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비무대회 8

신입생 비무대회 8
영웅은 간만에 기분이 좋았다.
근 며칠간 애먼데 냅다 떨어져서 별 고생을 다 했다. 미소녀. 그러니까 츠쿠미를 만난 건 좋았지만, 동시에 왕윤도 만났었다. 비치, 아니 츠키나에게 놀아난 건 황홀했지만 류신에게 놀아난 건...이하 생략.
심지어 도화 교수한테 점혈 당해서(?) 강제로 봉인되어있던 능력도 개방당했다.
그 과정에서 지옥을 맛본 건 말할 것도 없다.
며칠만에 폭삭 늙었던 영웅의 얼굴이 유난히 반짝반짝 빛났다.
소화가 싹 되는 기분!
"나영웅!"
"어? 누나,"
냅다 계단 위에서 뛰어내린 서소아가 영웅에게 달려들었다. 얼결에 소아를 받아서 안은 영웅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무너질뻔한 걸 간신히 버텼다.
"아니 님 몸무게를 좀 생각하세요"
뒤따라 온 민준이 핀잔을 주었지만, 이미 소아는 정신이 없었다.
뭐하느라?
우리 세상천재만재 나영웅이 머리 복복복 해주느라!
"우리 영웅이! 누나는 믿었다!"
- 복복복
"아니 누나 내가 무슨 개도 아니고,"
- 복복복복
"....킇, 아니,"
- 복복복복복
"얌전히 있어. 넌 천재야 영웅아."
"........크흠."
영웅의 표정이 사르르 풀렸다.
"야야 남사스럽다. 내려와라 서소아."
민준의 말이 있고나서야 서소아는 영웅의 위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한 손은 영웅의 어깨 위에 있었다.
"넌 천재야 영웅아."
서소아가 진지하게 영웅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에, 영웅이 진지하게 답했다.
"알아 누나."
"장하다 내 동생."
두 사람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멍청이들..."
뒤에있던 민준이 주위를 슥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지들이 지금 존나 시선 집중인 건 꿈에도 모르겠지.'
그리고 그 무수히 많은 시선들 중에는....
***
"오빠"
"............"
묵묵부답.
도대체 어딜 보는거야?
한시아는 한시우가 가만히 보고있는 곳으로 시선을 따라가보았다.
그곳엔 서소아가 있었다.
정확히는 나영웅과 끌어안고 있는 서소아가.
한시아는 다시 고개를 돌려 한시우의 표정을 확인했다.
"............"
북해빙궁의 만년한설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얼굴이었다.
"............"
아니 그럴거면 왜 찬 건데?
한시아는 자신의 혈액 메이트가 너무 병신같아서 할 말을 잃었다.
"야. 한시우"
"....아. 어, 왜?"
그제야 정신차린 한시우가 한시아를 돌아보았다.
"너 진짜 한심한 거 알지."
"............."
한시우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할 말이 없었다.
"됐고, 다음 경기 나야."
"상대는."
"몰라. 청월애던데."
"청월...청월이라."
한시우가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시하지마."
"뭘."
"청월."
"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해."
한시우는 진지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조심하라는 얘기야."
"뭐래."
한시아가 비웃었다.
"아, 그러고보니까 너 청월 학생회장이랑 싸우면 맨날 비등비등했다며?"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아픈 곳 긁기.
한시아의 주특기였다.
"....50전 26승이야."
아프게 긁힌 한시우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럼 24번이나 패배한거네? 와. 실화야?"
한시아가 놀랍다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진짜 레전드. 어차피 하나밖에 없는 꼬리...걍 떼 버리는 거 추천."
"...너,"
한시우가 뭐라고 반격을 하려던 참이었다.
어느새 부서졌던 비무대가 완벽히 처음의 상태 그 대로 복구되었다.
- 다음 경기는 백월의 한시아 양과 청월의 야마나시 미요 양! 두 학생은 비무대 위로 올라와주세요~!
"너,"
"나 갈게 오빠?"
옆에 잠시 세워두었던 자신의 환도를 챙긴 한시아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나섰다.
".........조심해."
"남이사."
키득거리며 웃은 한시아가 가볍게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비무대 위에는 상대가 먼저 올라와 있었다.
청월 특유의 회색 세일러 교복이 잘 어울리는 여자애였다. 그런데 교복 치마가 유난히 길었다. 얼핏 보이는 다리에는 긴 검은 스타킹을 신고있었다.
"우와! 안녕? 너 되게 예쁘다"
야마나시 미요...라는 이가 냅다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생글생글 웃고있는 얼굴에 똘기가 좔좔 흐르는 것 같았다. 아닌게 아니라, 눈깔이 번들거리는게 딱 봐도 제정신이 아닌 아이였다.
양갈래로 땋아내린 머리카락은 차가운 갈색이었다.
"...잘 부탁해."
어색하게 인사를 받으며 미요의 손을 맞잡은 한시아가 흠칫했다.
맞잡은 손 너머로 무언가 따끔했다.
마치 전기가 흐른 것 같은 기분.
".........!"
- 주륵
그 기분이 느껴지자마자 코에서 뜨끈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한시아가 다급하게 남은 한 손으로 코를 틀어막았다.
- 툭
- 툭
코 뿐만이 아니었다.
입에서도 울컥 피가 올라왔다.
입술을 꽉 깨물어서 피를 내뿜는 걸 간신히 참은 한시아가 미요를 노려보았다.
이 새끼...뭐하는 새끼야?
"역시 여우라서 그런가? 기운이 참 요사스럽단 말이지."
"............."
한시아는 잡힌 손을 내빼려고했으나, 미요는 잡은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악력으로 한시아의 손에 깍지까지 잡아오며 단단하게 손을 잡았다.
"....너 뭐야?"
"무녀."
"..........."
"너 같은 요괴들이랑은 천적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미요가 해맑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뭐?"
"여튼,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우리 어디 한 번 잘 싸워보자!"
그제야 손을 놓아준 미요가 킬킬 웃으며 사뿐사뿐 뒤로 멀어져갔다.
남겨진 한시아가 멍하니 그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무녀라고?
무녀?
맞은편에 선 미요가 샐쭉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혀를 쑥 내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약올리듯이.
"하......."
한시아의 눈동자가 노란빛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해보자 이거지.
- 어이쿠...두 사람 사이에 기싸움이 장난 아닌데요? 역시 2라운드라서 그런가요! 멋지네요! 그럼 두 사람 다 준비되었나요?
"네."
한시아가 바로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에에!"
어린아이처럼 장난스럽게 말을 늘어뜨린 미요가 한시아를 향해 윙크했다.
- 그럼 하나...둘...셋....!
- 시작!
한시아가 대충 교복 마이에 피를 닦으며 먼저 발을 굴렀다.
그와 동시에,
- 콰아아아아아!
엄청난 소음과 함께 비무대가 갈라졌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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