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유장(百濟遺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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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裕廬)
작품등록일 :
2023.01.1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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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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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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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한성의 고구려 (3)

DUMMY

1-3-1. 한성의 고구려 (3)




“좋소”


검모잠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부여혼의 명치로 정권을 내질렀다. 부여혼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목검을 버리는 한편 왼손으로 검모잠의 손목을 빗겨 밀며 공격을 해소하고 이어서 오른쪽 주먹으로 검모잠의 왼쪽 어깨를 공격해갔다. 검모잠 또한 어깨를 틀면서 오른 주먹으로 부여혼의주먹을 쳐내며 왼 주먹을 부여혼의 오른쪽 어깨로 격해 들어갔다.


오른 주먹이 움직이려면 왼발이 먼저 움직여야 힘이 배가된다. 왼 주먹이 또한 오른발이 먼저 움직여 축이 되어야 공격이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상대의 발과 상대의 눈을 보면 공격의 길이 보이고 그에 따른 방어를 할 수 있다.


수많은 격전을 치른 고수의 격투는 선행 동작과 연결 동작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고 간결하다. 오장육부와 사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타격과 방어가 완벽한 전환과 균형을 이루게 된다. 허점은 이의 균형이 깨질 때 생기며 상대에게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오른손 공격에 있어 왼손은 그 작용과 반작용의 운동궤적을 연결하여야 하고 왼손 공격 또한 마찬가지로 연결하여야 하며 발 공격은 다른 발의 기초위에서 작용과 반작용이 연결된다. 허공에 체류하면서도 반작용의 해소는 중요한 것이니 이는 끊임없는 수련을 통하여 몸으로 터득하는 것이다. 변형과 활용 또한 이 같은 바탕이 아니고서는 이룰 수 없다.


부여혼과 검모잠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으로 공수를 전환하고 상대의 공격을 매끄럽게 해소하고 있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숨소리는 완벽한 흐름이 있고 나아감과 물러감이 질서정연하니 짝을 이룬 제비의 곡예요 허공을 교차하는 그네였다.


승부는 나지 않았고 시간은 한 시진이 지나갔다.


이번에도 부여혼이 먼저 제안했다.


“아무래도 승부를 내기 어려울 것 같소.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좋지 않겠소?”


검모잠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구려. 좋소! 끝냅시다. 아주 후련하오. 오늘에야 대련다운 대련을 할 수 있었소. 대련에 응해주셔서 고맙소이다.”

“이 몸 또한 즐거웠소이다. 또한, 많이 배웠소.”

“아니오, 나는 공의 상대가 아님을 알고 있소. 공은 이 몸보다 몇 수 그 이상이오”

“아니외다. 그렇지 않소이다.”

“괜히 그런 것으로 시비할 것은 없소. 자 우리 몸을 식히고 차나 한잔 더하면서 담소나 나눕시다.”


막사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기회를 보던 부여혼은 검모잠의 잔에 차를 따르면서 말문을 열었다.


“검 장군, 소장이 잠시 느낀 바를 말씀드려도 되겠소이까?”


검모잠은 부여혼이 대련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부여혼의 눈을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를 말씀이시오. 아예 주안상을 놓고 담화하심이 어떻소?”

“좋소이다.”


검모잠은 손수 막사의 한쪽에 보관해 두었던 술병을 꺼내왔다. 육포를 안주로 하고 술을 한 잔씩 마신 후에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부여혼 장군, 세상사에 아무나 얻기 어려운 것이 기연인데, 부여혼 장군은 절세의 기연을 얻어 이렇게 회춘을 하였으니 실로 부럽기 그지없구려.”

“참으로 과분한 복인 게지요. 그러나 이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젊어진 것은 좋으나 갑자기 아들과 같은 또래로 내려가 버렸으니 장차 아내와 자식을 만나서 어찌 처신해야 할 것인지 막막합니다.”

“허허허, 듣고 보니 괜한 말씀은 아니신 듯하외다. 참으로 고심이 크실 것이오 만, 만약 이 몸에 그런 기회가 온다면 소장은 사양하지 않을 것 같소. 허허허”

“하하하 그런 것 같군요. 하지만 실제 당해보시구려. 좀 곤란을 겪을 것이외다. 사실은 정상이 아니지 않소. 보는 사람마다 다짜고짜 아이로 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기에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하기 때문이지요.”

