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그리고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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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대운
작품등록일 :
2022.12.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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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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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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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악

DUMMY

“케일 대위. 가능하겠나?”

태이는 통신 및 기술병과 장교인 케일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그 정도 통신 송수신 장비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작은 전력으로도 탐지 거리 5km 내에서는 함선의 통신 안테나를 사용하면 되니까, 신호 송수신에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동작 센서 영상 장비에 맞출 카메라가 없습니다.

함 미에서 가져오는 것들은 모두 정찰 장비에 들어갈 것이라서 여유분이 없을 겁니다.”


“영상이 안 된다면 신호라도 받을 수 있으면 돼.

동작 센서의 신호만 받을 수 있어도 레이더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디에 무슨 움직임이 있었다는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 정도는 만들어 보겠습니다. 우리 통신 탐지 병들의 기술이 아주 좋아요.”


“그럼 부탁하겠네.”


“얼마나 많이 만들어 드리면 되겠습니까?”


“많을수록 좋아. 가능한 한 많이.”


“센서는 재고분 말고는 없어요. 그 이상은 힘들지만 재고분 만큼은 만들어 보죠.

아 참고로 배터리는 아주 많습니다.”

케일의 말투는 잘 받은 시험 점수를 엄마에게 자랑하는 아이의 말투와 닮아있었다.


“고맙네. 자네가 만들어 준 것이 레이더 역할을 할 거야.

많고 성능이 좋을수록 그 레이더의 탐지 범위가 결정될 걸세.”

태이도 웃음을 지었다.




“자 그럼 장비를 내리고 모두 작업을 하도록 하지. 오늘은 워커 로봇도 데려가자.”

여러 번 함 미 부분으로 부품 조달을 온 라이언 중위가 큰소리치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절단기를 비롯한 각종 장비가 내려지며 함 미 선체로 옮겨졌다.


“저 언덕 위에서 경계를 서 주십시오. 절대 이탈하거나 다른 일을 보러 가시면 안 됩니다.”

라이언은 조나단에게 몸을 돌려 자신들의 뒤를 봐줄 수 있고 시야가 확 트인 언덕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았네. 알랭이 내 짐을 가지고 오면 우리는 꼼짝하지 않고 저 자리에서 경계를 서고 있겠네.”



함 미를 등 뒤로 두고 눈과 얼음이 혼재된 언덕에 올라있던 조나단은 추위에 몸을 떨었다.

피터슨이 언덕으로 올라오며 손을 흔들었다.


“행정장관님의 짐을 모두 실었습니다.”

“알랭은?”

“해군들이 작업하는 것을 잠시 도와주고 온답니다.”


“해군들이 작업하는 것을 왜 자기가 도와줘?

내 옆에 있어야지.

이 친구가 해이해졌군.”


멀리서 해군들이 내는 소음이 들렸다.

하얀 눈 외투를 뒤집어쓴 채 밑부분이 눈에 파묻힌 함 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곧 올 겁니다.”

피터슨이 웃으며 말했다.


“작업은 언제 끝난다고 하던가?”


“이제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지루하신가 봅니다.

아마도 날이 저물기 전까지는 끝내겠죠?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야 하니까요.”


“젠장. 괜히 나왔나 보군. 너무 추워.”


“먼저 돌아갈까요?”


“우리끼리 말인가?”


“저들 작업이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이곳에 가만히 있다가는 얼어 죽겠어요.”


“그렇긴 하지. 알랭이 돌아오면 얘기해 보세.”


그들은 알랭을 기다리며 추위에 발을 동동 굴렀다.


피터슨은 조나단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하는 중이었다.


자기 회사에서 운영하는 호텔 VIP룸으로 조나단을 초대해 지구 출신 무희들의 개인 공연을 준비하겠다는 얘기에 조나단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내가 고를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우리 회사 직영 호텔에서는 우주 최고의 무희들만 공연합니다.

행정관님이라면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친구들이 준비할 겁니다.

그중에 고르시기만 하면 됩니다.

절대로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좋아. 피터슨씨의 말을 믿어보겠소.”


그들의 잡담은 알랭이 조나단의 눈에 띄기 전까지 이어졌다.


“알랭. 왜 이리 늦게 왔나?”

자신들이 경계를 서는 곳으로 올라오고 있는 알랭을 보자 조나단의 올라갔던 입꼬리가 이번에는 거꾸로 쳐졌다.


“작업을 조금 돕다 왔습니다. 혼자 빠져나오기 힘들어서요.”


