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결의

특수스킬. 펫이 50레벨에 도달하면 개방되는 특별한 스킬을 의미했다.
즉, 같은 개체라도 획득하는 특수스킬이 확연히 달랐다.
- 특수스킬 ㅁㅊ
- 와, 미오 벌써 50렙이야?
- 뭐 나올지 기대기대 :ㅇ
그게 시청자들이 환호하는 이유였다.
방어형이 나오면 탱커. 공격형이 나오면 어태커. 보조형이 나오면 서포터.
조금 과장하자면 얻는 특수스킬에 따라 펫의 방향성이 결정될 정도였다.
‘혈연?’
그리고 미오가 얻은 특수스킬은 방어형에 가까웠다.
흡혈하며 피를 채우고, 광역 배리어를 걸어주는 등 전투에서 탱커 포지션을 맡고 있기에 크게 놀라울 건 없었다.
김우진이 미오를 쓰다듬으며 내용을 자세히 살폈다.
[혈연(Lv.1)]
- 타입 : 특수스킬
- 테이머와 계약한 펫과 서약을 맺는다.
└ 서약 당 받는 대미지가 5% 감소
└ 감소한 대미지를 HP로 회복
- 혈연을 맺은 대상의 피해 일부를 흡수
└ 단일 공격 : 50%
└ 광역 공격 : 30%
그리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대미지 감소를 지닌 펫은 흔하다.
실제로도 탱커형 펫의 기본 소양이나 다름없었다.
‘이건 그룹 전체를 보호하네?’
그러나 그룹 피해량을 감소하는 스킬은 무척이나 귀했다.
최소 에픽등급 이상의 방어형 펫만이 가질 수 있는 스킬.
협회가 세운 기준으로 따져보아도 B급 이상이었다.
“미오 너 짱인데?”
“먀옹!”
“미오가 얻은 스킬이요?”
김우진의 설명에 시청자들이 열띤 반응을 토해냈다.
사기 스킬이네. 핵 쓰지 마세요 등의 댓글이 난무할 정도였다.
《레벨업이 불가합니다!》
《특수한 재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특수스킬은 TP로 올릴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아무렴 특수스킬이다. 저 말도 안 되게 좋은 성능을 쉽게 향상할 수 있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우선 혈연부터 맺어볼까?”
“냐아옹?”
“지금부터 셋이 도원결의를 하는 거야.”
김우진이 웃으며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러자 고개를 갸웃하던 햇살이와 코코가 원을 그리고 앉았다.
둘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미오는 결연한 얼굴로 둘의 앞발을 척척 잡았다.
- 아 ㄱㅇㅇ
- 서로 손 꼭 잡은 거 미치겠네.
- 지구뿌셔. 우주뿌셔.
└ ?
그러던 순간이었다.
“먀오옹!”
미오의 우렁찬 하울링(?)과 함께 붉은 선이 뻗어나갔다.
쉬이이잉-!
그렇게 생성된 선이 펫끼리 연결되었고, 이내 이런 창이 떠올랐다.
《혈연 맺기에 성공하셨습니다!》
《대미지감소+10%》
《관계도가 형성됩니다!》
요컨대, 이제 셋은 피를 나눈 형제와 다름없었다. 그래서인지 서로 뺨을 핥아주고 난리가 아니었다.
코코도 날개를 넓게 펼쳐 미오를 감싸고 있었다.
“얘들아, 이만 출발하자.”
“먀옹!”
“그래 미오가 앞장서.”
미오가 턱을 척 들어 올리며 총총 움직였다.
그렇게 보스로 향하는 길. 김우진은 다양한 몬스터와 조우했다.
‘죄다 비틀이네.’
정확히는 여러 형태의 풍뎅이를 만났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풍뎅이만 나오는 비틀-에어리어나 다름없었다.
혈연을 맺어서일까. 이제는 김우진이 따로 명령하지 않아도 펫들이 서로 합을 척척 맞추었다.
“까악!”
“까앙!”
무엇보다도 코코와 햇살이의 움직임이 대담해졌다.
예전에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미오를 보조했다면. 이제는 미오를 믿고 몬스터의 코앞까지 다가가는 담대함을 선보였다.
‘누나가 나를 지켜줄 거야!’
‘맞아도 안아프다악!’
그러던 참이었다. 새로운 독 몬스터 등록으로 기뻐하던 김우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햇살이가 마침내 40레벨을 달성한 것이다.
- 햇살이도 신스킬 가나요?
- 아 방송 너무 재밌어 진짜 ㅠㅠ
- 햇살이 이번엔 공격 스킬 가즈아!
김우진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햇살이의 스킬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햇살이가 획득한 스킬은 패시브였다.
[워터 리제너레이션(Lv.1)]
- 타입 : 패시브
- 모든 마나 획득량+30%
└ 단 영구 스텟 및 장비에 적용 x
요컨대 얻는 마나량이 상승한다는 의미. 여기에는 활력과 슈퍼푸드 섭취가 포함되어 있었다.
