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서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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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요
작품등록일 :
2023.01.14 00:33
최근연재일 :
2023.02.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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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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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화 - 광, 오왕이 되다

본 작품은 연의(演義)의 형식을 표방하기에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DUMMY

호기롭게 출발하여 단숨에 잠(潛)을 포위한 오군.


하지만 곧, 초군의 반격을 받아 잠에서의 대치가 오래 지속되었다.


“큰일 났습니다. 영(郢)에서 증원이 옵니다!!”


결국 엄여와 촉용은 잠의 포위를 풀고 심윤술이 이끄는 증원군과 싸우기로 하고 궁(窮)에서 싸우다 서로 군을 물리어 대치했다.


* * *


사수(沙水) 굽이 부근


낭와가 수군을 이끌고 와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현재 그는 육지의 전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현재 우리 군과 오군이 대치하여 서로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으음···. 알아서 잘하고 있군. 그럼 우린 이만 군을 물리도록 하지.”


“안 됩니다.”


째릿!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부정해버리는 대답이 들려오자 낭와가 그곳을 바라보았다.


‘자악(子惡)!! 네놈은 지적질만 하는구나.’


자악(子惡)은 곧 극완의 자(字)이다. 극완은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낭와의 말에 간섭하며 지적해왔다.


“좌사마께서 오군을 빼내 왔으니 이제 잠(潛)으로 들어가 퇴로를 완전히 막아야지 어째서 군을 물리려고 합니까?”


“그곳은 계연이랑 균이 있지 않은가?”


극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들의 군대는 이미 상하여 포위를 제대로 유지할 여력이 남지 않았습니다.”


이래저래 맞는 말만 하는 극완이지만 낭와는 그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쯧! 정말 귀찮군. ··· 근데 나는 분명히 이 나라의 관직의 정점인 영윤인데. 왜 이 녀석의 말을 듣고 있지?’


낭와는 일부러 화를 내며 극완을 억누르려고 시도했다.


“닥쳐라! 내가 대장인데 감히 나의 명령에 토를 달겠다는 거냐?!”


“아무리 대장이여도 옳지 않은 명령을 내리면 부장이 말할 수 있습니다.”


극완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맞받아쳤다. 옆에 같이 있는 수(壽)와 병사들은 어쩔 줄 몰라 땀만 삐질삐질 흘렸다.


한 치도 밀리지 않으려는 두 남자의 기 싸움은 결국 낭와가 먼저 몸을 돌리면서 끝이 났다.


“에잇! 됐다. 남을 자는 남거라! 나는 여기서 돌아간다.”


낭와는 이러면 다른 자들도 자신을 따라 돌아올 줄 알았다.


‘영윤인 내가 이렇게 말하는데 따라오지 않고서는 못 참을 거야.’


그렇게 자신의 배에 타서 뱃머리를 돌리게 지시했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이야? 다른 배들은?!”


“그, 그게 모두 좌윤의 명을 따른다면서 남았습니다.”


“뭐야?!”


낭와의 생각과는 반대로 다른 배들이 모두 극완을 따라남았다. 이는 모두 평소 낭와의 행실이 좋지 않았고 상황이 극완의 말을 따르는 것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이···!! 이 수치 꼭 기억하고 있겠다.”


낭와의 다짐을 아는지 모르는지 극완은 배를 움직여 더 나아가서 잠을 점거하고 마치 낭와가 보란 듯이 오군을 완전히 포위했다.


* * *


료왕의 궁


정원에 나와 예쁘게 핀 꽃들을 보고 있던 료왕에게 내시 하나가 다가왔다.


“공자 광이 연회를 열고 대왕을 초대하였습니다.”


“흠···. 이럴 때?”


연회는 열 수 있다 쳐도 전황이 좋지 않다는 보고가 들어오는 지금에 연회를 연다는 것은 조금 미심쩍었다.


“그러면 응하지 않는다고 말해두겠습니다.”


“아니다. 응한다고 전해두어라. 그래도 과인의 친척이 여는 연회에 빠지는 것은 그렇지. 대신 연회의 참석자는 과인이 정한다고 해라.”


“알겠습니다.”


내시가 떠나고 료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흐음, 연회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을까나.”