“자네가 왜 저들의 작업을 도와? 우린 경계를 하면 되는 거라고.”

알랭이 올라와 옆에 서자 조나단은 자신이 메고 있던 총을 알랭에게 넘겼다.

크게 무겁지 않은 총마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었다.


‘저럴 거면서 왜 그리 총을 달라고 했데? 허세에 찌든 인간.

어쨌거나 너는 내가 조종하는 대로 하기만 하면 돼.’

피터슨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조나단의 모습을 봤다.


알랭은 광학 망원경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조나단과 피터슨은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어지럽게 자리를 돌며 수다에 여념이 없었다.


“배가 고프군. 뭘 좀 먹어야겠어.”

한동안 피터슨과 수다를 떨던 조나단이 알랭에게 얼굴을 돌렸다.


고개를 끄덕인 알랭이 총을 조나단에 건네주고 언덕을 내려갔다.


알랭에게서 받은 망원경을 고글 위에 대고 두리번대던 피터슨이 갑자기 소리쳤다.

“저게 뭐야!”


“뭔데 그래?”

조나단은 피터슨이 쳐다보는 지점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주 멀지 않은 지점에 무엇인가가 있었다.



“이리 줘보게.”

조나단이 피터슨의 망원경을 건네받아 초점을 맞췄다.


“저건?”


“제시 박사 연구실에 있던 생명체와 같은 겁니다.”


하얀 눈밭에 있는 회백색의 생명체도 두 발로 서서 조나단과 피터슨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저것이 도망도 안 가고 날 노려보고 있잖아.”

조나단이 말하자 피터슨이 거들었다.

“겁이 없는 모양입니다.”


“이런 기분 아주 오랜만이야. 우리 사냥을 한번 해 볼까?”


“사냥요? 생명체를 보더라도 위협하거나 공격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피터슨이 멀리 보이는 생명체를 보며 말했다.


“위험한 생명체라니 접촉하지 말라는 거지.

하지만 위협적인 생명체면 먼저 없애야 하지 않겠나.

오랜만에 내 실력을 발휘해 볼 테니 따라오게.”


“사냥해 보셨습니까?”


“헤르세이아 행성에서 사냥 좀 했었지. 내가 바로 그 행성 91회 사냥대회 우승자네.”


“대단하십니다. 헤르세이아 행성이라면 희귀한 동물들이 가득한 행성 아닙니까.

개체 수 조절을 해야 한다고 사냥대회를 자주 열었던 곳으로 기억합니다.”


“한동안 그랬지.

지금은 금지되어 있지만 말이야.

아쉽단 말이야.

마음 놓고 사냥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특히 타케아돈을 잡을 땐 정말 짜릿했었어.

그놈이 얼마나 위험한 놈이었는데.

저놈은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조나단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총을 들고 앞에 나타난 생명체를 향해 나아갔다.

피터슨도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가까이 가도 꼼짝 안 하는 그 생명체는 자신을 향해 오는 생명체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이 정도면 정확히 맞출 수 있겠어.”


조나단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는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세워진 무릎 위에 팔꿈치를 대고 손으로 총을 받쳐 겨누기 시작했다.


조준경에 들어온 생명체는 여전히 꼼짝 안 하고 서 있었다.


“정말 끔찍하게 생겼군.

저것이 새끼라니 믿기지 않아.

새끼라면 다들 웬만큼은 귀엽고 이뻐야 하는 것 아니야?”


조나단이 총의 전원을 켜고 안전스위치를 해제했다.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총열에 전자기장이 생기는 것이 보였다 사라졌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 멀리서 봐도 참 험악하게도 생겼습니다.”


조준경에 나타난 목표를 향해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방아쇠가 당겨지고 텅스텐 총알이 연달아 전자기력을 받아 총에서 튕겨 나갔다.


곧 음속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맞았다.”

조나단이 조준경에서 눈을 떼고 자신이 쏜 생명체를 보았다.


총에 맞은 생명체는 들어보지 못한 괴성을 지르며 펄쩍 뛰어올랐다.


생명체의 날개가 활짝 펴진 것이 보였다.

그리곤 이내 그 모습이 사라졌다.


“응? 어디로 갔지?”

조나단이 조준경으로 다시 생명체가 있던 곳을 봤고 피터슨도 망원경으로 그 자리를 보고 있었다.


“사라졌습니다.”


“찾아보세. 분명히 맞았어. 어디론가 굴러떨어졌을지도 모르지.”



