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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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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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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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7. 숫자 예지몽 - 2

DUMMY

“그럴 리 없습니다만! 일반인이 예지몽을 꾸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만!”


예지몽이라는 말에 제일 먼저 반응한 사람은 여왕이었다. 그녀의 얼굴 가득한 불신. 그 의심은 이내 목소리가 되어 그녀의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원더랜드의 예언자는 나, 미우 단 한 사람입니다. 나도 못 본 예지몽을 현과장이 꾼다는 게 가능할 리 없습니다만!”


강하고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여왕의 목소리. 그녀는 무척이나 단호했다. 그러나,


“제정신이야? 얼토당토안한 예언으로 왕좌를 빼앗은 사람을 예언자라고 믿으라고?”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가뿐히 그녀를 무시하는 갓패치. 비단 그 혼자만이 아니라, 채야와 어흥선생도, 그녀를 향했던 시선을 거두어 버렸다.

그런데, 현과장의 표정이 이상하다.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당황함이 잔뜩 서려있는 그의 얼굴. 그는 주변 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꾼 게 정말 예지몽이라면, 나 한번 죽었던 거야?”


죽었다니. 무슨 말일까. 여왕은 고개를 기울였다.


“현과장은 죽지 않는 몸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니, 아니! 죽지 않는 건 아니다냥. 죽긴 죽지만 바로 재생이 되는 거다냥.”


여왕의 말을 올바르게 정정해 준 어흥선생.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바로,


“그럼, 「시간의 생명」이 현과장에게 있는 것입니까?”


「시간의 생명」이 현과장에게... 아니! 아니! 아니! 여왕,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진짜 중요한 문제는 시간의 생명 따위가 아니라고, 그건 바로,


“붕어빵! 제정신이야? 붕어빵 능력을 날려 먹어?”


그래, 붕어빵 능력.

현과장 일행의 하루 최고의 즐거움이자, 현과장의 생존 의미, 바로 붕어빵.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감이 피어났다. 심지어 키토와 리코의 얼굴에도.


“그럴 리 없다랄까나. 현과장은 그냥 잠만 잤다랄까나.”


채야는 애써 현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그러면 내가 왜 예지몽 같은 걸 꿔?! 여왕이 말했잖아 예언자가 아닌 내가 그런 꿈을 꿀 리 없다고. 그럼, 원인은 뻔한 거잖아!”


말을 마친 현과장은 서둘러 방을 나서서 주방으로 달려갔다. 이윽고 주방문을 열고 들어가 붕어빵 재료들을 손질하는 현과장.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그 결과물을 들고 모두의 앞에 나섰다. 완전히 절망에 뒤범벅이 된 채로.


“이것 봐! 이게 붕어빵이야? 이게 붕어빵이냐고!”


현과장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완전히 탄 빵 부스러기. 결코 음식이라고 말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모두가 절망했다. 특히나 갓패치가.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현과장, 왜 죽어?! 왜 죽냐고!!”

“내가 죽고 싶어서 죽었어? 이게 다 과로 때문이잖아! 과로!!”


갓패치의 말에 현과장은 억울함이 북받쳐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다 누구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따지고 보면, 여행을 꾸민 갓패치 때문이었고,

더 깊게 따지고 보면, 가챠 카지노에서 현과장을 속인 갓패치가 원인이었다.

더욱 더 깊게 파고 들어가 보면, 「시간의 생명」이라는 이런 얼토당토안한 능력을 준 갓패치의 문제다.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내 붕어빵! 내 붕어빵!!”


갓패치는 그 자리에 널브러져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마치 장난감 코너 앞에 누운 5 살배기 어린 아이처럼.

그런데, 지금 현과장이 예지몽을 꿨잖아. 지금은 그 예지몽에 신경을 좀 더 써야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막무가내로 붕어빵만 찾을 게 아니라?


“붕어빵은 중요하다냥! 다른 디저트 능력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냥!”


어흥선생 역시 가슴속의 울분을 입 밖으로 토해 내었다.

그건 그렇긴 한데, 지금 현과장이 미래에 다가올 일을 꾸었는데... 그렇게 붕어빵만 찾을 거야? 어떤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지 모르는데?


“젠장! 제정신차리는 거야! 이대로 물러 설 수는 없다고!”

“그렇다냥! 이대로 그 능력을 잃을 순 없다냥!”


이야기를 걱정하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갓패치와 어흥선생은 의기투합했다. 바로 붕어빵을 위해.


“현과장, 한 번 죽어야겠다냥!”

