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야학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파란김
작품등록일 :
2022.12.15 21:08
최근연재일 :
2024.09.02 10:20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2,006
추천수 :
11
글자수 :
277,810

작성
24.06.09 16:30
조회
14
추천
0
글자
9쪽

신입생 비무대회 2

DUMMY

신입생 비무대회 2



비무대회가 열리는 적월 기숙사의 경기장 안.


경기장에는 특별한 몇몇을 위해 숨겨진 공간이 있었다. 일종의 VIP존과 같은 개념이었다.


다른 기숙사의 학생회들도 오지 못하는 공간.


소수의 적월 교수진과 학생회가 이곳을 사용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말이다.


- 적월 기숙사의 왕량 학생. 비무대 위로 속히 올라와주세요.


"........."


왕윤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았다.


190cm정도 되는 거구의 빡빡이가 무표정으로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 표정과 걸음걸이에는 조금의 잡생각도 묻어나지 않았다.


싸워야하니 싸우고, 하라고 하니 하는 놈.


자신의 의견은 피력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바라는 것은 많은 놈.


모자란 놈.


몇 만 가지의 말로 헐뜯어도 모자란 자신의 친동생, 왕량이었다.


태평양만큼 떡벌어진 어깨와 날카로운 인상은 개뿔.


다 허상이다.


실력도 없는 놈이 어깨에 힘 주고 있는 것만큼 참고 보기 힘든 것도 없다.


물론 왕량 맞은편에 있는 팽어쩌구보다는 볼만했다.


꼴에 도끼를 휘두르는 하북팽가라고, 상체만 단련한건지 몸의 근육 비율이 맞지 않았다.


상체는 왕량보다 더 근육질이었지만 하체는 그야말로...멸치가 따로 없었다.


그에 비해 왕량은 상체부터 하체까지 고루 근육이 알맞고 보기 좋게 분포되어있었다.


"오 멋있는데?"


류신이 눈치없이 왕윤의 옆으로 오며 말했다.


"헛소리할거면 가서 잠이나 자라."


왕윤이 차갑게 일갈했다.


그 와중에도 비무대 위에서 인사를 나누는 왕량에서 시선은 떨어지지 않았다.


"첫 경기라서 좀 긴장했나? 표정이 굳어있네."


류신이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늘 비슷비슷한 무표정의 왕량이었지만, 그 미묘한 차이를 기가막히게 캐치하는 눈치.


류신의 말에 말없이 왕량을 쳐다보던 왕윤이 혀를 찼다.


"저딴 허접을 상대하면서 긴장이라니.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잘 들고 있으면서?"


류신이 키득대며 말했다.


"넌 여기 말대꾸하러 왔냐?"


왕윤이 짜증냈다.


"그럴리가."


- 그럼 두 학생 각자 자리에서 준비하시고....시작!


- 지이잉


비무를 알리는 징 소리가 울렸다.


신입생 비무대회의 첫 경기가 시작되었다.


***


"네가 그 적월 학생회장의 동생인가 뭔가 걔라면서?"


"..........."


"형 덕분에 명성 좀 날리니까 눈 앞에 뵈는게 없을텐데...내가 참교육 한 번 시켜줄게. 고마워해라."


"...시작했는데."


왜 공격은 안 하고 나불거리기만하는 거냐 이 애송이 놈아?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물론 왕량은 시작했는데, 왜 먼저 공격을 하지 않느냐는 뜻으로만 말했다.


전혀 악의가 없었다.


하지만 해석은 자유로웠고, 하북팽가의 직계 혈통으로써 고고한 자존심을 자랑하는 팽유리는 그야말로 자존심에 금이 갔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해석하고, 혼자 열받았다.


"이익....용서 안 해!"


"...........?"


왕량이 혼자서 급발진하는 팽씨를 보며 고개를 까딱였다.


팽씨의 눈에는 '어디 들어올테면 들어오던가 멍청한 애송이야.' 라는 뜻으로 보였다.


왕량은 그저 갸웃거린 것이었다.


왜 쟤는 얼굴이 저렇게 빨걔지지...? 곧 터질 것 같다.


신기한 것을 보는 듯한 왕량. 이미 심계에서부터 왕량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 쾅!


