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그리고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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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대운
작품등록일 :
2022.12.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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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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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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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죽음.

DUMMY

며칠간 혹독하리만큼 세차게 날리던 눈들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거대한 두께를 자랑하던 눈구름의 한가운데가 크고 동그랗게 뻥 뚫려 있는 곳으로 맑은 하늘이 보였다.

그곳으로 돋보기로 태양 빛을 모은 듯 밝은 빛이 동그란 모양을 그리며 쏟아져 들어왔다.


기지와의 통신 상태는 상당히 양호해졌다.




“사카이 일병이 실종됐습니다.”

라이언의 침울한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실종이라니 어떻게 된 일인가?”

맥스의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했다.


“경계 초소에서 전자기 충격 울타리에 무엇인가가 부딪힌 신호가 잡혔습니다.

그것을 확인하던 중, 전체 인원 점검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카이 일병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특수기동대와 일부 대원들이 사카이를 찾고 있습니다.”


“막사 안에는 없다는 말인가?”


“없습니다. 단지 그가 A동 막사의 출입문을 열고 나간 것 같은 흔적은 남아 있었습니다. 출입문 주위에 문을 열었을 당시 쏟아져 들어온 눈들이 잔뜩 남아 있었습니다.”


“이 태풍 속을 스스로 걸어나갔다는 말인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다시 잘 찾아보게. 어디에서 잠에 빠진 것은 아닌지. 아니면, 아 식량 보관 창고는 찾아봤나?”


“찾아봤습니다.”


“창고 안은 이상 없던가? 무엇이 없어졌다든지 헝클어져 있다든지.”


“마지막으로 식량 창고를 정리한 마리오 중사와 같이 점검을 해 보았습니다.

처음의 정리 된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없어진 것도 없고요.

손을 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알았네. 잘 찾아보게. 꼭 찾아야 해.”

통신을 마친 맥스가 몸에 힘이 빠진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카이 일병이 식량 창고에서 무슨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십니까? 식량 창고에서 무엇을 훔치려고 했다든가. 아니면 누군가와 같이······.”

다이안이 맥스를 바라보며 자신의 말을 끊었다.


“식량 창고를 누가 손댄 흔적은 없다는 것을 보니 그것은 아닌가 보군.”


“사카이 일병은 꾀도 부리지 않는 상당히 충실한 병사입니다.

일이 빠르지는 않지만 맡은 임무는 책임을 지는 병사입니다.”

다이안이 사카이 일병의 변호를 하듯 말했다.


맥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이 태풍 속에서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 말이 되나?”


“태풍이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로 몰아쳤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날아가 버릴 겁니다.

자살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밖을 나갈 생각도 못 할 겁니다.”


“사카이 일병이 혹시 개인적인 문제라도 있었나?

또는 누구와 사이가 안 좋다든가 하는 것 말일세.”

다이안의 말을 들은 맥스가 문뜩 든 생각을 확인하려 했다.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상당히 쾌할 한 성격의 병사입니다.

우울증 소견도 없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말린 간호장교가 매리언 소령을 대신해서 모든 병사를 면담하고 다닙니다.

이상을 발견했다면 보고가 됐을 겁니다.”


“그것만으로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맥스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며 이마에 손을 짚고 눈을 감았다.


“함장님. 조금 쉬십시오. 요즘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이안은 맥스의 얼굴에서 짙은 피곤함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군.”

맥스 스스로도 몸이 상당히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독한 감기몸살이 자신의 코앞에 와 있는 것 같았다.


“함장실로 가시죠.”


“그래. 사카이 일병을 찾게 되면 바로 알려주게.

수색을 독려해서라도 꼭 찾아야 해.

아무리 방한복을 입었어도 이런 날씨에 밖에 있다간······.”

맥스가 함교를 빠져나가는 것을 본 다이안이 다시 기지와의 통신을 시도했다.




거대하고 보이지 않는 괴물 타케아돈은 그의 병사들을 하나하나씩 어디론가 잡아갔다.

총탄과 레이저 빔이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러나 괴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병사들을 낚아채 갔다.

보이지 않는 괴물에 대한 공포가 모든 병사에게 파도가 밀려오듯 몰아쳤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병사,

총의 탄이 다 소모됐는지도 모르고 방아쇠를 당기는 병사,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난사하는 병사,

그리고 땅에 엎드리거나 숨어서 비명을 질러대는 병사, 흐르는 눈물이 얼굴에서 얼어가고 있는 병사 등.


맥스는 다시 한번 주의를 둘러보았다.


몸이 갈기갈기 찢겨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병사들. 어디론가 사라진 병사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남은 병사들이 절규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엇인가가 자신을 향해 덮쳐왔다.

거대한 아지랑이가 날개를 편 채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함장님!”

누군가 절규하듯 그를 불렀다.




“함장님. 함장님.”

다이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맥스를 흔들어 깨웠다.