“제정신이야 어흥선생? 한 번 죽어서 되겠어? 나올 때 까지 죽어야지!”


갓패치의 눈동자 안에 가득히 타오르는 투지. 이 인간, 지금 이 이야기 빈말이 아니다. 정말 100% 진심이다.


“내가 인고의 보약을 챙겨 오겠다랄까나.”


두 사람에게 합세한 채야. 그녀의 눈빛에서도 광기가 서려있었다. 이런 세 사람을 바라만 보고 있던 여왕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깃들기 시작했다. 마치, 세 사람의 광기에 무척이나 놀란 듯이.


“제정신이 아닙니다만. 단지 붕어빵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순 없습니다만.”


이렇게 말한 그녀도 사실, 현과장을 만나러 온 이유는 다름 아닌 붕어빵.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는 붕어빵 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바로, 현과장의 예지몽. 원더랜드를 통치하는 그녀의 입장에 있어서, 붕어빵 보다 이제 곧 들이닥칠 미래의 위협이 몇 배는 더 중요하고 또 중요했다. 애당초 그녀가 갓패치의 왕좌를 빼앗은 것도 모두 원더랜드를 위한 일이었으니까.

이러한 연유로, 세 사람의 앞을 막아서는 여왕. 그의 얼굴에는 아직 두려움이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모두에게 길을 내줄 수는 없었다. 원더랜드를 지키기 위해서.


“현과장, 말하십시오. 꿈의 정확한 내용이 뭡니까?”


두려움이 남아있는 여왕의 얼굴 위로 점점 퍼져나가는 진중함. 그런데, 정작 그녀의 보호를 받는 현과장은 고마운 마음은커녕, 오히려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그게 뭐가 중요한데?! 여왕도 붕어빵 먹으러 온 거잖아, 그렇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방귀 뀐 놈이 성을 내면, 부끄러워서 그런가하고 넘어가겠다.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면, 뭐,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는가 보다하고 넘어가겠다.

그런데, 이 인간은 뭐지? 지 잘못으로 능력을 잃어버려 놓고, 기껏 마음을 내 목숨을 구해주려니까 그냥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난 지금 현과장을 구해 주려는 겁니다만.”

“어차피 난 안 죽어요, 여왕님! 우리에게 중요한 건 뭐다? 붕어빵이다!”


현과장은 여왕을 밀치고 채야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인고의 보약을 향해서. 하지만,


“그렇게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만!”


거대한 얼음벽을 만들어 현과장과 다른 세 사람 사이를 떨어뜨려 놓는 여왕.

잠깐만,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제일 처음 현과장을 죽이려고 한 건 다름 아닌 여왕 아닌가? 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현과장, 그대는 잠시 나와 함께 가야겠습니다만.”

“안 가! 아니 못 가!


현과장은 여왕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거부했지만, 그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현과장이 대적하기에, 여왕이란 존재는 너무나 강력하고 무시무시하기 때문에.

그렇게 오직 말로만 반항하며, 순순히 여왕의 손에 끌려가는 현과장. 이내 두 사람의 모습은 방 안에서 자취를 감췄다. 키토와 리코도 함께.


***


“그런데, 여왕님도 차원문을 쓸 줄 아는 거야?”


숲 속에서 여왕의 손에 질질 끌려가는 현과장이 나직이 물었다. 그러자,


“그럴 리 없습니다만. 난 오직 흉내만 낼뿐.”


단호히 고개를 젓는 여왕. 그런 그녀의 대답에 현과장의 얼굴은 굳어졌다.


“그럼 나 어떻게 돌아가? 여왕이 못 보내주면?”

“못 보내주는 건 아닙니다만. 단지, 사적으로 이용할 수 없을 뿐.”


이어지는 그녀의 대답에, 굳어졌던 현과장의 얼굴이 조금은 펴졌다. 그런데, 사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원더랜드에 여왕이란 존재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것일까?


“그게 무슨 말이야? 사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니. 여긴 여왕님 나라잖아?”

“내 나라지만, 전부 내 것은 아닙니다만. 그리고 난 원더랜드의 수호자이지, 원더랜드의 정복자는 아닙니다만.”


수호자라고? 왕좌를 빼앗았으면 정복자가 아닌가? 현과장은 고개를 기울였다.


“왕좌를 빼앗았다면서? 그럼 정복자 아닌가?”

“전부 예언 때문입니다만.”

“예언?”


그러고 보니 갓패치도 예언이란 말을 언급했었다, 당사자인 여왕도 마찬가지였고.

