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더니 가문이 망한다고 돌려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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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고
작품등록일 :
2022.12.23 10:27
최근연재일 :
2023.03.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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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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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3화 아! 용연

DUMMY

어둡던 우물 안이 푸른빛으로 가득했다.


“설구! 넌 거기 있으라고 했잖아.”

“주인님아. 난 언제나 함께 한다. 주인 니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

“에휴! 감동하다 말았다. 꼭 이런데서 꺼낼 말이냐?”


바닥은 입구보다 넓었고 무릎까지 차는 물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예진우는 이끼가 쌓인 벽을 훑어보았다.

무너져 내린 것처럼 엇댄 돌 틈으로 물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주인님아. 물이 차오른다.”


무릎까지 차던 물이 금세 허리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갑자기 뭐냐! 빨리 가자!”


예진우는 차오른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양손에는 해룡검과 용연의 옥패를 쥐고 있었다.


물속은 얼음처럼 차갑고 칠 흙처럼 어두웠다.


‘너의 주인 곁으로 가자!’


손에 쥔 해룡검이 요동을 치더니 앞으로 기운차게 뻗어나갔다.


‘용왕의 아들이라던데 있는 곳이 물속이니 최악은 아니겠군?’


일직선으로 거침없이 날아가던 검이 멈췄다. 철분이 많은 곳인지 암벽이 온통 붉으죽죽했다. 자세히 살펴보자 암벽에 글씨가 쓰여 있었다.


【壓厭水(압염수)】


‘아놔! 난 한자 세대 아니라고! 넌 아냐?’


설구가 커다란 머리를 들어 올려 못마땅하다는 표시를 드러냈다.


‘주인님아! 내가 저걸 알 턱이 있냐?’

‘뭐! 그럼 힘으로 밀어 부쳐보지. 뒤로 물러나라!’


- 괴력


해룡검으로 벽을 찍어 눌렀다.


- 꽈르릉!


뭐 이 정도 소리는 날 줄 알았다. 괴력이 5나 되었고, 몸 상태도 예전과 달리 좋았다.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해룡검의 검신이 한마디 정도 바위에 박히고는 형형한 빛을 잃었다.


‘좋아! 이렀단 말이지.’


검을 뽑아 왼손에 쥐고는 오른손에 귀일검을 틀어쥐었다.


- 정화의 불꽃!!!


기를 양손으로 내리 보내곤 그대로 암벽을 내리쳤다.


- 콰르릉!

- 투둑


“역시! 내걸 쓰는 게 익숙하지! 좋아!!”

“왕왕!!”


- 투두둑


물이 빠진 터널을 설구와 함께 거침없이 달려 나갔다. 뚫린 암벽 뒤는 오랜 세월 물에 씻겨 내려갔는지 벽이 반들반들했다.


- 쑤아아! 쏴아아!

- 콰르릉!


“어! 뭐야?! 설···.”


댐이 터진 것처럼 엄청난 양의 물이 일시에 쏟아져 내렸다. 터져 나온 물은 거대한 암벽처럼 일어나 진우 일행을 덮쳤다.


25톤 트럭에 몸이 깔리는 듯한 엄청난 충격이 진우를 덮쳤다.

물살이 회오리치며 좁은 틈으로 빨려 내려갔다. 숨이 막혔다.


- 물의 힘이 2 상승 했습니다.(6/10)

- 천샘의 정령들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 염력이 2 상승 했습니다.(8/20)


‘정신을 잃으면 끝이다. 견뎌야 해.’


- 파악! 고우우웅~


온 힘을 다해 물의 힘을 끌어올렸다.

예진우는 정신을 집중해 물속에 일어난 거품에 염력을 불어넣었다.


“가~~라!!”


- 괴력이 발현됐습니다.

- 정화의 불꽃이 발현됐습니다.


붉은 핏덩이 같은 거대한 물방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 촤아악!


물방울은 지반이 약한 곳을 찾아 거대한 구멍을 뚫어 놓았다. 물길이 삽시간에 바뀌었다.


“헉헉헉! 까딱하면 뒈질뻔했네. 여기가 대체 어디야?’”


예진우는 삐죽한 천장을 둘러보았다.


“저게 뭐야?”


지면 너머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물속인 거 같았다.


“연못인가? 아님, 강! 뭐 이딴 데가 다 있어!”