“허허허, 정말 그러한 것 같소이다. 우리 대왕께서도 부여혼 장군을 그리 보신 것 같소. 그 때문에 대전에서 낭패를 보지 않았소이까. 자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구려. 듭시다.”


부여혼과 검모잠은 잔을 함께 비운 뒤에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하하, 그러게 말이외다. 이것이 젊어져서 당한 낭패이니 누굴 탓할 수 없겠지요. 이제 그 이야기는 이쯤 합시다. 그런데 검 장군.”


이제 본론을 이야기 할 때가 되었다. 부여혼이 정색을 하고 검모잠을 바라보면서 잠시 말을 끊고 있자 검모잠이 채근했다.


“왜 그러시오. 갑자기 정색하시고······.”

“검모잠 장군, 내 긴히 하려던 말을 진정으로 하겠으니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허- 왜 이러시오. 장군. 갑자기······.”

“좋소. 말씀드리지요. 검 장군, 귀공이 모신 대왕을 어찌 생각하시오?”

“아니 장군. 어찌 생각하다니요?”

“지금 여기 세워진 한성의 고구려는 검모잠 장군이 세운 것이오. 그렇지 않소?”

“아니오. 우리 대왕을 추대하고 신라로부터 추인을 받은 것이지요. 그것은 대왕의 은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소.”

“신라로부터 추인을 받았다고 하셨소?”

“그렇소. 자력으로 나라를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지금은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하니 추인을 받고 신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이지만 우리의 자립기반이 마련되면 신라의 지원은 필요 없겠지요.”

“그것이 장군의 진정한 생각은 아니겠지요?”

“후······, 그건 대왕의 생각이시오.”

“검 장군, 신라가 고구려를 진정으로 추인하였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신라는 지금 고구려의 힘을 쓰고자 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오. 나는 검 장군이 가진 포부를 지지하오. 그런데 당신이 세운 대왕이라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것 같소. 그래서 하는 말이오만 신속히 저 안승을 제거하시오.”

“아니 부여 장군. 말씀이 과하시오. 어찌 그리 참람한 말을······.”

“내가 이 고구려군에 남기를 수락하고 벼슬을 하면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나는 곧 떠날 것이오. 내가 당신이 대왕이라 받드는 사람의 깜냥을 살펴보니 당신의 포부에 미치지 못하오. 저자는 당신과 고구려를 해쳤으면 해쳤지 도움이 될 자가 아님은 분명하오. 또한, 당신이 제거하지 않으면 당신이 제거되리다. 그렇게 되면 한성 고구려의 꿈도 무너지게 될 것이오. 거듭 말씀드리오. 그는 진정 고구려의 제왕이 될 그릇이 아니니, 나의 이 말을 허언으로 생각하지 마시오.”


그 말에 검모잠을 얼굴빛이 벌겋게 되어 큰소리로 항변했다.


“아니 이보시오. 부여혼 장군. 참으로 말씀이 지나치시오. 그분은 고구려의 대왕 보장의 아들이오. 그러니 혈통적으로 우리의 왕이 되시기에 부족함이 없소. 또한, 당나라와 맞서 싸우는 데 주저함이 없으시니, 그 또한 왕으로서 부족함이 없소. 그러할 진데 어찌 제왕의 재목이 아니라는 거요.”

“검모잠 장군. 왕의 아들이라고 해서, 당과 대립한다고 해서 제왕이 되는 것은 아니오. 그 사람에게 덕목이 있느냐는 것이오. 불행하게도 그에게는 덕목이 없을 뿐 아니라 의지도 없소. 그는 이 작은 기반마저 무너뜨릴 사람이니 꼭 명심하시오.”


검모잠은 부여혼의 말에 격탕이 되었는지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여혼은 되물었다.


“내 보기에 이곳 한성의 경비는 신라군이 맡고, 고구려군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소. 그렇지 아니하오? 또 대왕은 성주궁에서 기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배권은 행사하지 못하는 것 같소. 고구려군의 병사(兵舍)가 단 한 채도 없는 것을 보니 말이오. 그렇지 않소?”

