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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김
작품등록일 :
2022.12.15 21:08
최근연재일 :
2024.09.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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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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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비무대회 10

DUMMY

신입생 비무대회 10



- 다음은 적월 기숙사의 왕량 군과 청월 기숙사의 류세이 군의 비무가 있겠습니다. 두 학생은 비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강하다.


무인은 상대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왕량은 비무대 위로 올라오자마자 자신의 앞에있는 이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인은 강할수록 상대의 무위를 빠르게 알아차린다.


그렇기에 왕량은 상대의 무위를 빠르게 알아차렸다.


강하다.


그냥 강한 것도 아니다.


교수진들만큼 강하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왕량입니다."


저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갈정도로 강하다.


이건 왕량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이 말해주는 것.


저 자는...그래, 저 자는 보통이 아니다.


악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선한 기운 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강한 기운만 느껴진다.


'주르륵'


왕량은 등골에 소름이 돋다 못해, 식은땀까지 흐르는 걸 느꼈다.


심지어 왕량은 생전 해본적도 없는 선 악수까지 청했다.


스스로하고 나서도 꽤 놀랐다.


껄렁한 자세로 휘파람을 불던 상대가 약간 놀란 눈치로 자신을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호오?"


그리고 흥미롭다는 듯이 자신을 찬찬히 훑는다.


"난 류세이."


상대가 왕량이 내민 손을 흔쾌히 잡았다. 그리고 위 아래로 세차게 흔들었다. 왕량의 손보다는 더 작지만 다부진 손이다.


자글자글한 굳은살과 곳곳이 터지고 다시 엉겨붙고를 반복한 흔적이 남아있는 손.


아직 설익은 티가 났지만, 누가뭐래도 무인의 손이다.


"잘 부탁합니다."


왕량이 말했다.


"흠..."


상대는 묘한 표정으로 왕량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피식웃었다.


손은 여전히 잡은 상태였다.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써봐라."


"..........."


"아무것도 숨기지 말고. 알았지?"


놀란 눈치의 왕량을 뒤로하고, 눈을 찡긋거린 류세이가 천천히 멀어졌다.


***


"왕량이네."


적월 관중석의 누군가 말했다. 목소리에 약간의 실망감이 어려있었다.


"아니, 쟤는 왕윤 선배님의 동생이라면서...왜 마공을 사용하지 않는거지?"


그도 그럴 것이, 왕량은 지금까지 몇 번의 비무를 진행하며 단 한번도 마공을 쓰지 않았다.


소림의 무공부터 사파의 무공, 심지어는 운남 야수궁의 무공까지 사용했다.


사용할 수 있는, 그러니까 이해하고있는 무공이 많은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 마공의 귀재라고 불리는 왕윤의 동생이 마공을 사용하지 않는다?


왕윤의 동생이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부터 적월 기숙사 학생들은 모두들 약간...아니 많이 약간 기대를 했었다.


진정한 마공이 무엇인지 보여달라고.


늘 청월의 카이토와 백월의 한시우에게 아쉽게 지는 자신들의 회장의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하지만 왕량은 마공을 사용하지 않았다.


얼핏 보기에는 마공이라는 걸 모르는 듯이 보이기까지했다.


다부진 체격에 큰 키, 흰 피부까지. 분명 외모는 마교의 행동대장 교주처럼 생긴 왕량이었기 때문에 적월 학생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쟤 알고보면 진짜 마공 못하는 거 아니야?"


"생긴게 저런데...?"


"우리가 너무 선입견에 갇혀살았나보지."


"내가봤을때 왕윤 선배님 동생도 아닌 것 같아. 소문에 휘둘린거지."


"그런 듯."


심지어 이번 비무대 위에서 만난 청월 나부랭이한테 선악수까지 청하는 꼬라지까지 보였다.


자신의 어깨까지 올까말까하는 청월 나부랭이한테?


선 악수를?


자존심도 없이?


이제 적월 학생들은 완전히 마음을 굳혔다.


"저 새끼 왕윤 선배님 동생 아니다."


"인정하고 간다."