**



“거의 다 됐다. 다 됐어. 용의 간이 아무리 재생력이 좋다 하나. 이렇게 먹히면 배겨나겠느냐?”

“하아하아! 닥쳐라! 내 죽어서 네 놈을 꼭 찾아 이 원수를···.”


굵은 쇠사슬에 사지가 묶인 남자가 이를 악물며 소리 질렀다.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의 눈은 살의와 적의로 형형했다.


상반신에는 날카로운 창상이 나 있었다. 그의 가슴팍에 난 찢어진 상처를 벌린 채 그의 간을 뜯어 먹는 여자가 보였다.


“으아아악!”


그는 극렬한 고통으로 사지를 떨었다. 남자의 악문 입술에서 핏물이 배어 나왔다.


“복수는 저년에게 하거라! 네 간에 환장을 한 저년 말이다.”


“으헉! 차라리 죽여라. 으으으아악!!!”


“다 먹었느냐. 네 서방의 간 맛이 오늘은 어떠하더냐! 아하하하!”

“···.”


여자의 은색 머리와 얼굴에는 사내의 피가 묻어 있었다. 그녀는 피가 흐르는 입술을 혀로 핥았다. 구부러진 손에는 한 자나 되는 날카로운 손톱이 나 있었다. 그 손톱엔 사내의 떨어져 나간 살점과 피가 묻어 있었다.


“그래. 어서어서. 기운을 돌려라. 네 것으로 만들란 말이다.”


“아악! 우우욱! 퉤!”


그녀의 입속에서 구슬이 튀어나왔다. 앞에선 남자가 구슬을 빠르게 움켜잡았다. 영롱하게 빛나는 붉은 구슬. 바로 구미호의 내단이었다.


“우하하하! 수고했다. 수고했어.”


“아아아악! 여보오~.”


내단을 뱉고 정신을 차린 여자의 입에서 처절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아란! 나는 괜찮소. 그만하시오. 안 돼!”


“신선함이 없다. 아주 지긋지긋해. 어차피 차오를 간을 지가 먹고 내단만 만들면 되는데 그걸 가지고 저리 지랄발광을 하니?”


늘 똑같은 악몽. 깨어나도 사라지지 않는 고통에 그들은 파멸해 가고 있었다. 인연 맺지 말았어야 할 이를 사랑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잔혹했다.


이들의 불행은 용연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샘에 들어온 순간부터 시작됐다.


흑괴척결전에서 수기를 모두 잃은 용연은 아란의 도움으로 이 샘에 숨어들었다.


궁궐 안에 있는 연못 경회지. 그 경회지 밑에는 오랜 세월 깎여나간 수중동굴이 있었다.


금생수(金生水)


수의 기운을 돕는 금의 기운이 맺혀있는 곳이 바로 이곳 경회지였다. 북악산의 원류인 북한산에서부터 뻗어 나온 금의 기운은 이곳 경회지에서 똬리를 틀고 머물렀다 남산으로 흘렀다.

두꺼운 암반 덩어리가 뿜어낸 금 기운은 물의 정수인 용연의 끊긴 수기를 잇는 데 도움이 되었다.


천년을 산 구미호 아란은 새벽이면 나뭇잎에 내려앉은 청정한 이슬을 모아다 용연에게 먹였다. 새벽녘의 이슬은 그의 원기를 돕는데 효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용연은 악귀의 추격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한사코 말렸었다. 사나흘에 한번 아란은 조심스럽게 은신처를 빠져나갔다 돌아왔다.


용의 아들 용연과 구미호 아란은 밝음과 어둠, 선과 악, 정과 사의 만남이었다. 처음부터 신들과 요괴의 세계에선 용인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이 용연의 부상이 컸는데도 용궁이나 천하궁으로 가 도움을 청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어느 날 아란이 돌아오는 길에 옷에 작은 거머리를 붙이고 들어왔다. 아란이 발견하고 떼어내려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헛소문인 줄 알았다. 용의 아들과 요괴 구미호가 살을 맞대고 산다더니. 우하하하! 참말이었구나!”


작은 미물이었던 거머리는 용연을 보더니 제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빨판을 지닌 요괴, 태구왕이었다.


