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입니다만, 성불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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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우하
작품등록일 :
2023.01.02 17:10
최근연재일 :
2023.02.2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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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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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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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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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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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2장. 무명(無名) - 23




DUMMY

- 오늘 데리러 온 무명은 태자귀(太子鬼)다. 스스로의 의지로 그리 된 것은 아니지만...


태자...귀...? 태자귀(太子鬼) 혹은 태주(太主)라 함은 태아.. 혹은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아이가 영가가 됨을 이르는 말이었다. 태자귀라면 수현씨는...


‘언니가 입원을 하게 된 건 출산 때문이었어요.’


순간 전날에 지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출산, 그리고 차사가 말한 태자귀가 합쳐지니 비로소 답이 보이고 있었다. 그럼... 그렇다면... 무명은 희선이 아니라 사고로 죽은 희선의 아이라는 말이가...?


- 모성이란 것은 생각보다 깊은 것이다. 그것이 죽은 아기를 자신의 생령으로 덮어 차사에게 숨겨 천명을 어기는 것이라도 말이지..


차사의 말에 연호는 머리가 땡하고 울리는 기분이었다. 묻어있던 생령. 출산과 거의 동시에 죽어버려 이름 한 번 불리지 못한 무명이 된 아기. 수현과 같은 생김새는 아마 어미인 희선의 모습을 보았기에 그 모습을 한 것이리라. 혼은 모습이 없었다.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희선이 쓰러지던 당시의 모습을 생각한 자신이 틀린 것이었다.


- 계산된 것도 아니고, 무를 배운 것도, 신을 담은 것도, 생령으로 다른 혼을 덮는 방법을 아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아기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육신을 벗어나 생령이 되어 자신의 아기를 찾았고 죽은 아기를 뺏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신의 생령으로 아기의 혼을 덮어 차사가 볼 수 없게 만든 것이지.


희선이라 생각하고 억지로 맞췄던 상황이 자연스레 풀렸다. 무엇 하나 겪은 적 없기에 세상이 신기했을 것이었으며, 걷는 대신 자유로이 날았으며, 이름 조차 불리기 전에 죽었기에 무명이었다. 슬아가 말했던 공양을 받지 못했다는 것도, 아마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 그랬을 것이다. 강가의 조장은 아기를 보낸 희선이 아니라... 아기의... 수현의 조장이었던 것이다.


“아니, 형님. 그러면 도대체 무명이 왜 찬영씨에게.. 아기인데 이미 죽을 운명이었다면 그때 말씀하신 연이라는 것은 대체..”


생각해보면 차사가 처음와서 이야기했던 인연이라는 것도 희선과 찬영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희선을, 수현을 찾았다는 생각에 잊고 있었다. 하지만 죽어 사라진 태자귀와의 인연이라니...


- 해줄 수 있는 말은 없구나. 태자귀라는 것은 어차피 알게 될 사실이니 너에게 일러주어도 상관은 없지만, 내세의 이야기는 천기이니 내 너에게 다 이야기해 줄 수 없구나.


천기라는 핑계로 정확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그였지만, 내세라는 이야기가 나온 시점에서 연호는 알 수 있었다. 아기는 윤회로 새로운 생을 얻고, 새로운 생을 얻은 아기가 천명대로 태어났다면 대략 16~18세 정도일 것이다. 그가 연호에게 첫 날 말했다는 찬영과의 연은 아마 수현의 내세의 연이었을 것이다.


“그럼 지금 찬영씨는 혹시...?”


거기까지 생각이 든 연호는 조금 전 찬영이 있던 방향으로 급히 뛰어가기 시작했다.



=====



자신도 모르는 곳으로 전력을 다해 찬영은 뛰고 있었지만 그가 드는 생각은 오롯이 수현이었다. 그녀가 자신을 불렀고 마치 운명인양 본능인양 자신은 뛰고 있었다. 어딘지 모른다. 하지만 수현이 있는 곳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길이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수현이 있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그저 똑바로 달렸다. 어디로 가는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본능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것일까? 상관없었다. 지금은 그녀를 만난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지구력이 약했던 그의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랐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수현이 있다. 그 생각만으로 그는 계속 달렸다. 얼마나 먼 거리인지 긴 시간인지 모르지만 달리던 그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아..”


찬영이 도착한 곳은 수현과 만난 첫 날. 그녀의 기억에서 보았던 그 장소였다. 가을의 배경이었던 그때와는 다르게 봄이기에 푸르른 들판이었지만 분명 그 곳이었다.


“수...현아..”


있었다. 분명히 있었다. 조금전까지 수현이 왔다는 이야기에도 그녀를 볼 수 없었던 찬영이었지만 지금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 찬영?


그녀 역시 찬영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 느려졌던 발걸음이 다시금 빨라졌다. 이윽고 수현의 앞에 선 찬영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디 갔었어! 찾았잖아.”