그럼 과연 예언이란 게 도대체 뭘까. 현과장은 지금 끌려가고 잇다는 사실보다, 여왕이 본 그 예언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 예언이라는 게 뭔데?”


순간, 걸음을 멈춘 여왕. 그녀의 얼굴에서 다부진 결의가 느껴졌다.


“듣고 싶습니까?”

“그렇지, 듣고 싶지.”

“그럼 현과장 역시 예지몽의 내용을 전부 다 말해 주면 이야기 해주겠습니다만.”


현과장은 여왕이 내세운 조건에, 일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렇게 손해 보는 느낌은 아니었으니까.


“인간 체스를 정복한 자가 원더랜드를 무너뜨린다.”

“인간 체스? 그 퀴즈쇼?”


현과장의 말에 여왕은 고개를 저었다.


“놀음을 좋아하는 전직 왕이, 직접 계획하고 만든 TV쇼입니다만. 소원 성취를 위해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미친 도박.”

“도박? 난 퀴즈만 푼 거 같았는데.”

“현과장이 한 건 예선전입니다만. 예선 퀴즈쇼. 사실 진짜 예선전도 아니었지만.”


말은 마친 그녀는 현과장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제는 현과장의 차례. 그녀가 뭘 원하는 지 완벽히 알고 있던 현과장은 자신이 꿈에서 본 내용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상세하게 그녀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리코와 키토의 모습, 그리고 숫자가 적힌 종이가 한없이 떨어진 것.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날아온 은화까지.


“그게 전부입니까?”

“전부입니다만.”


현과장의 마지막 말에, 여왕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따라하는 건 자유입니다만, 기분이 나쁩니다만.”

“그럼 안 하면 될까나.”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아직 깨닫지 못했다. 현과장에게 깐족은 기본 사항이라는 것을. 그는 여왕과 동행하는 내내 쉴 새 없이 입을 나불거렸다. 여왕이 입 주변을 얼려버렸지만, 그렇다고 멈출 현과장이 아니다. 그는 입 대신 온 몸으로 깐족을 표현했다. 시간이 지나자 키토와 리코도 현과장의 이런 행동에 합세했다.


“진짜 한 번만 더 그러면 완전히 얼려버릴 겁니다만!”


드디어 폭발해 버린 여왕. 그 모습에 현과장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두 귀염둥이 역시 자신만만한 얼굴로 여왕을 향해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는 지금 꿈 해몽에 온 정신이 팔려있는데, 감히 그런 저급한 행동을 보입니까?”


순식간에 여왕의 눈빛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강렬한 눈빛에 화들짝 놀라 현과장의 뒤로 숨어버린 리코와 키토. 둘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물론 현과장은 아니었지만.

현과장은 두 팔과 두 발로 온갖 해괴망측한 동작을 선보였다. 도대체 무슨 듯인지 알아보기 힘든 그의 팬터마임. 알 수 없는 그 동작들 때문에 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진 여왕은, 그대로 현과장의 얼굴에 있는 얼음을 치우고 대신, 그의 손과 발에 얼음 수갑과 족쇄를 채워버렸다. 그러자,


“아오! 진즉 이렇게 좀 해주지!”

“그 이상 입을 놀리면, 다시 그 입을 얼려버릴 겁니다만.”

“아니 뭐가 그렇게 심각해?”


현과장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 것도 없는 자신의 꿈에서 뭘 찾기에 심각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자신의 깐족거림에 큰 리액션도 없이. 현과장은 그 부분이 너무나 마음에 차지 않았다.


“현과장의 꿈은 그냥 예지몽이 아닙니다만.”


그러니까 도대체 어떤 부분이? 종이가 와르르 떨어진 부분이? 아니면 키토와 리코가 등장한 부분이? 도대체 어떤 부분이 그렇다는 걸까?


“어떤 부분이 그런데?”

“숫자.”


여왕은 매서운 눈빛으로 현과장을 노려보았다. 이어지는 그녀의 엄숙하고 진중한 목소리. 그 목소리 안에는 작은 두려움도 섞여있는 듯이 느껴졌다.


“그 숫자는 거울수 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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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392. 추방자 24.03.07 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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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388. 일주일 전으로 24.03.03 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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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386. 결단 24.03.01 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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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384. 어둠의 전조 24.02.28 9 1 11쪽
383 383. 오리지널 - 2 24.02.27 6 1 12쪽
382 382. 오리지널 24.02.26 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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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378. 인간성 24.02.22 6 1 12쪽
377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6 1 12쪽
376 376. 현과장의 꿍꿍이 24.02.20 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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