맥스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몸서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감싸 쥐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서 걱정스러운 얼굴의 다이안을 바라봤다.


“안 좋은 꿈을 꾸신 거예요? 비명을 계속 지르고 계셨어요.”



“악몽을 꾼 것 같군.”

그는 두 손으로 식은땀이 흐른 얼굴을 비비며 말을 이었다.


“내가 얼마나 잤나?”

“두 시간 가까이 돼요.”

“그랬군. 사카이 일병은 찾았나?”

“네. 조금 전에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맥스는 다이안을 바라보며 그다음 말을 기다렸다.


“사망한 채로 발견됐답니다.”

“젠장. 사인은?”

“매리언 군의관이 시간을 두고 검시한답니다. 시신이 너무 얼어있어서 지금은 손을 대기가 어렵답니다.”


“매리언과 통신을 해봐야겠군.”

“지금 다시 불통입니다. 태풍의 눈이 지나가고 다시 태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연락이 왔을 때 깨우지 그랬나.”

“너무 곤하게 주무셔서 깨우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깨웠어야지.”

맥스의 말투가 짜증스러웠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자네가 미안할 일이 아니야. 내가 너무 잤어. 함교로 다시 가봐야겠군.”

맥스는 다이안에게 괜한 짜증을 부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맥스와 다이안이 막 함장실을 나가려 할 때 함 내 통신망으로 맥스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함장님. 3번 격납고로 와 주십시오. 함장님. 지금 바로 3번 격납고로 와 주십시오.”



“무슨 일이지? 가 보도록 하지.”

두 사람이 함장실을 나섰다.


두 사람은 함선의 동강 난 후미 부분 격납고로 향했다.

그곳에는 태이도 와 있었다.


외부로 함 내 온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선체 일부 강판을 절단해 막아놓았던 곳을 마치 뾰족하고 긴 창같이 생긴 커다란 얼음들이 곳곳의 강판을 뚫고 들어와 있었다.


“쌓였던 눈이 얼면서 팽창을 하는 모양입니다.

그것이 약한 부분의 강판을 뚫고 들어온 것 같습니다.”

함장 일행이 도착하자 넬슨은 함장에게 현재의 상태를 설명했다.


병사들은 뚫고 들어온 얼음에 밀려 찢어진 강판을 떼어내고 있었다.


“막아놓은 함선의 동강 난 부분이 다 이런 모양인가?”

“아닙니다. 다른 곳은 괜찮습니다. 유독 이곳이 약했던 모양입니다.”


“트라이던트 호 주위에 쌓인 눈들이 얼면서 함선을 압박하는 것 같군요.”

다이안이 얼음이 뚫고 들어 온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간혹 이곳에서 뭔가 찌그러지는 소리가 들려오긴 했습니다.

오늘 점검해 보니 이 모양이더군요.”

넬슨이 손으로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트라이던트 호 주변의 눈을 제대로 치우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야.

태풍이 지나가면 함선 주위의 눈과 얼음을 가능한 한 모두 제거해야겠어.”


“얼음이 계속 뚫고 들어올 텐데 이곳은 어떻게 할까요?”


“이곳이 우리 함선에서 가장 큰 격납고 일부 아닌가? ”


“맞습니다. 동강 난 격납고 일부 구간입니다. 저 얼음이 계속 팽창하면 이곳 격납고와 내부 수송로가 온통 얼음으로 가득 찰 겁니다.

더 팽창한다면 함 내로 계속 뻗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맥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태풍이 멎어서 함선 주위의 눈과 얼음을 제거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이 격납고를 얼음 창고로 만들어야겠어.

저 얼음 창들이 함 내 주요 구간으로 들어오는 것은 막아야 해.

이곳이 아직은 빈 공간이 많으니 이곳을 얼음 창고로 만들자고.”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격납고로 뚫고 들어오는 얼음 덩어리들을 잘라버리는 게 좋겠어.

이 격납고 공간을 얼음에 내주어도 되니. 함선 외부의 눈과 얼음을 다 제거한 후 이곳에 쌓인 얼음을 처리하는 것으로 합시다.”

함장의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는지 잠시 고개를 젓던 넬슨은 이내 그의 말을 이해한 듯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더 크고 긴 얼음 덩어리가 격납고를 지나 함 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미리 잘라버리자는 말씀이군요.”


“크고 길수록 얼음의 힘도 강하지 않겠소. 미리 싹을 잘라야겠지.”


“알겠습니다.”

넬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잘 들어. 지금부터 이 격납고에 들어온 얼음 덩어리들을 제거한다.

모두 준비들 해. 스펜서 상병. 가서 레이저 절단기를 가져오게.”

넬슨이 그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병사들을 독려했다.


“우리는 함교로 가지. 태이 대장, 자네도 같이 가세.”

마침 격납고 상황을 점검하러 온 태이를 마주친 맥스가 그를 불렀다.

