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사냥꾼 박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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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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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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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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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DUMMY

33화.


검문소가 닫힌 늦은 저녁.

텐트 안에 모여 잡담을 나누던 때에 나타난 남자.

한 번도 본 적 없는 특이한 복장이었지만 옷의 패턴을 봤을 땐 단순히 사냥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뒤로 느껴진 그 거대한 마나량은 그가 절대 사냥꾼일 리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만들었다.


‘왜 이런 실력자가 우리 텐트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검문소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들처럼 다음 날을 기다린다?

적적하다는 핑계와 함께 들어와 자리를 잡고 그것도 모자라 비싼 술까지?


가명을 쓰고 여러 가지 의뢰를 받아 해결해주는 해결사 허브.

그는 사냥꾼이라 했던 남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심히 지켜보았다.


술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내민 술병은 은화 8개 값을 하는 고급술.

그 술을 내민 것부터 수상했고, 붉은 곰에 대한 정보에 은화값이라는 말까지.

텐트에 있는 사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과 복장, 모든 것이 수상했다.


그리고 드워프에 대한 정보를 물었을 때.

허브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가능성이 팍하고 떠올랐다.


‘의뢰인이 말한 실력 좋은 용병?’


의뢰를 받아 베르톨로미움까지 올 때.

의뢰인이 고작 세 명의 인원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추가 인원을 붙여준다고 말했었다.

그의 정체가 의뢰인이 말한 용병이라면 이 수상한 상황을 납득할 수 있었다.


‘경매장에서 드워프만 빼 오면 되는 겁니까?’

‘그렇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드워프만 빼 오게.’


노예 경매에 나온 드워프를 빼돌리는 것.

정체를 숨기기 위해 노력한 티가 났지만 의뢰인이 끼고 있던 반지를 보고 얼추 상황이 그려졌다.


시그마 상단의 반지.

노예 경매의 주최인 토머스 상단과는 라이벌이자 상단 중에서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두 집단.

그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라이벌 상단을 훼방 놓고자 의뢰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드워프의 정체를 조사해보면서 무언가가 더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생전 처음 듣게 된 화약에 대한 정보.

마나 없이도 마법사의 마법과 비슷한 화력을 구현할 수 있는 물건.

시그마 상단은 이 드워프를 빼돌리는 것으로 토머스 상단을 견제하는 효과와 동시에 무언가를 몰래 계획하고 있다.


경매의 메인인 드워프를 빼내는 것만으로 토머스 상단의 평판이 깎여 내리는 건 당연했고.

드워프와 화약에 대한 정보로 뭔가 큰 것을 계획하고 있다는건데...


건드려선 안 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더 이상 알려고 했다간 목숨이 날아갈 것 같은 서늘한 직감.

지금껏 목이 붙은 채 비싼 의뢰 비용을 받으며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

맡은 의뢰를 반드시 성공해 내는 것도 있었지만 내면의 직감을 따랐던 것이 제일 컸다.

그 직감이 강한 두통을 동반한 서늘한 감각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목을 한번 쓰다듬으며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의뢰를 수락하는 것만으로 금화 다섯 개를 받았고 성공 보수로 금화 20개가 약속된 상황.

큰 금액엔 언제나 큰 책임이 따르는 법.

동료들을 보내 사전 조사를 맡긴 뒤, 드워프와 화약에 대한 정보를 들고 다음 날 토머스 용병 길드에서 그들과 만날 계획이었다.

시기상 이때쯤이면 의뢰인이 말한 용병과 접선했을 타이밍.


‘접선한 사람은 없었어.’

‘나도. 그보다 경매를 조금 앞당겼더군. 아무래도 참가자들한텐 다 전달한 모양이야. 어제부터 귀족들이 급하게 들어오던데. 허브 너도 접선한 사람이 없었어?’

‘있긴 한데...’


용병 길드에서 만난 동료들의 대답은 텐트에서 만난 남자가 의뢰인이 말한 용병일 가능성을 더 올려주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름이나 외형, 접선 장소나 시간을 정하지 않은 건지.

혹시나 늦게라도 전서구를 통해 전해줄까 생각했지만.

나도 먼저 와있던 동료들도 받은 게 없는 상황.