태구왕은 처음에는 용연의 피를 빨았다. 수기가 빠진 피에서 힘을 얻지 못하자 아란을 홀려 용연의 간을 파먹게 했다. 아란이 자신의 피와 함께 토해낸 내단으로 태구왕은 힘을 키웠다.


불멸하는 육신을 갖는 것. 그게 태구왕이 얻고자 하는 궁극의 목표였다.


“자아! 이거 먹고 일어나거라. 그리곤 네 남편의 간을 먹는 거다! 차는 속도가 더디지만 저리 자라지 않느냐. 으하하하.”


태구왕은 자신의 목을 그어 자살해버린 아란의 입에 작은 내단을 넣었다. 그때!


- 끄르르릉!


용연을 매달아 놓은 벽이 무너져 내리며 밀실로 물이 들쳤다.


“아란! 이 요물아 어서 정신을 차리거라.”


태구왕이 소맷자락을 떨쳐내 거대한 물줄기를 돌렸다.


“웬 놈이냐?”


너덜거리는 옷을 바닥에 집어 던지는 건장한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뒤에 호랑이 불이 보이는가 싶더니, 그것이 날아올라 태구왕의 왼손 팔목을 물었다.


“사자견!”


- 콰곽!


“흠!!”

“어딜! 내 개의 심장은 아주 소중하단다.”


예진우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태구왕의 날카로운 손이 설구의 심장을 파고드는 것을 귀일검으로 막아냈던 것이다.


“이제부터 어디 제대로 놀아보자.”


한 손에는 귀일검 한 손에는 자신의 홍염으로 벼룬 검기를 휘두르며 예진우가 태구왕의 심장을 향해 짓쳐 들어갔다.


- 정화의 불꽃 2갑자!


지축을 뒤흔드는 진동이 일었다.


“예진우가 광영거사 임춘록을 부릅니다. 출!”


용연의 모습을 본 예진우는 용연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직감했다. 목숨을 구하는데 촌각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존명!”

“춘록님! 용연님을 좀···.”


임춘록이 사슬에 묶여 늘어진 용연의 모습을 보고는 경악했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가 이내 검붉게 달아올랐다.


“광영거사 임춘록 합심선의 벗들을 부르노라! 출!”


이내 화덕진군 이화덕과 토력 김시읍이 나타났다.


“아! 용연!!!”


피를 토하는 듯한 절규가 밀실에 울려 퍼졌다.


“진정하시오. 어서 손을 씁시다.”


이화덕이 천장에 매달려 있던 사슬을 합심선으로 끊어내곤 용연을 눕혔다.


“용연. 조금만 참으시오.”


품에서 수리병을 꺼내 약물을 용연의 입에 부었다.


- 콰앙!


“예도령!!”


임춘록이 날아가 벽을 맞고 튕겨나온 예진우를 받아냈다.


- 쿨럭!


예진우가 피를 토했다. 그의 배 아래쪽에 검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예도령 괜찮소?”

“퉤! 괜찮아요.”

“거머리는 불로 지져야 맛이요.”


- 촤락


화가 나 딱딱하게 굳은 이화덕이 합심선을 폈다.


“신축년 신묘월 기축일 화덕진군 이화덕이 불을 들인다.”


- 물의 기운이 발현됩니다.


바닥에 있던 물이 성벽처럼 솟아올라 예진우 일행을 보호했다. 예진우 일행이 가까스로 수벽으로 몸을 가리자 가마 속의 불처럼 성난 화염이 밀실을 삼켜버렸다.


“천하궁 잡것들이 일을 망치게 놔둘 것 같으냐?!”

“응! 망쳐 놓을 거다.”


어느 틈에 태구왕의 턱 밑까지 파고든 예진우가 대답했다.

그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손에 든 두 개의 검을 태구왕의 심장에 쑤셔 박았다.


- 쿠오오옥! 큭!


“이걸로 되겠어? 귀일검! 놈의 혼을 한 조각도 남기지 말고 갈가리 찢어 놓아라!”


은빛 광채를 내며 귀일검이 예진우의 손을 벗어나 태구왕의 뒤쪽으로 날아올랐다.


“죽어라!!!”


예진우는 자상이 난 가슴에 오른손을 쑤셔 넣어 녀석의 가슴을 헤집어 놓았다.


“커억! 네 놈은 뭔데···.”