눈물이 났지만 기뻤다. 활짝 웃으며 맞이하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눈물에 그럴 수가 없었다. 고작 이틀. 아니 이틀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을 떨어져 있었지만 그리움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컸다.


한 품에 안을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가 손을 뻗어도 만져지는 것은 없었다. 아련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음에 안타까웠지만 그것 이상으로 그녀가 보이고 들리는 것에 기쁘고 행복한 찬영이었다.


- 엄마가 불렀어. 찬영 미안. 찬영이 보고 싶어서 불렀는데, 찬영 왔어!


모든 상황을 알 리가 없는 찬영은 수현이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이렇게 다시 보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이었다.


“응. 그래서 엄마 만났어?”


- 응! 엄마 만났어!!!


모친, 희선을 만나고 찬영을 만났다는 것이 즐거운 것인지, 그녀는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찬영의 주위를 신이 나서 빙빙 돌아 날고 있었다.


“찬영씨!”


저 멀리서 연호가 그를 발견하고는 달려오고 있었다. 찬영의 눈에는 수현만 보이고 있었지만 연호의 눈에는 찬영과 함께 있는 수현을 제외하고도 희선이 보이고 있었다. 모녀이라서인지 똑닮은 모습과 기운. 수현은 여전히 장난끼 많을 것 같은 똘망한 눈으로 찬영을 보고 있었지만, 희선의 영은 어미의 자애로운 눈빛을 가득 담은 상태였다.


“수현씨! 어디갔었어요. 찬영씨가 많이 찾았어요..”


- 엄마가 불렀어. 미안.


연호의 말에 수현은 조금 전 찬영에게 했던 말과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수현의 대답에 연호는 빙긋 그녀를 향해 웃었다. 아니 웃으려 했다. 하지만 일그러진 표정, 웃지도 그렇다고 우는 것도 아닌 기묘한 표정이 되었다.


연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찬영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쁨과 슬픔이 묘한 표정의 찬영. 연호는 찬찬히 입을 열었다.


"...찬영씨.. 오늘 초혼제는 수현씨가 아니라 수현씨 어머님이예요. 그리고... 수현씨는...어...아...차사와 같이..그러니까.. 가야 하는...죄송해요...”


수현은 이미 죽었고, 예정대로 저승으로 가야한다는 말을 꺼내야 했다. 지금 다시 만나 재회의 기쁨을 누리는 찬영과 수현에게 하고 싶지는 않은 말이었지만 꼭 해야만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찬영의 대답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갑작스러운 연호의 말에 화를 낼 수도, 부정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이별을 이미 알았던 것처럼 그저 슬퍼할 뿐이었다. 슬픔을 꾹꾹 눌러 담고 있었지만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인하여 그의 감정이 전해졌다. 연호의 말에도 수현에게 눈을 뗴지 않은 채로 찬영이 입을 열었다.


“정말... 수현이는... 정말... 죽은 거군요..”


따지고 본다면 처음과 바뀐 것은 없었다. 수현이 죽은 귀신이고 일주일 정도 후에 저승으로 보냅니다라고 연호가 처음에 말했던 것에서 바뀐 결말은 없었다. 달라진 것은 중간 과정이 조금 달랐으며, 그것을 맞이하는 찬영의 마음이 달랐다.


“시간을 더 드리고 싶지만... 차사가 찾아왔어요...”


“...”


연호의 말에 찬영은 한걸음 수현에게로 다가갔다. 일그러진, 감정이 뒤섞인 찬영의 표정과 다르게 이제 이별을 고해야 한다는 것을 아직 자각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 수현의 표정은 슬픔이 아닌 찬영과 모친을 다시 만난 기쁨만이 가득했다.


“수현아, 즐거웠어?”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에 수현에게 말하 듯 억지로 목소리를 짜낸 찬영이 물었다.


- 응! 찬영이 신기한 거 많이 보여주고 데려갔어! 재밌었어!


기쁨의 크기만큼이나 큰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날고 있는 수현을 보고 찬영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직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인 상태였지만 기뻐하는 수현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마지막이었다. 이번 생에는 아마 다시 없을 마지막.


“수현아, 우리 다음에 또 놀러갈까?”


- 응!


찬영의 말에 신이 난 듯 어느 샌가 찬영의 옆으로 날아와 허공 대신 그의 주변을 뱅글 도는 수현.


“다음에는 놀이기구도 타러 가자.”


- 응!!


찬영은 빙글 도는 수현을 계속 지켜보았다. 아마 마지막이기에 끝까지 그녀를 눈에 담고 싶은 듯 했다.


“같이 맛있는 것도 먹자.”


- 응! 그래!!


맑은 눈,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한 수현. 찬영은 그녀를 눈에 담았고, 기억에 남겼고, 가슴에 새겼다.


