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꽃
시체를 검시한 자가 일어서더니 중앙 흑포의 장년인에게 말했다.
“혈월대주님, 놀랍게도 4기주님을 포함하여 세 사람이 한 사람에 의해 저항도 못하고
동시에 살해되었습니다”
곁에서 이미 죽은 자들을 목부분 상처를 알아본 대주라 불린
자가 대답했다.
“대단한 고수구나. 그는 실력을 감춘
절정고수인 것 같다. 적어도 일류를 넘어 초일류고수에 가까운 4기주의 눈을 속이고
일검에 죽일 수 있는 고수는 무림에 많지 않다. 4기주가 독문
병기인 강골선을 제대로 방어도 못하고 순식간에 당했다”
그가 한 발을 내딛더니 싸운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모래톱위
에 섰다.
“세 사람에게 포위당한 상태에서 적은 미처 세 사람이 반응
하기도 전에 일류고수인 두명의 밀영의 천돌혈을 잘라 버린 것이다. 세 사람의 족적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단지 4기주만이 족적의 깊이가 다르니 공격에
본능적으로 반응했으나 4기주 역시 이어지는 살수를 피하기에는 무리였다. 다만 강골선에 피는 묻어 있어 동귀어진으로 반격을 했으나 상대의 공격이 먼저 요혈을 손상했기에 찌른 깊이가 얕은 게 아쉽다
”
싸움의 실제상황이 천밀단의 세 고수가 준비된 상태가 아니고
부상당한 이정에 대해 마음껏 방심하고 있던 차에 이정에게 급습을 당한 것은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4대주인 혈월대주의 말에 모두가 긴장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천무련 천밀단의 4대 대주중 일인인 혈월대주
섬전무쌍 갈평과 휘하 2명의 기주가 배석해 있었다.
섬전무쌍 갈평은 현 천무련주가 직접 절기를 전수한 인물로 천무련의
창시때부터 같이 한 핵심인물이었다.
천무련에서 찾고 있는 보물이 그만큼 중요하기에 지금 구름속
천룡같아 만나기 힘들다는 혈월대주가 직접 나타난 것이다.
"아직 그놈의 정체를 놓치지 않았으니 늦지 않으니
모두들 만반의 준비를 해라. 만일 이번 일이 잘못되면 결국
천밀단주님이 직접 나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상부에서 엄중한
문책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단호한 어조로 지시를 했다.
“천밀단의 명예를 걸고 며칠 늦어지더라도 그 놈을 확실히 사로
잡는 천라지망을 구축하고 혈월대의 모든 인원을 소집하라"
"예!알겠습니다"
"그리고 무림맹에 있는 우리측의 첩자들에게도 연락하여 그 놈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보고를 하도록 지시해라. 특히 그가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상승무공을 익힌 것인지를 조사하도록 해라“
“예, 잘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었다.
마침내 대망의 무림맹이 탄생했다.
구대문파 그리고 숭천문을 중심으로 하여 오대세가를 위시로
하여 강남무림전역을 아우르는 174개의 대소문파가 모인
정파무림이 마침내 태동한 것이다.
눈앞에 그들을 위협하는 천무련이라는 명확한 적이 있기에
그 공고함 또한 바위처럼 굳었다.
영예스러운 맹주의 자리는 모두의 예상과 같이 숭천문주로
선출되었다.
ㅡ와,무림맹 만세!
ㅡ맹주님 만세!
남궁세가는 오대세가에 어울리는 적정한
지위를 받았으니,백화장원의 식솔들 역시 남궁세가와 함께
무림맹에 속하는 것이다.
이제 무림맹은 당초 계획대로 3대로 나누어서 유하강 너머의
적의 총단으로 진격하며 정사대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적의 괴수인 삼두육비의 괴물인 천무련주를 무릎꿇히고 정의
를 구현하는 것이다.
물론 천무련의 광활한 영역과 광산 그리고 이권은 그들에게 공로에 따라
귀속되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 사기가 충천하는 가운데 오직 이정만이 배에
칭칭 둘러멘 목면천위로 여름인데도 두텁게 겉옷을 입고 장원
으로 복귀할 준비를 했다.
“정말 한심한 녀석이군! 돌아가서 정사대전의 영웅으로 부각되어 있을 본 공자님을 위한 환영준비
나 잘하고 있거라!”
금검보의 십전공자 온유가 이정을 비웃었다.
그 곁의 은검무사 추혼수사 역시 이정의 모습을 보며 빈죽거리기는 매
한가지였다.
“쯧쯧! 그래서 자고로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하는 법이
다. 그래도 그 어줍짢은 실력에 천무련의 칼에 목이 달아나는
것보다 정원지기로서 나무밑에 똥거름이나 주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정이 할말이 없기에 대꾸조차 못하고 장원으로 복귀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장의경이 그를 숙소안으로 불러 한통의 봉서를 주며
말했다.
“이정아, 요즘 정사대전으로 세상이 어수선하니 가는 길에 몸
조심하여라. 그리고 가는 길에 이 서신을 허릉에 있는 와룡장
의 와룡선생에게 전해주어라”
“예, 알겠습니다”
허릉에 위치한 와룡장은 온 길과 달리 백화장원으로 조금 둘러가는 길이나
그 장소가 공교롭게도 그가 며칠 전 용담군락의 강변에서 만난
현의소녀가 말하던 장원 근처였다.
마지막으로 장의경이 품속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어 그에게
주며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얼마 안되나 노자이니 가는 길에 사용토록
해라. 마침 와룡장이 청초호 호수 곁에 자리잡고 있으니 혼자돌아간다하여 의기소침하지말고 청초호 구경도 하면서 좋은 귀가길이 되었으면 싶구나”
청초호는 장강의 강물이 흘러 들어 다시 먼 바다로 나가는
벽옥같이 푸른 호수였다.
백사청송(白沙靑松)의 주변
송림 사이 흰모래밭에는 여름철이면 이름모를 향기로운 꽃들이 무성했다.
그리고 그녀가 준 주황색 주머니는 국화가 목숨 수(壽)자와 함께
수놓아져 있었고 끝에는 사봉술이 매달려 있었다.
그녀가 평소 사용하는 주머니였고 그녀의 채취가 함께 느껴졌다.
이정이 그녀가 자신이 정사대전에서 이탈을 십전공자나 추혼
수사 등과 같이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그의 마음 상함을 위로해
주니 가슴 한구석이 뭉클했다.
“아가씨,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와룡장에 서신은 꼭 전하겠습니다”
“그래, 장원에 돌아가서 보자. 아프신 아버님과 오라버니에게도 안부
전해드려라”
“예, 아가씨도 몸 보중하십시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여름 햇살에 드러나는 장의경의 홀로 큰책임을 맡아 아름다운 얼굴이 평소보다 긴장된 것
을 보며, 이정이 정말 그녀가 정사대전에 뛰어난
무공을 세워 백화장원의 이름을 높이고 금의환양할 것을 믿었다.
그녀가 다시 미소지었고 그 미소는 여름의 어떤 황국화
보다 더욱 고결하고 아름다워 결코 지지않는 불멸의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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