가령, 김우진이 산딸기를 섭취하여 마나 200을 올리면 60이 추가되는 개념이었다.
‘낫 배드.’
김우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마나 수급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특히 여러 펫을 거느린 김우진에게 마나 획득량의 효율은 엄청났다.
‘한 번 올려볼까.’
일반 스킬. 하여 김우진이 소지한 TP를 전부 소진했다.
코코의 스킬을 MAX 찍고 남은 TP는 총 22개였다.
《워터리제너레이션 레벨이 상승합니다》
《1 → 23》
《마나 획득량 30% → 52%》
그쯤 김우진이 넓은 공터에 도착했다.
탁 트인 공간을 나무들이 둘러싼 지형. 인위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공간은 완벽한 원형 형태였다.
‘여긴가?’
그러한 김우진의 예상대로.
파드드득-!
세 개의 뿔을 지닌 거대한 장수 풍뎅이가 지상에 안착했다.
*
‘보스 사냥!’
방송을 시청 중이던 유아라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아무렴 던전의 꽃은 보스였다. 유아라는 김우진이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 벌써 기대가 되었다.
“팀장님 점심 안 드세요?”
“어, 조금 있다가.”
“저러다 모니터에 빨려 들어가시겠네.”
그러나 유아라는 팀원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투가 시작된 참이었다.
선두로 달려 나간 건 미오였다.
- 미오 저 작은 몸으로 탱킹하는 거 좀 봐.
- 심지어 피 하나도 안 닳음
- 아 저 고양이는 흡혈을 한다구요 ㅋㅋ
말마따나. 저보다 크기가 몇 배는 큰 장수 풍뎅이임에도 미오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몸을 팽이처럼 빙그를 돌리며 삼뿔 풍뎅이의 몸에 수많은 털을 심었다.
“까악!”
뒤이어 이어진 것은 코코의 불 공격이었다.
역시 이번에도 효과는 굉장했다. 전신이 불에 지져진 풍뎅이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두 쌍의 날개를 펄럭였다.
- 어어, 저거 좀 위험하지 않나요?
- 독가루 골치 아픈데
- 이거 광역 분사기라 피하기 힘들듯
시청자들의 예상대로 날개에서 뿜어진 가루 입자들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애초에 회피가 불가능한 공격. 그러나 미오의 혈연이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다.
“먀옹!”
1차 피해를 보호막으로 막아내고. 2차 피해는 혈연의 대미지 감소. 무엇보다도 미오가 두 발로 일어서서 햇살이와 코코를 보호했다.
- 아니 너 애기야 미오야
- 저 작은 몸으로 막아보겠다고 ㅠㅠ
- 그래도 생각보다 HP 많이 안 닳았음
저 말처럼 미오의 HP만 소폭 깎여나갔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미오는 중독 면역이 있어 추가적인 피해조차 없었다.
그쯤 햇살이가 공중으로 날아드는 풍뎅이의 머리 위에 투명한 벽을 생성했다.
- 타이밍 좋았고 ㅋㅋ
- 바로 거미줄 연계 가나요?
- 코코야 지금이다!
미오가 그보다 조금 위에 거미줄을 생성, 코코가 풍뎅이의 후방을 선점했다.
정확히는 후방으로 달려간 김우진과 위치를 스위칭하였다.
화아아아-!
세차게 뿜어진 불꽃에 풍뎅이가 몸부림치며 수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미 그곳에는 덫이 깔려 있었다.
- 크, 이거지.
- 옳게 된 연계 플레이란 이런 것
- 엘리트 몹 치곤 수월하네 ㅋㅋ
같은 방식의 전투가 약 20분간 이어졌다.
이따금 풍뎅이의 반격이 이어졌지만, 모든 단일기는 미오가 달려가 몸으로 막아냈다.
풍뎅이의 대표적인 스킬인 포이즌 빔도 마찬가지였다.
- 펫들도 펫들인데 우진 쓰 컨트롤 돌았다.
- 저 정도면 패턴 다 외운 거 아니냐?
- 심지어 20분째 산딸기 까먹으면서 스킬 난사 중 ㅋㅋ
테이머들이 격하게 공감할만한 내용이었다.
한 마리도 조종하기 어려운 펫을 세 마리나 능숙하게 운용하는 김우진의 컨트롤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깨알 같은 스위칭 및 점멸 활용으로 풍뎅이를 농락하기까지.
[미오내꼬♡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햇살이가햇살이야님이 2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불타는코코님이 1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렇게 엘리트몹을 처치함과 동시에 후원이 쏟아졌다.
이에 질세라 유아라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앞자리 숫자가 바뀐 상황이었다.
[메이커님이 20,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메이커 : 보스 처치 축하드립니다!]
그쯤 햇살이와 코코의 몸이 반짝였다.