“그러니까... 다음에도 나 불러줘야 해. 다음에도 수현이가 나 찾아줘야 해. 다음에도 꼭.. 내 앞에 나타나 줘야 해... 알았지?”


- 응! 내가 찬영을 찾을거야!!


찬영은 빙긋 웃어보였다.



=====



찬영과 수현이 마지막 작별을 나누는 동안 연호는 수현의 모친, 희선을 설득하고 있었다. 이미 죽어버린 영. 희선이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해도 이미 육신이 사라진 수현은 그저 구천을 떠도는 객귀가 될 뿐이었다. 차라리 윤회로 새로운 생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것이라고 그녀를 설득했다. 이미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수현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희선이기에 절대 듣지 않을 것 같은 자세를 취했지만 이내 그녀는 흔들렸다.


“저 두 사람.. 희선씨가 아기의 영을 숨기지 않았다면, 환생을 해서 행복하게 살았을 둘입니다. 행복해보이지 않나요? 그런데 이별을 해야 해요. 내세의 연은 없었던 것이 되었어요. 물론 몰랐겠죠. 그저 아기를 지키고 싶었던 것 알아요. 그렇지만.. 그저 혼이 되어 떠도는 것... 그리고 다시 생을 얻어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어느 것이 더 나을까요...?”


연호의 말에 조금씩 흔들리는 희선의 눈빛. 그녀의 앞에 있는 둘은 어미인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인연이었다. 그런 그들의 연을 자신이 막은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샌가 그들의 곁에 온 차사가 희선의 앞에 서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


- 천기(天紀)입니다. 그러니 지금이 지나면 잊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내 손으로 그녀의 눈을 감겼다.



=====



잠시 어두워진 시야, 그리고 아기가 보였다.

모습은 달라졌지만, 희선은 알 수 있었다.

아기는 자신의 딸이었다.

그녀가 다시 태어났다.

그녀의 곁에 있을 때만큼 작고 어여쁜 아기.

3남 1녀 중 막내.

마지막으로 태어난 곱고 소중한 막내 딸에게 오빠들은 그리고 그녀의 부모는 온 애정을 다 쏟아부었다.

너무 애지중지 했던 탓일까?

걸음마는 조금 느렸지만 생글 웃는 표정과 옹알이 그리고 처음으로 입을 떼고 말을 하는 날까지 수현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눈에 사랑이 걸려 있었다.

하루 하루 나이가 차고 어느샌가 학교를 다니는 그녀는 어디서나 사랑받는 존재였다. 여린 마음에 눈물을 쏟기 일쑤였고 그런 마음탓에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였지만, 그와는 반대로 항상 그녀를 보듬고 살펴주는 이들이 있었다.

그 흔한 사춘기도 반항기 한번 없이 곱고 바르게 큰 그녀는 20살이 되어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했다, 가족들이 모여 그녀를 축하하며, 대학 준비로 바쁘고 행복한 날을 보냈다. 대학에 다니며, 누군가의 소개가 아닌 몇 번이나 운명이 이끄는대로 그녀는 군대를 다녀온 찬영과 만났다. 운명의 자연스러운 이끌림으로 한 번 두 번 마주하며 둘은 점점 서로를 의식하게 되었다. 찬영이 용기 내 사랑을 고백하고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시작으로 둘이 이야기가 펼쳐졌다, 어여쁜 여동생을 아무에게나 줄 수 없다며 찬영에게 짓궂은 장난을 거는 그녀의 오빠들이지만 내심 찬영을 마음에 들어했다.

시험 날 동그란 안경을 쓴 그녀가 예쁘다며 한참이나 뚫어져라 쳐다 보고는 사랑스러운 듯 꼬옥 끌어 안아주고,

멜로 영화를 보며 한참이나 서럽게 우는 모습에 말없이 다독여 주었으며,

아파서 헬쑥해진 그녀에게 한달음에 달려와 약을 주며 잠이 들 때까지 간호해주고,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운전대를 잡고 처음으로 운전하는 그녀의 옆에 앉아 잘한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찬영.

모든 눈길에, 모든 손길에, 모든 말투에 사랑이 있었고, 행복이 깃들었으며, 따스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손길에 사랑에 행복에 끝에는 찬영이 있었다.



자신은 몰랐던, 그렇게 행복한, 행복했어야 할 날들이 희선의 눈에 보여졌다.



=====



- 흐흐흑...흑...


태어나서 한 번도 안아보지 못했던 아이였기에 그녀는 지키고 싶었다. 자신의 뱃속에 품었던 생명이었기에, 그 생명이 꺼져다 하여도 그녀는 자신의 곁에 두고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틀렸음을 느꼈다. 차사가 보여준 그녀의 내세는 자신의 생각보다 고왔고 행복했으며 아름다웠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정이라는 이유로 그녀와 그녀의 딸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슬러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기에 자신의 딸은 저런 행복을 누릴 수가 없게 되었다.