예정되어있던 것 보다 앞당겨진 경매에 지금이라도 합을 맞추지 않으면 시간이 촉박하다.

이런 상황에 나타난 남자.


검문소를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실력자가 일부러 다음 날까지 기다리는 것.

누가 봐도 조금 신기한 복장의 사냥꾼이라 생각하게 만들 의상.

비싼 술과 함께 은화까지 툭툭 내미는 것과 ‘드워프’의 정보를 묻는 것까지.

예정된 기간보다 앞당겨진 것까지 알았다면 빠르게 접선하기 위해 일부러 튀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밖에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남자가 용병 길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행?’


텐트 안에서 마나를 최대한 숨기고 있었다고 해도 저 정도 실력자라면 알아차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

용병 길드에 들어오자마자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 확신이 들었다.

눈짓만으로 의견을 교환한 세 사람.

허브가 먼저 그 남자에게로 움직였다.


*


우연한 두 번째 만남.

솔직히 한 마디도 나눠보지 않은 말 그대로 잠깐 스쳐 간 사람일 뿐이다.

눈인사만 건네고 말 생각이었는데...


“이런곳에서 또 뵙는군요.”


먼저 다가와 말을 건 남자.

어제는 가벼운 옷차림이기도 했고 말도 없었기에 존재감이 없었는데.

관절 보호대와 검까지 차고 있는 걸 보니 제법 용병 티가 났다.


“아예.”


그러더니 갑자기 얼굴을 들이미는 남자.

그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잡아당겼다.


“이렇게 노출해도 되는 겁니까?”


얼굴을 들이밀고 귓속말을 하는 남자.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노출의 ‘노’ 자도 허용하지 않는 회색 로브인데.

당연히 그 노출은 아닐 테니 다른 뜻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머리를 굴렸다.


‘노출... 정체를 알고 있는 건가?’


내 정체가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유명한 것은 아닐 텐데?


“이봐. 우리 동료도 왔으니 잠깐 밖에서 이야기나 나누자고.”


그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동료들을 불러내고 어깨를 잡아 입구로 끌었다.

뭐지? 골목길에서 어른을 보고 ‘야야 친한척해’ 하며 삥 안 뜯은 척 어깨동무하는 상황은.

충분히 뿌리칠 수 있었지만 혹시나 내 정체를 알고 있다면 어디에서 흘렀는지 궁금했기에 순순히 남자의 뒤를 따랐다.


길드의 옆 건물 골목길.

사람이 드문 주택가 쪽에 자리를 잡은 남자까지 다섯 명의 사람과 박중사.

벽면에 붙은 채 언제든 반응할 수 있게 단검에 손을 올려놓고 그들을 빤히 쳐다봤다.

말을 건 남자가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고 입을 열었다.


“어제는 설마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접선할 줄은 생각도 못 했거든요. 생각해보니 마나량도 그렇고, 드워프 질문도 그렇고.”

“그나저나 이런 일을 하실 실력자는 아닌 것 같은데 역시 확실하신 분이라니까.”

“그렇지? 나도 그래서 놀란 거야. 굳이 검문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사람이 텐트에 들어왔으니까.”


...?

아무래도 다른 누구와 착각하는 모양인데.

재밌게 돌아가네.

그의 동료로 보이는 사람들 중 텐트에 있던 사람은 없었고, 적대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아 가만히 입을 다문 채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무엇보다 남자의 입에서 ‘드워프’란 말이 나온 이상, 엮일 가능성이 높았고.


“아직 통성명도 안 했군요. 저는 허브, 이쪽은 차이, 여기는 터크입니다.”

“...”

“하하... 과묵하신 분이군요.”


어색한 웃음.

원래 접선하려는 자의 이름 정도는 들었을 수 있으니 말을 아꼈다.


생김새와 풍기는 분위기가 세 사람 모두 평범에 가깝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을 허브라고 소개한 텐트에서 존재감 없던 남자.

그 남자에게서 드뷔에르의 오두막에서 싸웠던 암살자의 반 정도 되는 마나량이 느껴졌다.


‘세 명. 한 번에 덤벼들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겠어.’


일이 꼬였을 때를 대비해 생각해봐도 해볼 만한 싸움.

