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맹세
봉의명과 소집사를 포함한 무림인이 아닌 식솔들은 함께 힘
을 합쳐 백화대진의 방어에 일관된 육갑소진 을 펼치고
있었고, 장원의 무인들은 운용폭이 자유로운 금쇄소진 등을 각각 혹은 중진으로 연합하여 펼쳐 장원 식솔들을 엄밀히 보호하고 있었다.
그 외곽 일측에 남궁세가와 금천보의 고수들이 자리 잡았다.
우르릉, 쾅!-
마침 천둥벼락 소리와 함께 동반한 번갯불에 공중에서 서너
명의 흑의인과 접전을 벌이는 신룡같은 자의 모습이 봉의명의
놀란 시선을 끌었다.
그 자는 그가 신선으로 알고 있는 남궁세가의 신풍백환이었다.
신풍백환의 매서운 손속은 거증유의 힘을 발휘했으나 그와 맞
대결하는 흑의복면인들 역시 하나하나가 일류고수들로서 만만치
않았고 그중 흑포노인은 신풍백환의 경지와 같은 미증유의 거력을 쏟아내고 있었다
쾅!
충돌의 여파에 주위 전각의 기왓장들을 들썩였고 그 요란한
충돌음만으로 봉의명이 흠칫거렸다.
ㅡ으윽
그런데 생사를 가르는 전장에서도 봉의명의 머릿속에 그의
절친한 친구인 이정의 안위가떠올랐다.
이정이 이곳에 없음은 확실했다.
'이정이 혹시 겁이나서 몰래 도망가려다 죽음을 당했는가?'
차라리 무공을 모르는 이정은 장원 내 꼭꼭 그만 아는 장소에 숨어 있는 것
이 좋았다.
적의 주축을 이루는 교룡의 표시를 상의에 새긴 용천방 무
리외에 무공이 뛰어나 보이는 흑의인들의 공격은 장원의
인물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만일 봉의명이 일류고수의 식견이 있다면 남궁세가와 금천보의
무인들에게 용천방의 전력이 교묘하게 집중되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남궁세가와 금천보의 무인들에게 물러날 기회를 암암리에 주고 있는 것이다.
비록 금검보의 십전공자가 결코 물러서지 않는 기세로
장의경앞에서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으나,
적들은 사나운 들소떼들 속에서 병든 들소를 찾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사자들 같이 백화장원의 진세의 빈틈을 무자비하
게 공격하고 또 백화장원의 식솔들에게만 무자비한 살수를 집중하고 있었다.
그 순간
"네 이놈!"
분노한 백화장주 청평검협이 용천방주를 향해 노성을 질렀다.
그의 천화보검이 빗줄기를 가르며 번갯불같은 섬광을 토했다.
그러나 용천방주인 혼해신룡이 사해의 교룡처럼 영활하게
공격을 막아내며 조소를 흘렀다.
"하하! 네 놈은 이제 곧 본 방주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용천방주의 염라도에서 푸른빛 도기가 쏟아졌다.
콰아!
만해와 같은 강기가 백화장주의 백빛 검기를 잠식하며 굉음
과 함께 빗속을 뚫고 밤하늘을 수놓았다.
쾅!
용천방주는 의도적으로 백화장주의
꼿꼿한 심기를 도발하고 있었다.
"네 잘난 마누라와 딸년은 오늘 본방주 앞에서 밤새 알몸으로 춤추며 수청들
것이다.네놈을 포함하여 식솔들은 모두 개의 먹이로 던져 줄
것이다!크하하"
"이 후안무치한 놈! 네 놈이 처음 이곳 항주에 처음 와서 울다시피 사정하여 기꺼이 도와주었거늘
감히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백화장주의 억한 심정에 관계없이 현 정황은 불리했다.
손님들도 많은 연회직전날의 급습과 천무련까지 동원한 많은 인원수를 계산하지 못한 것이다.
"그분은..."
백화장주의 머리속에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한 인물이 떠올랐다.
멀리 진현에서 찾아와 지금 이정과 함께 있는 그분은 당연히
이 악몽같은 겁난을 보지않아도 이자리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은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20년전의 잘못된 비사와 처절한 피의 맹세는 백화장원의 한 사람 진실된 지기를 위기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타인으로 만들었다.
그때 백화장주의 심신이 분리되는 사이 기회를 노린 용천방주의
연환구식에 이은 노해광천의 일격이 순간 번개같이 쏟아
졌다.
콰아!
빗방울을 밤하늘로 튕기며 내려 쏟는 도기가 검기를 찢었다.
연환구식의 변화스런 공격을 몇 번의 수비끝에 막아내었으나
찰나지간 무방비로 드러난 백화장주의 요혈을 노리고 사악한
용의 이빨이 가르고 있었다.
ㅡ쉬익
입고 있는 백의장포가 검기에 처참하게 베어지고 이미 내상을
입고있던 백화장주의 안색이 백지장같이 변하는 순간이었다.
보검은 손에서 떠나고 몇 번 황망스레 몸을 피했으나 이제
머리 꼭대기에서 도기가 쏟아졌고 팔방을 봉쇄한 그 도기를
더 이상 막거나 피할 길이 없었다.
"아버지!"
마침 소장주 장명휴가 하던 싸움을 제쳐두고 급히 신형을 움직여 그 공격을 대신
검으로 맏받았다.
"콰쾅!"
"캉!"
소장주의 장검이 두 동강으로 부러져 나가고, 그리고 그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악!".
용천방주의 도기가 검을 부러뜨리는 여세를 빌어 그의 가슴
을 도끼로 자르듯 베어버린 것이다.
붉은 핏물이 순식간에 그의 상의를 적시면서혈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처음 그가 맞서고 있던 천무련의 흑의복면검수의
장검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의 오른 어깨 뒤를
앞가슴을 뚫고 나올정도로 날카롭게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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