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유장(百濟遺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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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裕廬)
작품등록일 :
2023.01.1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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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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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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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행(幸)과 불행(不幸) (2)

DUMMY

1-2-6. 행(幸)과 불행(不幸) (2)



부여혼과 해영선은 부부의 대화를 자세히 들었다.


그들은 지금 매우 절박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 이 마을은 특히 감시가 심했고, 감시의 강화는 병졸들의 난행으로 이어지다 보니 특히 아녀자들이 높은 수준의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이미 아낙도 겁탈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 같았다. 하소연이 길어지면서 부부는 더욱 흥분하여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해영선이 그들의 딱한 사정에 한숨쉬며 말했다.


“여보, 여기는 당병들의 감시가 특히 심한 것 같아요.”

“동감이오. 여긴 다른 데보다 감시가 더 심한 것 같군. 그런데 왜 이 곳의 감시가 유독 심한 거지?”

“글쎄요. 그게 뭘까요?”


부여혼이 그들 부부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말씀을 듣고 보니 당나라 군사들의 감시가 매우 심한 것 같은데 왜 그런 것 같아요?”


그 말에 아낙은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아이쿠, 내 정신 좀 보게. 손님을 모셨으면 안으로 모시는 것이 먼저인데.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서···. 그만 손님들을 잊어먹고 있었네요. 자 안으로 오시지요. 안에서 이야기하지요. 여보 뭐 하세요. 어서 권하지 않고.”


그 말에 남편도 부여혼과 해영선을 청했다.


“야 이거 미안합니다. 은인들을 밖에 세워두고 이거 실례하였소.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부여혼은 주인 내외의 집을 보아하니 손님이랍시고 들어가면 폐만 끼칠 것 같아 사양하였다. 더구나 함께 온 사람들과 같이 들어갈 자리도 없었다. 다른 수단을 마련하여야 할 것 같아서 말했다.


“아닙니다. 우린 가야 할 길이 멉니다. 괜찮으니 당군이 왜 이 마을을 감시하는지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그거는 우리도 잘 모릅니다.”

“누구 아는 사람 없습니까?”

“알 만한 사람이 있기는 있지요. 백제에서 온 높은 사람이라는데, 아마 부흥 운동에 실패하고 우리 고구려로 도망 왔다고 하였지. 아마.”


부여혼은 깜짝 놀랐다. 육십령에서 목진내에게서 부여풍과 도침 복신의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복신이 도침을 죽이고 또 복신을 부여풍이 죽였고 그로 인해 부흥군이 무너졌지 않은가. 부여혼은 혹시나 해서 다급히 물었다.


“아니, 백제에서 온 높은 사람이요? 그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 마을 가운데서 살고 있지요. 뭐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지. 우리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소.”


부여혼이 부탁했다.


“그럼 만나게 해 주겠소?”


“그렇게 하지요. 지금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서도.”


그 말에 부여혼은 주위의 지형을 둘러보고 그리 멀지 않은 숲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해주시오. 이곳은 당나라 군사들이 감시하고 있다 하니 우린 저기 보이는 숲에 몸을 숨기고 있겠소. 감시병들의 눈을 피해 그 사람을 그리로 좀 안내해주시오.”

“그리하지요. 낮에는 감시를 피하기 어려우니 밤에 데려가겠소.”


안주인이 말했다.


“잠시 방으로 들어오세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들은 손님을 대접할 무슨 뾰족한 것이 있을 수가 없었다. 초근목피로 생명을 유지하는 형편이 아닌가.


“아니요, 말씀은 고마우나 방안에 들어가 좋을 것 없소. 그냥 숲이 더 나을 것 같소. 식량은 우리에게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그 사람을 꼭 만나게 해 주시면 고맙겠소.”

“그럼 그렇게 하지요. 그러면 몇 사람 데리고 갈테니 좀 기다리시지요.”

“알겠습니다. 그러나 당병의 눈에 띄지 않게 은밀히 해야 합니다.”

“염려 마시오. 다, 수가 있어요.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꾸밀 테니 먼저 가 계시오.”

“알겠습니다. 먼저 가서 기다리지요.”


부여혼과 해영선은 적풍과 함께 마을에서 보아두었던 숲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부여혼이 서둘렀다.


“비가 오는군. 나무를 베어 움막을 만듭시다.”

“그래요. 간단하게 비만 피할 수 있게 그렇게 만들지요.”


한밝산에서 움막을 지은 경험이 있어서 그들은 손쉽게 움막을 만들었다. 느티나무와 굴밤나무같이 잎이 넓은 나무들과 억새를 베어 지붕을 만들었다. 곧 떠나야 했으므로 가죽으로 움막을 둘러 물에 젖게 할 필요는 없었다. 가죽을 쓰게 되면 아늑해서 좋기는 하지만 비에 젖는다면 짐이 무거워 이동이 어려워진다. 비만 피하면 떠날 것인데 굳이 가죽으로 움막을 치는 것은 번거롭기만 하기 때문이다.