수상한 냄새를 풍겼기에 지금 당장은 최대한 임기응변으로 대응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의뢰가 의뢰인 만큼 든든한 지원군이 생겨서 다행이긴한데... 급하게 모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경매장 내부 설계는 알고 계십니까?”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그가 앞장서 걸었다.


“경매 일자가 앞당겨져서 급하게 오셨나 보네요. 일단 아지트로 가시죠.”


*


골목길을 지나 지하수로로 내려온 뒤.

복잡하게 얽힌 갈래길을 한참을 걸은 뒤에야 그들의 아지트로 올 수 있었다.

급조했는지 낡은 책상과 지도 외엔 아무것도 없는 10평 남짓한 공간.

그곳에서 경매장 내부 설계도와 함께 그들의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이놈들도 드워프를 빼내는 게 목적이구나.’


정체를 들킬만한 대답은 회피하며 들은 것을 추려봤을 때.

이들은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경매에서 드워프를 빼낼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일이 좀 꼬이는데.’


드워프를 빼내는 것은 같더라도 그 목적이 다른 상황.

동료인 척 합류해 힘을 합쳐 드워프를 빼내 온다 해도 그 이후엔 대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뭐라 불러야되는지 모르겠네. 실력자께선 혹시 의뢰인에게 들으신 것 없습니까?”


세 사람의 시선이 박중사에게로 향했다.

떠보려고 하기엔 너무 늦은 시기.

이미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다 내려놨다.

접선하려는 사람의 이름도 모르고 이런 의뢰를 맡기나?

너무 허술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드워프를 빼내 경매를 망치려는 이 계획에 무언가 더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준비해 놓은 그들의 계획은 일개 어중이떠중이들이 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제법 현장에서 구른 티가 많이 났고, 변수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되어있고.

그런 사람들이 접선할 사람의 이름조차 모른다면... 너무나 모순된 상황.


이들의 의뢰인이 뭘 노리고 있는가.

다시 한번 펼쳐진 설계도를 자세히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세 명이 세운 계획은 너무나 간단했다.

내부 설계도와 경비의 위치, 교대 시간까지 조사해 몇 분의 시간이 있는지.

탈출 경로와 재집합 거점까지 잘 짜여진 상황.

이 계획에 변수가 될 만한 것은 경비 인원.

그리고...


“드워프가 여기 있다는 건 어떻게 압니까?”


드워프의 존재 여부였다.

애초에 드워프가 지정된 장소에 없다면 이 계획도 의미가 없다.


“토머스 상단의 경매는 매번 마지막 순서에 힘을 줍니다. 유일한 무대장치가 있는 이곳. 여기와 가장 가깝고 경매 대상을 가둘 소감옥도 이것에 맞게 제작되어있습니다.”

“무대장치는 확인했습니까?”

“예. 그건 확인했습니다.”

“드워프는요.”

“그건 확인 못 했습니다.”


드워프의 존재 여부는 모른다...

머릿속에 한가지 가설이 떠오른다.


“경매가 삼 일 뒤라고요?”

“예.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확인은 언제 했습니까.”

“이틀 전입니다. 내부 구조를 바꿀만한 움직임은 없어서...”


내부 구조가 바뀌었을거라 추측하고 있다는 생각에 바로 따라오는 말.


“내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까?”

“아마... 어려울겁니다. 노예를 관리하는 인원도 그곳에 가둬두고 경매가 시작하기 전까지 자리를 지키는 게 원칙이라.”


지금부터 경매가 끝날 때까지 감시가 제일 심할 거라는 말이군.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문제? 있는 정도가 아니지.

어지럽게 떠오르는 여러 가지 의문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널부러져 머릿속을 나뒹군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설계도를 바라보는 박중사.

셋은 그가 입을 열 때까지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최선의 수... 최선의 수...’


구린 냄새가 코를 찌른다.

분명 뭔가 있는데 추측성 정보로는 비어있는 퍼즐 조각을 맞출 수가 없다.

긴 시간 침묵을 지킨 채 고민해본 결과.

박중사가 침음과 함께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음... 일단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군요.”

“예? 그게 무슨...”

“당신들이 접선하려는 용병은 제가 아닙니다.”


그 말과 함께 뒤로 물러서 무기를 쥐는 세 사람.

박중사는 일부러 두 손을 든 채 말을 계속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들을 방해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 하나는... 당신들의 계획은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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