* * *


광의 연회장


광이 주최한 연회면서도 상석은 료왕의 차지였다. 그 왼쪽에는 광이 앉아 있었고 좌우에는 서열에 따라 자리가 정해졌다.


하지만.


료왕의 양옆, 대부들의 사이 사이에 호위병들이 있는 것이 보통 연회와는 사뭇 달랐다.


모(矛)를 들고, 과(戈)를 들고 혹자는 검을 들고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으니 연회 분위기에 취하려 하면 호위병들과 눈이 마주쳐 깨버리는 등 연회 같은 맛은 나지 않았다.


보다 못한 광이 료왕에게 말하였다.


“호위병들의 수가 너무 많지 않습니까?”


“원래 나라의 병사가 없으면 이런 자리는 더 철저히 지킬 필요가 있는 법이지. 과인도 청동 갑옷을 입고 그 안에다가도 청동판을 겹쳤다네.”


“알겠습니다. ··· 악!”


갑자기 광이 왼발을 부여잡았다.


“왜 그런가?”


“요즘 발병이 자주 나는데··· 오늘 또 도졌습니다. 금방 치료받고 오지요.”


“으음!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하게.”


광은 왼 다리를 절뚝거리며 연회장 바깥으로 나가는 척하다가 밑에 지하실로 숨어들었다.


그 안에는 오자서와 광의 사병들이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별거 아니지, 그보다 전제는 어디 있나?”


“이미 숨어들었습니다. 아마 좀 있으면 연회장에 나타날 것입니다.”


“그보다 료왕이 방어를 철통같이 하는 데다가 청동을 겹쳐 막고 있으니 비록 어장검이 보검일지라도 과연 전제가 그를 죽일 수 있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장검은 검날의 물고기 무늬가 거꾸로 새겨진 보검, 순리를 역으로 행할 때 비로소 진가가 발휘되는 검입니다.”


광이 지하실로 숨어들고 얼마 안 가 전제가 연회장 입구에 도착하였다.


“누구냐?”


입구를 지키던 호위병들이 전제를 가로막았다.


“공자님의 요리사입니다. 왕님께 이 구운 생선 요리를 바치고자 하여 왔습니다.”



“여기서 기다려라.”


호위병 하나가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서 료왕에게 말했다.


“왕이시여, 공자 광의 요리사가 구운 생선 요리를 바친다고 합니다.”


“구운 생선 요리? 하하! 광도 내가 그걸 좋아하는 줄 어찌 알고 준비했나. 이따 돌아오면 칭찬이나 해야겠군. 들어오라!”


호위병은 전제의 옷을 모두 벗기고 무릎으로만 걸어가도록 지시하였다.


곰같이 덩치 큰 전제가 연회장 가운데를 그런 꼴로 지나가니 대부나 료왕은 물론이고 호위병들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전제는 거사를 위해 그 굴욕을 모두 참고 묵묵히 료왕 앞으로 나왔다.


“오! 엄청나게 큰 생선이로군!!”


료왕이 전제가 가지고 온 그릇과 생선의 크기를 보자마자 감탄했다.


그 크기가 3척(尺)에 달하는 생선은 척 봐도 굽기는커녕 잡는 것조차 어려워 보였다.


“내장과 살을 같이 먹으면 맛있는 생선입니다. 제가 따로 뺄 테니 기다려주십시오.”


“그래, 어디 한 번 배를 갈라봐라.”


전제는 그릇 옆에 놓인 손가락만 한 단도로 생선의 배를 갈라 그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여기 있습니다.”


전제가 순식간에 생선의 배에서 손을 빼내었다.


그런데 그 손에 들린 것은 생선의 내장이 아니었다.


한 자루의 검.


검날의 무늬가 마치 생선 비늘처럼 생긴 어장검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번쩍.

연회를 위해 켜둔 촛불 빛이 어장검의 검날에 반사되어 료왕의 눈에 들어왔다.


덜컥!

료왕이 급히 몸을 뒤로 빼어 피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빨리 전제가 역수로 쥔 어장검을 휘둘렀다.


삭!

어장검이 료왕이 입은 청동 갑옷과 덧대놓은 청동판을 모두 잘라버리고 료왕의 복부에 깊숙이 박았다.


촤르륵.

