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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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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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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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4. 만년필? 정말? - 1

DUMMY

한 남자있다.

미성(美聲)의 근육질인 그 한 남자 말고,

미완성의 근성을 지닌 한 남자가.

마른 몸매, 못생긴 건 둘째 치고 너무 짜증이 넘치는 얼굴. 허름한 옷차림. 얼핏 봤을 때는 그냥 동네 부랑아처럼 보이지만, 이 남자의 직업은 작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 안에서 성의 사건사고를 신문에 실어내던 기자였다.

온갖 자극적인 머리기사와 3류 소설보다 더 볼품없는 내용으로 모두의 빈축을 샀던 기자, 곽자.

그는 더 이상 성 안에서 자신의 글이 먹히질 않자, 이젠 성밖마을로 몰래 들어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순진한 성밖마을 주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기 위해.

그러나,

작가라고는 하지만, 항상 변변치 못한 글만 썼던 그가 성밖마을에 나온다고 한들 제대로 된 밥벌이를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작고 작은 골방에 틀어박혀 꽃 같은 인생을 축내가며 그저 키보드 워리어로만 살아가는 곽자. 그의 유일한 마실은 가챠 카지노 탐방 정도랄까.

그런데 갑자기 이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인물의 소개를 왜 하나고?

그럼 거두절미하고 짜잔! 이 인간쓰레기 곽자가 바로 현과장의 첫 번째 「초불행」이 되시겠다.


현과장이 은빛의 만년필을 뽑았을 당시, 이 인간 곽자도 가챠 카지노에서 가챠 중이었다. 그것도 바로 입구에 있는 가챠 머신, 그래, 조금 전 현과장의 마음에 도박의 불을 지피게 한 5등 가챠의 주인이었다.

그는 당당히 오늘은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일생일대의 운을 카지노에 써버린 것 같았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어차피 시궁창 인생. 단 얼마의 돈이라도 손에 쥘 수 있다면 그만이었으니까.

다른 사람이 3등을 뽑던, 2등을 뽑던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의 눈으로 전설 속에만 존재한다는 은빛의 만년필을 보기 전까지.


쥐기만 한다면, 사람의 혼을 빼놓는 글을 완성시켜 준다는 최고의 아이템 은빛의 만년필. 전설에 의하면, 창조주의 손가락에 박혀 있던 가시가 빠져나와 만년필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런 물건이 왜 가챠 카지노에 있는 건지 그건 미지수이지만. 어쨌든, 나름 글쟁이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던 곽자는 그 만년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만년필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그의 이성은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래,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는 물건. 그리고 눈앞의 만년필이 진품이라는 보장도 없다. 가품일 것이다. 아니, 가품이 틀림없다. 그는 그렇게 믿기로 하고 그대로 카지노를 나서려 했다. 그런데,


“제정신이야? 현과장 이런 걸 썼다고?”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라고!”


작은 쪽지를 들고서 무척이나 호들갑을 떠는 갓패치와 연신 고개를 젓는 붉은 바지의 사내. 얼마전 TV에서 어흥선생과의 지식 배틀에서 승리한 현과장이 분명했다.

그건 그렇고, 무슨 글을 썼기에 저리 호들갑일까. 뭐, 사람이 한 번 보면 혼이 쏙 빠질 만큼의 명필이기라도 한 건가. 곽자는 카지노를 나서려던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갓패치, 제정신이야? 그걸 왜 봐?!”

“젠장! 나도 보기 싫은데! 이거 현과장의 커피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하다고! 나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우렁차게 절규하던 갓패치는, 프런트에 있는 메모장을 집어서 현과장에게 무작정 내밀었다.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이렇게 사람이 많고 정신 사나운 곳에서 글을 쓰게 핳 작정인 것일까. 뭐 갓패치라는 인물이 그런 막나가는 인물이긴 하지만, 글을 스는 인물은 본인이 아닌 현과장.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글이 나올 리 만무했다.


“다시 해봐.”


역시나, 갓패치는 현과장을 바라보며 글을 주문했다.

