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누에보 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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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087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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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2화

DUMMY

결국에는 그들을 이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반대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리암은 기분이 많이 상했는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로단은 잠시 감정적으로 행동했던 것을 조금 후회하며, 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의자에 등을 기대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먼저 정적을 깨트린 것은 에이스였다.


“마카누두는 우리를 따르지는 않지만, 프레스코는 우리만큼이나 원망해하지. 루트를 알려주면 그걸 마다하지 않을 거야. 그들을 안으로 진입시키고 혼란스러운 사이에 존슨박사님과 카터를 데리고 나오자.”


처음에는 당당했던 목소리가 은근한 피곤에 절어있었다. 앞서 말했듯, 그도 이 계획을 그다지 좋아한다는 건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그것을 진작 알아차렸지만, 에이스의 마음과 그리 다르지 않았기에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리암이 작게 혀를 차는 소리만 들려왔다.


로단은 고요하게 가라앉은 주변과, 여전히 어두운 안색들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른 의견은 있어?”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럴 줄 예상했던 로단은 내심 착잡했지만, 겉으로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그 부족에게 정보를 흘리도록 하지. 그럼-”


쾅-


마지막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리암은 책상을 주먹으로 강하게 내려쳤다.


“-이만 해산하자.”


하지만 불만을 표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했던 것뿐이었다. 그것을 증명해주듯 리암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가려고 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눈을 크게 뜬 사람들 사이로, 로단은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리암”


그 부름에 뒤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망설임 없이 나가던 다리는 멈췄다.


“지금 반대하는 거야?”


이미 여러 번 있던 말다툼 탓에, 긴장감이 깃든 불안한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집요한 시선을 느꼈을 텐데도 한참동안이나 말없이 서있던 리암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짧게 답했다.


“아니.”


그리고는 후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밖으로 나섰다.


그 목소리는 로단의 예상보다 덤덤했다. 하지만 그건 리암이 분노를 넘어선 상태임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한층 복잡해진 눈으로 그가 나간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걱정 어린 얼굴들을 뒤늦게 눈치 챘다.


“난 괜찮아. 다들 가봐.”


그런 그들을 부드러운 말로 내보낸 로단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실에 홀로 남겨졌다. 마지막으로 나간 에밀리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특유의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리암한테는 내가 잘 말해볼게.”


그는 옅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 했고, 그 얼굴을 확인한 에밀리도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때서야 로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그가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도 아닌데, 이것도 꽤 스트레스가 쌓였다.


이제는 평온함을 가장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듯 했다.


애초에 간단한 일만이 있었던 것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웠다. 그 중 가장 큰 범위를 차지하는 것이 끊이지 않는 리암과의 불화였다.


심지어 가면 갈수록 심각해지니 원. 결국 한 번 더 한숨을 내쉬었다.


한동안을 그 상태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로단은 이렇게 고민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 것쯤은 이미 알았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으로 돌아가 옅은 낮잠이라도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앞에 있는 복도에는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를 클로이가 서있었다. 바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로단 씨.”


이름이 불러진 직후부터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예전부터 있었고, 요즘은 더 강해진 감정이었다. 그럼에도 그들 중에 아무도 한 발자국을 내딛지 않았다. 각자 할 일이 많고 신경 쓸 일을 더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 혼자 있을 생각이었던 로단은 잠자코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 체격에 비해 그녀는 항상 강단 있고 흔들림 없는 모습을 유지했다. 그것이 일에 관련이 되었든, 감정에 관한 것이든 간에. 그래서인지 부드러운 강압감마저 느껴졌다.


“전 로단 씨가 맞다고 생각해요.”

“뭐?”

“항상 믿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러니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에 대해 불안해하지 말아요. 그럼 따르는 사람들 또한 같이 흔들리니까요.”


이런 모습 또한 마찬가지였다.


로단은 그녀가 꾸짖거나 비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저 걱정하고 있는 것뿐이다. 클로이는 로단의 말을 들어줄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었다.


결국 로단은 방금 전까지 있었던 회의실 안으로 다시 들어갔고, 클로이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가 친절히 빼내어준 의자에 앉은 그녀에게, 로단은 옆에 구비되어 있는 물 한잔을 가져다줬다. 그 후 그 앞에 마주 앉으면서, 의자를 끌는 소리가 짧게 울려 퍼졌다.


로단은 잠시 뜸을 들였지만 곧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죄책감을 많이 느끼진 않아. 적어도 리암 만큼은.”


그 말에 클로이의 눈이 조금 커졌지만, 깊은 눈빛을 달라지지 않았다. 그것에 내심 안도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난 내 사람에 대한 집착이 심한 편이지.”


덧붙인 말에 클로이를 그를 이해했다. 로단을 가까이서 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만한 사실이었다.


물론 죄책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 일을 하면서 희생이 없던 것도 아니었고, 여기까지 오는데도 사람을 꽤 잃었다. 그래도 그건 그들이 원했던 일이었다. 본인의 의지로 목숨을 걸었다.


하지만 마카누두를 속여서 이용하는 것은 그와 결이 달랐다.