깔끔하게 베어진 복부에서 피가 샘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료왕 옆에 있던 호위병들은 료왕의 배가 갈라진 후에야 전제의 몸에 칼을 꽂아 넣었다.


“으럇!!”


전제는 남은 힘을 다하여 몸을 더 뻗어 료왕의 허리는 물론 척추에 이어 등까지 단번에 베었다.


털썩!

료왕의 상반신은 그토록 좋아하던 구운 생선 위에 엎드려 쓰러졌다.


털썩!

임무를 완수한 전제도 마찬가지로 료왕의 시체 옆에 쓰러져 죽었다.


웅성웅성. 술렁술렁.

연회장이 단숨에 아수라장으로 변하자 지하실에서 그 소란을 전해들은 광이 명했다.


“모두 올라가라!! 이제부터는 내가 이 나라의 왕이다!!”


덜커덕.

연회장 한가운데에 숨겨져 있던 비밀통로의 문이 열렸다. 지하실과 연결된 이곳에서는 광의 사병이 올라와 호위병들과 대부들을 모두 죽였다.


상황이 모두 정리되고 광이랑 오자서는 지하실에서 올라왔다.


광은 쓰러진 시체들을 보았다. 하나같이 모두 익숙한 얼굴들, 마음이 약해진 광은 끝내 눈물 흘렸다.


“내가 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많은 자들이 죽었구나. 그러게 진작 장자에게 왕위를 승계하지···.”


“왕이시여 이제 거사를 마무리할 단계입니다.”


광은 옷소매로 닦고 다시 결연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지, 전제는 자네가 묻어주게. 그리고 아들은 객경(客卿)으로 삼겠다고 전하게.”


“예.”


료왕, 본래는 왕이 될 몸이 아니었지만 몇 가지 상황이 겹치며 왕이 된 그는 오나라를 12년 동안 다스린 끝에 자신이 갖고 있던 어장검에 척살 당하였다.


광은 그의 장례를 제후의 예로 치르고 어느 곳에 묻었는데 그곳과 무덤의 이름은 불명이다.


전제의 시신은 오자서가 회수하여 가족들에게 보내지니 이때가 아직 봄꽃이 만발한 4월이었다.


* * *


“전제 형님이 그렇게 가실 줄이야.”


웅승은 처음에는 전제의 죽음을 부정했다가 오자서로부터 모든 사정을 전해 듣고 하루를 꼬박 울고서 받아들였다.


작년 겨울에 풍토병으로 격채를 잃은 후 또 일어난 상사(喪事)에 그전에는 한없이 밝았던 웅승도 미소를 잃어 종일 시무룩한 표정으로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오자서는 그 모습이 딱하기도 하면서 어쩔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같이 지내었던 자들과는 모두 헤어졌으니 실의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지···.’


어느 날 오자서와 웅승이 같이 밥을 먹는데 문득 웅승이 밥 먹던 젓가락을 놓고서 말했다.


“숙부님, 숙부님만은 제 곁을 떠나지 말아주세요.”


“······.”


오자서는 무어라 말할 수 없어 묵묵히 밥을 목구멍에 쑤셔 넣기만 하였다.

* * *


한편, 오나라에서 내란이 일어나 왕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엄여는 서(徐)로 촉용은 종오(鐘吾)로 도망갔다.


계찰(季札)은 진(晉)에서 돌아와 광을 받들겠다고 다짐하는 동시에 료왕의 무덤에 가서 통곡하였다.


극완도 오나라의 내란을 듣고 더 이상 전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포위를 풀었다.


수가 내란을 틈 타서 오나라를 치자고 하자 극완은 반대하였다.


“내란이 일어난 나라를 치는 것은 상서롭지 못하다.”


그런데 이를 덜미로 잡으려는 자가 있었으니 그들은 비무기와 우령(右領) 언장사(鄢將師)였다.


그들은 극완이 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질투하여 자주 극완을 참언(讒言)했는데 낭와는 특히 탐욕이 심하여 뇌물을 주면서 참언하면 곧이곧대로 믿었다.


8월 어느 날에 언장사가 비무기를 만나 이야기하고 있었다.