부여혼은 적풍의 재갈을 풀어주고 풀을 뜯게 하였다. 적풍은 부여혼의 시야를 벗어나지 않고 풀을 뜯었다. 배부르게 풀을 뜯어 먹은 적풍이 움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나무 밑에 서서 잠을 청하였다. 부여혼과 여행을 많이 한 적풍이라 어떻게 해야 주인에게 사랑받는지 알고 있는 것이었다.


부여혼과 해영선이 이무기의 살로 만든 육포와 건량으로 식사를 마치고 한 식경 쯤 기다리니 사람들이 부여혼의 움막으로 찾아들었다. 비가 오는 밤이어서 칠흑같이 어두워 사람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였다.


부여혼이 들어갔던 집에서 보았던 사나이가 움막을 보더니 감탄했다.


“이야, 손님들 집 짓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지 않소. 참 잘 지었네. 그 시간에 어떻게 이렇게 잘 지었소?”


부여혼이 대답했다.


“그저 칼을 써서 나무와 풀을 잘라 대충 얹은 것이오. 비만 잘 피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낮에 말씀하셨던 그분은 모시고 오셨소?”


“여부가 있겠어요. 데리고 왔지요. 여보시오. 이리 오시오. 그런데 너무 어둡구먼.”

“아, 내가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소. 혹시 불이 있소?”

“아 있지요. 내가 관솔을 좀 가지고 다니지요. 부싯돌하고 깃이 있소?”

“그건 염려 마세요.”


해영선이 부싯돌과 부싯깃을 꺼내어서 불을 붙였다. 사내는 관솔을 꺼내어 붉을 밝혔다. 좁은 움막 안에 여러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방안이 환해지자 희멀건 얼굴을 한 사나이가 입을 열었다.


“여기에 백제의 무장이 오셨다고 해서 왔소. 실례가 많소만 누구시오. 나는 주유성에 있었던 부여풍이오.”


부여혼은 자신이 부여풍이라 소개하는 인물을 깜짝 놀라며 바라보았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하였는데 그가 부여풍이었던 것이었다.


“당신이 정말 주류성에서 부흥군을 이끌던 부여풍 왕자시오?”

“그렇소. 그러나 이젠 왕자가 아니라오. 패장일 뿐이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오.”


부여혼이 관솔불을 들고 부여풍 가까이에 가서 얼굴을 보니 어렸을 적 보았던 부여풍이 확실했다. 부여혼은 머리를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소신, 부여혼, 왕자님을 뵙습니다.”


부여풍은 뜻하지 않게 부여혼을 보고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으나 어렸을 적 얼굴이 그대로 있는지라 반갑게 손을 잡고 대답했다.


“부여혼이라니 이게 누군가. 숙부 아닌...시오? 내가 왜로 건너가기 전에 어린 숙부와 지내던 적이 있었는데 그 숙부 맞소이까? 그런데 어찌 변하지 않으셨소? 어릴 적 모습 그대로군.”

“그렇습니다. 소신, 왕자님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일이 있었습니다. 제 얼굴이 변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숙부에게 자네 자네 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숙부는 나보다 나이가 어리기는 해도 무예가 출중하여 나를 가르칠 정도였지요. 그리고 어릴 적 그 얼굴이 그대로여서 바로 알아보았소. 무슨 세월이 숙부만 비껴가는 거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 보지요?”


여기까지 말하던 부여풍은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 그보다 미안하오. 왕자의 신분으로 나라를 지키지 못했소.”

“그거야 저 또한 왕족의 일원으로 그 같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얼굴이야······. 아, 그보다 이쪽은 저의 아내입니다. 고구려 해씨 집안의 딸이지요. 그리고 하대하십시오. 여전히 저는 신하입니다.”


부여풍이 해영선을 돌아보았다. 희미한 불빛이지만 윤곽이 뚜렷하였기에 아름다움이 오히려 빛나는 해영선을 보고 인사를 하였다.


“야 이거 숙부의 용모도 출중하지만, 숙모님의 용모 또한 천하절색이로군요. 두 사람이 선남선녀로 천생연분이에요, 처음 뵙겠소이다. 해씨 가문의 따님이라면 혹시 해진 대인을 아시오?”


해영선이 대답하였다.


“과찬이십니다. 소녀 왕자님을 뵈옵니다. 그분은 저의 부친 되십니다만, 아시는지요?”