“······.”


검모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그거야 원래 신라군이 이곳을 점령하고 있었고, 병사에 그들이 기거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소. 병사가 있고 없고가 뭐 그리 중요하겠소.”

“대형! 그렇지 않소이다. 나라를 선포한 마당이오. 그러면 당연히 주권이 있어야 하오. 신라군의 이곳 책임자는 누구이기에 이렇게 처신한단 말이오. 하나의 나라를 인정한다면 이곳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그들은 다른 곳에 주둔하거나 최소한 공동경비는 이루어져야 마땅한 것이오. 도대체 그자가 누구요?”


검모잠은 갑자기 부끄러워짐을 느꼈다. 안승을 대왕으로 추대하고 고구려 세력을 모으는 데만 급급했지 이러한 생각은 할 틈이 없었다. 그런데 부여 혼이 자기의 아픈 부위를 건드리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할 말이 없었다.


“그동안 흩어진 고구려군을 추스르는데 바빠서 그걸 하진 못했소. 그건 차차 하면 될 것이외다.”

“차차요? 그렇지 않소. 가장 시급한 것이 그것이오. 왕 된 자가 자기의 통치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니 그건 아니 될 말이오. 가장 시급한 것이 그것이외다. 도대체 이곳 성주가 누구이기에······.”

“이곳 성주는 신라국의 사찬(沙湌)벼슬을 하는 수세(藪世)외다.”

“그것 보시오. 일개 사찬에게 국왕이 보호를 받는 형국이 아니오? 말이 보호지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소.”


부여혼은 더 생각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고구려를 지원한다면서 자치권을 억제한다는 것은 실질적인 지배를 뜻하는 것이었다.


“신라는 고구려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소. 한성에 총관을 파견하였으니 결코 고구려의 자치권을 허용할 생각이 없는 것이오. 대왕은 그것조차 안중에 없단 말이오? 한나라를 경영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자신의 위상과 그에 맞는 통치행위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오. 그런데 대왕은 그것조차도 모르는 듯 보이오 만?”

“그······. 그건 미처.”


검모잠은 자괴에 빠졌다.


자신도 관직이 대형이다. 고구려 관직으로 결코 낮은 관직이 아니지만 그런 것을 간과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화가 차오르기 시작하던 터였다. 계속 이어지는 부여혼의 지적에 수치심이 깊어진 검모잠이 마침내 분노를 가장하여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듣자 듣자 하니 못하는 말씀이 없구려. 오늘은 좋은 뜻으로 그대와 대화를 나누고자 하였으나 서로 생각이 다르구려. 지금 장군이 한 말씀은 듣지 아니한 것으로 하겠소. 이후로는 다시는 그런 말씀을 하지 말기 바라오. 배웅은 하지 않겠소. 잘 가시오.”

“장군! 내 말을 곡해하지 마시오. 그는 당신과 오래 해서는······.”


검모잠은 부여혼의 말을 더 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싸늘한 얼굴로 돌아서서 먼저 방을 나갔다. 그러나 부여혼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승은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검모잠이나 고구려의 부흥에 결코 이롭지 못한 사람이다. 특히 검모잠에게 치명적 위협이 될 사람이다. 그로 인해 이제 생긴 고구려 부흥의 불씨마저 꺼뜨릴 위인이었다.


부여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중얼거렸다.


참으로 안 되었구나. 참으로 안 되었어. 저런 불세출의 영웅이 주군을 잘못 세워 명을 재촉하고 말았구나. 참으로 안타깝구나.’


부여혼은 처소로 돌아왔다.


해영선이 기다리고 있다가 부여혼을 맞이하며 물었다.


“여보, 늦은 시간까지 어디에 계시다가 이제 오세요?”

“검모잠 대형과 궁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장군과 말을 좀 더 나누다가 왔소. 음······. 좋지 않구려.”

“예? 무엇이 좋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설마 이곳이?”