“형님, 극완을 죽이기 위한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가 오군의 포위를 푼 것에 다른 이유가 있을지라도 뇌물을 받은 것처럼 꾸며 말하면 분명히 영윤은 극완을 죽일 것입니다.”


“안 그래도 같은 생각을 했던 거 같군, 하지만 동생, 이번에는 내가 이미 수를 생각해놨으니 그걸 쓰도록 하지.”


비무기는 먼저 낭와를 찾아갔다.


“영윤님, 좌윤이 영윤님께 술 접대를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에? 그자가 왜?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던가?”


낭와가 미심쩍은 눈빛으로 비무기를 쳐다보자 비무기는 세 치 혀를 놀렸다.


“지난번에 영윤님께 저지른 짓이 너무 죄송하다며 접대하겠다고 말하였습니다. 그곳에 남았지만 아무 공도 세우지 못했으니 앞으로는 대세를 보는 현안을 영윤님께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것 같습니다.”


“으음 그런가? 알겠네. 그렇게 알고 있지.”


그러고 비무기는 극완을 찾아갔다.


“영윤이 지난날에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며 당신에게 술 접대를 받으며 화해하고 싶어 하오."


“영윤께서 지난번에 불화가 있었음에도 직접 비천한 소인의 집에 행차하시는 것은 소인에게 큰 영광이지만 소인은 마땅히 영윤께 진상할 것이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말한 것들을 준비해놓으면 분명 영윤께서도 만족할 것이오.”


“그럼 당신 말을 믿고 따르겠습니다.”


비무기는 극완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돼지 웃음소리 같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의 거대한 콧구멍이 이날따라 더욱 벌렁벌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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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6화 - 흠을 크게 하다 23.02.27 25 0 7쪽
37 휴재공지 23.02.24 26 0 1쪽
36 35화 - 합려, 실책을 범하다 23.02.24 15 0 7쪽
35 34화 - 초왕, 수나라에 숨다 +2 23.02.23 17 0 13쪽
34 33화 - 초왕, 수나라로 향하다 23.02.21 16 1 12쪽
33 32화 - 해는 지는데 갈 길은 멀다 +1 23.02.20 24 1 11쪽
32 31화 - 초가 반격을 준비하다 +2 23.02.18 22 1 12쪽
31 30화 - 시체에 매질하다 23.02.17 26 1 12쪽
30 29화 - 영 침공(3) 초나라의 궁궐이 불타다 23.02.15 17 1 12쪽
29 28화 - 영 침공(2) 심윤술, 죽다 +2 23.02.14 19 1 12쪽
28 27화 - 영 침공(1) 절반이 건넌 뒤에 친다 23.02.13 15 1 12쪽
27 휴재공지 +2 23.02.09 27 1 1쪽
26 26화 - 백거지전(5) 낭와, 도망치다 +2 23.02.08 20 1 12쪽
25 25화 - 백거지전(4) 화공을 역으로 쓰다 23.02.07 25 1 12쪽
24 24화 - 백거지전(3) 친우를 죽이다 23.02.06 22 1 12쪽
23 23화 - 백거지전(2) 은인을 다시 만나다 23.02.05 23 1 12쪽
22 22화 - 백거지전(1) 한수를 넘지 말아야 한다 +2 23.02.04 26 1 12쪽
21 21화 - 전쟁을 준비하다 23.02.03 21 1 12쪽
20 20화 - 3년간 초나라에 억류되다 23.02.02 26 1 12쪽
19 19화 - 초나라를 두 번 속이다 +2 23.02.01 30 1 13쪽
18 18화 - 월나라를 치다 +2 23.01.31 26 1 12쪽
17 17화 - 검과 땅을 맞바꾸다 +2 23.01.30 26 1 12쪽
16 16화 - 초나라를 지치게 만들어야 한다 +2 23.01.29 32 1 13쪽
15 15화 - 손무 병법을 보여주다 +2 23.01.28 32 1 12쪽
14 14화 - 같은 병을 앓으면 서로 불쌍히 여긴다 +4 23.01.27 31 1 12쪽
13 13화 - 원수가 모두 죽다 +2 23.01.26 46 1 12쪽
» 12화 - 광, 오왕이 되다 +2 23.01.25 37 1 12쪽
11 11화 - 초왕이 죽다 23.01.24 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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