레벨업을 했다는 신호였다. 심지어 코코는 2레벨을 업하며 40레벨 클럽에 도달했다.
- 아니 생방 한 번에 펫 스킬 몇 개를 얻는겨
- 이 방송 혜자네요
- 코코 이번에도 광역기?
유아라가 마른 입술을 핥으며 이어질 설명을 기다렸다.
참고로 코코는 유아라의 최애였다. 어딘가 삐걱대는 저 모습이 심쿵 포인트였다.
- 네, 이번에 얻은 스킬은 단일기네요.
플레임 윙. 요컨대 날개를 움직여 부메랑 형태의 투사체를 발사하는 스킬이었다.
그러나 단일기치고는 크기가 거대했고, 투사 속도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그렇게 김우진의 생방은 펫들의 배꼽 인사로 마무리가 되었다.
[시청자 수 : 40,123]
또 한 번 역대급을 갱신한 김우진이었다.
*
“고생했어 얘들아.”
아공간으로 돌아온 김우진의 펫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었다.
예상했던 것 이상을 얻어낸 참이라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현황이었다.
특히 풍뎅이가 드롭한 아이템들이 그러했다.
“까앙!”
“햇살아 조금 쉬어야지.”
“와앙!”
그러던 중 햇살이가 김우진의 배에 얼굴을 문질렀다.
그렇게 사냥하고도 밭일을 하겠다는 햇살이었다.
이에 김우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새로 얻은 씨앗을 내밀었다.
[신록의 씨앗]
- 심으면 정말 쑥쑥 자란다!
따위의 알 수 없는 설명이었지만, 그래도 미스틱 크리쳐의 선물이니 다소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쵹쵹. 쏴아아-!
햇살이가 능숙하게 씨앗을 심고 작물을 재배할 동안.
김우진이 보스 부산품을 살폈다.
[큰뿔투구 제작서(C+)]
[스폐셜 코어]
우선 첫 번째는 제작서였다.
필요로 하는 재료는 전부 인섹티아 밀림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고, 등급도 무척이나 높은 편에 속했다.
다음은 오각형 보석.
[스폐설 코어]
- 특수스킬의 레벨을 올려준다
세뿔장수풍뎅이의 정수에서 나온 귀한 소모품이었다.
이에 김우진이 미오를 들어 안았다.
그리고는 스폐셜 코어를 혈연에 투자했다.
《혈연 레벨 1 → 2 》
《대미지 감소 5% → 6%》
《단일 공격 50% → 55%》
《광역 공격 30% → 35%》
그러자 미오가 김우진의 뺨을 찹찹 핥았다.
‘마음에 든다옹.’
그러면서 햇살이를 향해 총총 움직였다. 참고로 코코는 고롱이와 함께 춤을 추는 중이었다.
피식 웃은 김우진이 분수대로 향했다.
‘코인이나 수거할까.’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수대의 레벨을 더 올려보자고.
생각보다 TP가 부족한 것이 그 이유였다.
‘명성을 얻을 곳이라.’
김우진이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잠겼다.
*
그렇게 5일. 김우진은 펫들과 함께 인섹티아 밀림 탐사에 집중했다.
덕분에 총 7개의 구역 중 6개를 클리어했고, 다양한 몬스터를 사냥한 참이었다.
“수고했어 얘들아.”
“먀옹!”
“까앙!”
“까악!”
김우진이 펫들을 쓰다듬으며 미오의 히든 진화창을 열었다.
1. 40레벨 이상의 고유한 독 타입 몬스터 처치
- 49/50
이제 단 한 마리!
펫들의 레벨 또한 훌쩍 오른 상황이었다.
【서치독(Lv.48)】
【플레임버드(Lv.47)】
【해모리지 캣(Lv.59)】
개중에서도 가장 큰 성장을 이룬 건 미오였다.
요컨대, 3차 진화까지 고작 한 걸음이 남은 셈이었다.
이렇듯 미오가 열렙할 수 있던 건 김우진이 막타를 몰아주었기 때문이었다.
“곧 더 멋있어지겠네.”
“먀옹!”
“오늘도 던전 돌아야지.”
흐뭇하게 웃던 김우진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햇살이가 김우진의 다리를 밀고 있었다.
‘형아, 보여줄거 이써.’
이에 김우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햇살이와 함께 움직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거대한 나무가 자라 있었다.
알록달록한 나뭇잎들이 특히 인상적인 나무였다.
[신록의 나무]
‘이게 언제 이렇게 커졌지?’
상식적으로 나무가 이렇게 빨리 자라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나무에는 큼지막한 과일이 주렁주렁 자라 있었다.
그쯤 햇살이가 폴짝 뛰어올라 과일을 물어 김우진의 손에 올렸다.
“까앙!”
알록달록한 복숭아. 그러나 평범한 복숭아가 아니었다.
김우진의 눈이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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