조나단과 피터슨은 눈에 푹푹 빠지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생명체가 있던 자리로 뛰기 시작했다.


“이것 봐. 분명히 맞았다고. 어디로 도망을 간 거야?”


조나단과 피터슨이 도착한 자리에는 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군데군데 녹아 있었다.


조나단과 피터슨이 주변의 흔적을 뒤지고 다녔다.


“여기에 발자국이 있습니다.”

피터슨이 소리를 치자 조나단은 그가 외친 자리로 뛰어갔다.


“세상에나 처음 총을 맞은 자리에서 여기까지 한걸음에 뛰어왔단 거야?”


그는 회백색 생명체가 서 있던 자리를 다시 쳐다봤다.

발자국이 발견된 곳에서부터 20여 미터는 족히 떨어져 보였다.


그들은 듬성듬성 눈이 녹아 있는 곳을 따라 눈에 난 자국을 쫓았다.


“쓰러졌다 다시 걷고 뛰고 한 것 같아요.”

피터슨의 말에 조나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놈이 흘린 피가 눈을 녹인 것 같아.

눈이 녹은 자리를 찾아 따라가 보면 될 듯해.”

조나단의 흥분된 목소리가 어지럽혀진 눈 위를 굴러다녔다.


그들은 순백색의 눈밭을 길 잃은 자들처럼 이리저리 마구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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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최후의 방어선. +1 23.05.04 9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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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치열한 전투 그리고..... 23.05.02 98 4 13쪽
137 침투. 23.05.01 106 3 12쪽
136 채찍질. 23.04.29 102 4 12쪽
135 배신자에 의해 깨지는 협상. +1 23.04.27 100 4 13쪽
134 타쿠보루마나 인. +1 23.04.26 102 5 12쪽
133 협상. +1 23.04.25 103 4 13쪽
132 바디랭귀지. +1 23.04.24 110 4 12쪽
131 위험한 첫 대면. +1 23.04.21 103 4 12쪽
130 적의 심장으로. +2 23.04.20 112 4 13쪽
129 글라치알리시움의 법칙 +1 23.04.19 119 4 12쪽
128 비현실적 사냥. +2 23.04.18 114 4 12쪽
127 문명인 +1 23.04.17 119 4 11쪽
126 연민. +1 23.04.14 120 4 12쪽
125 최후를 맞은 자. +1 23.04.13 111 4 11쪽
124 네 개의 팔. +1 23.04.12 108 4 12쪽
123 작은 악마들. +1 23.04.11 104 5 12쪽
122 숲의 경고. 23.04.10 103 3 12쪽
121 인간들. +1 23.04.07 115 4 11쪽
120 검은 날개와 6개의 뿔. +1 23.04.06 112 4 12쪽
119 아름답고 위험한 숲. +1 23.04.05 109 4 11쪽
118 식인식물. +1 23.04.04 109 4 12쪽
117 추격. 23.04.03 115 4 12쪽
116 슬픔을 묻고. +1 23.03.31 116 4 12쪽
115 죽음의 계곡 2 +1 23.03.30 111 4 12쪽
114 죽음의 계곡 1. +1 23.03.29 113 4 14쪽
113 계획된 피살. +1 23.03.28 108 4 12쪽
112 추적. +1 23.03.27 109 4 11쪽
111 흔적. +1 23.03.24 109 4 12쪽
110 귀환 +1 23.03.23 116 4 11쪽
109 역경 +1 23.03.22 111 4 11쪽
108 중간지점. +1 23.03.21 109 4 12쪽
107 두명의 특수기동대원. +1 23.03.20 116 4 12쪽
106 고단한 여정. +1 23.03.17 121 4 11쪽
105 괴물들의 혈투. +1 23.03.16 112 4 12쪽
104 유인 +1 23.03.15 112 4 12쪽
103 최후를 맞는 자들. +1 23.03.14 116 4 13쪽
102 쫓기는 자들. +1 23.03.13 117 4 13쪽
101 일행을 뒤쫓는 괴물들. +1 23.03.10 117 4 12쪽
100 낙오자. +1 23.03.09 121 4 12쪽
99 가혹한 상황의 여정 +1 23.03.08 123 5 12쪽
98 또 다른 자들. +1 23.03.07 114 4 12쪽
97 고단한 여정의 시작. +1 23.03.06 121 4 12쪽
96 떠나는 생존자들. +1 23.03.04 12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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