그런 두 사함을 바라보며 작은 냉소를 머금는 곽자.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창작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란 것을. 그런데,


“다 됐어.”


순식간에 글짓기를 끝마친 현과장. 곽자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장난이지? 분명 만년필로 쭉 긋는 모습만 보였는데, 글을 다 썼다고? 아니 완성했다고?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현과장이 갓패치에게 내민 메모장에는 글자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왜 손이 안 떨어지는 거야?!”

“그건 갓패치가 꽉 쥐고 있어서 그런 거고.”


또 다시 절규하는 갓패치와 그런 그에게 실없는 농담이나 던지는 현과장. 이 실없는 농담으로 봤을 때, 결코 현과장은 글을 잘 쓸 만한 위인은 아니다. 써 봤자 중학생의 일기 정도의 수준. 그런데, 그런 사람의 글을 읽고 갓패치가 저렇게 이성을 잃다니. 곽자는 확신했다. 현과장의 손에 들린 저 만년필이, 정말 전설급 아이템인 은빛의 만년필이라고.


이런 확신이 들자, 그의 잔잔했던 마음속에 작은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날, 볼품없는 기사 내용 때문에 주변의 날선 비판을 받았던 시절들.

소설 작가로 전향했지만, 역시나 그의 글을 외면하는 사람들.

이런 모진 평가를 받아왔던 그에게 어쩌면 기회가 찾아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분명 이것은 기회다. 그의 이성은 이미 성 안 기자 시절 때 사라져 버린 지 오래.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본능뿐이었다. 양심도 없다. 양심이 없으니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그래, 저 만년필은 자신의 몫이다. 원래 그 가챠 머신은 자신이 가서 뽑으려고 했던 거다. 손에 쥔 5등이 아닌, 현과장의 손에 들린 2등을. 그런데 현과장이 새치기를 한 거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세뇌했다.


지금 바로 눈앞에 은빛의 만년필이 또렷하게 보인다. 그것도 불과 몇 걸음 앞에.

만년필을 보고있자니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곽자. 그는 이내 굳건하게 마음을 굳혔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물건을 되찾아오기로.


***


갓패치가 어수선하게 절규를 남발한 탓일까. 현과장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 「개행운」 다음에 「초불행」이 찾아온다고 직접 얘기했건만, 그새 까먹고 전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는 현과장. 점집에 가서도 안 좋다는 말을 들으면, 이런저런 대책을 세우고 대비하는데, 내가 직접 나타나 불행의 위험을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천하태평이라니. 내가 뭘 도대체 얼마나 해줘야 하는 걸까.

애드리브로 싼 똥 치워줘,

이야기 진행 해줘,

이렇게 간간히 행운도 넣어줘.

설마, 이 인간들 나를 호구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신은 언제나 주인공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번 기회에 이 인간들의 정신머리를 단단히 바꿔놔야지. 왜냐하면, 내 본업은 신이 아니라 작가니까.


“저기 실례합니다. 그 은빛의 만년필, 팔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어수선한 틈을 타 현과장에게로 다가와 말을 거는 곽자.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현과장은 화들짝 놀라 그와 거리를 두며 바라보았다.


“저는 성의 기자 꽉짜입니다.”


현과장에게 사기를 치려고 단단히 벼룬 것인지, 그는 자신의 이름과 직업을 속이며 현과장에게 접근했다. 그런데, 꽉짜? 성 안의 기자? 아니, 좀 더 그럴싸한 이름과 직업 없어? 그렇게 어설프니까 기사도 엉망진창이고 이야기도 재미가 없지. 아, 「초불행」을 이 인간으로 선택한 게 잘한 것일까. 머릿속에서 갑작스레 후회가 밀려왔다.


“기자님이시라고요?”


순진하게도 그의 말을 믿는 현과장. 이 말을 믿게 하는 데는 누구보다 갓패치의 도움이 컸었다.


“당신이 무슨 일이야? 성 안에서 기사나 안 쓰고.”