맥스와 다이안 그리고 태이가 함교로 향했다.



맥스는 함교로 향하는 도중에 태이에게 사카이 일병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함교로 들어온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통신장비로 향했다.


“여전히 통신 불능입니다. 태풍이 지나가야 할 듯합니다.”

다이안이 기지와의 통신 시도를 여러 번 반복한 후 말했다.



“트라이던트 호의 통신 안테나가 이렇게 그리울 때가 없군요.”

태이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나의 항성계를 모두 커버하고도 남을 막강한 트라이던트 호의 통신장비가 우주 감마선에 녹아 버린 후 무용지물이 된 것은 여러모로 안타까운 점이었다.


상대적으로 가까이 있는 가이아 행성이나 티타라디움 전초기지에 연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거센 태풍 속에서도 통신이 원활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기다려 보세. 어떻게 된 일인지 곧 알게 되겠지.”

맥스는 창밖의 눈이 휘몰아치는 것을 보며 말했다.

그는 일련의 사태에 불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카이 일병의 시신은 A동 막사 우측 전자기 충격 울타리 앞 눈 속에서 발견되었다.


매리언은 양손을 앞으로 뻗은 채 잔뜩 굽은 자세의 사카이 시신을 여기저기 살폈다.

얼굴은 온통 얼음으로 덮여 있는 통에 어떤 표정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시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부러져 버린, 손가락이 없는 오른손, 그리고 손가락을 뻗은 왼손의 모양이 마치 무엇인가를 가리키듯 했다.


방한복의 왼쪽 옆구리 부분이 찢어져 있었고 등에는 전자기 충격 울타리의 격자선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얼음 같은 시신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었다.


‘사카이. 어떻게 된 것이야?

왜 밖으로 나간 거야?

자네한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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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환상. +1 23.05.08 103 4 12쪽
141 마지막 전투. +1 23.05.05 105 4 12쪽
140 최후의 방어선. +1 23.05.04 99 4 12쪽
139 분노한 자들. 23.05.03 96 4 13쪽
138 치열한 전투 그리고..... 23.05.02 98 4 13쪽
137 침투. 23.05.01 106 3 12쪽
136 채찍질. 23.04.29 102 4 12쪽
135 배신자에 의해 깨지는 협상. +1 23.04.27 100 4 13쪽
134 타쿠보루마나 인. +1 23.04.26 102 5 12쪽
133 협상. +1 23.04.25 103 4 13쪽
132 바디랭귀지. +1 23.04.24 110 4 12쪽
131 위험한 첫 대면. +1 23.04.21 103 4 12쪽
130 적의 심장으로. +2 23.04.20 11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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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비현실적 사냥. +2 23.04.18 114 4 12쪽
127 문명인 +1 23.04.17 119 4 11쪽
126 연민. +1 23.04.14 120 4 12쪽
125 최후를 맞은 자. +1 23.04.13 111 4 11쪽
124 네 개의 팔. +1 23.04.12 108 4 12쪽
123 작은 악마들. +1 23.04.11 104 5 12쪽
122 숲의 경고. 23.04.10 103 3 12쪽
121 인간들. +1 23.04.07 115 4 11쪽
120 검은 날개와 6개의 뿔. +1 23.04.06 112 4 12쪽
119 아름답고 위험한 숲. +1 23.04.05 109 4 11쪽
118 식인식물. +1 23.04.04 109 4 12쪽
117 추격. 23.04.03 115 4 12쪽
116 슬픔을 묻고. +1 23.03.31 116 4 12쪽
115 죽음의 계곡 2 +1 23.03.30 111 4 12쪽
114 죽음의 계곡 1. +1 23.03.29 113 4 14쪽
113 계획된 피살. +1 23.03.28 108 4 12쪽
112 추적. +1 23.03.27 109 4 11쪽
111 흔적. +1 23.03.24 109 4 12쪽
110 귀환 +1 23.03.23 116 4 11쪽
109 역경 +1 23.03.22 111 4 11쪽
108 중간지점. +1 23.03.21 109 4 12쪽
107 두명의 특수기동대원. +1 23.03.20 116 4 12쪽
106 고단한 여정. +1 23.03.17 121 4 11쪽
105 괴물들의 혈투. +1 23.03.16 112 4 12쪽
104 유인 +1 23.03.15 112 4 12쪽
103 최후를 맞는 자들. +1 23.03.14 116 4 13쪽
102 쫓기는 자들. +1 23.03.13 117 4 13쪽
101 일행을 뒤쫓는 괴물들. +1 23.03.10 117 4 12쪽
100 낙오자. +1 23.03.09 121 4 12쪽
99 가혹한 상황의 여정 +1 23.03.08 123 5 12쪽
98 또 다른 자들. +1 23.03.07 114 4 12쪽
97 고단한 여정의 시작. +1 23.03.06 12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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