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영화배우 마약 밀매 사건 (10)
[21]
“그 사람··· 예전에 공룡파라는 조직에 있었다고 저에게 말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에는 새로 생긴 그··· 이름이 뭐였더라······ 아! NG파라는 폭력조직의 고문을 맡았다
고 말했었습니다!!”
“공룡파랑 NG파요?!”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익숙한 이름들에 형사들이 깜짝 놀라는 듯했다.
“일단 김 형사, 이 행동대장이라는 사람 있잖아. 이름이··· 아, 이동민. 이 사람 이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일단 신원조회 한 번 해봐.”
취조에 합류한 팀장의 말에 김 형사가 잽싸게 취조실 밖으로 나갔다.
이어서,
옆에 있던 고 형사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이내 전화를 끊고는 팀장을 보며 말했다.
“교류청 광수대 동기한테 물어봤는데, 우리한테 넘겨받아서 NG파에 대해 수사할 때 이동민이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NG파에 대해 낱낱이 수사가 이뤄지긴 했답니까?!” 무 형사가 물었다.
“워낙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보니까 광수대 애들도 수사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은 것 같아. 목소리를 들어보니 별로 건진 게 없는 것 같더군.”
“제가 그 공룡파 조직원 윤백호 씨한테 한 번 전화해볼게요.”
무 형사는 곧바로 윤백호에게 전화를 걸어 행동대장 이동민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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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전화를 끊은 무 형사가 말했다.
“전혀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합니다. 아마 조직에 있었던 사람이 맞다면, 실명 확인도 어려울 정도의 위치에 있었던 사람일 거라고만 말하네요···.”
그때, 팀장에게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그 통화에서 한국마이제약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이 기각됐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증거가 불충분하여 압수수색의 필요성이나 사안의 긴급성 등이 인정되지 못한 것이다.
이를 전해 들은 고 형사는 곧바로 팀장에게 테이블에 놓여 있던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
“팀장님, 일단은 백동현 씨가 작성한 마이제약 내에 존재한다는 그 조직에 속한 사람들에 대해 수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흠···, 그럼 일단 어디든 협조 가능한 곳에 부탁해보고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팀장님, B 사망한 거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됐답니까?”
나가려는 팀장을 붙잡고 최 형사가 물었다.
“아직 오리무중이야. 언제쯤 밝혀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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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나가고, 무 형사가 다른 형사들을 보며 말했다.
“지난번 초등생 연쇄 납치랑 불법 임상시험 혐의로 저희가 마이제약 관련해서 수사할 때, 이런 조직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지 않습니까?”
“없었어! 알았으면 우리가 가만히 안 있었지···” 최 형사가 대답했다.
“그 뒤에 합동수사본부가 수사를 했는데도 마약 관련해서는 뭔가 나온 게 없었으니까 관련해서 저희에게 아무 소식도 알려진 게 없을 거고요?”
“물론 그렇겠지.” 고 형사가 말했다.
그 순간, 김 형사가 취조실 문을 벌컥 열고 허겁지겁 달려 들어오며 말했다.
“있습니다!!”
“뭐가 있다는 거야?!” 최 형사가 말했다.
“이동민이요! 행동대장! 신원 확인됐습니다!!”
“그래?!”
“백동현 씨가 말한 그 사람이 맞고, 전과 없고 교통 법규 위반도 하나 없습니다!”
“주소는?!”
“교류시요!”
“지금 바로 가시죠?!” 최 형사가 고 형사를 보며 말했다.
“그럼 내가 여기 남아있을 테니까. 최 형사, 김 형사, 그리고 무 형사도 주소지로 출동하도록 해. 팀장님께는 내가 전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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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세 형사가 행동대장 이동민의 주소지로 출동하고, 홀로 남은 고 형사가 백동현에 대한 신문을 이어갔다.
“백동현 씨. 이어서 다시 묻겠습니다. 이동민이라는 이 사람이 강유재를 죽이라고 한 것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시를 내렸었죠?”
“그때는 공중전화로 연락을 해왔습니다. 특별할 건 없었습니다. 클로이 김으로부터 전화가 오면 시키는 대로 말을 전하는 것이었죠.”
“당신이 그때 한 짓은 살인교사입니다. 전혀 죄책감이 들지 않았습니까?”
“······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클로이 김이 강유재를 죽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미 아시겠지만, 저도 제정신은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붕 떠 있었죠. 그래서······”
“한심하군요. 진짜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건 당신이 여태껏 저질러왔던 그 어떤 범죄와도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시겠습니까.”
“······”
“클로이 김은 어떻게 찾아냈습니까.”
“저도 잘 모릅니다···. 말했다시피, 저도 그냥 한낱 꼭두각시 인형에 불과하니까요···”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둔 고 형사의 핸드폰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예, 말씀하시죠. - 예. ··· 예-?! ······ ······ 예. ··· 예,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 형사가 전화를 끊자, 백동현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윽고 고 형사는 전화를 받았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 동생, 찾았습니다.”
“······ 예?!! 정말입니까?!!”
“예.”
“어, 어디서요?!!”
“부산에서 발견됐습니다.”
“무, 무사합니까?!!”
“무사합니다.”
“왜, 도대체 왜 부산에 있었답니까?!!”