“음······. 모든 것이 좋지 않소. 내가 이곳 한성을 둘러보니 고구려군은 실질적으로 한성을 통치하지 못하고 있었소. 이곳 한성은 신라장수 수세(藪世)라는 자가 총관으로 와 있었소. 고구려의 영토가 아니고 신라 군영에 고구려 포로가 임시 수용당하여 있는 꼴이오. 말로만 고구려국이요 고구려군이지 이건 신라의 인질에 불과하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안되었지만 사실이오. 백제의 백성들도 야금야금 신라의 내지로 이주시키고 있소. 내가 판단하기에 신라는 이곳에 있는 고구려군과 백성들도 남쪽으로,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백제지역으로 옮기게 할 것이 분명하오.”

“여보, 그런 어째서 그런가요?”

“부인. 생각해보시오. 아직도 신라는 백제지역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어요. 당나라나 그 이전 왕조에서 신라, 백제, 고구려를 대하며 쓰는 전략이 있소. 바로 이이제이(以夷制夷)요. 이족(夷族)은 이족(夷族)으로써 제압한다는 말인데, 웅진백제와의 싸움이나 대당 싸움에 고구려군대를 동원하려 할 것이오. 신라조정은 머지않아 선심 쓰듯 고구려 군민에게 백제지역으로 이주하도록 종용할 것이오.”


해영선도 뭔가 짚이는 게 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여혼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된다면 안 되잖아요.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데요.”

“더구나 검모잠 장군이 추대한 안승이라는 자는 제왕으로서의 아무런 자질조차 없는 사람이었소. 장차 부흥군에 큰 해가 될 사람이오.”

“검모잠 장군이 사람을 잘못 보셨을 리가 없는데요?”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이 없어서겠지. 단언컨대, 안승은 문제가 많소. 그의 사람됨을 보니 역경을 당하면 겪어보기도 전에 도망갈 사람이오. 장차 검모잠 장군과 뜻이 맞지 않아서 불행한 일이 생길 수도 있소.”

“부흥군의 앞날에 그런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면 그것을 제거해야지요.”


부여혼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검모잠 장군에게 그것을 말하였지만 검 장군은 신의가 있는 인물이라 거부당했소.”

“그렇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장인어른께 말씀드려야 하겠소. 진정 고구려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 한성에 머무르면 안 되오. 신라의 힘이 미치지 않는 북쪽으로 더 올라가야 하고 당과의 싸움에서는 신라와 협력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신라 내지에 터전을 잡는다면 마침내 고구려가 소멸당하게 되오.”

“여보, 그러면 어서 아버님께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그럽시다.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내일 의논하기로 합시다.”


해영선과 함께 해진의 가족들과 만난 부여혼은 좀 더 구체적으로 정세를 설명하고 안승의 사람됨이 왕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며 필경 현재 부흥군의 기둥인 검모잠까지 온전치 못하게 될 것을 설명했다.


해진은 한숨을 쉬며 부여혼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뭐야. 우리 부흥군의 앞날이 어려워졌단 말이지?”


해영선이 부여혼을 거들며 나섰다.


“아버지. 이이의 말이 틀림없어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우리 내외는 사람의 앞날을 짐작할 수 있어요. 믿으셔도 돼요.”


혼란스러워진 해진이 대답했다.


“내가 신선술로 젊어진 사위와 딸의 말이니 믿기는 믿어야 하겠지마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구나. 그럼 자칫 지금까지 고생한 것이 소용이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건데, 이제 어째야 하는 거야?”


부여혼이 단단히 못 박았다.


“북으로 가야 합니다. 북쪽에 희망이 있어요. 남으로 내려가면 소멸뿐입니다. 당나라나 신라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힘을 길러야 하지요.”


해진은 머리를 둔탁한 것에 맞은 것처럼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입조차 다물지 못하고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한마디 했다.


“음. 사위의 말대로 하지. 우리만이라도 북으로 가야 하겠어. 그럼 고연무 장군에게는 뭐라 하면 좋겠나?”

“고연무 장군에게 권해본들 그는 따라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지쳐있어요. 패기가 사라지고 이제는 안돈을 하려 하고 있어요. 그러니 그는 안승을 따를 것입니다. 검모잠 장군은 패기와 의지가 있고 원칙이 있지만, 그것들이 그를 힘들게 할 것이에요.”

“그러면 여기 있는 백성들은 어찌하면 좋겠나?”