"한국식 표현으로...저 병신이 왕윤 선배님 동생이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과격할 정도로 실망감을 표출하는 적월의 학생들이었다.


"..........."


그리고 그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릴 정도의 거리에 있는 왕윤은 아무 말 없이 비무대 위를 노려보고 있었다.


"들었어?"


"뭘."


"윤이가 네 동생이면 쟤가 지 손에 장을 지진대."


"그러라 해."


"재미없기는...근데 저 상대편..."


류신이 묘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이...


"류세이."


"아. 맞아. 류세이! 청월의 류세이라...흠, 너도 아까 느꼈지?"


"그래."


왕윤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쟤 최소 부교수들은 가볍게 누르고 갈 것 같던데?"


"청월 기숙사 대표 교수도 가볍게 누른다."


"헐. 쇼우 교수가 들으면 울 것 같은데."


"...백월 교수도 누를 것 같군."


"그 정도라고?"


류신은 사실 왕윤만큼 동물적인 감각이 발달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라. 강시들과 10년 이상을 부대끼며 허허벌판에서 마공을 단련하며 어린시절을 보낸 왕윤이다.


1초.


상대와 마주쳤을때 그 상대의 무위를 판단하는데 왕윤이 소요하는 시간이다.


지금까지 왕윤이 파악했을때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적월의 송 리 교수였다. 그리고 그 다음은 당연히 도화 교수였고.


"괴물이네."


류신이 말했다.


"같은 나이의 송리 교수님은 가볍게 넘은 능력치다. 무인은 나이를 먹을 수록 더욱 강해진다. 그러니 송 리 교수님만큼 나이가 차면..."


왕윤이 바지주머니에 꽂은 손을 꽉 쥐었다.


- 빠드득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 피가 날 정도로.


세상은 넓고.


자신이 도저히 감당못할 천재는 하나 더 생겨버렸고.


"...........쯧."


혀를 찬 왕윤이 경기가 시작된 비무대위를 쳐다보았다. 어차피 승패는 정해져있다.


- 쾅!


- 쾅!


2합.


순식간에 두 번의 공방전이 지나갔다.


그리고 두 번의 공방전이 지나갔음에도 비무대는 멀쩡했다.


다만, 연기가 너무 자욱하여 두 사람의 형체가 잘 보이지 않았다.


"뭐야. 누가 이긴거야?"


"............"


류신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왕윤은 말없이 비무대 위를 쳐다보았다.


아직이다.


아직 왕량은 아무런 마공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한 기술을 쓰지도 않았다.


그래.


그 망할 소림 권법을 사용해서 자신과 반대되는 기운을 억지로 끌어다 써서 몸을 축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해서 익숙하지는 않지만 자신과 완전히 어울리는 마공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저 버텼다.


"이래도 버틴다고?"


류세이가 자욱한 먼지속에서 꿋꿋이 서 있는 왕량을 올려다보며 눈을 반짝였다.


두 번의 공방.


아니, 두 번의 공격.


왕량은 특유의 뛰어난 맷집으로 1000년 묵은 개방 방장의 공격을 받아내었다.


"이야...너 통뼈구나?"


"쿨럭..."


왕량이 잔기침을하며 피를 토했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올곧았다.


마치 언제 자신이 맞기라도 했냐는 듯이.


"인정하지. 너 정말 근성있군."


".............."


아무리 힘을 대부분 다 뺐다지만...그래도.


"내 공격을 받고서도 멀쩡히 서 있는 놈들은 몇 안되었었거든. 너 정말 미래가 창창하네!"


류세이가 엄지를 척!하고 치켜들었다.


- 쏴아아아


그와동시에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던 먼지가 싹 걷혔다.


먼지가 걷히고, 웅성거리던 관객석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미친."


"....저게 인간이야?"


"강시인 듯."


그리고 조용히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옷이 뜯겨나가서 완전히 드러난 갈비뼈 부근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상처가 심각했다.


드러난 등허리에는 빼곡하게 검은 글씨의 문신이 새겨져있었다.


마치 주문진처럼.


- 뚝. 뚝.