“그렇소. 내 부흥 운동에 실패하고 고구려에 망명하여 해대인을 만난 일이 있지요. 참 그때도 해대인은 우리 숙부의 일을 이야기 한 바가 있었구려. 그러고 보니 숙부는 전부터 해씨가문과 인연이 있었던 게로군. 숙모님 이제 저를 조카라 하시고 하대하십시오.”


“하대라니 당치 않습니다. 어찌 신분의 위계가 분명한데 그리할 수 있겠습니까? 해진 대인과의 인연은 특별하지요. 이 지경을 당하여 백제의 마지막 사절이 되었습니다만, 그때 사절단의 일원으로 고구려에 들어와 해진대인······.아니 장인을 만나게 되었고, 애마 적풍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젠 그분의 딸까지 거두게 되었으니 인연도 이런 인연이 없습니다.”


부여혼과 부여풍은 꽤 긴 시간 동안 서로의 일을 물어보느라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한참을 지난 후에 나이가 제법 든 사람이 말했다.


“두 분께서 회포를 푸시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는 듯합니다. 회포는 그쯤 하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만? 이번은 우리 이야기를 들어 주시오. 우리는 도저히 이곳에서 살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리고 백제의 젊은 무장께서는 무예가 고강하다는 이야기를 아낙들한테서 들었소이다.”


그는 부여혼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생각해도 화가 나는지 언성을 높여 말을 이어갔다.


“우리 마을을 통치하는 현령은 무도하기가 그지없는 놈이오. 그런데 휘하에 삼십 명 정도의 졸병을 거느리고 우리를 감시하면서 온갖 욕을 보이고 있소. 마을의 계집이라면 노소를 불문하고 제 것처럼 여기니 그놈에게 당하지 않은 집이 없소. 현령이라는 놈은 그리하면서도 부하들에게는 하지 말라고 말을 하고 있다마는 윗물이 더러운데 어찌 아랫물이 깨끗하기를 바란단 말이오? 위나 아래나 다 똑같이 하는데 이제는 정말 못 참겠소.”


이번엔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면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 패악 무도한 현령 놈을 때려죽이고 마을을 떠나서 살길을 도모하려 합니다. 그러니 젊은 무사는 우리 좀 도와주시오. 현령이라는 놈하고 그 졸병들에게 원한을 갚아야겠소.”


마치 작심하고 있었던 듯 한꺼번에 쏟아내었다. 부여혼은 부여풍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기에 그들의 말을 그만두게 할 요량으로 말을 꺼냈다.


“내 비록 현령을 죽이고 또 서른 정도 되는 병졸들을 상대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소. 그러나 현령이나 병졸을 없앤다고 이 마을이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큰 보복이 따를 것이오. 여러분이 복수하고자 한다면 더 큰 복수를 각오하거나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할 거요. 그런 생각은 해 보셨소?”


그 말에 마을의 자기 집으로 데려갔던 아낙의 남편이 나서서 자기의 이름까지 밝히며 생각을 말하였다.


“난 양강수(楊剛守)요. 여기 있어봤자 현령이나 당나라군 졸병들한테 마누라를 자꾸 빼앗길 판이니 어찌 참겠소. 몇 번이나 마누랄 빼앗겼는지 창피해서 야길 못하겠소.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그 돼먹지 못한 놈들을 죽여 분풀이하지 아니하고서는 못 견디겠단 말이오. 분풀이만 하다면야 어디든 도망가겠소. 한성이 아니라 사비성, 아니 왜라도 가겠소이다.”


그 말을 다른 사내가 받아서 맞장구를 쳤다.


“맞소! 나 또한 그렇게 할 것이요. 나도 그놈들을 쳐 죽이고 처자를 데리고 산으로 들어가거나 남으로 가야겠소.”


그러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결의를 내보이는 것이었다. 부여혼은 해영선을 한번 바라본 후에 말을 꺼냈다.


“여러분의 뜻을 알겠소. 이곳을 떠나려 해도 현령과 병졸들이 문제요. 그들을 살려두고 가자니 탈출이 어려울 것이고 그들을 죽이고 가자니 남은 사람들의 고초가 문제요.”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소. 이곳 현령과 그 무리에게 이를 갈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하나같이 다 죽여 없애면 되지 않겠소? 그리고 모두 여길 떠나버리면 제깟 것들이 어찌하겠소. 보게 그렇지 않겠어 들?”


움막에 앉아있던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민들의 의견이 탈출로 모였다. 부여혼이 말을 꺼냈다.


“이런 말을 해서 좋을지 모르겠······.지······.”


부여혼은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마을 사람들의 운명에 관한 일이었다. 자신이 끝내 그들의 안위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자 사람들이 채근했다.