“아직 명분이 있지요. 저와 해영선을 따라온 백성들이 있으니까요. 고구려 옛 땅을 떠나지 않고 부흥 운동을 해야 하겠다는 명분 아래 북쪽으로 움직인다고 하면 됩니다. 따라나서는 백성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만이라도 구해야 합니다.”

“알겠네. 이야 이거 어마어마한 얘기로구먼, 정 안되면 우리끼리라도 가야 하겠지. 사위도 동행하여 주겠지?”

“저도 같이 가면 좋겠지만 고향에 가족이 있는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그렇구먼, 그렇더라도 내 결심했으니깐 사위가 조금만 더 도와줘야겠어 내 오래 붙잡고 있진 않을 거야. 멋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토사구팽(兔死狗烹) 당할 수야 없지.”


해진은 우선 세 아들부터 설득시키기로 했다. 개형과 개운 개광은 많이 놀란 눈치였다. 개운과 개광은 부여혼의 안목을 알고 있었다. 개형의 경우에는 고연무의 부장으로 오래 있었기 때문에 망설였으나 안승이 제왕으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데 동의했다. 제왕이 부족하더라도 신하들이 잘 보필하면 될 것이지마는 패도(覇道)가 없다면 그건 공멸만 남겨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고연무 또한 그것을 바꿀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고연무의 휘하를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백제유장 연재 원칙

1. 가급적 정사를 훼손하지 않는다.

2. 표준형 어투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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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5-5. 국가(國家)와 민족(民族) (6) 23.05.21 29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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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5-5. 국가(國家)와 민족(民族) (4) 23.05.13 44 1 22쪽
107 1-5-5. 국가(國家)와 민족(民族) (3) +2 23.05.07 55 1 22쪽
106 1-5-5. 국가(國家)와 민족(民族) (2) 23.05.06 51 0 21쪽
105 1-5-5. 국가(國家)와 민족(民族) (1) 23.05.04 55 0 21쪽
104 1-5-4. 존망(存亡)의 분수령(分水嶺) (5) 23.05.03 54 0 21쪽
103 1-5-4. 존망(存亡)의 분수령(分水嶺) (4) 23.05.02 48 0 20쪽
102 1-5-4. 존망(存亡)의 분수령(分水嶺) (3) 23.05.01 56 0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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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1-5-3. 바람속의 바람 (2) 23.04.17 63 0 19쪽
95 1-5-3. 바람속의 바람 (1) 23.04.16 65 0 18쪽
94 1-5-2. 제가성(濟家城) 이전(移轉) (4) 23.04.15 63 0 19쪽
93 1-5-2. 제가성(濟家城) 이전(移轉) (3) 23.04.14 53 0 19쪽
92 1-5-2. 제가성(濟家城) 이전(移轉) (2) 23.04.13 60 0 22쪽
91 1-5-2. 제가성(濟家城) 이전(移轉) (1) 23.04.12 51 0 18쪽
90 1-5-1. 재건(再建)의 기반(基盤) (4) 23.04.11 59 0 19쪽
89 1-5-1. 재건(再建)의 기반(基盤) (3) 23.04.10 55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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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1-5-1. 재건(再建)의 기반(基盤) (1) 23.04.08 5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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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1-4-3. 선인(仙人)의 땅 (1) 23.03.23 79 0 16쪽
70 1-4-2. 천계(天界)의 동경(銅鏡) (5) 23.03.22 80 0 16쪽
69 1-4-2. 천계(天界)의 동경(銅鏡) (4) 23.03.21 74 0 17쪽
68 1-4-2. 천계(天界)의 동경(銅鏡) (3) 23.03.20 73 0 17쪽
67 1-4-2. 천계(天界)의 동경(銅鏡) (2) 23.03.19 87 0 20쪽
66 1-4-2. 천계(天界)의 동경(銅鏡) (1) 23.03.18 87 0 16쪽
65 1-4-1. 천명을 받은 사람 (4) 23.03.17 81 0 19쪽
64 1-4-1. 천명을 받은 사람 (3) 23.03.16 75 0 16쪽
63 1-4-1. 천명을 받은 사람 (2) 23.03.15 8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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