제 성질을 이기지못하고 폭발한 팽유리가 커다란 도(刀)를 강하게 비무대 바닥에 내리찍었다.


- 쩌저적...


마치 지진난 것처럼 흔들리는 무대와, 쩌적거리며 사방으로 금이간다.


- 쾅! 쾅! 쾅!


팽유리가 도를 강하게 비무대 바닥에 내리찍으며 한 걸음씩 전진하기 시작한다.


묵직하지만 우직하게.


꾸준히.


왕량은 가만히 그 모습을 보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 쾅! 쾅! 쾅!


어느새 두 사람의 거리가 1m남짓할때 쯤이 되어서야 팽유리가 걸음을 멈췄다.


팽유리의 눈빛은 이제 완전히 투우사의 그것과같이 흥분에 점철되어있었다. 싸우다보면 흥분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흥분하는만큼 더 날뛸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싸움의 본질을 잊고 마구 날뛰게 된다.


한 마디로 이성을 잃는다.


무림고수들이 이성을 잃으면 무아지경(無我之境)의 경지가 되겠지만, 아직 고수의 반열에 들지 못한 무인이 이성을 잃으면 좋지 않다.


아니 매우 안 좋다.


그 증거로, 왕량의 눈동자는 완전히 가라앉았다.


"..........."


"뭐야. 왜 말이 없어. 겁 먹었냐?"


명백한 도발.


하지만 왕량은 가만히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사람이 이리도 많은데, 나뭇잎 굴러갈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여기서 평범한 사람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도그럴 것이, 왕량의 눈동자가 맑은 핏빛으로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팽유리는 급발진한 상태.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이런 씨, 야! 사람이 말을 했으면 대답을 해!"


팽유리가 소리쳤다.


그리고 좀 전의 내리찍기만했던 도끼를 다시 높이 들어올렸다.


- 우우웅


몇 십번의 초식이 허공을 가르기 시작한다.


초식을 펼치는 모습은 마치 다섯마리의 호랑이를 연상케한다.


다섯마리의 호랑이.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다!"


관중석에서 누군가 외쳤다.


그와 동시에, 어느새 완성된 다섯마리의 호랑이 형상의 빛이 왕량을 덮친다.


".........."


왕량은 가라앉은 눈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호랑이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호랑이.


호랑이다.


호랑이에는 호랑이로 맞서야지.


"미친, 저거 소림오권(少林五拳) 호권(虎拳)아니야?"


누군가 경악했다.


난해하기로는 천하에서 탑급이라는 소림의 무공 중, 동물의 특징과 동작을 본따서 고안했다는 미친 무공.


소림오권의 초식이었다.


순식간에 자세를 잡은 왕량은 마치 호랑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르지만 부드럽고 유연하게. 하지만 골(骨)을 단단히 하여 강하게.


- 크허헝!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나운 다섯마리의 호랑이를, 왕량은 자신이 스스로 호랑이가 되어 맞섰다.


- 타탓!


왕량이 덩치에 맞지 않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올랐다.


마치 호랑이가 사냥감을 낚아채기 위해 날아오르는 것처럼.


다섯마리의 호랑이와 한 마리의 호랑이가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 쾅!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저게 파훼된다고?"


"거의 완벽한 도법이었는데...?"


부서진 것은 다섯마리의 호랑이 중 한 마리였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 쾅!


- 쾅!


- 쾅!


- 쾅!


연이어 모든 호랑이, 아니 무공을 부숴버린 영웅이 공중에서 내려왔다.


공중에 떠 있던 것이 아니다.


싸우다보니 땅에 발이 닿을 틈이 없어서 떠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이었다.


1분도 채 되지 않은 공방전은 그야말로 숨을 죽이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눈도 깜빡일 새 없이 끝난 공방전.


- 탁.


허공에서 내로온 왕윤이 살짝 구겨진 교복을 다시 갖춰입었다.


그리고 상대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물론 그 상대는 그 인사를 받을 새 조차 없었다.


"....쟤 살아있는 거 맞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멀쩡한 것은 아니다.


코와 입, 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장이 완전히 망가진 것이다. 내상이 심각한 건 둘째치고, 거품을 물고 기절한 팽유리의 바지는 천천히 축축해지고 있었다.