“아니 무얼 주저하는 겁니까? 부담 같은 건 괘념치 말고 말해 보시오. 우리래 어차피 뭔가를 하려 하던 참이니까.”


부여혼은 참으로 난감함을 느끼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이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았지 않았는가. 인제 와서 발을 빼본들 그것 또한 무책임한 짓이었다. 부여혼은 하려던 말을 하고 말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령의 손발을 묶고 패수를 건너서 남으로 내려가는 것이오. 나는 한 달 전에 오골성에서 당군 이만을 궤멸시킨 전투에 참여한 적이 있어 여러분들이 갈만한 데를 추천할 용의가 있소이다. 사실 얼마 전 오골성 백성들이 고연무 장군을 따라서 내홀의 한성으로 갔소. 여러분들도 마음만 먹는다면 오골성 백성들처럼 할 수 있을 것이외다. 배가 있다면 이 강을 건너서 쉽게 내홀로 갈 수 있을 것이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누가 물었다.


“와 한성으로 가는 겁니까?”


그러자 해영선이 대답했다.


“내홀의 한성에는 태대형이신 검모잠 장군께서 보장 대왕의 후손이신 안승공을 대왕으로 모시고 계신다고 합니다. 봉황산 오골성을 지키던 고연무 장군도 그래서 합류하였지요.”


“그럼 한성에다 고구려 나라를 세웠다 그 말입니까?”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직 나라가 완전히 세워지지는 않았다는 말 아니오?”

“저도 아직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라를 세웠거나 세우기 위해 한성에 모인 건 틀림없어요.”

“그럼 저는 한성으로 가겠소이다. 우리 군대가 있는 데서 살아야지 이렇게는 못 살겠어요.”

누가 이렇게 한마디 하자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했다.

“나도 가겠소. 하루를 살더라도 마음 편히 살겠소.”

“나도 그렇소!”


그러자 구체적인 방안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거 좋소. 가다가 죽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소이다. 그리고 배는 현령이 움직이고 있는 배가 여러 척 있소. 그걸 빼앗아서 강을 건너가면 되오.”


그렇게 해서 마을 사람들이 강을 건너 한성으로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일이 계획되었다.


유민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종합하여 탈출계획을 세웠다. 현령의 처리문제는 매우 중요했다. 현령의 동태를 파악하여 그가 무방비 상태일 때 관아를 접수해야 하는데, 마침 치소를 다녀온 유민의 말에 의하면 현령은 출타하지 않고 관청에서 지내며 사흘 건너 술타령에 여염집 계집을 끌고 와서 뒹군다고 했다. 내일은 틀림없이 또 술판이 벌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그렇다면 일을 도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으나 내일 저녁쯤이 적당했다. 준비한다고 날짜를 미루어본들 별 뾰족한 수를 더 내놓을 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살고 있던 터전을 하루아침에 쉬 버릴 수 있을지가 걱정되었다. 그러나 유민들은 계속 있어 봐야 당의 사민정책에 의해서 유민들이 당의 내지로 끌려가고 말기 때문에 하루라도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다는 의견이었다.


이미 모든 것을 빼앗겼는데 가지고 갈 것도 없으니 내일이라도 떠나자는 것이었다.


부여혼은 유민들이 하소연하는 망국의 서러움을 자신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우리 백제 백성도 그러할 것이 아닌가.

부여혼은 내일 유민이 마을을 탈출하는 것으로 결정하자 대강의 작전을 세우고 세세한 행동요령을 일러주고 내일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물론 중요한 일은 부여혼 자신이 직접 처결할 것이었다. 암살하는 것은 서라벌에서 임자를 대상으로 경험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을 주민들의 조직적인 협조를 받아서 하는 것이므로 현령과 졸개들의 처리에는 걱정이 없었으나 그들을 어떻게 한성까지 이끄느냐가 문제였다.




백제유장 연재 원칙

1. 가급적 정사를 훼손하지 않는다.

2. 표준형 어투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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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5-5. 국가(國家)와 민족(民族) (6) 23.05.21 29 1 22쪽
109 1-5-5. 국가(國家)와 민족(民族) (5) 23.05.17 36 1 23쪽
108 1-5-5. 국가(國家)와 민족(民族) (4) 23.05.13 44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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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5-5. 국가(國家)와 민족(民族) (2) 23.05.06 51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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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1-5-2. 제가성(濟家城) 이전(移轉) (4) 23.04.15 63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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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1-4-2. 천계(天界)의 동경(銅鏡) (3) 23.03.20 73 0 17쪽
67 1-4-2. 천계(天界)의 동경(銅鏡) (2) 23.03.19 87 0 20쪽
66 1-4-2. 천계(天界)의 동경(銅鏡) (1) 23.03.18 87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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