- 그대의 딸은 이미 삼세인과에 쌓아온 덕이 많아 지금이라도 윤회를 한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이제 그만 놓아주시지요.


차사의 말에 희선은 그대로 주저 앉았다.



=====



- 엄마?


어느 샌가 연호와 차사의 앞에서 주저 앉아 울고 있는 희선을 보았다. 수현은 곧장 그녀에게로 날아가 그녀의 팔을 잡고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하염없이 흘리는 눈물. 그리고 수현을 보자마자 와락 그녀를 품에 안았다.


- 미안하다 아가. 미안해. 내가 욕심을 부렸어.. 정말 미안하다 아가..


- 엄마..?


갑자기 자신을 끌어안고는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은 지금의 상황을 수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슬픔에 동화된 듯 글써이다 이내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 흐아아앙.. 엄마 왜 울어... 흐아앙..





수현을 붙들고 한참이나 울던 희선이 눈물을 삼켰다. 새빨개진 눈이야 어쩔 수 없지만은 숨을 고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희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수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 아가. 저기 아저씨랑 가 있을래? 금방 다시 만날거야. 그러니까 저기 아저씨랑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줄래?


- 아저씨?


- 응, 저기 저 아저씨. 엄마 금방 갈테니까, 꼭... 꼭 다시 엄마 딸 하자..? 응..?


차사를 가리키며 희선은 말했다. 자신을 19년이나 기다리고 잡아주었던 이들을 버리고 떠날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수현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수현을 안심시키기 위해 곧 만나자는 말을 했다. 그리고 꼭 다시 자신의 딸로 만나자는 말도. 잠시 우물쭈물 거리며 차사를 보던 수현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 응! 빨리 와야 돼?


- ..그래. 아가. 꼭 엄마 딸로 다시 만나...



=====



수현밖에 보이지 않는 찬영이었기에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략적으로 그녀의 모친과 이별을 이야기 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야 한다는 것도.


“수현아... 다음에도... 꼭 먼저 찾아줘야 해... 나타나 줘야 해...?”


먼 발치서 지켜보던 찬영이 수현의 앞으로 와 말을 걸었다. 그의 말에 수현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계미년 시월 여드레 묘시생 무명, 무명..


눈물이 차올랐지만 마지막의 모습을 담기 위해, 그리고 수현에게 웃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찬영은 눈물을 삼키고 억지로 웃었다. 그 모습이 수현의 눈에는 우스워 보였는지 까르르 웃고 있었다.


생사부를 보며 무명이라고 망자의 인도를 위해 그녀를 부르던 차사가 잠시 멈칫했다. 잠시 생사부를 바라보던 차사는 지금까지의 근엄한 분위기와 차가웠던 무표정과는 다르게 살짝 웃었다.


- ...천수현.


“잘가! 수현아...!”


삼창을 하던 차사가 마지막으로 천수현이라며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리고 수현은 웃으며 사라졌다.


- 털썩.


“간...거죠?”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인 찬영이 물었다. 보일 리 없지만 연호는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풀썩.


“아...으...윽...흑...”


마지막으로 지탱하던 힘이 풀림에 찬영은 엎드리 듯 자리에 쓰러졌다. 마지막의 그녀 모습을 담기 위해 억지로 눌러 삼켰던 울음을 터지 듯 새어나왔다.




유난히 푸르른 오월의 해가 차오르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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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4장. 백일초(百日草) - 02 23.02.14 28 1 11쪽
62 4장. 백일초(百日草) - 01 23.02.13 37 1 11쪽
61 2부. 프롤로그 23.02.08 41 2 8쪽
60 3장. 삭월(朔月) ː 달이 지는 밤 - 에필로그 +2 23.01.30 51 3 10쪽
59 3장. 삭월(朔月) ː 달이 지는 밤 - 23(完) 23.01.30 42 3 12쪽
58 3장. 삭월(朔月) ː 달이 지는 밤 - 22 +2 23.01.27 49 3 13쪽
57 3장. 삭월(朔月) ː 달이 지는 밤 - 21 23.01.26 48 4 11쪽
56 3장. 삭월(朔月) ː 달이 지는 밤 - 20 <수정> 23.01.25 51 4 11쪽
55 3장. 삭월(朔月) ː 달이 지는 밤 - 19 23.01.24 50 3 12쪽
54 3장. 삭월(朔月) ː 달이 지는 밤 - 18 23.01.23 52 3 11쪽
53 3장. 삭월(朔月) ː 달이 지는 밤 - 17 +2 23.01.20 53 2 11쪽
52 3장. 삭월(朔月) ː 달이 지는 밤 - 16 +2 23.01.19 6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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