곽자를 알아보고, 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갓패치. 물론 갓패치가 보내는 눈빛을 현과장이 알아볼 리 없었다. 그 눈빛은 자신이 아닌 곽자를 향하고 있었으니까.


“갓패치, 진짜 기자님이 맞는 거야?”

“제정신이야? 진짜 기자가 아니라, 멍청한 3류 기자야. 어그로 성 헤드라인만 잘 뽑는 3류.”


갓패치의 말에 고개를 들지 못 하는 곽자. 그런데,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 것. 곽자는 자신의 계획에 똥을 뿌릴 것만 같았던 갓패치가 이런 식으로 도움을 줄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가 이어서 건넨 말이, 궁지에 빠진 곽자를 완전히 구해줄 계기가 되고야 말았으니까.


“그렇게 글을 못 쓰니 이런 물건에 의존하고 싶은 거로군. 능력을 키울 것이지.”

“아, 네, 뭐 그렇습니다. 어르신.”


곽자는 고개를 조아렸다. 다행히도 갓패치는 그의 얼굴과 글은 알지만, 이름까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꽉짜라고 말해도 아무런 태클을 걸지 않았으니까. 비록 얼굴이 알려졌지만, 숨어서 글만 쓰면 그만. 이런 생각을 하니, 곽자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갑자기 너무나도 뜬금없게.


“웃어? 제정신이야? 그래, 너한테는 안 팔아.”


갓패치는 곽자의 미소에 무척이나 화가 났는지, 곧바로 정색하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런데,


“아니지, 아니지. 이 만년필은 이런 사람에게 필요한 거지.”


고개를 저으며, 곽자에게 엄청난 호감을 보이는 현과장. 빨리 만년필을 처리하고 싶은 그의 욕망이 두 눈을 멀게 만든 것일까. 그는 사리 분간도 못하고, 마냥 좋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런 미소를 보니 울화통이 터지는 것은 왜일까.

아니, 정신머리를 고치고 나발이고, 이건 아니잖아!

정신을 차리고 내 이야기를 잘 들었다면, 분명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버젓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일으켜 보는 이의 가슴에 거대한 고구마를 멕인다고? 현과장, 제정신이야? 당신 주인공 맞아?

뭐야 지금 나 길들이는 거야? 주인공이 작가를 길들이는 거야?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야? 지금?!


“현과장, 지금 뭐하는 짓이야? 제정신이야? 이 사람한테 만년필을 팔겠다고?”

“이렇게 딱하니 구매자가 나타났는데, 그냥 팔지 뭘 그렇게 따져. 좋은 게 좋은 거지.”


순간, 갓패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은 게 좋다라?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원더랜드에서 살아가려고 했다니. 그를 바라보는 갓패치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아무래도 너무나 큰 행운이 찾아온 것이 오히려 그의 이성을 마비시킨 것이 분명했다. 이럴 때는 크게 당하는 것이 상책. 갓패치는 자신의 마음을 굳혔다.


“그럼 알아서 잘 팔아보시지. 난 여기서 좀 놀다 갈 테니.”


짤막하게 말을 남긴 뒤, 곧바로 카지노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갓패치. 바로 그때였다.


[휙!]


현과장이 갓패치에게 시선을 팔린 사이, 현과장의 손에서 만년필을 낚아채는 곽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질주로 카지노 밖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갓패치! 소매치기! 소매치기!”

“흥! 제정신이야? 당연히 그런 좋은 물건을 들고 있으면 뺏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


현과장의 외침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당당하게 갓패치는 가챠 머신 앞에 앉았다. 그의 태도에 갓패치가 전혀 도와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현과장. 그 생각과 더불어 그제야 그의 머릿속에 드디어 「초불행」이 살그머니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초불행」이라고 해도, 줬다 빼앗는 건 건 반칙이지!”


단발마 같은 외침과 함께, 그렇게 헐레벌떡 곽자의 뒤를 쫓는 현과장. 그러니까 내 말을 좀 잘 듣지 그랬어, 현과장. 덕분에 우리 모두 고구마를 한 상자나 먹었잖아. 내가 처리해야 할 일도 생기고. 귀찮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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