"웁스."


"어떡해..."


"약간 냄새? 나는 것 같기도하고...?"


관중석이 시끌거렸다.


"역시 왕윤 선배님의 동생이다 이건가..."


"무섭다..."


적월 기숙사생들도 마찬가지로 술렁거렸다.


너무 압도적이고 충격적인 비무였다. 그야말로 압살. 완벽한 승리 그 자체였다.


잠시 충격에 술렁이던 강당이 잠잠해지자, 진행자는 천천히 입을 떼어냈다.


진행자는 백월의 김재현 교수였다.


- 승자는...적월 기숙사의 왕량 학생입니다.


적막.


환호성도 뭣도 없었다.


덤덤히 고개를 주억거린 왕량이 먼저 비무대를 떠났다. 그제서야 정신을차린 팽유리의 친구들이 비무대위로 뛰어들어와서 정신을 잃은 팽유리를 업고 비무대에서 벗어났다.


"출발이 좋은데?"


그 모습을 보던 류신이 휘파람을 부르며 씩 웃었다.


적월의 압도적인 승리.


마음에 쏙 들었다.


저 겁먹은 표정들을 보고있자니 콧노래까지 흥얼거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


"............"


제 동생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음에도, 자신의 기숙사의 위상이 더할나위없이 높아졌음에도 왕윤은 무표정이었다.


오히려 조금 화가 나 보이기도 했다.


"...음. 있잖아. 혹시 뭐가 마음에 안 들었어?"


류신이 물었다.


"저 놈...소림의 권법을..."


"아. 그거가 문제야? 아니, 뭐 요즘 시대에 한 문파 무공만 파라는 법은 없...그, 내가 미안. 표정 좀 풀어라."


왕윤이 잡고있는 난간이 반쯤 부서졌다.


"저 멍청한 놈..."


왕윤이 짓씹듯이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은 저번에 봤던 나영웅인지 너영웅인지하는 놈에게 냅다 절을 받고 있는 왕량에게 여전히 고정되어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월야학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7 죽고자하면 살 것이다 5 24.09.02 23 0 10쪽
66 죽고자하면 살 것이다 4 24.08.26 19 0 5쪽
65 죽고자하면 살 것이다 3 24.08.23 23 0 8쪽
64 죽고자하면 살 것이다 2 24.08.22 24 0 9쪽
63 죽고자하면 살 것이다 1 24.08.21 24 0 9쪽
62 어린 무인들 3 24.08.16 27 0 12쪽
61 어린 무인들 2 24.08.06 28 0 6쪽
60 어린 무인들 1 24.08.01 24 0 9쪽
59 온 세상이 난리다 2 24.07.26 31 0 8쪽
58 온 세상이 난리다 1 24.07.24 26 0 9쪽
57 갑자기 몽골 6 24.07.22 28 0 10쪽
56 갑자기 몽골 5 24.07.19 24 0 7쪽
55 갑자기 몽골 4 24.07.18 27 0 10쪽
54 갑자기 몽골 3 24.07.11 25 0 9쪽
53 갑자기 몽골 2 24.07.09 23 0 7쪽
52 갑자기 몽골 1 24.07.08 25 0 7쪽
51 신입생 비무대회 19 24.07.05 29 0 6쪽
50 신입생 비무대회 18 24.07.03 25 0 7쪽
49 신입생 비무대회 17 24.07.02 26 0 7쪽
48 신입생 비무대회 16 24.06.30 26 0 8쪽
47 신입생 비무대회 15 24.06.29 23 0 7쪽
46 신입생 비무대회 14 24.06.28 27 0 7쪽
45 신입생 비무대회 13 24.06.25 30 0 7쪽
44 신입생 비무대회 12 24.06.24 27 0 6쪽
43 신입생 비무대회 11 24.06.17 30 0 6쪽
42 신입생 비무대회 10 24.06.14 24 0 10쪽
41 신입생 비무대회 9 24.06.11 25 0 9쪽
40 신입생 비무대회 8 24.06.09 27 0 7쪽
39 신입생 비무대회 7 24.06.09 27 0 8쪽
38 신입생 비무대회 6 24.06.09 26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