쏟아져내린 피와 살점이 검은 교복바지를 타고 내려와 바닥에 무심하게 툭툭 떨어졌다.


일반인이라면 목숨이 위험했을 상처.


웬만한 무인이라도 기절했로 끝나지 않았을 상처다.


왕량은 두 발로 꿋꿋이 반듯하게 서서 버텨내고 있었다.


"와...독하다."


류신이 혀를 내둘렀다.


왕윤은 말 없이 난간을 꽉 잡았다.


전례없이 표정이 살벌하게 굳어있었다.


"너."


"..........."


"죽을때까지 네 무공을 못펼치고 싶어?"


"....그게 무슨,"


왕량이 말을 하다가 말았다.


입밖으로 장기가 울컥 쏟아질 것 같았다.


그 때였다.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류세이의 차분한 숨소리와 왕량의 아슬아슬한 숨소리만이 들렸다.


콜록.


왕량이 기침했다.


걸죽하고 덩어리진 핏물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져내렸다.


"마공을 써."


류세이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네 무공, 마공이잖아?"


"....안돼, 이건..."


"네 꺼야. 네 힘을 한 번 보여봐. 폭주해서 죽더라도, 네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싶어하는 게 무인이라고 생각하는데."


류세이가 속살거렸다.


왕량이 갈등하기 시작한다.


그의 머릿속에 어떠한 기억이 단편적으로 더듬더듬 재생되기 시작한다.


- 기억하렴 아들아.


- 넌 마성이 짙은 체질이다. 네 마성은 아주 강해. 네 형처럼. 하지만 네 형과 다르게 넌...약하지. 아주 약해. 네 마성을 막고있는 그 주문을 풀어버리는 순간, 넌 폭발할거다.


- 폭발하면 어떻게 되냐고? 무엇을 묻느냐. 죽겠지. 살점은 파편이 되어 사방에 튈 것이다. 장기는 물처럼 녹아내릴 것이고, 네 뼈는 가루가 되어 재처럼 날릴 것이다.


- 그러니 넌 마공을 익히면 안돼.


- 둘 뿐인 아들 중 하나를 이리 쉽게 잃으면 네 어미가 슬퍼할테고, 난 그걸 바라지 않는단다.


- 운남에 가라. 스승을 붙여주마. 원하면 얼마든지 붙여주마. 어떤 무공이라도 익혀도 된다.


- 단 하나. 마공을 제외하고.


붉은 눈이 번쩍 뜨였다. 왕량은 제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모르겠지만, 그의 피부는 보라빛을 띄며 곧 폭발할 듯이 시간이 갈수록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씩 웃은 류세이가 천천히 왕량에게 다가갔다.


- 착하지 아들.


류세이가 손을 뻗었다.


- 아빠 말 잘 들어야지?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류세이는 담담하게 내장까지 드러난 왕량의 등허리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그, 그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느낀 왕량이 무너져내리며 간신히 내뱉었다.


"착하지. 따끔할거야."


하지만 류신은 거침없이 복잡하게 잠긴 술식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집중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류세이, 곧 정신을 잃을 듯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왕량.


- 파아아아아아!


곧이어, 왕량의 등허리에 빼곡히 적혀있던 검은 글씨들이 파란빛을 내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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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어린 무인들 1 24.08.01 2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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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온 세상이 난리다 1 24.07.24 2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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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갑자기 몽골 5 24.07.19 24 0 7쪽
55 갑자기 몽골 4 24.07.18 27 0 10쪽
54 갑자기 몽골 3 24.07.11 25 0 9쪽
53 갑자기 몽골 2 24.07.09 23 0 7쪽
52 갑자기 몽골 1 24.07.08 25 0 7쪽
51 신입생 비무대회 19 24.07.05 28 0 6쪽
50 신입생 비무대회 18 24.07.03 2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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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신입생 비무대회 16 24.06.30 2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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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신입생 비무대회 14 24.06.28 27 0 7쪽
45 신입생 비무대회 13 24.06.25 30 0 7쪽
44 신입생 비무대회 12 24.06.24 27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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