“나!! 죽을 놈이 궁금한 것도 많다.”


“새끼! 심장이 이렇게 여러 쪽이니 더러운 짓거리를 그렇게 했나보구나. 죽어라!”


그는 달걀 크기의 심장을 틀어쥐고는 가슴 밖으로 뜯어냈다.


- 뚜둑!


“헉!!”


피처럼 둥근 심장 여러 개가 영롱한 광채를 뿜어냈다.

흐르는 물에 흔들어 내자 심장은 더욱 빛을 발했다.


“그건 놈의 심장이 아니라 아란의 내단입니다.”


김시읍이 침울하게 대답했다. 그는 예진우에게 하나를 받아내 아란의 입속에 넣었다.


“···.”

“아란! 정신이 좀 듭니까?”

“용연!! 용연은 어찌 됐습니까?”


정신이 들자마자 용연의 곁으로 갔다. 용연의 처참한 몰골을 본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다. 아란은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용연의 입에 흘려보냈다.


“용연을 용왕께 보내주세요. 애초에 그랬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저놈에게 이런 수모와 치욕을 당했습니다. 이 사람 목숨만 살린다면 난 다른 여한이 없습니다.”


“음! 좋은 말씀입니다. 그전에 이거 한번 써봅시다.”


예진우가 검은 병을 흔들어 보였다. 요사히사의 창고에서 얻은 영옥고였다.


“맛은 더럽게 없는데 쓸수록 몸에 좋다 잖아요.”


혹시 술인가 싶어 살짝 맛을 봤다가 기겁을 했었다.

영옥고는 혀가 갈라지는 것처럼 맵고 썼다. 혀에 살짝 대본 것만으로도 제생력이 올랐다.


아무리 이능을 올린다곤 하지만 다시 맛보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맛이었다.


“효과는 아주 탁월합니다. 제가 삼선을 위해 양보하겠습니다.”


임춘록이 크게 감동하여 예진우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인사는 천천히 하시지요. 먼저 영옥고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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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더니 가문이 망한다고 돌려보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0 75화 천우령! 23.03.19 39 0 14쪽
79 74화 경회지와 연결된 호수 23.03.19 25 0 11쪽
78 73화 천왕의 동굴 23.03.19 28 0 12쪽
77 72화 그의 곁에 있는 이유 23.03.18 32 0 12쪽
76 71화 이한철의 가슴을 흔들어 놓은 조각보 장인 23.03.17 30 0 12쪽
75 70화 뿅뿅술 23.03.16 36 0 11쪽
74 69화 장인을 뵈옵니다. 23.03.15 36 0 11쪽
73 68화 일부다처제가 답인데 23.03.14 45 0 12쪽
72 67화 꿈을 엿보다. 23.03.12 37 0 13쪽
71 66화 몽마 영화관 23.03.11 38 0 12쪽
70 65화 함께 도끼를 먹은 사람들 23.03.10 39 0 12쪽
69 64화 장인들 23.03.09 44 0 12쪽
68 63화 토마호크 23.03.08 47 0 12쪽
67 62화 오자오의 변태 23.03.07 49 0 12쪽
66 61화 울돌목의 난파선 23.03.05 49 0 13쪽
65 60화 그 밤. 아무도 보는 이가 없는 밤에 23.03.04 52 0 12쪽
64 59화 생애. 첫 여행 23.03.03 51 0 13쪽
63 58화 푸르른 날 23.03.02 47 0 12쪽
62 57화 걷는 인간 김경태 23.03.01 55 1 12쪽
61 56화 마루의 공감능력 23.02.28 57 1 12쪽
60 55화 가장 어여쁜 환생 꽃 23.02.26 62 1 12쪽
59 54화 하늘에 비나이다. 23.02.25 61 1 12쪽
58 53화 들개 23.02.24 64 1 12쪽
57 52화 소원은 없다! 23.02.23 61 1 12쪽
56 51화 허락은 내가 한다. 23.02.22 67 2 13쪽
55 50화 전달자 이선 23.02.21 66 1 12쪽
54 49화 나랑 결혼해 줄래요? 23.02.19 93 1 12쪽
53 48화 몽마 23.02.18 74 1 12쪽
52 47화 하늘이 선택한 사람 23.02.17 81 1 12쪽
51 46화 용연의 활약 23.02.16 7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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