그들의 목숨을 고작 두 사람을 위해 희생시키는 것이 옳지 않다. 그가 프레스코와 문도와 다르다고도 말할 수 없다.


지금까지 로단은 다른 사람들의 죽음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굶겨 죽였던 신자도 그중 하나였다. 물론 그 남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죄책감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평소 감정이 적다고 해서, 정말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갈등을 넘어서는 것이 그의 제 사람에 대한 집착이었다.


“리암이 왜 화가 났는지도 충분히 이해해.”


로단의 목소리는 미묘하게 침울했다.


클로이는 가끔 로단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것에 익숙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 답답했다. 그건 책임감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동시에 무른 습관이었다.


그러나 티를 내지는 않았다. 자신까지 그러지 않아도 이미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받아내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희생시킬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맞아요. 저도 리암 씨가 이해가가요. 그건 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요.”

“최대한 안전한 길로 가야 해.”

“알아요. 하지만 우린 선택권이 있어요.”


단호한 대답에 의문을 가지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클로이의 눈은 로단을 반듯이 응시하고 있었고, 여전히 그 안에서는 어떠한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선택을 하게 하면 되요.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이나 배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사실대로 말하는 거예요. 그들한테 이 철회의 기회를 거절할 것인지. 아니면 복수를 하고 그들 스스로 명예롭게 죽을 것인지를 물어봐요.”

“......”

“우리가 그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변치 않겠죠. 그래도 적어도 그들이 직접 선택 할 수 있어요. 거짓말에 속지 않고, 지금까지 우리를 위해 희생되어온 사람들처럼.”


그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은 목소리만큼이나 침착했고, 로단은 그 속을 파헤치듯이 바라보았다. 클로이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똑바른 사람이다. 그걸 매번 처음 겪는 것처럼 뒤늦게 깨달았다.


클로이의 성격과 성향을 나름 옆에서 지켜봐온 로단은 그의 다음 후보자가 에이스뿐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그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게 된다면, 그녀 또한 충분히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녀의 강인함은 어렴풋이 노라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다만 노라보다 더 단호했고, 신중했다. 그 태도 앞에서는 가끔 혼나는 어린애가 되는 기분까지 들었다.


물론 클로이는 그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겠지만. 당연히 입 밖으로 말할 생각도 없었다.


“전 그들이 승낙 할 것이라 확신해요.”


그렇다고 한들 그녀의 말을 무작정 따를 수도 없었다.


로단은 그냥 클로이의 말을 따르고 싶은 본능과 최대한 신중해야한다는 강박적인 고민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 사람들이 거절을 하면 더 이상 방법은 없다 볼 수 있어.”

“그래서 말했잖아요. 우린 선택권 있다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받아들일 거라고 확신해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 이미 복도에서 클로이를 발견한 순간부터 정해져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그녀는 두터운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까지. 그래서 결국 로단은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내일 아침 내가 직접 갈게.”


아무 표정이 없이 평정을 유지하고 있던 클로이는 그제야 환하게 웃어보였다.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기쁜 것보다는 로단에게 확신을 주기 위한 웃음처럼 보였다.


로단은 이제 대화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클로이는 바로 떠나지 않고, 한결 기분이 나아진 로단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는 2년 안에 이 모든 것을 했어요. 절대 느릴 수가 없는 속도죠.”


그동안 로단은 더 냉정해지고, 거리가 생겼다. 그가 여전히 그들을 아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현재 그의 자리가 로단을 고립시키고 있었다. 조언을 받되, 정신적으로는 기대지 않았다. 전과 달라진 큰 차이점이었다.


“저도 그러기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스스로를 위한 여유는 남겨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그는 계속 바뀔 것이고, 로단과 리암의 불화는 더욱 심해지기만 할 터였다. 그러나 클로이는 그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로단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내가 고맙고 말 했던가?”


옛날부터 오늘까지 몇 번이나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그녀는 조금 더 짙게 웃었다.


“셀 수 없이요.”


언제나 그래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깊은 마음이 느껴졌다.


두 사람의 시선이 오랫동안 서로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감정을 담아 그를 지켜보던 클로이는 말없이 회의실을 나섰다. 로단은 그녀를 뒤따라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리암은 현재 아벨과 약혼한 상태였다. 그는 망설일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복도를 지나고 있던 클로이는 달려오는 발소리에 몸을 돌렸고, 그대로 로단의 양손에 얼굴이 잡혔다. 그 다음 입술에 닿아오는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그들의 숨결을 부딪치면서, 서로를 향한 감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고 거대하게 느껴졌다.


한참 후에야 입술을 떨어트린 클로이가, 여전히 코끝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속삭였다.


“뭐하는 거예요?”


목소리에 숨길 수 없는 즐거움이 드러났다. 로단이 그녀와 맞춰 웃음을 터트렸다. 아주 오래간만에 해방감마저 느끼면서 대답했다.


“여유 가지는 중이야.”


그에 클로이의 웃음소리가 더 강해졌고, 그 소리가 끊이기 전에 그들은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너무 늦은 만큼, 그들은 한동안 서로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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