“··· 백동현 씨. 본인 동생이 본인이 취급하던 마약의 일부를 빼내 개인적으로 판매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예···?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신 동생이 당신이 취급하던 마약의 일부를 빼내 판매해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진술에 의하면, 당신이 모종의 이유로 숨게 되었을 때 비로소 본인도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당신을 쫓아다니던 그 약쟁이라는 사람을 당신 동생의 집에서 체포한 그 날, 불과 몇 시간 전에 당신 동생은 편의점에 다녀와 여느 때처럼 계단을 통해 집으로 올라갔답니다. 그런데 하필 그때 본인의 집으로 누군가 몰래 침입하는 걸 목격했답니다. 그래서 자기가 한 짓이 들킨 줄 알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길로 부산으로 도망쳐 내려가 잠적했고요. 그 이후 우리가 당신을 체포하기 위해 그 집을 찾았다가 그 약쟁이를 체포한 겁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하······”
백동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본인들은 강유재 씨 전 매니저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을 알고는 평생 두 다리를 못 쓰게 만들어놓고, 정작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그런 짓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군요.”
“예?! 그게 무슨 말이죠?”
백동현이 고개를 치켜들며 물었다.
“본인들이 강유재 씨 전 매니저의 차량을 조작해 고의로 사고를 유발했다는 사실을 전 매니저에게 이미 다 들었습니다.”
“서, 설마··· 행동대장이 처리한다고 했던 게······ 다, 다리를 못 쓰게 만들었다고요···?”
“전혀 몰랐습니까?”
“전 매니저 그 사람이 그런 짓을 했다는 건 얼핏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사람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자세히는 듣지 못했습니다··· 강유재에게도 자세히 묻지 않았어서 잘 몰랐는데··· 그런데 그렇게까지··· 행동대장 그 사람, 정말 잔인한 사람입니다···.”
백동현이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며 다시 한번 고개를 떨궜다.
그러던 그때,
김 팀장이 전화를 받으며 취조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확실해?! 거기 안 산다고? 하- 일단, 이웃집에 수소문해보고 서로 복귀해.”
고 형사가 전화를 끊은 팀장에게 물었다.
“행동대장 이동민, 주소지에 안 산답니까?”
“그렇대. 전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더래.”
“하··· 이거 진짜 복잡하게 됐네요.”
“아- 참 진짜. 이 자식을 빨리 잡아야 사건이 끝나는데-!”
그런데 그때,
취조실 문이 다시 한번 벌컥 열렸다.
들어올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하게 취조실 문이 열린 것에 깜짝 놀란 팀장과 고 형사는 흠칫하며 재빠르게 문 쪽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누가 봐도 다급하게 뛰어온 듯 숨을 헐떡거리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티, 팀장님-!! 본인이 강유재 마약 사건의 주동자라며 자수하러 왔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뭐?!!”
팀장과 고 형사는 그의 말을 듣고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22]
교류경찰서 취조실.
자신이 이 사건의 주동자인 이동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김 팀장과 고 형사와 마주보며 앉아 있다.
반삭발 머리를 한 제법 큰 덩치의 그 남자는 누가 봐도 쉽게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험상궂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팀장과 고 형사는 손에 쥐고 있는 이동민에 대한 신상정보 파일을 한번 들여다보고는 서로를 힐끔 쳐다보았다.
신상정보 파일 속 남자는 분명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같은 사람이었다.
“자수하러 오셨다고요.”
고 형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예.”
남자가 초점 없는 눈빛으로 마주 앉은 팀장과 고 형사의 중간쯤 어딘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무엇을요?”
“··· 강유재와 관련된 이번 마약 사건에 대한 모든 것을요.”
“자수를 결심한 이유가 뭡니까?”
“죄책감 때문입니다.”
“······ 그럼 본인이 이 사건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말씀해보시겠습니까.”
“마약을 국내로 들여왔습니다. 그리고 여러 경로를 활용해 그 마약을 판매했고요. 그 유통 경로 중 하나가 강유재였습니다.”
남자의 말을 들은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고 형사가 본격적으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마약을 어떻게 국내로 들여왔습니까?”
“동남아와 중국, 미국으로부터 들여왔습니다. 국제우편으로 주로 받았고요. 돈을 주고 명의를 빌려 각종 소포로 위장해 받기도 했고, 불특정한 주소지로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받았다기엔 양이 너무 방대한데요.”
“소량씩 받았지만 셀 수도 없이 많은 건수의 우편을 전국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그 정도 양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릴 뿐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 메인 루트 외에 다른 경로도 물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 좀 다른 걸 묻죠. 본인은 한국마이제약에서 보안팀 팀장으로 근무하시죠?”
“예.”
“한국마이제약 내에 마약을 다루는 사조직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계시고요?”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이봐요! 그거에 대해서 진술한 사람이 있어요!” 팀장이 테이블을 내리치며 말했다.
“······ 백요한, 그러니까, 개명 전 이름은 백동현, 아닙니까?”
“······”
“그 사람, 정신이 이상한 사람입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 사람, 항상 약에 취해 있기도 했고, 정신 이상으로 진료도 받았던 사람입니다. 물론, 그 사람도 제가 약을 유통한 경로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지만 회사 내에서 뭐요? 마약을 다루는 사조직이요? 그런 건 절대 없었습니다. 설마, 정신이상자의 증언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아니겠지요?”
“······ 본인이 그 조직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행동대장이요? 하, 재밌네요···. 행동대장이 아니라 제가 제일 꼭대기에 있는 사람입니다.”
“본인이 이 모든 일의 주동자라고 주장하시는 겁니까?”
“제가 우두머리이고 이 사건의 모든 상황을 관리하고 움직였던 사람입니다. 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증거들을 가지고 있으니 뭐, 한번 확인해보시죠.”
“이봐요! 마약을 밀반입해서 국내에 유통시키고, 강유재에 대한 살인을 교사하고, 강유재 전 매니저의 사고를 고의로 일으킨 그 모든 것을 본인 혼자 주도했다고 제 발로 경찰서로 걸어와 자백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그걸 지금 우리더러 믿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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