어먹는 놈을 가만히 쳐다보던 왕량이 생각했다.
친구?
"...나도 네가 처음이다."
진심이었다.
왕량은 친형이 왕윤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리고 타고나기를 사나운 기운과 인상...그리고 덩치 때문에 자연스럽게 적월의 아웃사이더가 되었다.
감히 누가 왕윤의 동생에게 삥을 뜯을까.
"이야 이거 존나 맛있는데? 하나 더 없냐?"
"........"
왕량이 말 없이 반대 주머니에서 같은 간식을 꺼냈다.
"최고."
나영웅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 와중에도 경기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다.
- ....해서, 첫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호명하는 학생은 비무대 위로 올라와주세요!
"원래 이런 거 첫빠따가 젤 어려운데."
영웅이 팽이버섯을 질겅대며 말했다.
- 백월 기숙사의 팽유리 학생.
- 와아아아악!
모두가 다 섞여서 앉아있었으나, 유독 백월 기숙사 학생들끼리 많이 모여있는 구역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오 백월. 아 맞다 친구야. 나 백월 기숙사임. 쟤랑 같은 기숙사."
"......안다."
비록 바르게 입지는 않았으나, 백월 기숙사 교복을 입고있었으니까. 바로 알 수 있었다.
"넌 적월? 그거 였나?"
"그렇,"
- 적월 기숙사의 왕량 학생. 비무대 위로 속히 올라와주세요.
"이야. 너랑 이름 같은 놈도..."
왕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환호성은 없었다.
웅성거림만이 있을 뿐.
"....간다."
왕량이 말했다.
"....어, 어어. 그래 잘하고...아니, 이기고, 아니 지고..?"
"갈게."
"어어...."
어벙벙한 나영웅을 놔두고, 왕량이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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